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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연재수 :
3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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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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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0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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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212

DUMMY

은금빛 햇살이 장지문에 발렸는지 하얗게 반짝였다. 숙종은 아침 햇살에 눈꺼풀이 저절로 가벼워지는데도, 애써 눈을 감고 금침衾枕에서 계속 뭉그적거렸다. 솜털같은 햇살이 눈두덩을 살살 문지르는데도, 오히려 두눈이 따가웠다. 오늘따라 눈을 뜨고 싶지 않았던 탓일까.


"즌하, 이만 기침起枕하시옵소서."


헌데 모기 날갯짓 만한 두광의 목소리까지 고막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고 장지문을 노려보았다. 기분이 나빴다. 환한 아침햇살이 장지문 틈새로 비비적거리는 참이었다.


"즌하..."

"..."

"즌하..."

"..."

"내옥에도 남들의 눈과 귀가 있사옵니다. 배후를 잡아넣든 놓아주든 속히 서두르셔야...."

"나도 안다. 그만 좀 불러라."


두광이 장고상궁처럼 입안의 혀가 엉기는 듯한 발음으로 불러대자, 숙종은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리듯 대꾸했다. 이상하게도 눈도 못 뜨면서 잠도 못 잔 기분이었다. 밤새 선잠을 자면서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부대꼈다.


어마마마일까...


가온을 겁박하여 자진하게 만들었을 만큼 독한 어미였다. 또한 자신의 침전으로 지밀궁녀들을 밀어넣어도 끝내 승은을 입지 못하자, 저들을 스스로 목을 매어 죽게 했다. 그렇게 요금문으로 실어보낸 궁인들의 시신들만 둘을 보았다. 요금문 외에도 장고의 암굴로 빼돌린 시신들도 있으니, 역시 어미의 소행일 것이 뻔하였다. 이미 돌아가신 할미 역시 의심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헌데 중궁은?


중궁일 리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궁은 아니었다. 7년 전 자신도 어미의 강요에 못 이겨서 궁인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면, 중궁도 똑같은 괴물이 되었을까.


괜히 눈꺼풀이 뜨겁고도 따가운 게, 뙤약볕에 뜨겁게 달궈진 사판의 모래로 문지르는 듯한 작열감이 들었다. 숙종은 경대로 굳이 눈자위를 살펴보지 않아도, 붉은 실핏줄이 도드라져 있을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자기라도 했는지, 눈이 뻑뻑하고 쩌릿했다. 숙종은 그 핑계로 위안을 삼고 도로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웬 개더냐?"


갑자기 장지문 밖에서 중궁의 목소리가 들렸다. 숙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장지문을 쳐다보았다. 박석이 깔린 마당 한켠에 있어야 할 놈이 중궁의 눈에 띄었다는 것은, 그놈이 최소한 섬돌까지 올라왔다는 건가, 아니면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중궁이 섬돌을 딛고 내려왔다는 건가.


"중궁?"


숙종은 당장에 이부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간밤에 중궁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꿈결이 아니라 잠결인 모양이었다. 며칠간 서온돌에 누워 있기만 하던 중궁이 대청이든 섬돌이든 밟은 것이니. 조바심이 나서 숙종은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지문 밖으로 뛰쳐나오니 대청에도 중궁의 모습은 없었다. 치맛자락도 보이질 않았다. 열려있는 서온돌 장지문 너머에도 없었다. 섬돌 아래로 내려선 것이 분명했다.


"중궁!"


숙종이 소리쳐 부르며 득달같이 동온돌에서 뛰쳐나와 대청 한복판으로 나오자, 비로소 섬돌에 걸터 앉은 진홍의 모습이 보였다. 월대까지 올라와서 어떻게든 추녀 밑 그늘로 파고들어 햇볕을 피하는 삽살을, 섬돌까지 내려온 진홍이 신기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참이었다. 양화당과는 달리 통명전 툇마루 밑은 삽살이 숨어들 만한 틈새도 없었다.


"중궁!"


자신을 부르는 지아비의 음성에 진홍은 깜짝 놀라 두눈을 크게 뜨고 뒤돌아 보고선 해사하게 웃었다.


"전하?"

"왜 나왔소? 뱃속의 아기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뱃속 아기가 답답해 하여 나왔습니다."

"뭐요?"

"정말이옵니다. 자꾸 신첩에게 발길질을 했사옵니다."

"..."


살짝 미덥지가 않아서, 숙종은 실눈을 하고 진홍을 흘겨보았다. 하기야 벌써 열흘 가까이 한여름에 방구들 신세를 졌으니 오죽할까 싶었다. 섬돌도 못 밟고 온종일 누워만 있자니 오죽 답답했을까 싶었다.


"이런 불효가 있나. 제 어미한테 발길질을 해대다니."


자못 진지한 얼굴로 숙종이 꾸지람을 던지자, 진홍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녀는 따스한 체온이 감도는 손을 가만히 배에 얹고 손에 잡히는 태동에 온신경을 기울였다. 이렇게 뱃속에서 꿀렁이는 감각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마음이 놓였다.


헌데, 입가에 타락죽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배를 쓰다듬다 보니, 반대로 지아비의 입가는 굳어있었다.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단어 하나가 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듯한 눈빛이었다.


"전하?"

"불효...하기야 불효가 불효를 낳지..."


숙종은 쓴침을 애써 삼키고서 고개를 틀었다. 자신을 슬그머니 보는 진홍의 시선이 느껴진다 싶었더니, 정말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참이었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소?"

"전하께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아...아직은..."


아직은 무슨 일이 생겼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했다. 숙종은 진홍이 동온돌에 들러 무술일기를 보았을까, 못 보았을까를 잠시 가늠해 보면서 흐리터분하게 대꾸했다. 그런 숙종의 용안을 빤히 보면서 진홍도 자신이 한귀퉁이나마 보았던 무술일기 몇자를 떠올려보는 참이었다.


금이? 교전비? 무술년 십일월?


날짜를 적고, 또 궁체로 반듯하게 정서한 것 자체가 자신이 우연히 보았던 동관록과 형식이 흡사했다. 그 동관록의 둘째장에 적힌 글자는 경술일기였던가. 얼마 보다가 지아비한테 빼앗기긴 했어도, 대강은 읽었었다.


