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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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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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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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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207

DUMMY

해가 중천에 떴는데 서재뜨락엔 땅거미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석정도 종태도 말이 없었다. 허공을 보는 눈동자도 암흑이 번졌다. 이민서가 강초를 탄 먹물을 준비한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두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의 김만중과 함께 석정의 스승 남구만과 죽마고우인 이민서였다. 평소 음주飮酒나 유산遊山이나 마음이 맞아야만 한다면서, 남구만이나 김만중 정도로 한둘만 동행하던 그 이민서였다. 그런 이민서가 최석정에겐 먹물에 강초를 타놓았다. 사전에도 사후에도, 어떤 언질도 없었다. 정말로 우연이었으면 모를까, 우연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도 찜찜한 일이었다.


"운이 좋으셨습니다...?"


당사자인 석정보다 한발 먼저 이성을 수습한 서종태는 물위에 뜬 기름처럼 가벼운 음정으로 한마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진심이 실려 있진 않았다. 정말 운이 좋았을까.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며 건넨 말이라서 결국 헛기침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운?"


석정 역시 헛웃음으로 되받고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 성균관 장고醬庫에 종류별로 놓인 초두루미만 무려 서른이 넘었다. 창덕궁 통명전 서쪽 언덕의 장고醬庫 역시 초두루미가 마흔이 넘었다. 두초豆醋나 매초梅醋, 미초米醋, 맥초麥醋, 감초甘醋, 밀초蜜醋 등 온갖 하고 많은 초류醋類를 놔두고 굳이 강초薑醋를 넣은 것이 그저 우연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이민서가 모르고 넣은 것이 아니라 알고 넣었을 경우, 석정에겐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은, 석정도 지키고 누군가도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그 누군가는 필시 이민서에게 몹시 귀중한 존재일 터...


"도대체 왜?"

"왜..."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듯 서종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려다, 마침 서종태도 똑같은 질문을 하려는 것을 느끼고 흠칫했다. 그들은 뒤엉킨 머릿속에서 실끝 하나 찾아서 상대방에게 내밀려다 머뭇했다.


이민서는 왜 강초薑醋를 준비했을까.


이상했다. 모든 건 그날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 느닷없이 왕이 도목정을 실시하겠다며 익일까지 도력장과 망단자를 제출하라 분부했고, 따라서 그날 해가 지기 전에 석정의 서안 위로 각사 공좌부가 쌓였다. 제일 늦게 도착한 가짜 태학 공좌부도 그날 자정을 넘기지 않았다. 평소에 반하독이 공좌부에 칠해져 있었다면 매일 꼬박꼬박 공좌부에 진進의 의미로 서명을 하는 관리들이나 부진不進의 관인을 찍는 서리들은 중독증세가 속출했을 터였다. 왕이 불시에 도목정을 행사하겠다고 하여 부랴부랴 공좌부를 걷었으니, 그 직후에 반하독을 칠해두었을 터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겨냥해서. 그걸 미리 알고 이민서가 얼른 손을 써서 강초를 발라두었을 터였다.


헌데 어떻게 이민서는 누군가 반하독을 바를 걸 미리 알았던 건가. 아니면 이민서 자신이 병주고 약주고 할 심산으로 반하도 발라두고, 강초도 타놓은 걸까. 생각할수록 자꾸만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인데, 김만중의 의혹어린 음성이 석정의 정신을 일깨웠다.


"해독? 무슨 해독?"


김만중이 둘만의 침묵에 빠져 있는 석정과 종태를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는 참이었다. 생강이 반하의 독을 희석시켜주는 것쯤은 김만중도 알았다. 하지만 먹물이 해독 역할을 했다는 게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기는 어려운 탓이었다.


"두 공좌부에 반하독이 발라져 있었던 것 말입니다."

"음..."

"그때 제 서안 위에 놓여 있던 먹물이 반하독을 희석시켰기에 제가 절명을 면했습니다."

"먹물 속에 강초를 타서 말이지?"

"예."


석정이 짧게 설명하자, 김만중은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또 간파했다. 하지만 등뒤에서 죽은 듯이 입 다물고 처분만 기다리던 장서리까진 아니었다. 장서리는 더는 참지 못하고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한손으로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말도 안돼. 먹물로 머신...지는 그 진한 새앙즙을 다 마셨는디...요로코롬 찔끔..."


장서리는 아까 석정이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표시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고작 생강 한톨을 씹어먹으면 그만이라고 최석정이 비웃었지만, 생강은 한톨 아닌 한올이라 해도 생으로 씹긴 고역이었다. 차라리 즙을 내어 물에 타서 마셔야지만 겨우 목에 넘어갔다. 물론 사람이 죽게 생기면 그게 생강이든 돌이든 씹어먹게 될 일이지만, 고작 먹물 한번 핥은 걸로 해독이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저 최석정이 중독이 된 것일 터였다.


"생강이 원래 반하의 독을 희석시켜주는데다, 고초는 그 생강의 약효를 증폭시켜 준다네."

"야? 그럼 지는...지도 진작 식초를 타주셨으면..."


장서리는 억울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은 방광이 가득차다 못해 터질 정도로 많은 생강즙을 마셨다. 그렇게 고초가 생강의 약성을 강화시켜 준다면, 생강을 한톨이 아니라 한올만 먹어도 되었을 것 같았다.


석정의 설명을 김만중은 물론 그 옆 이이명도 단번에 알아들었다. 둘다 성리학만 파고들진 않았는지 강초薑醋가 무슨 작용을 했는지를 대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석정은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먹물 속의 강초가 반하독을 중화시켜준 걸 이제야 깨단하고도, 석정은 어쩐지 뭔가가 개운치가 않았다.


왜 강초를...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가 않았다. 굳이 반하독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장부의 진위만 가릴 심산이었으면 애시당초 장부에 그냥 강즙을 슬쩍 발라두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고초만 발라도 색이 붉어질테니 식별이 가능했다. 아니면 충분히 법제한 반하를 칠해둬도 되었다. 그런데, 생강냄새 자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는지, 법제를 하다 만 반하를 장부에 칠해놓고서, 혹시라도 중독될 자신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먹물에 강초를 넣었다.


아닌데...


