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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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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연재수 :
3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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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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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해의 그림자 215

DUMMY

통명전 월대에 물 샐 틈도 없이, 바람 스밀 새도 없이 취옥색 판장板牆들이 놓였다. 대조전에 있던 판장들이 통명전 월대를 에워싸자, 누구든지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통명전 마당에 삼삼오오 모인 궁녀들은 더러는 두손을 초조히 부여잡고, 또 더러는 제 입술이나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분위기가 너무도 이상했다. 왕도 통명전을 오가는 신료들의 시선이 닿는 게 싫은지 진작 판장을 두르려다, 중궁이 답답해 해서 참았던 터였다. 얼마 전에 중궁이 반산기미를 보일 때도 판장을 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판장을 둘렀다. 외부의 시선조차 물 샐 틈 없이 차단하려는 왕의 의중만이 엿보였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중궁전하께서...많이 안 좋으시대."

"뭐? 또 소산 하신 거야?"

"몰라? 좀전에 백어의가 들어갔어."

"백어의? 아까 수의영감 다녀갔잖아."

"몰라. 이번엔 또 백어의야."

"아니...백어의가 뭘 안다고?"

"그러게. 말이나 고치던 양반이 부인의 몸을 뭘 알아."


궁녀들의 술렁거림이 판장 틈새로 스며들었다. 동온돌에서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로 형형한 눈빛으로 백광현을 돌아보는 숙종의 귀에도 어렴풋이 들렸다. 물론 백광현은 여인의 몸을 잘 몰랐다. 그가 의녀를 첩실로 들이고 하여, 계집의 몸에 대해 익히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해도, 백어의로선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어의가 너무도 절실했다.


"중궁은...좀 어떻소?"


숙종은 흙빛으로 질린 백광현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광현은 손가락끝이 덜덜 떨렸다. 이미 자신이 김만중을 만나는 사이 수의 이동형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살피고 갔다. 수의 이동형도 최악의 상황에 놀라서 고개를 내저은 일이었다. 그런데 왕이 다시금 자신을 불렀다. 중독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태반이 밑..."


광현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수의 이동형은 태반이 상당히 내려와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다섯달이 안되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왕을 안심시키려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궁은 기실은 이미 다섯달에 접어들었다. 임신 다섯달째부터의 전치태반은 산모나 태아의 목숨에 크게 위험을 초래하는 터였다.


태루胎漏도 심각했다. 둘다 살릴 가망이 없었다. 어떻게도 손쓸 수가 없었다. 광현은 그저 털썩 주저앉아 동온돌 바닥에 머리를 쿵 찧었다. 고개를 들고 왕의 용안을 볼 면목이 없었다.


"중궁이...위험한 거요, 아기가 위험한 거요?"


숙종의 목소리가 떨렸다. 숙종은 초조함에 손바닥으로 입주변을 벅벅 문질렀다. 한여름인데도 손바닥이 마치 얼음물에 담근 것처럼 마냥 차가웠다.


"전하께오서...용단을 내려주셔야..."

"뭐라? 용단?"

"두달만 견디면...조산이나마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궁전하께서 잘못되실 수도 있습니다."

"무슨..."

"태반이...자궁벽을 뚫게 되실..."

"뭐라?"

"그리 되면 중궁전하 목숨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살아나셔도 두번 다시 회임은..."

"닥치시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만에 하나, 그전에 태반이 올라올 수도 있으나...추이를 기다려봐야..."


백광현은 죽은 조카 귀열의 일로 엊그제 왕과 불편한 대면을 한 데 이어, 지금 또 다시 이런 보고를 올리게 되어 너무도 괴로웠다. 옆에 최석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최석정이 이런 자리에 낄 이유가 없었다. 상황이 너무도 좋지가 않았다. 지금 최석정도, 김석하도, 김석주도, 다들 분위기가 요상했다. 누구 하나 든든한 자신의 편이 되어줄 수 없었다. 아니, 하늘이 자신의 편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필이면 중궁의 태반이 가라앉다니. 이건 저주였다.


"기다려? 기다리면, 중궁은 안전한가?"

"지금으로선...기다리는 것만 남았사옵니다."


광현은 목이 콱 메였다. 너무도 잔인한 소식을 전하게 된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고 싶어선지, 저절로 목이 메여 더는 말할 수가 없었다. 네번의 회임이 이렇게 끝나나 싶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목숨이 붙든 떨어지든 중궁은 끝났다. 그것만은 예감할 수 있었다.


"알았으니...이만 물러가시오."


숙종은 눈시울이 벌개져서 광현에게 손을 내저었다. 목울대가 부푸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멍울 같은 것이 목구멍을 콱 눌렀다. 다시금 손바닥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숙종은 현실을 부인하고 싶었다. 두눈을 감았다 떠도, 눈앞은 여전했다.


"어마마마..."


숙종은 보이지도 않는 어미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를 갈았다. 두눈에 시뻘건 핏발이 섰다.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의 어미가 이럴 수는 없었다. 이래서는 안되었다. 이해도 되질 않았다. 정말로 납득이 되질 않았다.


도대체 왜...


무섭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 울분으로 머릿속이 들끓었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들들거렸다. 광현이 눈앞에 있는 것도 모르고, 혼자서 충혈된 두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전하, 이만 물러가도..."

"가시오."


긴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숙종은 당장 눈앞에 최석정이 있어도 귀찮을 것만 같았다. 중궁이 신경이 쓰였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가도, 무섭도록 보기 싫어졌다. 머릿속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마구 헝클어진 실타래 같았다.


"전하, 중전마마께오서 찾으시옵니다."


장지문 밖에서 들려오는 우희의 목소리에 숙종은 몸서리를 쳤다. 상아가 나가고, 자주 듣는 목소리인데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중궁이 찾는다? 물론 찾을 터였다. 이미 수의 이동형이 먼저 다녀가고, 다시 어의 백광현이 다녀갔다. 중궁도 뭔가 느낌이 왔을 터였다. 보나마나 수의 이동형은 주절주절 흰소리나 하고 갔을 터였고, 백광현은 횡설수설 헛소리나 하다가 갔을 터였다.