그런데 무술년이라니...무술년의 교전비라면 필시 시어미의 교전비일 터였다. 그 교전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아비가 찾아보다 잠들었는지는 몰라도, 지아비가 궁적을 뒤적인 것도 그 궁녀의 신상을 확인하려던 것 같기도 하였다. 아니면 또 다른 궁녀였거나.


상아는 잘 있을까.


진홍은 교전비란 단어에 신경을 쓰다가 문득 상아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자신이 입궁할 때 교전비로 따라왔던 상아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상아는 자신이 김석주와 내통한 이유를 속시원히 밝히질 않았다. 그대로 입을 꾹 닫아서, 지아비가 내옥에 보내려고 하기에 서둘러 내보냈던 상아인데,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물론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만으로도, 불에 데인 후의 화상처럼 쓰라렸지만.


생각에 잠긴 채로 손으로 섬돌 모서리를 짚는데, 모서리는 커녕 말랑하고 말캉한 것이 손에 잡혔다. 은금빛 긴 털이 진홍의 수중에서 반짝였다. 진홍은 화들짝 놀라서 헛숨을 들이키고, 이내 복중의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두손으로 복부를 감쌌다. 금세 복부가 딱딱해지는 느낌이라, 어떻게든 두손의 체온을 뱃속에 전달해서 아기를 안심시켜야 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진홍이 뱃속에 말을 거는 것을 보고, 숙종은 피식 웃고 말았다. 회임은 중궁을 무력하게도 만들고, 강인하게도 만드는 느낌이었다. 매양 상의喪衣 아니면 포의胞衣를 입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상 회임 중인 신세였다. 그래선지, 진홍은 늘 남들이 열걸음 걸을 동안 고작 세걸음을 걸었다. 그것도 항상 발치를 조심하고, 옆구리를 조심하고, 그렇게 내딛는 걸음 한발짝한발짝을 조심했다. 지금도 삽살에 놀라고도 뱃속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정작 자신이 괜찮은지 어떤지는 모르면서.


"괜찮소?"

"예, 예 전하."


진홍은 손끝의 체온이 뱃속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웃어보였다. 그러자 숙종도 손을 뻗어서 진홍의 손등을 부드럽게 거머쥐었다.


"그러게 왜 나와서..."

"아지가 밖에 나가자고 성화여서..."


진홍은 혀를 살짝 빼어물고 복부를 손바닥으로 동글게 문질러 보였다. 숙종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진홍이 가끔씩 자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뱃속 아기 핑계를 대는 게 이상하게 약은 오르는데 밉지가 않았다. 지아비의 말문이 막히자, 진홍은 살며시 눈길을 내리깔고 발치의 삽살을 내려다 보았다. 은금빛 털에 눈두덩이 파묻힌 채로 선잠을 자는 모습이 마냥 신비로웠다. 자신도 모르게 손길을 뻗어 은금빛 털끝을 어루만지고 말았다.


"조심..."

"예?"

"물면 어쩌려고..."

"순하게 생겼는데..."

"순해? 이 개가?"

"보시옵소서. 짖지도 않사옵니다."


진홍이 삽살의 부드러운 등줄기를 쓰다듬자, 삽살은 꼬리를 살랑거렸다. 숙종은 그 모습에 기가 차서 눈을 흘겼다. 생각해 보니 이 개의 주인은 김석하였다. 그 개를 진홍이 만지는 것도 마뜩치가 않았다.


"안 짖긴. 이놈이 어제 하도 짖어서 양화당이 무너질 뻔 했소. 알고 보면 아주 사나운 개요."


숙종의 말에 삽살은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을 하듯 푸르르 떨었다. 자기는 아무나 보고 짖는 게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건지, 진정으로 억울함이 듬쑥하게 넘쳐나는 눈망울로 진홍을 쳐다보며, 다시 한번 고개에 힘을 주어 부르르 떨었다. 진홍은 삽살이 말귀도 알아듣나 싶어서 두눈을 초롱초롱하게 반짝였다.


"자기는 아니라는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말귀를 알아듣는 걸 보니 영물...아니 영방靈尨이라도 되나 보옵니다?"


진홍이 두눈을 반짝이며 되묻는 모습에 숙종은 배알이 뒤틀렸다. 어쩐지 두광이 분합문 밑에 서서 얄궂은 눈빛으로 자신을 보며 실실거리는 것만 같았다.


"영방? 영방은 영방이지."

"허면 정말 달을 보고 짖사옵니까?"

"달이 아니라 귀신."

"예?"

"귀신을 보면 세번을 짖는다지. 헌데 게을러서 처음 세번만 짖고, 그 뒤론 짖지 않는다나."

"귀신..."

"그래도 이놈이 있으면 귀신이 도망간다니, 중궁을 지켜주긴 할 거요."


숙종은 진홍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서 해쓱하게 웃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서 선잠 속에 온갖 생각을 거듭해서일까. 얼굴이 갓 짜냈다가 도로 데운 소젖 표면처럼 굳어서 쭈글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진홍을 보면 팽팽한 신경이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일각만 더 이대로 섬돌에서 함께 햇볕을 쬐는 것도 좋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통명전 담장 위로 시꺼먼 것이 불쑥 솟아나와서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휘젓는 것이 보였다. 얼핏 봐도 내관이나 문관들이 주로 쓰는 사모紗帽의 모정帽頂(사모 정수리)였다.


숙종은 도로 신경이 곤두선 눈초리로 등뒤에 시립한 두광을 돌아보았다. 두광 역시 담장 위로 삐친 사모 꼭대기를 보고 예민해진 터였다. 허리를 쭉 펴고 담장 쪽을 내려다 보니, 귀옆에도 귀뒤에도 사모뿔이 없었다.


"전하...전수典需(내수사를 책임지는 정5품 내관)나리 같사옵니다."


두광이 나지막이 고하는 말에, 숙종은 미간을 살짝 찡그린 채로 진홍을 보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도무지 미간이 펴지질 않았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숙종은 은밀히 양화당에서 내수사 전수를 독대하다 보니, 아침 문후가 평소보다 반시진이나 늦었다.