석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은 먹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분명히 장서리는 이민서가 준비한 그 먹물을 만지거나 맛보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자신과 엇비슷하게 중독증세를 보였다. 생강이 듬뿍 들어간 추탕을 조금이라도 먹은 탓이라곤 해도, 그래도 석연치가 않았다. 태학 공좌부는 두초豆醋에 홍변紅變을 보였다. 적게나마 생강으로 법제가 된 반하를 쓴 것이었다. 고초를 부으면 티날 만큼만. 하지만 자신이 만진 옥당 공좌부는 도대체 얼마나 지독하기에 자신이 그리 심하게 중독되었던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강초를 준비한 건 이민서라면, 반하를 준비한 건...


석정은 왠지 느낌이 싸했다. 온몸에 오한이 일었다. 왠지 더이상 생각을 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태학 공좌부를 찾은 이상 옥당 공좌부도 찾아야 했다. 아마 옥당 공좌부는 지금쯤 가짜 공좌부로 바꿔치기 한 배후의 수중에 들어가 있을 터였다. 그 배후가 반하의 존재를 미리 알았으면 모를까, 몰랐으면, 지금쯤 심한 중독 증세를 보일 수도 있었다.


"이보게. 정말 왼손에선 생강냄새가 나질 않았나?"

"그게...너무 흐릿해서 못 맡았을 수도..."


서종태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어 자신의 코끝을 어루만졌다. 자신이 아무리 후각이 예민해도, 완벽하진 않았다. 그나마 반하나 강초나 본래는 냄새가 독한 놈들이라 자신이 맡을 수 있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법제를 하다 만 반하에서 생강냄새를 맡기는 힘들었다. 석정의 오른손은 붓만 잡아선지 먹물 및 강초 냄새만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왼손에선 흐릿한 반하냄새와 함께 비릿한 타액 냄새, 노릿한 육포 냄새까지 뒤섞였다. 오른손으로 붓을 잡고, 나머지 왼손으로 최석정이 공좌부를 뒤적이다 손가락도 빨고, 또 육포도 먹고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두 눈동자가 흔들리는 서종태를 보니 석정은 왠지 여기서 더 들이파면 안될 것 같았다. 정말로 느낌이 요상했다. 험한 말은 웬만해선 입에 담지도 않고 뇌리에 담지도 않는 자신이지만, 느낌이 어쩐지 지랄 맞았다. 옥당공좌부는 변색조차 되지 않을지 두눈으로 확인을 해봐야만 했다.


도대체 옥당 공좌부는 어디로 갔을까.


태학 공좌부가 태학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옥당 공좌부도 옥당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석정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데, 서종태가 자신없는 음성으로 기어이 묻고 말았다.


"설마...아니겠죠?"

"뭐?"

"병주고 약주고..."


서종태는 자기가 말을 꺼내고도 끝을 맺지 못했다. 석정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볼 뿐 눈을 깜빡이지도 못했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자꾸만 끝자락을 나풀거렸다. 정말로 병주고 약주고일까 그게 더 두려웠다.


양쪽 공좌부에 반하독을 바른 손.


태학 공좌부와 옥당 공좌부 모두에 반하독을 바른 손이면, 가장 유력한 사람은 둘이었다. 옥당에선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김석주, 그리고 태학에선 그의 처조카이자 태학 공좌부를 관리했던 이사명, 그리고 공좌부를 보관했던 이이명...그러니까 김석주가 수범首犯(주모자)이고 이사명, 이이명 형제가 종범從犯(하수인)이면...조카들의 음모를 사전에 눈치챈 이민서는 평소 자신이 손가락 빠는 습성을 이용해서 먹물에 강초를 타서 중독에 대비하고...


아니, 그랬으면 이이명이 하필이면 자기가 껴안고 잘 법한 죽부인에 독묻은 공좌부를 넣어두었을 리가 없었다. 그걸 끌어안고 잘 리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데...석정은 윤곽이 또렷한 이이명의 두눈을 쳐다보며, 계속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쩌면, 진짜 옥당 공좌부를 빼돌린 수범과 종범은 반하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지도 몰랐다. 그저 관군이나 관리의 손이 닿지 않는 은닉처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고 서재 장의방에, 또 이이명이 적당히 눈치채도록 공좌부를 넣어두었을 지도 몰랐다. 제 형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을 이이명인 만큼 안심하고 넣어두었을 지도 몰랐다. 그러니 뒤통수를 치는 반하의 출현에 당황할 터였다. 그렇다면 반하를 뿌린 이는 역시 옥당 공좌부를 빼돌린 사람들이 아니라 미리 강초를 준비한 이민서 대감 혼자, 어쩌면 그 윗선일 수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석정은 비맞은 중처럼 계속해서 중얼중얼 되뇌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이미 많은 것을 감잡은 서종태는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장서리나 김만중과 이이명에게도 어쩐지 불안해 보였다. 이렇게 흔들리는 석정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 한귀퉁이에도 괜한 두려움이 번졌다.


"영감..."


서종태는 가만히 손을 뻗어 석정의 소맷자락을 붙들었다. 아니 좀더 소맷부리가 구겨져도 좋으니 지금은 최석정을 진정시켜야 할 때였다. 이렇게 불안에 쫓기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민서 대감을...만나보면 알겠지..."


석정은 이민서를 먼저 만나는 게 순리이자 순서라고 생각했다. 스승의 친우로서, 또 친우의 친형으로서, 이민서는 절대로 자신에게 해가 될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피를 나눈 조카들에게도 해를 끼칠 사람이 못되었다. 체구는 작지만 심지가 곧고 성품도 단단했다. 말수가 적지만 한번 입을 열면 논리정연했다.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했고, 음주는 물론 등산조차도 여럿이서 다니기보다는 마음 맞는 친우 한둘과 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이런 사람은 탐욕에 눈 멀거나 약점에 발목 잡혀, 불의와 타협하거나 할 리도 없었다.


이민서를 찾아서 이조 청사로 가려니 마음이 급했다. 이만 가보겠다고 반궁 사람들에게 인삿말을 건네기도 전에 먼저 손안의 공좌부부터 힘껏 움켜쥐고,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뗄 정도로 마음만 앞섰다.