숙종은 심장이 납덩이가 되어 질질 끌리는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광현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기가 손을 내저어 내보내고서도 잠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숙종은 버선발을 끌다시피 하여 동온돌 문턱을 넘고, 대청마루를 건너서 서온돌로 들어섰다.


"전하..."


진홍이 힘없이 배에 손을 얹고 누운 채로 숙종을 보고 황망히 일어나려 하자, 숙종은 얼른 다가들어 어깨를 꾹 눌렀다.


"일어나지 마시오..."

"아지는...괜찮지요?"

"아직은..."


숙종은 목에 울음이 콱 걸렸다. 진홍의 두눈이 평소보다 퀭하였다. 아무리 차분하고 침착한 성품이라 해도, 아이를 또 잃게 생겼다는 공포는 맨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


아직은 괜찮다는 말이 어쩐지 음울하게 들려서, 진홍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말고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느낌 탓인지 평소보다 방안이 어둑했다. 진홍은 지아비의 어깨너머로 설핀 햇살이 들러붙은 장지문을 쳐다보았다. 아직 해질녘은 아닐터였다.


"지금...몇시...옵니까?"

"미시未時요..."

"신시申時...가 아니구요?"


시야가 흐리터분했다. 진홍은 뭔가 미심쩍은 기분에 두눈을 깜빡였다. 분위기가 왠지 심각했다. 한가지는 알 것 같았다. 지금 지아비의 얼굴이 어쩐지 붉었다. 눈시울도, 눈두덩도 벌갰다.


"왜..."


숙종은 말문이 막혔다. 미안하다는 말도 나오질 않았다. 이미 진홍은 모든 내막을 파악했을 터였다. 김만중을 불러서 최석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를 물은 것만 봐도, 옥당 공좌부가 최석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 옥당 공좌부에 독이 칠해져 있었던 것도, 그 사실을 알고도 어미가 며느리한테 건넨 것도, 이미 다 알아차린 것이 확실했다. 느낌 탓인지 자신을 보는 진홍의 눈초리가 불그뎅뎅했다


"전하...."


불러놓고 진홍도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시선이 허공에 흔들렸다. 붉어진 눈시울로 허공을 보는지, 지아비를 보는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 복부를 만질 뿐이었다. 태동이 잡히지 않자, 진홍의 손끝이 좀더 배꼽 밑으로 내려갔다. 진홍은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느끼고 들숨을 멈추었다. 손끝의 태동에 집중하니, 미약하게나마 꿀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참았던 날숨과 안도의 한숨이 뒤섞여 나왔다.


"아직은..."


지아비의 말을 곱씹으며, 진홍의 붉어진 눈시울이 더욱 짙어졌다. 그 모습을 보니 숙종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미...."


한마디 사과의 말을 꺼내려다 숙종은 목이 메었다. 그저 목젖이 부들거렸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란 말이 이렇게 뼈아플 줄은 몰랐다. 천번을 생각하다 한번을 놓쳤다고, 이렇게 갈비뼈 틈새로 저주가 심장을 파고드나 싶었다. 그것도 자신이 김석주에게 놓은 덫이, 이렇게 진홍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 이건...그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해준, 피와 살을 물려준 이의 덫이었다.


"미...."


기어이 아무 말도 못하고서, 숙종은 무릎을 털썩 꿇었다. 진홍의 벌건 얼굴을 보니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는 진홍의 목을 품에 끌어안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 가슴이 먹먹했다. 진홍의 축축한 얼굴이, 젖은 속눈썹이, 떨리는 입술이 닿는 느낌에 순식간에 심장이 너덜너덜해졌다.


"왜, 신첩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았사옵니까? 장고에서만이라도, 아니 공좌부를 봤을 때 만이라도..."


진홍은 눈물을 글썽였다. 본래 남을 원망하는 성품이 아닌데도, 원망의 말이 기어이 입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정말로 조금만 빨랐어도, 공좌부에 반하가 묻은 사실만 알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터였다. 뱃속 아기한테 너무도 미안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아직은, 또 아직은... 그렇게 겨우겨우 뱃속아기의 탯줄을 붙드는데, 손샅으로 자꾸만 새어나가는 느낌은 정말로 피가 말랐다. 점점 손가락에서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럴수록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하늘이 자꾸만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게, 지아비가 자신에게 한마디 언질도 주지 않은 탓이었다. 그대로 돌아서서 양화당으로 가지 말고, 공좌부에 반하가 묻었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더라면... 진홍의 눈시울이 더욱 벌개졌다. 자신도 모르게 옹그린 두손으로 지아비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때 만이라도..."

"..."

"왜...진작 말씀해 주시지..."


진홍을 보는 숙종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부...끄러워서...말이 나오질 않았소."


숙종은 눈시울은 물론 눈두덩까지 온통 벌개져서 숙종은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떨구는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더 진홍 앞에 수치스러웠다. 어미가 치부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 솔직히 말이 나오지 않았을 뿐, 한순간의 비겁함이 이렇게 지독한 결과로 다가왔다.


"부..."

"..."

"전하..."


진홍은 숙종의 말을 곱씹다가 울음이 더욱 복받쳤다. 눈물은 이상한 전염성이 있어서, 서로의 눈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울음이 폭발했다. 목울대는 더욱 떨려서 진정이 되질 않았다.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는 것이 더욱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심장이 저렸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서, 자꾸만 매운 눈시울과 입시울을 견뎌내려 애쓰다간, 그저 씻어내는 게 전부였다. 눈물로라도 이 맵디 매운 회한이 씻기면 다행일까.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웬 판장들이 다..."


슬픔에 젖을 겨를도 없이, 장지문 밖에서 들리는 어미의 목소리에 숙종은 멈칫했다. 이미 품속의 진홍은 문인석처럼 굳어버렸다. 어깻죽지도 움츠러들었다. 숙종은 순식간에 신경이 곤두섰다.