"오늘은 주상께서 아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


대비김씨는 지밀나인 하나가 다반에 국화차를 받쳐들고 들어오는 것을 힐끔 쳐다보곤, 숙종이 힐끗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곁눈으로 아들의 옥안을 훔쳐보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화차 향기에 숙종은 눈시울을 살짝 꿈틀꺼리며 아럣입술의 각질을 물어뜯는 참이었다.


"주상, 그렇게 입술을 물어뜯으면 안됩니다."


어미가 손을 뻗어서 손목을 붙들자, 숙종은 살짝 상체를 뒤로 젖히며 오른손 끝을 대어 제지했다. 헌데 눈을 내리깔고 보니 괴이하게도 어미의 손끝엔 봉숭아물이 벌겋게 들어 있었다. 간혹 여름에 봉숭아꽃이 여기저기 활짝 필 무렵이면 궁녀들이 꽃잎을 따다가 돌로 찧어 소금이나 백반을 섞어 손톱에 얹고 봉숭아잎으로 감아서 실을 친친 동여매어 하루나절을 물들였다가 꽃물이 곱게 들 무렵이면 푸는 것을 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 딱 그 짝이었다.


어미 손톱에 봉숭아물이 든 것을 보니 숙종은 느낌이 좋질 않았다. 생선가시, 그것도 생선등뼈를 통째로 삼킨 기분이었다.


"봉숭아물을 들이셨군요."

"왜, 미망인은 봉숭아물 들이면 안됩니까?"


바로 어미한테서 삐딱한 대꾸가 되돌아왔지만, 숙종은 딱딱한 태도로 되받았다.


"안될 것은 없지만..."

"정말 너무들 합니다. 중궁이나, 주상이나, 손톱에 봉숭아물 한번 들였다고 이 에미를 아주 죄인 취급하는구려! 그러는 것 아닙니다! 주상에겐 이 어미 뿐인 걸 잊으셨습니까? 중궁은 당장 입안의 혀처럼 굴어도, 주상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것을 잊어서야 쓰겠씁니까?"


숙종의 옥음은 점점 낮게 내리깔렸지만, 대비 김씨의 옥음은 점점 높게 허공에 들떴다. 무슨 말만 하면 미망인 타령을 하며 한스러워 하는 어미인터라, 숙종도 평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봇물이 터질 듯한 어미의 음성에도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소자가 이번에 최석정을 모해하려는 자들에게 미끼를 하나 던져놓았습니다."

"그래요? 성과는 좀 있었습니까?"

"예, 어마마마. 물 반 고기 반이더이다."

"저런, 월척도 낚으셨겠구려."


어미의 말에 숙종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어미의 손톱에 또 머물렀다. 엄지와 검지를 제외하고 세손가락씩 물을 들였는데, 어쩐지 봉숭아물을 들이다 만 것처럼 빛깔이 흐리터분했다. 그나마 아주 오랜 시간을 물들이진 않았는지, 손가락끝도 불그스름하긴 해도 덜 쭈글거렸다. 숙종의 눈동자가 잠시 연민으로 흔들리다가 다시 분노로 휘감쳤다.


"월척이요? 낚기 직전이지요."

"헌데 왜 그 얘기를 어미한테 하는 겝니까? 설마, 이 어미를 의심하는 겝니까?"

"왜 하필 지금입니까?"

"무슨...?"

"옥당공좌부를 만진 사람들은 식초를 만지면 손끝이 조금이라도 벌개지지요. 하여 어마마께오서도 일부러 봉숭아물을 들이신 것이 아닙니까? 봉숭아물을 들여서 손끝의 홍변을 감추시려고 말이옵니다."


대비 김씨는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는 아들의 시선이 그저 불만이 아니라 불신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미망인이 봉숭아물을 들인 사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하필 배후를 찾는 지금 손끝이 벌건 사실을 탓하는 것이었다.


"중궁이 그럽니까?"

"중궁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중궁은 왜 또..."

"흥. 아무 것도 모르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중궁이 어찌 그리 주상을 쥐락펴락 하겠습니까?"

"괜히 중궁을 물고 늘어지지 마시고, 옥당공좌부가 어디 있는 지나 말씀햬 주소서..."

"글쎄 이 어미는 모르는 일입니다. 뭘 알려면 중궁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어마마마!"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뒷방 늙은이가 뭘 알겠습니까? 난 모릅니다! 몰라요!"


숙종은 가슴 속에서 불길이 확 북받치는 기분이 들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자식간인데도 대화가 통하질 않았다. 빨리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았다.


"허면, 장고 열쇠나 좀 빌려주소서."

"장고 열쇠요?"

"당장 강초가 더 필요해서 장고상궁을 찾았는데, 사라지고 없더이다."


대비 김씨는 대답도 못하고 숙종을 쳐다보았다. 아들의 얘기에 적이 놀란 눈빛이었다. 한참 만에 그녀는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눈빛으로 숙종을 보며 되물었다.


"장고상궁이 사라져요?"

"예, 어마마마."

"오늘내일 하는 노인네가 웬일로요?"


숙종은 어미의 속내를 꿰뚫어보려는 듯이 집요한 시선으로 동공을 들여다 보았다. 자그마한 미동도 놓치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런 아들의 속뜻을 어미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대비 김씨는 가만히 눈썹을 치켜뜨고 턱을 치든 채로 두눈을 내리떴다. 윗눈꺼풀이 하얗게 번뜩였다.


"헌데, 왜 열쇠를 이 어미한테 와서 찾는 겝니까?"

"어마마마께 있을테니까요."

"잘못 짚으셨습니다. 장고 열쇠는 전부 중궁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대비 김씨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렸다. 어미의 말을 믿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는 아들의 짙은 속눈썹도, 검은 동공도, 그녀는 비웃듯이 지켜보았다. 마치 오려붙인 종이 한귀퉁이가 바람결에 푸들푸들 떨릴 때처럼, 대비 김씨의 입꼬리는 애써 비웃음을 참느라고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 만큼은 사금파리처럼 뾰족하게 날이 섰다.


"어미는 몸이 좋지 않으니, 중궁에게 가서 찾으세요."