다행히도 누가 따지기도 전에 석정은 결례를 깨닫고 황급히 김만중을 돌아보았다. 동장의와 서장의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김만중은 달랐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왜 벌써 가는가?"

"예? 그야..."


석정이 대꾸하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김만중이 어쩐지 할 말이 있는 눈빛으로 후원 쪽을 자꾸만 쳐다보는 탓이었다. 그 눈길이 닿는 곳이 집춘문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김만중의 조카딸이 바로 중궁인 만큼, 귀신이 출몰한다는 얘기가 신경쓰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장서리를 통해 전한 서찰도 있고 하니.


- 집춘문이 열릴 때마다 성균관 후원을 통해서 관비가 드나들었는데, 그 관비는 기실은 대비전이 부른 무녀인 것 같습니다. 근자에 중궁전하께서 반산의 징후가 보였던 것도, 대비전이 그 무녀를 시켜 굿판을 벌이고, 중궁전하께도 우물에 얼굴을 비추는 주술을 강요하신 탓입니다. 아마도 이사명과 관련이 있을 듯 합니다.


김만중이 자신도 모르게 품안의 서찰을 구겨쥐었다. 바스락바스락 종이 구겨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에게는 뇌리 구겨지는 소리보단 크지 않았다. 성균관에 무녀가 관비로 위장하여 숨어들었다면, 적어도 이사명과 연관이 있다면, 또한 사위 이이명도 관련이 있을 터였다. 공모까지 하진 않았더라도, 모르는 척 눈감아줬을 수도 있었다. 여기 성균관은 동장의와 서장의, 그리고 수노의 손바닥 안일테니. 김만중 자신이 성균관에 부임한 지 얼마 안될 뿐더러, 그나마도 두어달 임기를 채우고 나갈 터라서, 성균관 사정엔 어두웠다. 여기 성균관 사정에 가장 훤한 것은 반인들을 총괄하는 수노나 유생들의 터줏대감인 장의 및 증경장의 같은 재임들 정도였으니. 저들 눈엔 오히려 자신이 뜨내기일 뿐이었다.


"헌데 어디서 이 많은 개를 한꺼번에 구했는가?"


만중은 어쩐지 호기심과 집착이 생긴 눈빛으로 삽살 한마리를 내려다 보았다. 애초에 서종태가 열두마리를 데리고 서재를 조사하며 절반은 부적을, 또 절반은 장부를 찾게 하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어떻게 된 놈들이 평소 귀신이 출몰한다는 진사칸에 오니 요란하게 소리를 짖고 야단이었다. 삽살 중에서도 달을 보고 짖을 만큼 신령한 놈이라고 소동파가 일컬었던 영방靈尨이 분명했다.


석정은 서종태가 답할 줄 알고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서종태는 유건 밑의 살쩍을 슬쩍 검지 끝으로 긁적이며 대답을 미루적거렸다. 석정을 도와서 공좌부의 행방을 살피다 보니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미리 옥당과 태학 공좌부에 반하를 칠한 게 누구든, 또 옥당 공좌부를 빼돌린 게 누구든, 어느쪽이든 김석주와 관련이 있을 법했다. 홍문관 대제학에서 제학을 오르내리는데다, 당시 성균관 전적이던 이사명과도 인척간인 만큼, 김석주가 가장 유력했다.


석정은 머뭇대는 서종태의 태도를 보고 의미심장한 눈빛이 되었다. 삽살은 김석주의 조부 김육이 거느리고 다니던 개이기도 했다. 김육은 삽살이 보고 짖는 아전은 탐학貪虐(탐욕이 많고 잔혹함)하다고 일컫기까지 했다. 삽살을 그 짧은 시간 안에 열두마리나 동원할 만한 곳이라면 아무래도 남산 재산루일 것도 같았다. 그러니 지금 서종태가 대답을 못하는 건가 싶었다.


"설마 재산루는 아니겠지?"

"..."


역시 최석정의 눈썰미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서종태는 움찔해서 헛숨을 들이켰다. 하필이면 재산루에서 삽살들을 데려왔다고 석정에게 한소리 들을 것 같았다. 그저 눈밑이 움찔거려서 종태는 슬그머니 석정의 시선을 피했다.


"맞구먼?"

"그게...원래 재산루에 있던 개는 아니고...이번에..."

"병판대감한테 직접 빌렸는가?"

"그게..."

"석하는...아직 안 돌아왔을텐데?"


석정이 꼬치꼬치 캐묻는 말에, 서종태가 시선을 비스듬히 내리긋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뭐, 워낙 친분이 있어서, 대곡이 없어도 얼마든지 빌릴 수야 있지요."


석정과 종태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를 듣고 만중은 얼핏 거무잡잡한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석하인지, 대곡인지, 허적이 시호연을 열던 그날 호현방에 다녀간 그 앳띤 서생을 말하는 느낌이었다. 첫눈에도 범상치 않더라니, 이런 삽살들을 이렇게나 많이 키우는 줄은 몰랐다. 이렇게 삽살이 많으니 한마리쯤 내어줄 것도 같았다. 결국 김만중은 오랜만에 밥상에 오른 개장느르미를 보듯이 두눈을 번뜩이면서 대여섯보 떨어진 거리에 무리지어 있는 삽살들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통명전에 한놈만 데려가 보게나."

"네?"


석정은 귀를 의심했다. 진담인가, 농담인가. 김만중이 그렇게 실없는 성품은 아니었다. 언제나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품이라, 농담조차도 곧 진담이 되어버리는 위인이었다. 여전히 김만중의 손가락 끝은 삽살 한마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통명전에 귀매가 출몰한다 하니...한번 데려가 보란 말일세..."

"그런 일이라면 직접..."

"어찌 사가의 식구들이 사사로이 중궁전을 만나뵙겠나."

"아니 그래도..."

"저놈이 좋겠네."


김만중은 손을 거두기는 커녕 오히려 손가락끝으로 삽살들 틈에 축 늘어져 있는 삽살 한마리를 가리켰다. 은금빛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놈이지만, 유난히 삐쩍 마른 놈이었다. 석정은 쳐다보기도 싫은지 버들가지 같은 시선을 시들하게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대궐에 개를 데려가도 되려나? 떡을 보면 혈육한테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이건 너무한다 싶었다. 중궁은 귀신을 보고 반산할 뻔한 게 아니라 시체를 보고 반산할 뻔한 거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서종태를 쳐다봤더니 난감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놈을요?"