"무슨 염..."


목소리가 또 입안에서 사그러들었다. 역시나 진홍 앞에서 어미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한가지는 그나마 쉬웠다. 어미를 이곳 통명전 안에 한발짝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 당장 그가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쉬시오."


숙종은 진홍을 모시담요 위에 조심스레 뉘였다.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진홍은 누울 생각이 없는지 도로 몸을 일으켰다. 하복부에 통증이 이는 탓에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힘겹게 팔꿈치로 바닥을 찍으며 일어나 앉았다.


"어찌...누워서 어마마마를 뵙겠나이까."

"내가 나가서 뵐 것이오."

"전하..."

"그러니 쉬시오."


숙종은 기어이 진홍을 뉘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본래 다소 병약한 편이라, 진홍을 두번 뉘이고 했더니 어깻죽지며 등허리가 화끈거렸다. 그냥 더위 탓으로 간주하고, 숙종은 얼른 일어서서 장지문을 넘어 대청마루로 나왔다. 그새 어미가 대청마루로 올라서는 참이었다.


"오셨사옵니까?"


숙종은 분노로 거칠어진 숨결을 애써 다스리며, 낮은 옥음으로 어미에게 인삿말을 건네었다. 대비 김씨는 숙종의 눈치를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들의 목소리는 여기 통명전 뒤편의 우물처럼 나직하고 서늘했다. 듣는 것 만으로도 온몸 마디마디가 시릿하다 못해 시근해졌다.


"중궁은요? 괜찮습니까?"


어미가 중궁의 안위를 묻자, 숙종은 기가 차서 파르르 치를 떨었다. 어미가 물을 말이 아니었다. 어미가 입에 담아서도 안되는 말이었다. 고약했다. 중궁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도, 지금 자신에게 묻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어떤 대답이 듣고 싶으시옵니까?"

"어떤 대답이라뇨?"

"몰라서 물으시옵니까?"


숙종은 으르렁거리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너무 내리깔아서 목울대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공포에서 말미암은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분노 탓이었다. 벌건 대낮에, 궁녀와 내시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책 잡힐 말은 터럭 만큼도 함부로 내뱉아선 안되었다. 하지만, 한낮에도 숙종의 동공은 줄어들긴 커녕 오히려 불어나더니, 분노가 미친 듯이 폭발했다.


"자리를...옮기시죠."

"이 어미는 중궁이 괜찮은지 보러왔습니다."

"오늘부로 여기 통명전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물론, 어마마마도 예외는 아니십니다."


숙종의 냉랭한 말에, 대비 김씨의 두눈이 가늘어졌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중궁에게 옥당 공좌부를 건넨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중궁이 상아에게 원독이 맺혀서 죽인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떻게 어미인 자신보다, 아내인 며느리의 말을 더 믿을 수가 있는 건지.


"하!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겝니까? 아무도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용종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지요. 통명전 주변에 흰눈을 깔아서, 발자국조차 남기지 못하게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지금이 여름이라 아쉽군요."


서릿발 같은 냉기가 숙종의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평소 호흡이 짧다보니 뱃속에서부터 목소리를 끌어올리지는 못하는 숙종인데도, 이번 만큼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서늘한 서릿발이 뻗었다. 듣는 귀를 얼어붙게 만들 만큼 시리고 또 시렸다.


"자리를 옮기지요."


숙종은 앞장서서 양화당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처진 대비 김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다짜고짜로 자신을 데리고 통명전 바깥으로 한발한발 나가는 모습에 자신의 위신도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통명전을 함부로 엿보지 못하도록 판장으로 에워싸고서, 심지어는 자신조차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금하다니.


이래서 더 자식을 뺏긴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아들이 며느리만 자꾸 싸고 도니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터였다. 대비 김씨는 분하고 서운한 마음에 아랫입술이 피가 나도록 힘껏 깨물었다.


하지만 속으로 아무리 아들을 탓해봤자, 걸음은 저절로 아들의 꽁무니를 뒤따르게 되었다. 아들은 통명전 서쪽으로 가서 장고 정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대비 김씨는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품속에 지닌 장고 열쇠를 숙종이 두광에게 건네자, 두광이 잰걸음으로 한발 앞서 장고로 달려가서, 정문을 열어젖혔다. 그 모습을 보고 대비 김씨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 집요한 아들이 또 자신을 여기 장고로 데려오다니. 설마하니 자신을 장고에 가두려는 것은 아닌지 괜한 불안이 가슴속에 또아리를 틀었다. 그리고 뱀의 혓바닥 같은 것이 뇌리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워낙 담장이 높은데다, 삼화토로 벽돌 틈새마다 밀착되어, 신음소리는 커녕 비명소리도 새어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


넌 죽었어.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걱정이었다. 아무렴 아들이 자신을 장고에 홀로 가두고서 죽었다는 부음만 기다릴 리가 없었다. 그저 자신을 겁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요강 뚜껑으로 물 받아마신 것만 같은 이 찜찜한 불안을 떨쳐내야 했다.


"들어가시지요."


어느덧 두광이 장고 정문을 열어젖혔다. 대비 김씨는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불안한 눈초리로 숙종을 돌아보았다.


"여기 장고는 왜 또..."

"긴한 대화를 나누기엔 여기 만한 곳이 없겠더이다."

"대화요?"


계속해서 되묻는 사이, 대비 김씨의 숨결도 한결 안정되었다. 고개를 젖히니, 사방의 드높은 벽에 갇힌 푸르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한점 흰구름이 옆구리를 담벼락에 찔린 채로 흔들거리는 듯하였다. 궂었던 날씨가 환히 개었다. 중궁의 불행을 두고 하늘이 웃었다. 역시나 사람이 잘못 들어온 터였다. 중궁의 책례 때도 궂었던 날씨가 책례가 시작되자마자 개었지만, 그 사실은 대비 김씨의 뇌리엔 없었다. 하지만 이내 대비 김씨는 숨통을 조이듯이 사방을 가둔 장고의 담벼락에 답답함을 느꼈다.