"중궁에게 내탕고 열쇠를 전해 주셨다구요? 언제요? 어제요?"

"중궁이 책례를 올리던 그날 내탕고 열쇠 꾸러미와 함께 주었습니다. 되었습니까?"

"같이요?"


숙종은 어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미간을 확 찌푸렸다. 중궁이 책례를 올리던 날이라면, 4년 전 탈상을 하고 정식으로 책례를 올린 그날을 말하는 건가. 정말로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다. 잠깐 회상을 하는데도, 침침하던 시야가 오히려 환히 밝아지는 듯한 착각이 드는 걸 보면, 게다가 그날 서후행의 사주로 내관과 상궁들이 산선傘扇을 빠뜨린 걸 생각하니 또 화가 치밀었다.


"그날 장고 열쇠도 같이 전해주셨다구요?"

"허면 뒷방으로 물러나는 미망인이 갖고 있어 봤자 무엇 하겠습니까?"


대비 김씨는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아들의 집요함이 이럴 때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 배로 열달 품어서 낳았고, 또 괄괄한 자기 성미를 그대로 물려 주었는데도, 참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은 지금 장고 열쇠가 중궁이 아니라 차라리 자신한테 있기를 바라는 모양이었다. 하긴, 아들에게 며느리는 이슬처럼 맑고, 연꽃처럼 고결해야 할테니.


"솔직히 말씀해 주시지요. 정말로 4년 전에 중궁에게 장고 열쇠를 전해주셨습니까?"

"그렇대도요."

"그래서, 지금 어마마마께 없다, 이 말씀입니까?"


정말로 어미까지 질리게 만드는 아들이었다. 대비 김씨는 목울대가 확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화가 치밀어 목울대를 지진 탓일까. 장고 열쇠가 중궁에게 있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아들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아들은 장고의 비밀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4년 전에 물려주었대두요. 중궁한테 달라 하세요."


대비 김씨는 제 손을 가슴에 얹고 꾹꾹 눌렀다. 울화에 울대가 터지든, 화통에 숨통이 막히든, 이대로는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겝니까? 왜 어미를 달달 볶는 겝니까?"

"어마마마..."

"장고상궁이 그냥 사라진 게 아닌가 보군요. 어디로 끌려가기라도 했답니까?"

"..."

"어미는 몸이 좋지 않으니 이만 물러가세요."

"..."


아들이 자리를 뜨거나 말거나, 대비 김씨는 결국 그대로 보료 위로 드러누웠다. 아들과의 대면에 가슴 언저리가 사납게 뒤틀리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는 가슴을 문지르고 쥐어뜯었다.


"어서 가란 말입니다. 이 어미 그만 괴롭히고..."

"어마마마께오서 열쇠를 내어주시기 않으면, 금군들을 풀어 장고의 문짝을 뜯어내야 하옵니다. 그러니 열쇠를 내어주시옵소서."


대비 김씨는 참다 못해 상체를 확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다.


"글쎄, 중궁한테 말하라니까요! 왜 이러십니까? 내가 장고상궁을 잡아먹기라도 했답디까?"

"..."

"중궁한테 가라구요! 중궁한테에!"


대비 김씨는 소리를 빽빽 지르다 말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숨을 못쉬듯이 창백해진 얼굴로 두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숙종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어미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어미는 짚단처럼 허리가 꺾여서 모시이불 위로 쓰러진 뒤였다.


"어마마마! 어마마마!"


대비 김씨는 정말로 넋이 나갔는지 대답이 없었다. 숙종은 겁이 덜컥 나서 대비 김씨의 한쪽 손목을 붙들고 그녀의 미약하게나마 뛰는 동맥을 손끝으로 느끼고 안도하면서 장지문을 향해 소리쳤다.


"여봐라! 여봐라! 어의를 부르라! 어의를!"


숙종은 장지문이 열리고 나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와 대비 김씨를 부축하는 것을 보면서 매운 한숨을 내뱉았다. 제 성질에 못 이겨서 쓰러진 어미를 보니 가슴이 헛헛했다.


금세 내의원에서 수의 이동형과 여의 둘이 달려와서 대비 김씨를 돌보았다. 여의 둘이서 대비 김씨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또 침도 놓고, 그리고 수의 이동형과 상의를 하여 화제를 쓰고 하는 동안, 숙종은 등골이 이미 척척하게 젖어버렸다. 익선관 속의 머리카락도 온통 젖어서 숙종은 손가락을 그 틈새로 넣어서 익선관을 들추었다.


"전하, 대비마마께오선 곧 의식을 회복할 것이오니, 이만 돌아가시어 휴식을 취하심이..."


수의 이동형이 권하자, 숙종은 혀끝을 틀어서 왼쪽 입꼬리에 갖다대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어미나 자신이나 둘다 이기적이고 집요한 성품이라 문제였다. 아비는 그나마 어미한테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양보하고 물러났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자신이 어미한테 져줄 성품이었으면, 진즉 김우명의 목숨을 돌봐주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쓰러져 누운 어미를 보는 숙종의 두눈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러게, 아바마마를 돌려주십시오. 소자에게로.


숙종은 아비 생각만 해도 목울대가 얼얼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지문을 나섰다. 헌데 대청을 지나 섬돌을 딛는 순간, 월대에 불긋한 옷자락이 보였다. 바람결에 나풀거리는 당의자락이 유난히도 붉었다. 숙종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발간 당저고리와 벌건 당치마를 입고 잰걸음으로 걸어오는 저 얼굴은, 여기서 보여서는 안되었다. 등뒤로 봉이와 우희를 비롯해서 중궁전 나인들이 잰걸음으로 뒤따랐다. 숙종의 발 뒤꿈치를 잡고 목화를 신기려던 두광 또한 놀라서 눈치를 보았다.


"중전마마께서 왜 여기에..."


진홍은 숙종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반갑게 두눈을 반짝였다. 진홍은 보조를 늦추어 일부러 뜬걸음으로 다가갔다. 한손을 복부에 얹고서, 혹시라도 배가 차가워졌을까 조심하며, 처음부터 뜬걸음으로 걸어온 척 그렇게 느릿느릿 걸어왔다. 잰걸음으로 달려왔다고 지아비가 걱정할까봐서 일부러 느리게 걷는 모양이었다.