"그래, 그놈."


김만중의 손가락을 따라 낚싯줄 같은 시선을 던진 서종태의 눈시울이 일그러졌다. 여느개보다도 먼저 짖던 놈이었다. 개의 습성은 한마리가 짖으면 나머지 아홉마리도 따라 짖게 마련이었다. 그러니 열두마리가 진사칸의 귀신을 보고 짖었다고 열두마리 모두 귀신을 본 건 아닐 수도 있었다. 가장 먼저 짖은 개가 바로 귀신을 보는 진짜 영방靈尨(신령한 삽살개)일 터였다. 그걸 알아보고 특별히 지목하는 걸 보니 난감했다.


김만중은 서종태가 뜨악한 얼굴로 고삐를 고쳐쥐는 것을 보고 자신이 제대로 짚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척하며 슬그머니 고삐를 꼭 그러쥐는 걸 보니, 특별히 내어주기 싫은 놈이 분명했다.


"그놈이 소동파가 말한 영방靈尨 같단 말이야."

"영방이라면..."

"소동파의 말대로 어쩌면 달을 보고 짖을지도 모르지."


서종태는 부인이든 반박이든 하고 싶어서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문이 턱 막혔다. 그저 손안의 고삐를 조물조물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고삐 중 하나를 잡아당겼다. 김만중이 영방이라 지목한 놈이 끌려오지 않으려고 네다리를 쫙 뻗고 버티다가 겨우겨우 끌려왔다. 석정은 발치에 닿는 삽살을 보고 눈시울이며 입시울을 모두 실룩였다.


농담이라 해도 조금도 달갑지 않았다. 쉽사리 발치로 딸려오는 삽사리를 보니, 빗자루 같은 털에 두눈이 가려진 몰골이 어쩐지 을씨년스러워서 웃음도 나질 않았다.


차라리 김만중이 농담을 하는 거라면 좋겠다 싶었다. 며칠전에 반하독에 중독된 뒤로 많이 해독이 되긴 했지만, 입 안쪽도 헐어서 조금만 시고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도 쓰리고 아렸다. 그러다 보니 입맛이 뚝 떨어져서 기운도 달렸다. 자기 한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개를 끌고 궐에 가서 중궁전께 바치라니. 조금도 내키지가 않았다.


"이놈도 저 따라가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


석정이 눈앞에 늘어지는 삽살을 핑계대었다. 삽살 역시 동의하듯 나른하게 땅바닥에 철푸덕 엎드려버렸다. 그 모습을 보니 더 데려가기가 싫었다.


삽살 열두마리가 하필이면 재산루의 개라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물론 부적을 찾는 척 장부를 찾았으니 김석주도 헷갈리겠지만, 그래도 반촌에 사람을 보내어 내막을 탐문할 것도 같았다. 데려가기 싫은 이유가 자꾸만 늘어나서, 이러다 열가지나 채울 것 같았다. 그런데 김만중은 삽살을 내려다보며 슬쩍 엄포를 놓았다.


"낼모레가 대별민데...개장느르미나 준비하라 해볼까나. 이놈을 푹푹 삶아서, 뼈도 싹싹 발라서, 어슷어슷 썰어놓고, 볶은참깨, 진가루眞末, 기름간장, 파를 넣어 펄펄 끓여 즙을 만들어 호초胡椒에 산초山椒를 뿌려서 조물조물 버무려 먹으면..."


만중은 생각만 해도 감칠맛에 감질나는지, 혀끝으로 윗입술을 핥는 시늉까지 하였다. 삽살은 움찔하여 김만중을 쏘아보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석정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석정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한발 물러났다.


"어어? 이놈이?"

"개장느르미 되고 싶진 않나보구먼."


김만중이 피식 웃으며 건넨 말에 석정은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성가시기만 했다. 삽살을 데리고 입궐하라니, 궐문에 들어설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복시에 데려다 놓으면 되려나.


자신이 사복시정正도 겸하는 게 이제야 생각났다. 사복시에 데려다 놓으면 되었다. 헌데 발치의 삽살을 내려다보니 갑자기 뒷목에 차가운 빗방울이 톡 닿았다. 흠칫 놀라 고개를 들려는데, 이번엔 또 목화 앞코에 비꽃이 피었다. 이 게으른 삽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석정의 바짓가랑이 틈새에서 꼬리만 마구 흔들어 빗방울을 털었다.


"비를...?"


석정은 두눈을 찌푸리며 발치의 삽살을 내려다 보았다. 비가 올걸 알고 자신의 바짓가랑이로 숨은 모양이었다. 비꽃이 피기도 전에, 비를 맞기도 전에, 마치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듯이 자신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숨어든 것 같기도 했다. 예민한 놈이었다.


"어서 가보게."

"아니 저는..."

"내 갈모랑 유삼 빌려주겠네."

"예?"


얄밉게도 김만중은 갈모에다 유의까지 석정에게 씌우고 걸쳐 놓고 흡족한 얼굴로 석정의 등짝을 툭툭 두드리며 떠밀었다. 하지만 석정은 상체를 뒤로 젖혀서 떡 버텼다. 비가 오니 더 데려가기 싫었다. 가다가 비를 맞으면 개를 데려가는 일이 더 고달파질 터였다. 그런데 수중에 뭔가가 잡혔다. 힐끔 내려다보니 하필이면 개고삐였다. 어느틈에 서종태가 손안의 고삐를 석정의 손에 쥐여준 것이었다.


"자네..."

"이놈이 영감을 따라간다면야..."

"이놈이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날 처마삼아 비를 피하겠다는 걸세. 그냥 자네가..."


인상을 쓰고 대꾸하던 석정은 손안의 새끼줄 느낌이 어쩐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뭐가 이상한지도 몰랐다. 그저 느낌이 요상했다.


"그놈만 고삐가 왼새끼지."