지겨워.


이곳 궁궐은 담장이 너무도 높다랗고 허다했다. 약방 대청에나 놓일 법한 약장처럼 칸칸이 좁좁했다. 그래서 더 숨이 막히도록 갑갑했다. 마침 담장 너머로 비치는 산수유나무 가지 틈새로 뱁새 한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비 김씨는 뱁새를 따라서 고개를 돌리며 장고 맨윗단으로 가서 검푸른 푸레독 위로 올라섰다.


"거긴..."


숙종은 자칫 푸레독에 금이 가거나 깨질세라, 어미에게로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어미는 어차피 장고 안에선 볼 사람도 없다고 여겨선지, 거침없이 푸레독 위로 올라섰다.


"뭐하십니까. 독이 깨지면 다칩니다. 내려오세요."

"뱁새..."

"어마마마..."

"저깄군요."


숙종이 뜨악한 얼굴로 손을 뻗어 말리는데도, 대비 김씨는 고개를 돌려서 계속해서 뱁새의 형체를 눈으로 뒤쫓았다. 드문드문 붉은 빛이 감도는 산수유나무의 가지 위로 싯누런 뱁새가 날아앉았다. 가지 틈새로 손바닥 만해 보이는 둥지가 보였다. 뱁새는 붉게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를 쪼아서 둥지 속으로 부지런히 옮기는 참이었다.


"어마마마..."

"가만, 가만..."


날이 더워선지 숨을 헐떡이며 둥지로 열매를 넣어주면, 채 눈도 못 뜬 새끼들은 더 달라고 부리를 벌렸다. 지친 어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차마 둥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버티고 서서 둥지 안 새끼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참인데도, 어미 속도 모르고 부리를 쩍쩍 벌리고, 심지어는 어미의 꽁지를 쪼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밉살스러웠다. 어미는 먹이를 하나라도 더 둥지로 넣어주겠다고, 이 더운 여름날에 숨도 헉헉거리며 저 고생인데, 새끼는 부리만 벌리고 어미를 보채기만 하니. 어미가 아무리 넣어줘도 만족을 모르고 부리를 쩍쩍 벌리며 어미의 꽁지를 쪼아대는 모습에, 대비김씨는 부아가 치밀었다. 꼭 자신의 아들 같았다. 어미가 온힘을 다해 자식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줄도 모르고, 제 아내만 싸고돌며, 어미를 밀어내는 아들과 참으로 똑같았다.


"저 뱁새 말입니다. 누구랑 꼭 닮았습니다."

"..."


숙종은 어쩐지 비꼬는 듯한 어미의 목소리를 듣고 눈길을 돌렸다. 숙종의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뱁새가 어디 있다는 건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어미는 새끼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주느라 둥지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야속한 새끼는 어미에게 어서 더 먹이를 갖다달라고 부리를 쩍쩍 벌리고 보채질 않습니까. 심지어는 부대낀다고 밀치기까지 하면서요."


혼자만의 감회에 빠져서 대비 김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참으로 주상과 똑같습니다. 똑같아요."


어미의 시선을 따라 뱁새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숙종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은 똑같다는 말이 싫었다. 세상에 오직 홀로 군림하는 지존의 신분이었다. 해와 달처럼,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존재였다. 헌데 어미는 고작 짐승에 자신을 비유했다. 그것도 눈에 띄지도 않는 뱁새 따위로.


"어디..."

"주상도 올라오세요. 올라와야 보입니다. "


대비 김씨의 손짓에 숙종은 마지 못해 오지독 하나를 밟고 올라섰다. 그러자 담장에 갇힌 시야가 탁 트였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니, 오히려 더 뱁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좀더 트인 숲이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숙종은 마음껏 허공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담장에 가로막힌 시야가 탁 트여선지, 두눈이 시원했다. 가슴도 시원했다.


"주상과 참 닮았지요."


숙종은 심드렁히 입을 비죽였다. 어미야말로 언제나 자기 기분에 빠져서 남은 돌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가지 생각에 빠지면, 열가지 상황은 나 몰라라 했다. 아들의 정적을 없애겠다고, 당치도 않은 홍수의 변을 일으켜서 오히려 왕가의 체통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자신의 친정아비의 목숨을 건져보겠다고 야대청에 뛰어들어 수렴첨정이라도 하듯 익실에 들어가서 신료들과 담판을 짓기까지 했다. 친정아비 김우명은 증거도 없이 복창군과 복평군을 모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증거라고. 스스로 사건의 배후임을 드러내면서. 목울대로 치미는 환멸을 수없이 삼키면서, 차마 어미를 내치지도 못하고 참았건만...


그런데, 어미는 기어이 삼복의 변을 일으켜서 복선군과 복창군의 목숨을 숙종 자신의 손으로 끊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또 며느리를, 그리고 며느리가 뱃속에 품은 손주를 아들의 정적으로 간주하는 건가 싶었다.


몇 없는 곁붙이인 삼복 형제마저 잔인하게 끊어내게 만들더니, 이제는 피붙이인 뱃속 아기마저 끊어내게 만드려는 심산인지.


아무리 봐도 어미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미는 자식을 지키겠다는 일념이 너무도 강해서, 도저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미는 미쳤다.


"도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보이지도 않는..."

"정말 안 보입니까? 저기 바로 앞에 산수유 가지에 둥지가 있잖습니까?"

"..."

"산수유도 모르십니까? 저기 빨간 열매가..."


어미가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제야 숙종은 심드렁히 잘라 말하고선, 뱁새 둥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큰둥히 말했다.


"보입니다 이제."

"꼭 뻐꾸기 새끼 같지요?"