"전하!"

"왜 또..."


숙종은 진홍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흘겨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할 말을 잃었다. 진홍의 검은 동공에 별빛이 어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자신을 볼 때면 저렇게 두눈이 반짝이는 모습이 좋았다. 밤에나 볼 수 있는 별이, 낮에도 볼 수 있고, 손이 닿지 않는 빛이, 손이 닿는 현실이 소중했다. 그런데...


장고 열쇠가 중궁에게 있다고?


어미는 장고 열쇠가 중궁에게 있다 했다. 정말로 중궁에게 있을까. 그것도 4년 전에 벌써 책례를 마치고 중궁에게 물려준 것이라니. 4년 동안 장고 열쇠가 중궁에게 있었다면, 통명전 우물에서 장고 암굴로 옮겨진 손뼈도 중궁의 소행이라는 얘긴지. 머릿속이 온통 뒤숭숭했다.


"어마마마께오서 쓰러지셨다 하여...헌데 전하, 전하께오서도 쓰러지실 것 같사옵니다. 안색이..."


진홍은 고운 옥수를 뻗어서 지아비의 손을 가만히 붙들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지아비의 손가락끝이 차가웠다. 얼마나 노심초사 하였기에 손끝이 이토록 더운 한여름에도 얼어붙을 수 있는 건지. 진홍은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검은 눈동자에도 그늘이 일렁거렸다.


"전하, 손이 차옵니다."


진홍은 두손으로 숙종의 두손을 감싸쥐었다. 자신의 체온으로 지아비의 손을 데우려고, 문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아비의 손끝은 그럴수록 더 차디차게 식었다. 진홍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눈을 깜빡였다. 지아비는 자신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오히려 더 손끝에 냉기가 도는 모양이었다. 멍청히 자신을 쳐다보면서, 오히려 그 시선은 자신의 동공 속으로 파고들어 이상했다.


시어미가 아니라 진홍 자신을 염려하는 눈빛이었다. 불안과 불신이 점철되어 명멸했다.


도대체 왜?


"전하...?"

"혹여...장고열쇠가 중궁에게 있소?"


숙종은 기어이 묻고 말았다. 한번 의심이 가슴 속에 싹트면 숨길 수도, 삭일 수도 없었다. 체온과 체온을 나누는 사이인 탓에, 금세 들키고 말았다. 그러니 차라리 털어놓고 비워내는 편이 나았다. 무엇보다, 당장 지금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진홍의 손에 장고 열쇠가 들어간 사실부터 싫었다. 제발 없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없어, 없다고 해. 없다고 하라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조급한 조바심에 아랫입술을 달싹였다. 영문도 모르는 진홍의 눈길엔 오한으로 파르르 떠는 것 같기도 했다.


"예, 전하."

"그렇지, 없는 거지?"

"있사옵니다."


오늘따라 지아비가 이상했다. 진홍은 시선을 비끼고 지아비의 용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장고열쇠가 있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답했는데, 없다고 알아듣다니. 마치 그녀에게 장고열쇠가 있냐고 물으면서도, 없기를 바라는 눈치었다. 없다는 대답을 듣기 위해 물은 것이 분명했다.


"왜...그러시옵니까? 뭐가 잘못 되었사옵니까?"

"언제...받은 게요? 언제부터..."


묻는 숙종의 음색은 뜨겁게 달궈진 사판의 모래알을 한모금 가득 삼킨 듯 하였다. 진홍은 아니었다. 아니어야 했다. 진홍이 궁녀를 죽일 이유가 없었다. 죽여서도 안되었다. 이건 역시 어미의 함정이었다. 장고상궁이 내옥에 갇히자마자 발 빠르게 진홍에게 장고열쇠를 넘겨주고, 자신의 죄를 덮어씌우려는 술수였다.


"책례가 끝나고...바로 전해 받았사옵니다. 어마마마께요."


누가 줬느냐고 묻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시어미에게 이어받은 것을 알고 묻는 것이 뻔했지만, 진홍은 신경이 저 안의 시어미에게로 쏠린 탓에 자기도 모르게 덧붙였다. 지아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시어미에게 장고열쇠를 물려받은 것이 뭐가 문제란 얘긴지. 하지만 진홍의 대답에 숙종의 눈동자는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정녕...책례가 끝나고 받은 거요?"

"예, 전하."

"혹여...장고의 비밀도 물려받은 거요?"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듯한 눈빛이었다. 너무도 간절했다. 숙종은 다시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도 석하의 안내로 장고 암굴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장고의 비밀만 알면,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겐 열쇠가 필요하지만, 아는 사람에겐 열쇠가 필요 없었다. 언제 열쇠를 물려받았는지 그 시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비밀을 아는 그 시점이 문제였다.


"비밀이요?"


진홍이 의아히 되묻는 순간, 숙종은 자신들에게로 쏠리는 주위의 시선을 느꼈다. 여기저기 엿보고 엿듣는 눈과 귀가 많은 곳이었다. 자칫하면 모든 혐의가 중궁에게 쏠릴 수도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돌아가서 얘기합시다."


숙종은 성큼성큼 걸어서, 노둣돌 앞에 내려놓은 소여小輿 앞으로 다가섰다. 별감 8인이 숙종의 눈치를 보며 끌채를 쥐었다. 진홍은 슬그머니 숙종의 눈치가 보이는 듯, 두손을 소맷부리에 넣고서 등뒤의 측근들을 돌아보았다. 고작 아홉살인 우희야 진홍에겐 어떤 조언 상대도 되지 못한 탓에, 그저 고개를 들어 숙종의 유모 이씨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혹시라도 왕이 중궁을 꾸짖으면 나서서 감싸달라는 눈빛이었다.


"왜 봉련鳳輦을 타지 않고..."


역시나 왕이 바로 진홍을 질책하자, 상궁 이씨가 한발 옆으로 나섰다. 왕의 유모답게 외명부 종1품 봉보부인에 오른 덕에, 이씨는 여느 궁인들과 달리 아청색 당저고리와 산호색 당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파란琺瑯을 입힌 매죽잠까지 꽂고, 나들이 기분을 한껏 내어 찾아온 모양이었다.