석정이 계속해서 고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자 김만중이 한마디했다. 석정은 가만히 눈동자를 굴려 곁눈질로 다른 삽살들의 목에 매인 개고삐와 비교했다. 정말로 다른 삽살들은 오른새끼로 꼬은 고삐줄이었지만, 우연인지 이놈만 왼새끼로 꼬은 고삐줄이었다.


왼새끼라, 왼새끼라...


석정은 가만히 되뇌이고 뇌까렸다. 대비김씨가 시키는대로 집춘문을 통해 몰래 무녀를 들이고 내보내고 하는 김석주였다. 반촌에도 제 사람을 심어놓았을 법도 했다. 그게 반촌의 모든 반인을 총괄하는 수노만 아니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반촌에도 눈과 귀를 심어둔 김석주가 벌써 보고도 받았을 터였다. 그리고 삽살들을 몰래 시험하여 뭔가 정보를 빼돌릴 지도 몰랐다. 한시가 급했다. 이민서를 만나는 것도, 김석주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촌각을 다퉈야만 했다.


그렇게 석정은 혹 떼고 가려다 혹 붙이고 향석교를 건너갔다. 헌데 관모를 쓴 위에다 갈모까지 덧씌웠더니 시야가 좁아져서 탈이었다. 빗발이 점점 굵어져서 눈앞이 흐려지기까지 했다. 한발을 딛기 무섭게 어쩐지 뒷통수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홍만종에게 듣기로는 자신이 반촌 앞에서 반인한테 습격을 당했다 하였다. 어쩌면 지금도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 법도 했다.


괜히 혼자 길을 나선 걸까.


어쩐지 불안했다. 자신을 습격한 반인의 얼굴도 미처 보지 못했다. 한번 보기라도 했으면 알아볼 수 있을텐데. 저마다 등뒤나 허리춤에 칼을 차고 돌아다니는 걸 보니 괜히 간담이 서늘했다. 자신도 여기 성균관에서 먹고 자고 하고, 또 반인들과 말도 섞고, 반인들이 저들끼리 억센 사투리로 하는 말을 누가 얼마나 알아듣나 내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마냥 정겹고 또 때로는 지겹던 공기가 지금은 몇년만에 왔다고 그저 두려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숨을 잃을 뻔한 탓일까.


아니, 벌건 대낮에 무슨.


석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밤중에 흉한 일을 당할 뻔 했다고, 한낮에도 겁을 지어먹는 자신이 꼴사나웠다. 비가 와서 더 기분이 싱숭생숭한 모양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었다. 향석교를 건너면서 보니, 후원 저편에 먼빛으로 붉은 집춘문이 눈에 들어왔다.


집춘문은 꼭 닫혀 있었다. 왕이 궐을 나와서 반궁으로 거둥할 때나, 반대로 반궁의 유생을 궐로 부를 때나 열리는 문이었다. 그런 집춘문을 몰래 여닫고 또 무녀를 드나들게 한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새삼 가슴 속에서 치밀었다.


대비전하.


김석주 혼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분명히 뒷배를 믿고 그리한 것이고, 또 그뜻을 따른 것일 터였다. 하지만 김만중이나 김만기, 저들 광산김문 사람들이 마음 먹은 이상, 그냥 넘어가진 않을 터였다. 무당이 집춘문을 출입한다는 소문에 이어 중궁이 귀신에 놀라 쓰러졌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더 진상을 알아보려는 모양이었다. 대비전도 진땀깨나 흘리게 될 터였다.


향석교 앞 낡은 하마비下馬碑와 노둣돌을 서리 하나가 지키고 선 것이 보였다. 하마비를 보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했다. 160년 전인 중종조에 세워진 하마비는 전란으로 귀퉁이가 깨지고 균열이 심하긴 했지만, 그 위엄까지 훼손되진 않은 탓에, 관료들도 성균관 앞에선 말을 타고 들어가지 못했고, 향석교 앞에서 노상 말에 오르내리다 보니 이렇게 다리 옆에 노둣돌이 있었다.


물론 석정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말이 없었다. 스승의 귀양길 때 잃어버렸던가. 허견이 노비들 시켜 암습한 뒤로 시름시름 앓아누웠던가. 다시 준마 한마리를 사려면 노비 몇은 팔아야 하는데, 팔아치울 노비도 모자랐다. 그저 궁둥이나 걸치고 지친 다리나 달래고 말지 싶었다.


"앉으라고 있는 노둣돌이 아닌디."


서리가 눈치를 주었지만, 석정은 노둣돌에 기대어 앉아 반촌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한때는 정겹고도 지겨운 시선으로 보던 풍광 그대로였다.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반촌은 확실히 연못이 많았고, 연꽃도 많았다.


"나리, 소인 드가봐야 하는디."

"들어가게나. 난 어차피 말도 없으니 신경쓰지 말고."

"드가셔야 소인도 드가디요. 비도 진해 오는디."


결국 서리 등쌀에 못 이겨서 석정은 노둣돌에서 일어섰다. 여기 말고도 좀더 가면 연못과 개울이 많은 데서 또 노둣돌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서른보쯤 걸어가니 연못이 많은 길이 나왔다. 푸르른 연잎이 연못 수면을 가득 메운 장관을 보다 보면 그저 아름다웠다. 석정이 걸음을 서두르는 와중에도 연못에 눈길을 주었다가 돌리는데 뒤따라오던 삽살이 컹컹 짖는 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냥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이놈이 짖기 시작하자, 반촌 곳곳에 숨어있던 개들이 덩달아서 짖기 시작했다.


一犬吠形, 百犬吠聲

한마리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백마리 개가 따라서 짖는다.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후한後漢의 왕부王符가 쓴 시 한귀절을 떠올렸다. 아니면 자신이 이제는 이곳 반촌의 이방인이라는 것을 알고 저러는 걸까. 헌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매미울음보다도 더 빼곡하게 허공을 틀어막는 느낌이었다. 반촌에 이렇게 개가 많았는지. 밤만 되면 소잡는 소리가 허공을 찢는 곳이 반촌인데.


헌데 왜 이 판국에도 싯귀를 떠올리는 건지. 급할수록 돌아가려는 것인지, 오히려 여유를 부리고, 또 누리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헌데 삽살개들 울음소리는 점점더 짙어졌다. 석정은 어쩐지 슬쩍 겁이 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제일 먼저 짖어놓고, 요놈은 얄밉게도 언제 짖었나는 듯이 혼자 어기적거리면서 새침데기 낭자처럼 뒤따라오며 다리를 건너는 참이었다. 비도 오는데, 마음도 급한데 왜 이놈은 느긋한지.