대비 김씨는 빈정거리듯이 물었다. 물론 평소 지아비에 대한 의심이 많았던 탓에, 뻐꾸기 일화 쯤은 가슴에 담아두었었다. 그러다 보니 뻐꾸기가 뱁새나 박새, 외목눈이의 둥지로 제 알을 밀어넣어 품게 하고, 그것도 모르고 새들이 제 새끼를 품어 껍질을 깨고 나오게 하면, 그때는 제 새끼에게 울음소리로 핏줄을 각인시킨다 했다. 너는 내 새끼다, 너는 내 새끼다...


"뻐꾸기요?"

"어미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제 새끼를 밀어넣고, 새끼 뻐꾸기는 남의 새끼들을 죄다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없앤 후에, 홀로 배를 불리는 고약한 놈이지요."

"..."

"진짜 새끼가 아니니, 저리 어미 뱁새를 뙤약볕에 떠미는 게지요. 가서 먹이를 더 구해오라면서...더위에 지친 어미는 생각도 않고 말입니다. 참으로 주상과 꼭 닮았지 않습니까?"


대비김씨는 뻐꾸기 새끼에 빗대어, 아들에게 야속함을 내비쳤다. 숙종은 물끄러미 뱁새둥지 속의 새끼를, 또 둥지 밖의 어미를 쳐다보았다. 산수유나무 밑에 연옥빛 알이 떨어져 깨진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뻐꾸기 새끼가 뱁새 둥지를 차지한 건가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미의 고됨을 몰라주는 새끼에 대한 원망은 어미의 몫이었다. 그는 새끼 뻐꾸기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되새기는 숙종의 눈매가 시퍼렇게 번뜩였다.


"헌데 소자는 뻐꾸기 새끼도 아닌데, 왜 어마마마가 원하는대로 뱁새 새끼들을 죄다 둥지 밖으로 밀어뜨려야 합니까?"

"뭐라구요?"


대비김씨는 아들의 반응이 뜻밖이라 미간을 찡그렸다. 새끼 뻐꾸기처럼 어미 뱁새를 뙤약볕에 내모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라고 깨우쳐주려 하였더니, 자기는 새끼 뻐꾸기가 아니라며, 왜 새끼 뱁새들을 죄다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야 하냐는 말부터 하다니.


"복창군, 복선군, 복평군에 이어...이제는 어마마마의 핏줄을 품은 중궁까지 밀어내시는 참이지요. 둥지 밖으로."

"..."

"어마마마께오선 중궁 뱃속의 손주마저도, 남의 새끼일 뿐입니까? 어마마마 뱃속에 있었던 소자가 아니면 죄다 어마마마 새끼가 아닌 것입니까? 손주마저, 남입니까?"


분노의 일갈이 나지막이 대비 김씨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대비 김씨는 움찔했다. 손주가 한번도 남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들의 말이 못내 서운하면서도 무서웠다. 그저 왕실을 이을 대통이라고 생각했을 뿐, 내 새끼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처럼, 똑같은 말이 계속해서 뇌리에 휘감겼다.


손주마저 남입니까?


"사람도 아닙니다. 이 많은 궁녀, 의녀들도 모자라서 며늘의 뱃속 아기마저 해하려고 드는 어마마만...사람도 아닙니다."


치를 떨며 하는 아들의 말은 제법 가시가 굵었다. 그 가시에 찔리고 쓸려서, 심장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손주마저 남이냐고? 사람도 아니라고?


대비 김씨는 멍하니 아들을 쳐다봤다. 분노가 가슴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아들을 쏘아보는 눈시울도, 입시울도 부들부들 떨렸다.


"사람도...아니라구요?"

"왜 이 장고로 모셨는지 아시겠습니까? 어마마마께 희생당한 궁인들의 넋을 똑바로 보시라고 이리로 모셨사옵니다. 이제는 손주마저 해하려고 하시는 어마마마가 얼마나 끔찍한지, 자기 모습을 보시라구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주상은 사람입니까?"


대비 김씨는 입꼬리를 비틀며 아들을 비웃었다. 피차 서로를 보는 눈초리가 쌍장부끌처럼 두개의 날이 서서 뾰족하게 번뜩였다. 시퍼런 시선에 서로 찔리고 또 찔려서, 마주 보는 것조차도 눈시울이 따가웠다. 숙종은 어미의 반문에 상체를 뒤로 젖혔다. 등줄기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내가 아니라, 주상 자체가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습니다."

"뭐라구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진짜 피를 많이 흘린 사람이 누군지. 이 장고에 있는 원귀보다 더한 원귀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도 바로 주상전하이십니다!"

"..."


어미를 보는 숙종의 눈동자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비아냥거리는 어미의 신랄한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하지만 한번 휘젓기 시작한 어미의 혀끝은 맹렬했다.


"내가 궁녀 열을 죽였으면, 주상은 신하 백을 죽이셨지요. 허적, 허견, 그 사돈의 팔촌까지...싸그리 씨를 말리고, 그 집을 헐어 못으로 만드셨습니다."

"..."

"그 망할 삽살은 날 보고 서른번도 더 짖어대던데, 왜 주상을 보고선 한번도 짖지 않는답니까? 진짜 살인자는 주상이신데."

"..."


숙종은 더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입안에 무슨 말인가가 감돌았지만,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쓴침과 함께 삼키는 수 밖에 없었다. 담벼락 너머로 두눈에 들어오는 울울한 숲을 보니 괜히 마음도 울울했다.


"하실 말씀은 끝났습니까?"

"..."


어미의 물음에 돌아보는 숙종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좁아졌다. 바늘구멍 같은 동공으로 가시같은 시선을 두줄기 내쏘고서, 숙종은 차갑게 대꾸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소자는 혼자 있고 싶으니."

"그러든지요."


대비 김씨 역시 차갑게 대꾸하고 장고 정문을 나섰다. 정문 옆에 있던 두광이 자신도 모르게 원망 어린 눈빛으로 대비 김씨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지만 감히 엄두는 나질 않았다. 상전이 대비 김씨를 돌아보며 잠시 아랫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본 탓에, 두광 역시 뭔가 할말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안 비키고 뭐 하는가?"

"아, 송구하옵니다."