"봉련은 답답하시다 하시어..."

"유모는 언제 왔소?"

"중궁전하의 유모 한씨가 저더러 자주 들러서 뫼시라고 하여..."

"언제 왔냔 말이오."

"좀전에...오자마자 소식듣고 달려왔나이다."

"허면 좀 말리지 그랬소. 같이 올 바에야."


숙종은 한숨을 푹 내쉬고선 진홍을 보고 소여에 타라고 눈짓을 하였다. 진홍은 불안한 눈빛으로 소여를 보고서 한발두발 뒷걸음질을 치며 복부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차라리 자신의 두다리로 걷는 편이 낫지, 오히려 소여에 타는 것도 불안한 탓이었다. 소여는 옥개도 없이 등걸이와 팔걸이만 있었다. 지아비가 워낙 더위를 타는 탓에, 봉련이나 교자보다 남여를 더 선호하여, 타고 온 것도 소여였다.


"바로 요 아래니...그냥 걸어가겠나이다."

"그 몸을 하고 어찌..."

"회임 중엔 많이 걸어야 한다고 하신 건 전하시었사옵니다."

"그건 그때고, 지금은 무조건 누워 있으라고 말했었소."

"..."


그래도 진홍이 두손으로 복부를 가리고 끄떡도 않자, 숙종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뱃속 아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한 진홍이 장고에 백골사체를 숨기고 하는 등의 일에 개입했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어미의 농간인가 싶었다.


"두광아! 네가 직접 몰아라."

"예에?"


뜻밖의 분부에 두광은 미간이 일그러져서 소여를 내려다 보았다. 사실 이 수레를 드는 것은 2인으로도 충분했다. 긴 끌채를 거느냐, 짧은 끌채를 거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었다. 짧은 끌채에 멍에목을 마디마디 가로질러놓고 들고 갈 뿐이었다. 그러니 별감 한명에다 두광, 그렇게 둘이서만 끌고 가도 되었다.


"중궁이 불안해 하지 않으냐?"

"참, 별걸 다 시키시옵니다."


두광은 죽을상을 하면서도 할 수 없이 끌채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별감들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남여를 모는 것은 여름에는 여름대로, 겨울대로 힘들었다. 겨울엔 손끝이 얼어붙어서, 여름엔 손바닥에 땀이 나서 고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중궁을 소여에 태우는 일을 거북하게 느낀 것은 다른 이유였다.


아무리 한 떨기 꽃 같은 중궁이라 해도, 지금은 회임 중이었다. 더군다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산의 기후가 있다 하여 통명전 섬돌도 밟지 못한 그녀였다. 자칫 가마가 흔들리거나, 넘어지거나, 부서지거나 하면,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다. 두광은 끌대 앞으로 와선 평소 자신이 눈여겨 보던 별감 한명에게 가서 어깨동무를 하듯 와락 끌어안았다.


"같이 드십시다."

"..."


두광에게 한쪽 어깨를 꽉 잡힌 별감 김흥순은 콧잔등을 실룩이며 자신의 두팔부터 주물렀다. 그리고선 묵묵히 끌채 앞쪽으로 다가들었다. 그러자 진홍도 소여에 조심스레 앉았다. 숙종은 짐짓 뒷짐을 지고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느긋한 자세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곤 해도 고작 둘이서 소여를 드는 것이 불안했다. 두광과 별감 김흥순이 소여를 드는 것을 보고 숙종은 조바심을 내며 바짝 진홍의 옆에 붙어섰다.


"괜찮겠소?"

"..."


진홍도 불안하여 팔걸이를 꽉 움켜쥐는 참이었다. 많은 사람이 들 수록 가마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둘이서만 들면 어느 한쪽이 넘어지거나 삐끗하기만 해도 남여가 쓰러질 위험이 있었다.


"걱정마시옵소서. 이 친구, 힘이 장사이옵니다."


두광이 자신만만하게 대꾸하곤 끌채를 들어올렸다. 별감 김흥순 역시 마찬가지로 별로 힘들이지 않고 들어올리고 걸음을 내딛었다. 먼거리도 아니고,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였다. 아까 이리 오는 길에 보니 쪽문을 열어두었으니, 가까운 길을 돌아서 먼길로 가마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통명전으로 돌아올 때는 어느덧 끌채를 모는 인원은 단둘에서 여덟으로 또 늘어나버렸다. 왕은 뒷짐을 진 채로 빈손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등뒤의 별감들을 한명씩 손가락 끝으로 지목해서 거들게 했다. 너도 들거라, 너도 들거라, 너도 들거라...그렇게 별감 한명만 남아서 빈손으로 뒤따르니, 오히려 남여를 든 별감들이 그 별감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그 별감과 두광만 교체를 한 셈이었다. 도대체 무슨 변덕인지.


정작 홀로 홀가분히 소여를 뒤따르는 별감 역시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왕의 눈치를 보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왕은 자신만 쏙 제외시켰다. 처음엔 자신이 가장 믿을 만한 측근내관 한명을 포함해서 단 두명만 끌채를 잡게 했다가, 차츰 자신이 신임하는 순서대로 한명씩 도로 추가시켰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자신만 남겨두었다. 정말로 우연일까. 어쩐지 불안했다.


하지만 숙종은 통명전에 당도하자, 별감들에겐 군말 없이 월대로 올라섰다. 반산기가 있는 중궁을 무사히 통명전 앞에 모셨다는 사실 만으로도 별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숙종의 머릿속엔 장고열쇠를 받아내는 일로 가득했다. 그리고 숙종은 거침없이 섬돌에서 발길질을 하듯 목화를 툭툭 벗고, 거침 없이 대청을 올라서 서온돌로 들어섰다.


"장고열쇠는 어디 있소?"


숙종이 방안을 둘러보며 다짜고짜 장고열쇠의 소재부터 확인하는 품새가 심상치가 않았다. 진홍은 의아한 느낌에 숙종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면서 문갑의 첫칸을 가리켰다.


"저 문갑 첫번째 칸이옵니다. 칠보 목함에 들어있사옵니다."