한밤도 아니고 한낮에 짖는 놈이. 이놈 때문에 반촌이 온통 시끄러워졌다. 개들이 한밤도 아니고 한낮에 이렇게 사납게 짖어대니 그저 무서웠다. 발밑이 울리는 건지, 머리꼭대기가 울리는 건지, 눈앞이 핑핑 돌았다. 빗발 탓인지, 고작 무릎높이 밖에 안될 법한 연못들이 물빛이 더 짙어졌다. 검은 목화 앞코에 누런 흙물이 자꾸만 튀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걸음을 서두르는데, 연못 위의 연밥이 고갯짓을 하는 느낌이었다. 잘못 보았나. 고개를 돌리는 둥 마는 둥 곁눈으로보니 발치의 연못을 뒤덮은 푸르른 연잎들도 갑자기 떠밀리고 흩어지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희디흰 연꽃들도 흔들렸다. 석정은 확인을 해보려고 연못 앞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빗발이 굵어져서 연못 물낯엔 온통 파문이 깔리고, 빗살이 사나워서 물빛도 거무스름했다. 물이 더러워선지, 맑은 물에만 산다는 순채가 없었다. 이 더러운 연못에 새하얀 연꽃이 활짝 핀 채로 빗발을 맞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연잎 중심에 빗물이 고이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 쪼르르 물을 비워냈다. 그 밑으로 또 커다란 파문이 번졌다.


착각일까. 연잎들이 마치 그물 움직이듯 동시에 한뼘씩 움직인 것 같았다. 석정은 두눈을 깜빡였다. 강바람도 불지 않는데 이렇게 연잎이 흔들릴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 연잎 아래에 누군가 몸을 숨기고 있을 리도 없었다. 연못, 특히 연꽃이 피는 연못은 수심이 얕았다. 고작 무릎 정도일텐데. 그러고 보니 순채가 저 앞에 있었다. 왜 여기만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순간 석정의 오른손에 고삐가 들린 삽살이 컹컹 짖어대며 연못에서 멀찌감치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석정은 놀라서 왼손까지 포개어 고삐를 더 잡아당겼다.


"이놈이!"


웬놈이 이렇게 힘이 센지, 요지부동이었다. 석정은 삽살을 통제할 수가 없어서 진땀이 났다. 이놈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석정이 계속해서 삽살의 드센 몸부림과 씨름을 하는데, 헌데 갑자기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와 함께 그물로 엮인 연잎들이 석정의 온몸을 덮쳤다.


"어?"

"죽어!"


연잎그물이 석정의 눈앞을 가리고, 코앞을 덮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순간, 물이끼 색깔처럼 짙푸른 무복을 입은 사내가 갑자기 석정을 두쪽으로 가를 기세로 칼을 내리그었다. 칼날이 석정의 미간 사이로 번쩍했다.


"안돼!"


석정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놀란데다, 공포가 목울대로 들러붙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익은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또 등뒤에서 말발굽소리와 진한 흙보라인지 물보라인지 석정의 온몸을 휘감으며 자객에게로 싯누렇게 튀었다. 그순간 석정을 공격한 칼날은 석정의 왼쪽어깨를 비껴갔다. 두눈에 사정 없이 튀는 물보라에 자객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틀었다.


"너...!"


스물 남짓한 서생이 백마를 타고 뛰어들더니, 오른손으론 말안장을 잡고, 발을 끼운 등자橙子로 균형을 잡고서 납작하게 안장 위로 드러누우며 왼손을 뻗어서 연못가에 고인 흙물을 튕겨서 자신을 공격한 참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정니리淨泥裏 기술이었다. 달리는 말의 등자에 발을 건 채로 지면에 가깝게 납작하게 드러누워 흙먼지를 일으켜 상대방을 공격하는 기술인데, 서생은 흙먼지 대신 물보라를 일으킨 터였다. 이정도 마상재 기술은 흔치 않았다. 자객이 당황스런 안색으로 쳐다보는데, 서생은 순식간에 등자에서 발을 빼며 엽렵하게 착지했다.


"영감!"


석정은 너무도 놀라서 두 다리가 굳어진 터였다. 목소리조차 나오질 않았다. 이게 무슨 봉변인지 그저 귀신에 홀린 것만 같았다. 팔을 뻗어 석정을 자신의 뒤로 밀어놓는 구릿빛 팔뚝이 누구의 것인지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석정의 신변을 확보한 서생은 두눈을 번뜩이며 자객의 정체를 확인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연못의 연잎으로 위장한 탓인지, 자객은 얼굴조차 눈쪽에만 구멍을 뚫어놓은 연잎으로 감싼 채로, 두눈을 재빠르게 굴리는 참이었다.


"너..."


김석하? 자객의 음정이 한풀 꺾였다. 석하는 자신을 알아본 듯한 상대의 음색이 귀에 익었지만, 누구 목소린지 당장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석하가 자객의 눈에서 눈길을 떼지 않고 뚫어져라 지켜보자 자객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릴까 걱정이 되는지 고개를 슬쩍 숙이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상대가 내빼려는가 싶어서 석하가 얼른 뒤쫓으려 했지만 이내 연잎그물에 두발이 얽혔다. 달아나던 자객이 되돌아올까봐 걱정부터 되는지 석하는 바로 몸을 틀어 석정을 보았다. 다행히도 털끝 하나 다친 데는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마디 건네고 보는 석하였다.


"괜찮습니까, 영감?"


석정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두눈을 깜빡였다. 착각일까. 조금은 이놈 살갗이 희어진 느낌이었다. 한동안 도성에서 못봤으니 객지를 떠돌아다녔다는 얘긴데, 당연히 더 시꺼멓게 탔어야 할 얼굴이 거꾸로 희어진 듯한 느낌이라니.


어처구니 없게도 은금빛 삽살은 순식간에 석하에게 다가들어 꼬리를 흔들다가도 또 컹컹 짖어댔다. 석정이 할 말을 잃은 사이, 삽살이 열렬한 환영의 몸짓을 해대는 것이었다. 석하는 그런 삽살이 귀엽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쓱쓱 쓰다듬었다.