두광은 엉겁결에 대꾸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대비 김씨는 그런 두광의 옆으로 잰걸음으로 스쳐지나가며 눈을 흘겼다.


"지겨워..."


그냥 입안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혀끝에 묻어있다가 입이 열리니 한숨 끝에 밀려나오는 소리였다. 그녀로선 항상 혀끝에 달고 사는 단어가 바로 지겹다는 말이었다. 구중궁궐 빽빽한 담장에 갇혀서, 약방의 약장처럼 좁아터진 서랍칸에 숨통이 콱 막혀서 그냥 혀뿌리에 고이고 혀끝에 삼키는 침만큼이나, 일년 열두달 골백번도 더 삭이는 말이 지겹다는 단어였다.


그런데 담벼락보다 더 지겨운 게 바로 사람이었다. 최근 9년동안 그다지 바뀐 것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바뀐 것이 바로, 중궁의 무수리인지 교전비인지 도무지 출신을 알 수 없는 아홉살짜리 그 맹랑한 생각시였다. 그저 막연히, 그 계집이 광산김문과 연관이 있을 거란 언질을 얼핏 들은 정도였다. 그 아이를 보는 것도 지겨우니 말 다했다. 특히 지겨운 건 언제나 아들 곁에 찰싹 붙어있는 바로 이놈, 두광이란 놈이었다.


"아 예이..."


두광은 천연덕스레 대꾸하곤 허리를 넙죽 숙여보였다. 대비 김씨가 문간을 나서자, 그는 고개를 돌려서 장고 기단쪽을 돌아보았다. 맨윗단 가운데에 있는 오지독 뚜껑을 두손으로 짚고 힘없이 걸터앉은 채로, 자신의 상전은 멀거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참이었다.


"어찌 저를 보고 짖지 않았겠습니까?"


숙종의 음성이 음울했다. 삽살은 자신을 보고도 짖었다. 자신의 측근들 중에서 삽살이 귀신이 붙었다고 짖지 않은 이는 오직 진홍 뿐이었다. 사시사철 마냥 붉은 진홍...그래서 더 외로웠다. 그녀를 지키려면.



광통교 어귀는 늘 인파로 붐볐다. 없는 게 없었다. 어의 백광현의 아우와 아들, 그리고 첩실이 진료한다는 약방이며, 갓이며 탕건을 비롯해서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동상전이며, 도성 안 화객들을 태반이나 끌어모은 서화전이며, 이러한 점포들은 구색이라도 갖추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눈먼 장님들이 점복卜자를 쓴 종이를 깃대에 걸어놓고 짚자리에 앉아서 점을 치거나, 허기진 행인들을 상대로 어디서 깨진 기왓장 몇개를 쌓아놓고 인절미나 콩죽을 팔거나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붉디 붉은 해그물이 광통교는 물론 그 아래의 물비늘까지 덮어서, 개천의 수면은 은금빛으로 찰랑였다. 김석주는 구사들이 드는 남여를 타고 무사 박정영을 앞세우고선 느긋하게 번화한 광통교 어귀로 왔다. 이 옆이 백광현이 운영하는 약방이라던가.


남여가 광통교 어귀에 있는 서화전 앞에서 멈추고, 김석주의 둔중한 목화가 내려섰다. 김석주는 거들먹거리듯이 뒷짐을 지고서 한걸음한걸음 서화전을 향해 걸어갔다. 서화전 문틈에선 젊은 사내와 계집이 시덥잖게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 그만...누가 오면 어쩌려고..."

"어쩌긴. 그땐 종이 속의 그림이 아니라 공기 속의 그림을 보여주는 게지."


달뜬 목소리로 말하는 이는 누군지 보나마나였다. 김석주는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저었다. 참으로 못 말리는 놈이었다. 자신이 업어 키웠으니, 열세살의 나이차는 접어두고, 아들이나 다름 없었다. 헌데...김석주의 목구멍에 콱 걸리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김석주는 바로 문을 열어젖히고, 서화전 안으로 들어섰다. 사방의 벽은 물론 허공에도 온갖 족자들이 주렴처럼 걸려서 시야가 듬성듬성 가로막혔다. 하지만 남녀의 들뜬 신음소리는 그대로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미친놈!"


석주는 자신의 코밑까지 내려오는 족자 하나를 사납게 밀치고 서화전 구석으로 들어갔다. 붉은 매화가 바위와 함께 절파풍으로 그려진 그림이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바람결에 붉은 매화도 흩날리는 듯 했다. 이 서화전 자체가 허공에 걸린 족자들로 굽이굽이 미로를 이루는 곳이었다.


천정에서부터 고드름처럼 매달린 족자들로 드문드문 시야가 가려졌는데도, 김석주는 이미 여러번 와본 듯이, 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똑같은 매화도梅花圖만 골라서 툭툭 치며 지나쳤다. 그렇게 절파풍의 매화도만 찾아서 지나오길 여섯차례...알게 모르게, 지반이 살짝 꺼진 듯한 지점에 이르렀다. 일곱번째 매화도는 허공이 아니라 벽에 걸려 있었다.


김석주는 벽에 걸린 족자의 뒤로 손을 넣어 뭔가를 힘껏 잡아당겼다.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발치가 기울어졌다. 그리고 남녀가 낯뜨겁게 맞물리는 소리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워낙 비대한 몸집 탓에 더는 구덩이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랫배조차 들어가질 않으니 윗배는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김석주는 허벅지에서 딱 걸려버리자, 짜증스레 몸을 뒤집었다. 고개를 문틈으로 갖다대니, 밀실에서 어슴푸레한 초롱 아래 벌어지는 광경이 두눈에 들어왔다. 방안 여기저기에 붉은 안료를 사내가 계집의 알몸 여기저기에 그려놓은 붉은 매화를 혀로 핥아서 지워내는 참이었다. 계집의 왼쪽 가슴에 그려놓은 다섯개의 홍매화 꽃잎 중 하나가 사내의 혀끝에서 이 좁은 틈새로 들어가서 저 짓거리를 하는 연놈들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범화야....!"