숙종은 두광이나 다른 나인들이 나설 틈도 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문갑 첫번째 문짝을 열어젖혔다. 정말로 칠보목함이 눈에 들어오자, 숙종은 지체 없이 손을 뻗어 목함을 꺼내들었다.


뚜껑을 바로 열어젖히니 눈어림으로 열개도 넘어보이는 열쇠꾸러미가 있었다. 열쇠들은 저마다 한자가 한자씩 새겨져 있었다. 숙종이 손가락 끝으로 쓱쓱 젖히면서 보니, 하늘천天, 땅지地, 검을현玄, 누를황黃, 집우宇, 집주宙, 넓을홍洪, 거칠황荒, 날일日, 달월月...천자문 순서로 무려 열개가 꿰여 있어야 했다. 저마다 천자고天字庫, 지자고地字庫, 현자고玄字庫...이렇게 천자문의 이름을 딴 경복궁 내탕고를 뜻하는 글자였으니. 하지만 두개가 더 있었다.


베풀장張, 감출장藏...


경복궁 내탕고엔 없는 글자...즉, 저 두 열쇠 중 하나가 문제의 장고 열쇠였다. 그러고 보니, 베풀장張, 감출장藏은 장고醬庫의 장醬자와 발음도 비슷했다. 원래 경복궁은 장고가 두군데나 있었다던가. 둘다 장고열쇠라면 경복궁 장고 이름도 장자고張字庫나 장자고藏字庫 쯤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경복궁 장고는 이름이 따로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했다. 그렇다고 이 열쇠들이 창경궁의 장고醬庫나 염고鹽庫의 열쇠일 리가 없었다. 아니...자물쇠와 열쇠는 어차피 고방을 옮겨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물건들이던가.


"두광아, 이 열쇠들을 가져가서 장고를 열어봐라."

"예?"


숙종이 두광에게로 팔을 뻗어 열쇠꾸러미를 내밀자, 두광은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았다. 열쇠마다 천자문이 한글자씩 새겨져서 순서대로 배열된 것을 보니 이건 그냥 내탕고 열쇠였다. 자신도 왕의 심부름을 하느라고, 서진에게서 압수한 선왕의 궁시를 내탕고로 옮겨놓느라고 직접 찾아갔다가 장고마다 천자문으로 이름이 지어진 명패가 달린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었다.


"이건 그냥 내탕고 열쇤데요..."

"거기 두개가 남지 않느냐?"

"에..."

"장고든 염고든 열쇠가 맞나 가서 열어보란 말이다."


숙종의 말을 듣고 두광이 열쇠꾸러미를 다시 내려다 보니 천자문 순서대로 배열된 열쇠들이 날일日, 달월月자에 이어 뜬금 없이 건너뛰어 베풀장張, 감출장藏자로 이어진 것이 보였다. 하필이면 장고의 장자와 발음도 엇비슷했다.


"예, 예..."


두광은 내탕고 열쇠를 송두리째 들고 갈 엄두가 나질 않아서, 낑낑대며 뒤의 열쇠 두개를 꾸러미에서 풀어냈다. 그런데 열쇠를 끄르느라 고개 숙인 두광의 목덜미로, 왕의 옥음이 다시금 들렸다.


"같이 가자."

"예?"


두광은 두개의 열쇠를 챙기고 목함 속에 열쇠꾸러미를 넣다가 화들짝 놀라서 숙종을 돌아보았다. 변덕이 죽끓는 왕을 보니 속이 헛헛하여 자신도 모르게 더운 콧김을 내뿜었지만,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치를 보며 일단 문간으로 다가서는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가자꾸나."


중궁도 같이 가겠소? 그렇게 물으려다 숙종은 아랫입술만 달싹였다. 통명전에서 장고까진 정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웃전들이 기거하는 만수전이나 저승전에 비하면, 확실히 가까웠다. 연당 바로 옆의 쪽문을 나서서 뒷담길로 돌기만 하면 바로 장고의 비밀암굴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장고 정문으로 가면 더 가깝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쩐지 진홍에겐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석하와 삽살이 손뼈를 찾아낸 곳이라, 중궁을 데려가기엔 흉하게만 여겨졌다. 비록 중궁에게 장고열쇠가 있다 하더라도.


"다녀 오겠소."

"..."


진홍은 새삼스레 숙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아비의 목소리가 굳었다. 눈빛도 굳었다. 진홍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아비를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끝을 뻗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가락 끝이 숙종의 오른손 손목뼈에 닿았다. 숙종은 흠칫 놀라 진홍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숙종은 자신의 손목뼈에 맞닿은 진홍의 손끝을 힐끗 내려다 보았다.


저리 여린 손끝에 피를 묻힐 리가 없었다.


헌데,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작년쯤 광현이 거침으로 종기를 짼 흔적이 아직도 흐릿하게 있는데도, 벌써 굳은살이 박이는 참이었다. 왕실에 종기 한번쯤 앓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데, 진홍은 평소 붓과 책을 잡는 터라, 오른손 중지쪽에 종기가 나서 고생 좀 하다가 그다지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백광현을 불러서 시료를 맡겼다. 남들처럼 종기를 키운 것도 아니라서 광현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거침으로 종기를 째고 넘어갔는데, 그 자리가 벌써 굳은살이 박이는 것이 놀라웠다.


"붓 좀 그만 잡으시오."

"예?"


지아비의 생뚱맞은 타박에 진홍은 두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어느새 지아비는 성큼성큼 서온돌 문턱을 넘어섰다. 진홍은 왠지 모를 지아비의 음울한 눈빛이 생선가시처럼 목에 콱 걸렸다. 도대체 왜?


하지만 숙종에게도 진홍의 흔들리는 눈빛은 잘못 삼킨 생선등뼈처럼 견디기 괴로웠다. 어미를 의심하거나, 아내를 의심하거나...자신의 감정은 어느 한쪽으로든 기울기 마련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어미를 의심하기 보다는 차라리 진홍을 의심하는 쪽이 더 마음이 편할까.


