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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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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연재수 :
3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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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20,877

작성
14.11.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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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217

DUMMY

"어쩌냐. 다시 동래부로 돌아가야겠는데?"


석정이 겸연쩍게 웃으며 석하의 눈치를 보았다. 석하는 몸을 조금 일으키나 싶더니 도로 등을 거룻배 바닥에 딱 붙이고 꼼짝도 하질 않았다.


"아으흐! 전 못 갑니다. 못 가요. 혼자 다녀오세요."


뻗대는 석하가 우스꽝스러운지 보부상들이 낄낄 웃어댔다.


"보아하니 동래부도 못 들르고 그냥 온 모양인데...동래부에서 발급하는 첩문帖文(증명서) 없인 저 안에 못 들어가는 거 아실려나 모르겠네?"

"배멀미 징하게 하는데 클났구먼."


그 와중에도 가운데 보부상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석하를 쳐다보며 말을 아꼈다. 석하는 여전히 구토에 시달리느라 시야도, 신경도 무뎌져서 보부상들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석정은 반대로 신경이 곤두선 탓인지 어쩐지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보시오. 혹시 이 친구를 아시오?"


석정은 석하를 가리켜 물으며, 가운데 보부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가운데 보부상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석하를 곁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여태 석하를 얕잡아보고 비웃던 좌우의 보부상들이 흠칫 놀란 눈초리로 가운데 보부상의 눈치를 보았다. 가운데 보부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니...어디서 본 듯 한데...아닌 것도 같고..."

"뭐요?"

"그럼 이만. 조시朝市를 놓치면 아니되어."


가운데 보부상은 뭐가 그리 급한지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좌우의 보부상들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석정은 의아한 눈길로 보부상들을 쳐다보았다. 한사람이 일어나기 무섭게 나머지 사람들도 덩달아 일어서는 모습이, 꼭 주인과 종의 관계 같았다. 고작 보부상의 서열이 저 정도로 엄격한가 싶었다.


하지만 석하는 그들이 가거나 말거나 후들거리는 손끝으로, 제 앞섶을 헤집어서 목에 걸린 은깍지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은깍지 구멍 사이로 한호흡을 빨았더니 은깍지 사이로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입안에 들어와 목울대를 식혔다.


"소인 배엔 그만 좀..."


사공이 난색을 표하며 석정에게 눈짓을 보내다 말고 안색을 일그러뜨렸다. 뱃머리로 다가서던 석정 역시 어디가 불편한지 어기적거리는 걸음이 영 불편해 보였다.


"빨리들 내리시죠."


혹시라도 쌍으로 토할까 싶어서, 사공은 석정을 흘겨 보더니, 석정의 궁둥이를 자신의 팔뚝으로 슬그머니 떠밀어서 뱃머리 앞으로 보냈다. 석정이 비명을 지르며, 한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잡았다.


"어우 내 엉덩이! 미, 밀지 말게!"

"얼렁 내리심이..."


석하는 메쓱거리던 속이 좀 진정되는 것을 느끼고서야 은깍지를 도로 품속에 넣어놓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발한발 내딛는데도 눈앞이 어질어질하였다. 뱃머리가 맞닿은 호선 형태의 선창船艙에 큰 보폭으로 내리는 순간 또 골이 울렸다. 이마는 띵하고, 머리는 맹했다. 갯돌과 산돌을 섞어서 쌓아놓은 선창이라 울퉁불퉁한 탓일까.


이럴 때면 누군가 따스하게 안아주는 듯한 환각이 필요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미의 품에 그리웠다.


석하는 몇걸음 딛다 말고, 선창 옆의 아름드리 바위를 끌어안았다. 정오의 햇살에 달궈진 바위가 가슴에 닿는 느낌이 딱딱한데도 포근했다.


하지만 바위가 따뜻한 탓인지 속은 더 울렁거렸다. 석하는 고개를 옆으로 비끼고 또 토악질을 했다.


"무, 물좀..."

"물?"

"이왕이면 열천冽泉(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물)이요..."

"열천? 허이구, 따지는 것도 많다."


진이 빠진 얼굴로 바위에 턱을 괴는 석하를 석정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물을 찾으면서, 그것도 아무 데서나 구하기 힘든 열천씩이나 찾다니. 한여름에도 열천이라 불릴 정도의 우물이나 샘은 드물었다. 그것도 이가 시리도록 찬물은.


"멀미엔 열천이지요."

"열천?"

"빨리요 빨리..."

"아니 뭘 빨리야. 바닷가에서 열천은 무슨 열통 터지는 소리..."

"누구 때문에 배를 탔는데요."