남들 눈엔 쉽사리 띄지 않는 한칸 정도의 구덩이에서 남녀가 서로 얼싸안고 한몸이 되어 그를 쳐다보았다. 다섯계집의 비명소리가 좁은 구덩이에서 진동했다.


"혀, 형님..."


알몸의 사내도 문틈의 김석주를 쳐다보고 당황해서 두손을 움찔했다. 움츠린 두손으로, 사내는 계집의 속곳치마에 가려진 자신의 하복부를 힐끔 내려다보고선 김석주에게 멋쩍게 웃어보였다. 김석주의 눈꼬리가 사납게 꿈틀거렸다.


"여기 주인은 어딜 가고 왜 여기서 노닥거리는 거냐..."

"그게...침 맞으러..."

"어린 놈이 침은..."


그 폭발직전의 눈초리에 신범화는 그저 찔끔 시선만 피했지만, 계집은 어깨를 움찔 들썩였다. 저 두줄기 시선은 자신의 온몸을 구석구석 혀로 핥는 것이 아니라, 쌍장부끌로 긁는 느낌이었다. 옷자락 위로 시선이 닿는 것 만으로도 오돌토돌 소름이 끼치는데, 맨살에 겨우 속곳차림인 지금은 아예 오슬오슬 오한이 일었다.


"오랜만이구나, 상아야."

"..."


상아는 두려운 마음에 손가락을 옹그렸다가, 다시 뻗어서 신범화의 팔뚝을 붙잡았다. 손가락끝에 닿는 신범화의 굵은 힘줄이 살짝 굼틀했다. 신범화는 상아의 떨리는 손가락을 힐끔 내려다보고선 이내 석주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형님..."

"병...판대감..."


상아를 보면서, 김석주는 지겨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상아는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저 눈빛을 그녀는 익히 알았다. 자신을 볼 때마다 시야에 걸리적거리는 족자들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 되던 대비 김씨가 바로 떠올랐다. 사촌지간이라더니, 저 권태로운 눈빛마저 닮았나 싶었다.


상아를 보는 김석주의 두눈엔 아무 온기도 없었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보듯이 그저 담담했다. 석주는 상아를 힐끗 보고는 신범화를 손짓으로 불러냈다.


"나오거라."

"형님..."


신범화는 움찔해서 상아를 쳐다보았다. 방금 상아를 보던 이종형의 눈빛이 너무 심상해서 외려 심상치가 않았다. 자신의 이종형은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계집을 보고도 돌같은 평정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돌같이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길가의 돌을 보듯이 볼 때는 이유가 있었다.


상아 역시 김석주에게서 싸한 느낌을 받았는지 다소 새침한 인상을 줄 정도로 깊은 눈매가 굳어졌다. 이슥한 어둠 속에서 유독 커진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상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의 팔뚝을 더욱 꼬옥 붙드는 것을 느끼고, 신범화는 갈등어린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어서."


신범화는 자신이 지금 이종형을 따라나서면 상아에게 무슨 일이 닥칠 지를 어렴풋이 직감했다. 이종형이 성균관을 놔두고 굳이 이곳 서화전으로 자신을 찾아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필시 상아일 터였다. 왜 갑자기 상아의 목숨이 필요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팔뚝을 붙든 상아의 손가락을 나머지 손으로 가만히 감싸는가 싶더니, 이내 한손가락씩 떼어내었다.


"나리..."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상아를, 신범화는 가만히 돌아보았다. 열띤 눈빛으로 상아를 보던 신범화의 시선은 벌써 시들해진 채였다.


"다녀오겠소."


신범화가 조용히 대꾸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아는 세차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신범화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느낌은 좋지 않은데, 확실치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서, 접시처럼 생긴 필가에 놓인 붓을 하나 거꾸로 쥐었다. 여차하면 붓끝으로 찌르면 될 것 같았다. 그런다고 될 턱이 없는데도, 그렇게라도 쥐어야 마음이 놓였다.


신범화는 밀실 구석으로 갔다. 이곳 밀실은 입구와 출구가 달랐다. 어쩔 수 없었다. 미끄럼을 타게끔 고안된 문짝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는 가만히 구석 아래쪽에 놓인 또다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문짝이 삐그덕거리며 열리더니, 신범화가 어딘가로 올라갔다.


"나리!"


동시에, 입구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상아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신범화를 불렀다. 하지만 신범화는 어깻죽지가 굳어지는가 싶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걸음씩 서슴없이 떼었다.


석주는 열린 문짝을 더욱 벌리고서 한줌의 온기도 없는 시선으로 그저 문틈에서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발치의 틈새로 벌어지는 광경을 나른히 지켜보았다. 사내 하나가 끈 하나를 갖고 양끝을 양쪽 손목에 친친 감아서 그러쥐고 팽팽하게 당기면서, 상아에게로 한발한발 다가서는 참이었다. 이 구덩이의 비밀은 세상에서 두 부류의 사람들만 알았다. 오직 피를 나눈 사람, 그리고 피를 흘린 사람...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상아는 후자였다.



밀실을 밝히던 초롱은 불빛이 점점 흐리터분해졌다. 그저 오른손을 잃은 알몸의 시신 하나를 어슴푸레 비출 뿐이었다. 반시진쯤 흘렀는지, 시신에는 선홍색 시반이 한점두점 피어났다. 신범화가 그려놓은 홍매화 주변으로 시반이 피고, 또 피어, 어느 것이 홍매화고, 어느것이 시반인지, 한눈에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시반과 꽆잎이 뒤섞인 뒤에야,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물수건을 든 그림자가 밀실 안으로 뚜벅뚜벅 들어와서, 시신 위를 드리웠다. 그림자의 손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져서, 시신의 우묵한 가슴골을 적셨다.


"다녀왔다."