그런데, 진홍의 두눈은 너무도 맑고도 밝아서,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었다. 자신이 들여다 본 진홍의 두눈은 결백했다. 오롯이 자신을 보는 그 눈빛은 귀퉁이조차 뒤틀리거나 들뜨질 않았다. 의심할래야 의심할 수도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흔들리며 불안한 걸음으로 걷다 보니 숙종은 속이 울렁거렸다. 워낙 의심이 많은 그였다. 어미 뱃속에서부터 의심이 많았는지, 자라면서 의심이 싹텄는지, 언제부터인지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도 믿지 말라고 배웠다. 아비가 생전에 노상 입에 담았던 말 같기도 하고, 어미가 무심결에 흘려낸 말 같기도 했다. 그래도 중궁은 믿었다. 처음엔 믿지를 못했지만, 점점 중궁에겐 무방비가 되어갔다. 중궁 역시 자신에게 무방비인 탓이었다.


진홍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미였다. 왠지 모르게, 그냥 함께 있어도 마냥 어색하던 어미와 할미, 또 할미와 증할미...서로 웃음을 주고 받아도, 웃음 속엔 시꺼먼 그을음이 묻어났고, 맨손으로 그 그을음을 털어내려 하면, 시퍼런 칼날이 드러났다. 그래서 아예 어미나 할미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는 사실을 어린 나이에도 일찌감치 눈치챌 수 있었다.


머릿속이 어수선한데, 어느덧 숙종의 발길이 금줄이 쳐진 장고 정문 앞에 이르렀다. 두광은 손안의 열쇠를 하나씩 자물쇠에 넣어보았다. 꾸러미에 먼저 꿰여 있던 베풀장張자가 새겨진 열쇠부터 넣었는데,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 이건 염고 열쇠인가?


하지만 두광도 가슴 한켠으론 나머지 감출장藏자 열쇠도 들어가지 않길 바랐다. 이미 대비 김씨는 중궁시절 대전 색장나인 가온을 억압하여 죽음으로 내몬 적이 있었다. 또한 동궁에게 동침을 강요하여, 승은을 입지 못한 나인들마저도 자진하게 만들었다. 이왕 구더기 만진 손...더 만지면 어떠랴 싶었다. 하지만, 지금 중궁마저 구더기 득실거리는 장에 손을 담갔다면...왕이 너무 불쌍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 부디 이 감출장藏자 열쇠 만큼은 장고 자물쇠에 꼭 들어맞지 않길 바랐다.


"왜 이리 더디냐?"


숙종 자신도 자물쇠가 열리지 않기를 바랐지만, 두광의 손이 버벅댄다 싶자, 짜증을 냈다.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서 괜한 짜증을 부린 것이었다.


"아니...보기는 두어번 봤사온데...막상 열려니..."


두광은 애꿎은 자물쇠탓을 했다. 이 ㄷ자를 눕혀놓은 듯한 자물통은 새끼손가락 만큼 굵은 줏대가 양쪽을 가로질러 걸렸는데, 한복판에 배꼽같은 토시가 볼록하니, 확실히 목함이나 궤안의 여느 자물쇠와는 달리, 생김새 자체가 튼실하게 생겼다. 측면이 아니라 정면에 열쇠구멍을 밀어넣는 것인데도 오히려 손길이 더디기만 했다.


"꾸물대지 말고 어서 열거라."

"아니, 소인도 연다고 여는데..."

"네놈은 입으로만 열지 않느냐?"


숙종 역시 본심과는 다른 말로 두광을 보채었다. 우물대든, 쭈물대든 두광의 행동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보니 자신 역시 마음만은 똑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내심과는 달리 부질없이, 또 하릴없이, 두광의 손끝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나더니, 자물통의 줏대가 철꺽 열렸다. 두광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정말로 자물통이 열렸다. 대비 김씨에게 있어야 할 장고 열쇠가 진짜로 중궁에게 있었다. 그것도 한참 전에 대비 김씨에게 물려받았다.


"전하...어차피 김석하 그자도 저 뒷구녕으로 들어왔었사옵고..."

"그래, 누구라도 열쇠 없이 장고에 드나들 수 있으니 말이다."


숙종 역시 둘러댔다. 이렇게 애써 중궁을 위해 자꾸만 한발한발 물러나며 변명하는 자신들이 궁색하게 느껴졌다. 어미가 중궁에게 물려줄 때 이미 두석장豆錫匠에게 여분의 열쇠를 떠두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받았다. 하지만 차마 그 말만은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내뱉으면, 숙종 자신이 너무나 비참해질 것만 같았다.


"차라리...중궁전하께 다 털어놓고 물어보심이..."


두광이 그리 말하지 않아도, 숙종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중궁에게 의심을 두기 전에, 먼저 중궁에게 다 터 놓고서 한 점 의혹 없이 분명하게 규명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지도 몰랐다. 일의 진상을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오히려 진홍이 궁지로 내몰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둘다 심증으론 진홍이 그 누구보다 결백했다.


"그래야지요. 중궁에게 직접 물어보셔야지요."


갑자기 등뒤를 후려친 어미의 음성에, 숙종은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있었던 어미가 어느 틈에 엄상궁만 거느리고 다가와 있었다. 대비 김씨의 두눈이 차가운 독기로 번들거렸다.


"어마마마...어찌..."

"아들이 어미를 의심하는데, 어찌 속 편하게 누워있겠습니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죽다가도 펄떡 살아나야지요."

"아까 거짓으로 쓰러지신 것이 아니시구요?"

"하...이토록 불효한 사람이 어찌 만백성의 아비 노릇을 할꼬..."


대비 김씨는 차갑게 탄식하며 눈짓으로 뒤켠을 가리켰다.


"내 이미 사람을 보내어 중궁을 이리로 불렀습니다. 곧 중궁도 올테니, 그때 얘기들 하십시다. 전하께오서 이 어미를 이리도 다그치는 연유가 무언지, 장고상궁은 어디로 갔는지, 저 장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숙종은 어미의 말에 한마디라도 더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미의 어깨너머로 진홍의 계란 같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말간 얼굴로, 아무 것도 모르는 맑은 눈으로, 혹시라도 발을 헛디디거나 하여 뱃속 아기가 잘못될세라 조심스레 걸어오는 모습에 숙종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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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3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69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8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2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2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1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3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4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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