"이놈, 너무 나돌아댕기지 말랬지!"


석정은 연못 옆 노둣돌에 힘겹게 걸터앉았다. 짧은 사이 비가 많이 온탓에 엉덩이를 오롯이 기댈 수는 없었지만, 너무도 놀라서 서 있을 기운도 없었다. 그대신 막힌 말문은 금세 트였다.


"네놈야말로...어딜 그렇게 나돌아다니다..."

"볼일이 좀..."


석하는 일부러 집춘문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삽살의 은금빛 털만 쓰다듬으며 어물어물 답하였다. 그런 모습이 조금은 어색했다. 석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부턴가 석하는 코빼기도 볼 수가 없었다. 중궁이 재산루에서 연화도를 빼돌린 그날 부터였나. 석하가 워낙 바쁘게 돌아다녀서 정말로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다.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아서..."


석정이 투덜거리는 말에, 석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그저 왕과 병판대감에게 목줄이 채워진 신세 같았다. 그동안 김석주가 지극히 또 극진히 아껴준 덕에 아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왕이나 김석주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기분이 좀 이상할 뿐이었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건가? 우해한테 보낸 서찰은 또 뭐고?"


석정이 묻는 말에 석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현묵자 홍만종과 어느새 현묵자 홍만종과는 별호에 이어서 자字까지도 스스럼 없이 부르는 사이가 된걸 불만스러워 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정말로 몰라서 묻느냐는 눈빛이었다. 지금쯤이면 많은 것을 알아차렸을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


"몰라서 묻는 걸세."

"저도 몰라서 물은 겁니다. 그 서찰을 보시면 나리는 아시겠거니 해서."


석하의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너무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석정은 물끄러미 석하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석하는 왕과 김석주의 밀명을 받아서 송시열을 감시하다 돌아왔다. 거기까진 자신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석하가 민유중의 여식이 송시열의 외손주와 혼담이 오가는 것에 의혹을 품고, 그 숨은 실상을 캐보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모르십니까."


아까는 눈빛으로 물었다면 이번엔 목소리로 아예 묻고 말았다. 눈앞의 최석정의 얼굴을 보는 느낌이 묘하였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었을 리는 없었다. 여전히 최석정은 최석정이었다. 저 좋은 머리로 여태 흑막을 벗기고 내막을 캐지 못하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평안과 평온을 꿈꾸는 방어심리 탓일 터였다. 도대체 최석정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은 무엇일까.


갑자기 고막이 따갑도록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석하는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삽살이 자신의 발치를 맴돌며 컹컹 짖어대는 참이었다. 일전엔 김석주를 보고 짖고, 지금은 자신을 보고 짖고, 또 아까는 자객을 보고 짖은 터였다. 죄많은 사람을 보고 짖는 것이 아니라, 원귀가 많이 붙은 사람을 보고 짖는 놈이었다. 체질 탓인지 워낙 혼백이 잘 붙는 자신은 예외였다.


"고놈 참 시끄럽네."

"이놈이 영감 목숨 살렸습니다. 요놈 데리러 왔다가, 또 요놈 짖는 소리에 놀라서 제가 달려온 거니까요. 원래는 느긋하게 말 위에서 저 유삼油衫(기름먹인 비옷)을 껴입던 참인데..."


석하는 서른보 남짓한 거리에 널브러진 푸른 옷가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였다. 희누런 종이에 흔한 들기름을 발라놓은 것도 아니고, 푸르른 목면에 귀한 유동기름桐油을 발라놓은 놈이라, 어지간해선 길바닥에 팽개치지도 않았을 놈이었다.


석하는 곧장 달려가서 유삼을 주워들고 흙물을 탈탈 털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뒤따라 온 석정을 보고, 그 어깨에 걸쳐주었다.


"가시죠."

"가다니?"

"궐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마침 소생도 전하의 부름을 받고 상경한 것이거든요."


석하는 품속에서 붉은 명소패를 꺼내어 석정의 눈앞에 내밀어보였다. 평소 석하라고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서찰을 주고 받을 때는 병여炳如란 자字나 대곡大谷이란 호戶를 더 즐겨 쓴 탓인지 석정의 두눈엔 명소패에 적힌 이름이 낯설게만 보였다.


김석하金錫煆...


석정은 가만히 미간을 찡그렸다. 자신은 다른 관청소속들과는 달리 갓을 쓰고도 입궐할 수 있다는 옥당관리였다. 하지만 석하는 소속이 분명치가 않았다. 재산루의 마름이니 김석주의 사람인데, 간혹 무예별감처럼 왕의 심부름도 하는 것 같았다.


"전하께서?"

"예."


석하는 말을 아꼈다. 석정 역시 더 묻진 않았다. 왕이 모든 걸 시시콜콜 자신과 논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도 안되었다. 그저 자신과 관련된 일만 아니면 되었고, 또한 큰 문제가 아니면 그만이었다. 도성 밖을 주유하는 김석하를 불러들일 정도면 뭔가 막중한 일일 것 같기는 하지만. 그보다 석정은 석하가 박사업博士業은 젖혀두고 비밀리에 왕이나 김석주의 심부름이나 다니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러다가 음지의 길만 걷게 될 것 같았다.


"헌데...자넨 준비 안하는가? 곧 칠석젠데."

"칠석제요?"


석하는 헛웃음을 머금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내 허공을 보며 한숨을 흘렸다. 그 시선엔 식년시式年試든 증광시增廣試든 별시別試든 과거에 그리 관심 없는 홍만종보다도 더 지독하게, 달리 아예 빈틈조차 없었다. 마치 과거는 꿈도 꿀 수 없는 사람처럼 암담한 벽담에 갇힌 채로, 빼곡한 어둠에 갇혔다. 서출도 아닌데 왜 과거는 생각지도 않는 건지, 차라리 무예를 익히며 허송세월 하는 건지, 사면이 꽉 막힌 가마에 타서 가마꾼들이 메고 가는대로 가듯 자신이 어디로 가는 건지 아는지 모르는 꼴이었다.


"제겐 미래가 없지요."