"그럼 어쩌냐. 엉덩이가 짓물러서 더는 말 못 타겠는데..."

"알았으니 빨리요..."


석하는 자꾸만 뱃속에서 구역질이 넘어오는지, 눈도 못 뜨고 도로 품속에서 은깍지를 끄집어내어 입에 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석정은 기가 차서 아랫입술을 실룩였다.


"이제 보니 활깍지가 아니라 자네 배멀미 고치는 의구醫具로군?"


석정의 야죽거림에 석하는 대꾸할 기운도 없는 듯이 은깍지를 도로 품속에 넣었다. 석하의 손끝 은깍지에 시선을 집중하더니 석정은 피식 웃고 말았다. 가죽끈에 매달아서 수시로 넣었다 뺐다, 물었다 뱉었다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화살을 쏘는 데에 쓰는 물건이 아니라, 배멀미 치료에 쓰려는 모양이었다.


"활깍지 맞습니다."


기어이 말대꾸하는 석하의 모습에 석정은 입을 비죽였다.


"다 나았구만...."

"빨리요 좀..."

"아니 어디서 구하라고..."

"나리가 이리로 보낸 역관 한분 계시댔잖아요. 그분한테 얻어오심 되지요."

"아니 아직은 그놈을 만날 때가 아닌데..."

"알았으니 다녀오세요."

"알긴 뭘 알아."

"알았다구요."


석정은 처음 온 초량행에 열천부터 찾는 석하의 말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통명전 뒤에 있는 우물도 열천이었다. 한모금 떠 마시기만 해도 이가 시리다 들었다. 중궁이 유산이 된 것도 온갖 약재들과 식재들의 절묘한 상성 탓이지만, 열천 탓도 있다 하였다. 그런데, 노상 배멀미를 달고 다녀서 그런 열천이 필요한 이놈이 문제였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도 잘 쏘는 놈이 왜 배멀미는 저리 심한 건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저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맘의 문제였다. 심리적으로 물을 무서워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 난 불에 타죽을 뻔 했는데도 괜찮은데 이놈은 왜...뭣 땜에...."

"..."

"야이 파김치야!"


석정은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석하의 등짝을 찰싹 후려쳤다. 멀미를 진정시키려 애쓰던 석하는 가슴 속 식도에 걸린 것이 출렁이는 느낌에 또 앞골이 울렸다.


"나리! 안 그래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석하가 복장뼈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눈을 흘기는데, 석정이 벌떡 일어서는 모습이 눈꼬리에 걸렸다.


"너는 파김치, 나는 파렴치."

"예?"

"물 얻어올테니 꼼짝 말고 있어."

"예..."


석하는 석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손짓만 까딱까딱 했다. 얼른 물을 구해와줄 일이지 왜 자꾸 미루적대는지 원망스러웠다.


석정은 석하대로 석하를 남겨두고 홀로 왜관 주변을 다니려니 어쩐지 마음이 불안했다. 반송장이 되어버린 석하 대신 내친 걸음인데,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머뭇머뭇 몇발짝 걷다 보니 정곡丁髷이란 변발을 한 왜무사들이 환도를 차고 둘씩 다니면서 자신을 흘끔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금도왜禁徒倭라 불리는 왜군쪽 경비병들이었다. 저들의 임무는 왜관 내외를 순찰하며 자신들 왜군의 범법행위를 단속하는 것이라서, 조선인을, 특히 양반을 함부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선쪽에 통보할 요량인지, 아니면 뒤로 무슨 손을 쓸 속셈인지, 자꾸 곁눈을 주면서 최석정의 외양을 요모조모 뜯어볼 뿐이었다.


석정은 담벼락을 따라 송현산쪽으로 올라갔다. 우물물 대신 계곡물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헌데 걷다 보니 돌담 모퉁이가 나왔다. 반듯한 사고석이 아니라, 크기가 서로 다른 갯돌과 산돌을 선창처럼 제멋대로 쌓은 듯한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려서 곁눈으로 돌아보니 얼핏 커다란 수문守門이 담벼락에 ㄱ자의 대칭꼴로 걸친 듯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흠칫 놀라서 똑바로 쳐다보니 정문 좌우에 익실을 붙여놓고 지붕을 솟을삼문 형태로 씌운 수문이었다. 한일자형 담장 중앙에 삼문을 배치하는 조선과는 달리, 6척 돌담을 ㄱ자의 대칭꼴로 꺾어놓고 바로 꺾어지는 모퉁이에 좌우 익실이 딸린 수문을 배치한 것이 이상했다.


그래도 어차피 수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송현산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석정은 고개를 돌리고 수문을 그대로 지나쳐 샛길로 쭉 올라갔다.