신범화는 침울하게 중얼거리면서, 상아의 시신 위로 무릎을 꿇고 물수건을 가져갔다. 물기를 덜 짠 수건으로 그는 상아의 왼쪽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목에 졸려 죽은 시신답게, 검푸르거나 검붉은 시반 대신 선홍색의 홍매화 꽃잎같은 시반이 생겼다. 헌데 상아의 목주변엔 일一자 형태의 흰 교흔絞痕이 남았다. 그리고 오른손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약간의 피가 흥건했다. 피가 굳기도 전에 시신의 손목을 잘랐던가. 끔찍했다. 뒷걸음질치는 신범화의 머리 위로, 문틈에서 또 다시 김석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안 지우고 뭐 하느냐?"

"벌써 붉은 반점이 생겨서..."


선홍색 시반이 뒤덮은 뒤라, 도무지 홍매화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디에 그려넣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가슴언저리 어디였던 것 같은데...거기도 시반이 있었다. 하지만 김석주의 대꾸는 건조했다.


"시반 말이냐? 그러게 좀더 빨리 오자고 했잖으냐."

"..."

"그냥 다 지워라. 닦다보면 지워지겠지."

"어차피 시반 때문에 안 보이는데..."

"그래도 지워라. 네가 오해받지 않으려면."

"..."

"깨끗이 지워라. 홍매화 한닢도 남겨두지 말고."

"..."


김석주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신범화는 물수건으로 상아의 왼쪽 가슴을 벅벅 힘주어 문질러서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운이 쭉 빠졌는지 무릎이 똑바로 펴지지도 않았다.


"다 지웠느냐?"


신범화의 등줄기 위로 김석주의 음성이 들렸다. 신범화의 등줄기가 꿈틀거렸다. 이종형의 목소리를 들었더니, 어깻죽지에 오한이 일었다.


"이럴 필요는..."

"대비전하께서 필요하시다 하셨다."

"예?"


신범화는 두눈을 깜빡였다. 대비전하께서 상아의 시신이 필요하다 하셨다고? 그 말이 어쩐지 오싹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종형의 메마른 음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백골 한구가 필요하다 하시더군. 더불어 저 아이의 오른손도."


이종형 김석주의 얘기를 들으면서, 상아의 사라진 오른손을 보는 신범화의 눈시울이 실룩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물론 그는 들을 자격이 있었다. 여태 이종형의 모든 공작엔 자신도 깊숙히 관여해 왔었다. 오직 더운 피를 그의 손에 직접 묻히는 것만 제외하고.


"형님, 왜...이런 일은 석하에게 시키지 않는 겁니까?"


신범화는 상아의 시신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이상했다. 물론 자신도 이종형이 애지중지하는 존재니까, 또 재주라곤 글 짓고 그림 그리는 것 뿐이니까 사람 목숨 끊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곤 해도...왜 석하 그놈에겐 시키지 않는 걸까.


"석하? 그 아이는 왜?"

"형님이 저보다 그 아이를 더 아끼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누구는 깨물면 아프고, 누구는 덜 아프신가 봅니다?"


신범화의 푸념에 김석주는 가만히 눈시울을 실룩였다.


그는 오른손을 좍 펼쳐서 자신의 다섯손가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자신의 엄지부터 검지, 중지, 약지, 애지 순으로 한입씩 깨물어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 다섯손가락에서...엄지는 바로 나, 검지는 너, 중지는 사명이, 그리고 약지와 애지가 석하랑 도연이다. 그러다 보니...너랑 사명이는 더 자주 쓰는 손가락이고, 석하랑 도연이는 그냥 아껴두는 손가락이지. 용도가 다를 뿐, 물면 다 똑같이...아프다. 아파."


김석주는 가만히 자신의 약지를 깨물었다. 물론 깨물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아팠다. 아렸다. 김석주는 이빨자국이 난 자신의 약지를 내려다보며 신범화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재산루의 기밀이 줄줄 샌다. 한번 알아봐라. 누구 짓인지."

"기밀이...새다뇨?"

"중궁이 우리 재산루에 왔을 때도, 내가 전하께 고하지도 않았는데 전하께서 알고 들이닥치셨다. 내가 최석정을 진천에서 남인들의 음모를 이용해서 죽이려 했을 때도, 그놈이 무사했다. 이번에 옥당 공좌부를 빼돌리기로 얘기가 된 것도, 누군가 전하께 밀고하여, 전하께서 사전에 반하를 칠해두셨다."

"허면..."

"우리 재산루에...전하의 쥐가 있는 것이지."


김석주는 아직도 이빨자국이 가시지 않은 약지를 내려다보았다. 부디 석하가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자신을 배반하는 건, 이 다섯손가락 중엔 없어야 했다. 그는 꿈틀대는 자신의 약지를 또 깨물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씹었다. 시꺼먼 멧돼지 같은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정말로 석하는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이런 한줄기 바람 자체가 이미 의심이었다.


작가의말

실록에서 끔찍한 글귀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저런 발언이 어떻게 가능했나 이상할 정도였죠. 기록된 것 자체도 신기합니다. 지금까지의 에피들이 그 사건과 함께 엮일텐데요. 쓰는 과정이 참 피를 말리네요.


전 습작으로도 배드엔딩이나 새드엔딩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새드엔딩은 역시나 자기와의 싸움이 아닐까 싶네요. 기록으론 여주인공이 죽는 배드엔딩인데, 설정으론 새드엔딩으로 여주를 살려둘 법한 장치들까지 해둔 탓에, 더 힘이 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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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4.11.17 08:30
    No. 1

    숙종이나 대비나 막상막하입니다
    그 사이에 명석한 중궁이 죽어나가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11.17 14:09
    No. 2

    역사에 기록된 진홍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결국 숙종은 제 에미를 못 막은 것이 군요.
    근데 웬지 막장드라마 같아요. ㅎ
    시에미가 착한 며느리 잡아먹고 그 중간에서 아들 병신되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12.22 16:49
    No. 3

    역사대로 가면 배드엔딩
    진홍이 살아도 새드엔딩
    그래서 다음화 읽기가 살짝 겁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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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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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89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4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8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4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0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2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2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2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5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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