"뭐?"


석정이 미간을 찡그리며 되묻자, 석하는 흠칫하여 허공을 응시했다. 비가 와선지 공기가 선선했고, 코끝에 고인 숨결도 차가웠다.


"아니...저희 귀문은 과거를 보지 않습니다."

"아...차..."


석정은 입안이 썼다. 어쩐지 아까웠다. 석하 이놈을 볼 때마다 매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학문을 가르칠 스승도 부모도 없이 취약한 배경이 족쇄라서 아까웠고, 그러면서 또 하필이면 고약한 김석주의 족제라서 또 아쉬웠다. 그런데 귀부龜趺니 귀문龜門이니 하는 해괴한 사문의 규율에 얽매여서 과거도 보지 않는다니. 물론 허목처럼 과거를 보지 않고도 천거를 통해 출사해서 우의정까지 오르는 예도 있었고, 홍만종처럼 서호에서 뱃놀이나 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즐기면서도 명성을 떨치는 예도 있으니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헌데, 연꽃을...망쳐놨군요. 가하茄荷(연줄기)를 죄다 끊어서 그물에 엮어놓다니..."


이만 자리를 뜨려던 석하가 발치의 연잎그물을 걷어내고, 연꽃 예닐곱 송이까지 한데 얽힌 것을 음울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석정의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굴렀다. 미래가 없다는 놈이, 돌아서다 말고 연꽃타령을 했다. 헌데 연꽃 하니 어쩐지 중궁이 떠올랐다. 중궁이 평소 연화도를 즐겨 그리는 탓일까. 통명전 바로 옆의 연못 이름도 수수하게 말 그대로 연당蓮堂인 탓일까. 연잎그물을 어루만지던 석하는 문득 코끝을 연꽃에 갖다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 냄새는...어쩐지 중궁을 닮았다. 천옥대사는 연화를 가까이 하면 연화향蓮花香이 나고, 근화를 가까이 하면 근화향槿花香이 난다 했다. 그가 준 근화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근화향을 풍기는 여인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거라고도 했다. 그런데, 중궁에게서 나던 향기는 연꽃향이었다.


"연꽃향이었군요. 연꽃향.."


석하는 가만히 혼잣말을 뇌까렸다. 씁쓸하고 쓸쓸한 심정으로 석하가 석정을 따라 이조청사에 당도하니, 이민서는 거기 없었다. 이조전랑 얘기로는 갑자기 서둘러 입궐하더라는 것이었다. 설마 길이 엇갈렸나 싶어서 석정은 걸음을 서둘렀다.


궐문 앞에 이르니, 마침 홍철릭에 황초립을 갖춰입은 무예별감 두명이 석정을 반겼다. 그들은 다짜고짜 품에서 붉은 명소패를 꺼내어 다짜고짜로 눈앞에 디밀었다. 전하께서 양화당에 대신들을 윤대하며, 전한 최석정도 배석을 명했으니 어서 가보라는 것이었다.


"허면 이 영방은 어떻게..."

"일단 같이 가서 저 앞에서 기다려 보게나."


윤대가 일찍 끝나면 당장 품하기로 하고, 석하가 석정을 따라 통명전 앞에 도착하니, 은은한 연꽃향이 코끝에 닿았다. 하지만 그들이 데려온 삽살은 통명전에 이르자마자 컹컹 요란하게 한번, 두번, 세번...세번이나 연신 짖어댔다. 게으른놈이 부지런히 짖어댈 정도면, 역시 귀신이 있는 건가 싶어서, 석정과 석하는 바짝 긴장했다. 어차피 둘다 귀신을 부리는 재주는 없으니, 그저 불안을 삭이는 게 전부였다. 정말로 중궁은 귀신에 놀랐던 것일까. 분명히 시체라 했다는데.


"영감! 왜 이제 오시옵니까?"


석정과 석하의 코끝을 연꽃향이 섞인 차향이 간질인다 싶은 순간, 마침 두광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관茶罐에다 찻잔을 예닐곱잔이나 받쳐들고 양화당으로 향하다가 석정을 반겼다. 그리고 석하를 알아보고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


"왜 둘이 같이..."

"내 생명의 은인일세."

"네?"


석정이 석하의 어깨를 감싸안고 하는 말에 두광은 크게 놀라선 고개를 까딱 기울이더니, 석정의 눈치를 보았다.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지 두광은 아랫입술을 슬쩍 비죽였다.


"양화당으로 드시지요. 다른 대신들도 이미 와서 기다리는 참이옵니다."


두광이 돌아서는 순간, 다시금 은근한 연꽃향이 석정의 코끝을 스쳤다. 달큰한 꿀냄새와 알큰한 꽃냄새가 함께 어우러졌다. 반촌에서 자신을 덮친 연꽃그물과도 냄새가 달랐다. 연꽃을 우려내면 쓰디쓴 냄새가 더해지는 탓이겠지만, 석정으로선 처음 맡는 냄새였다. 여기서 민유중이 마신 차, 자신이 마신 차와 색은 똑같은데 냄새가 달랐다. 뒤따르려던 석정의 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마신 차는...알싸한 생강맛이 났었다.


작가의말

지금 성균관 앞에 있는 하마비는 영조 때 세운 걸로 압니다. 하지만 중종 때 성균관에 하마비를 세우란 명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영조 때 하마비를 재건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중종때 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상당부분 훼손된 하마비로 설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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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10.02 15:36
    No. 1

    약을 준 사람은 숙종일까요?
    자신만의 사람과 세력이 없는 최석정이 이번 기회로 많이 배웠을 듯 합니다.
    체건이는 등장하려면 아직 멀었겠군요.
    아니면 작가님의 편애에 힘입어 천지인의 뒤안길로 사라지... =3=3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4.10.02 15:42
    No. 2

    천재인 석정이지만 일인지하 말인지상이 되기까지는 참 많은 일들을 겪었구나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10.03 13:38
    No. 3

    오리무중..... 숙종의 계책인 것 같은데...
    역시 진홍이 때문이겠죠? 참 애닯습니다.
    그러나 우리 꺽정군의 각성이 아직은 부족한 듯... 2차 각성이 시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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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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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89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4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8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4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0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3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3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2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5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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