또 다시 이어지는 담벼락엔 조선의 도처에서 모여든 장꾼들이 사행오열로 짚자리를 깔아놓고 쌀도 팔고, 청어도 팔고, 무나 배추도 파는 광경이 이어졌다.


아까 보부상들이 말한 조시朝市였다. 수문 안에 마련된 개시대청에서 조선과 왜측 관료들의 입회 하에 한달에 5일마다 여섯번 열린다는 육개시六開市는 그야말로 조선팔도의 거상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는데, 여기 조시는 그저 초량촌 인근의 노점상들이 짚자리에 한두품목씩만 늘어놓고 찬거리를 팔다보니 그저 조촐했다.


확실히 팔리는 데는 팔리고, 안 팔리는 데는 안 팔렸다. 변발한 왜인들이 손짓발짓으로 상인들과 흥정을 하며 물건을 사는데, 저들이 거들떠도 보질 않아서 방치된 노점들도 눈에 띄었다. 그냥 대충 쳐다보는데도, 노점 주인들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한산했다.


저자들은...?


아까 배안에서 보았던 보부상들이었다. 배 안에서 특히 말을 아꼈던 보부상은 마른오적어 스무 축, 북어 서른 쾌, 미역 스물 뭇 등 건어물을 짚자리에 쌓아놓고 돌돌 만 짚단에 걸터앉은 참이었다. 일행인 다른 보부상들도 좌우 건너편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왼쪽에선 쌀과 콩, 수수 등의 곡식을 한 광주리씩 수북하게 쌓아놓고, 또 오른쪽에선 말린 대추, 버섯, 고추, 더덕 등의 건채乾菜를 한 동구미씩 담아서 늘어놓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었다. 하나같이 건어나 건채, 곡식 등 잘 썩지 않는 식재료들 뿐이었다.


그냥 장꾼들이었나...


그대로 갈길을 가려던 석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외지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공급해 달라고 장시를 여는 것일진대, 하나같이 마른 찬거리 뿐이라니. 헌데도 파리만 알씬댈 뿐 왜인들은 얼씬도 하질 않았다. 저들도 이슬을 한껏 머금은 싱싱한 음식을 먹고 싶을 뿐, 햇살에 실컷 말라붙은 음식을 먹고 싶진 않아선가. 참다 못한 건채상이 파리 쫓는 부채를 휘두르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석정은 다시금 고개를 돌려서 조시의 면면을 살폈다. 이상했다. 짚자리에 놓아둔 품목들도 조선에선 없어서 못 산다는 오적어인데도 왜인들이 찾질 않다니. 너무 비싸서 그러나. 그럼 왜인들이 찾는 품목은 도대체 뭐기에?


왜인들이 특히 붐비는 자리를 쳐다보니 언뜻 광주리에 수북하게 담긴 쌀이 눈에 띄었다. 쌀이라면 물론 살 만도 했다. 하지만 똑같은 쌀인데, 뭐가 다르다고 저기만 왜인들이 몰리는 건지 이상했다.


얼른 석하를 위해 찬물을 구하려면 발길을 어서 재촉해야겠는데, 마침 왜인 하나가 큰 광주리에 든 쌀을 손가락으로 연신 가리켜 보이며 이상한 말씨로 묻는 바람에, 허리춤 옆으로 얼핏 비치는 상인의 행색이 석정의 눈길을 마저 끌었다.


"고꼬?"


아낙이 광주리의 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발길을 서두르던 석정은 그 자리에서 다리가 굳어버렸다.


두눈이 의심스러웠다. 하필이면 머리를 구리비녀로 쪽을 진 아낙이었다. 이제 보니 그 옆에서도 아예 머리를 땋아내려 주홍색 댕기를 드리운 어린 계집이 왜인들에게 눈웃음을 살살 치며 손짓발짓으로 저마다 쌀이나 야채 등을 파는 참이었다. 아낙이나 처녀나, 짧은 저고릿단 아래로 치마끈으로 가슴밑을 동여매어 속살이 아찔하게 비쳤다.


석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정말로 쌀을 파는 건지, 몸도 파는 건지. 아낙의 저고릿단에 시선이 쏠렸다. 아낙이 팔을 뻗어 쌀을 일곱 되나 퍼서 짚자루에 담아주는데, 탐스런 젖무덤이 설핀 아침햇살에 얼핏 비쳤다.


물론 도성의 장터에서도 환갑을 바라보는 노파가 인절미를 한접시씩 내어놓고, 또 술을 국자로 퍼주기도 하지만, 이리 고운 처자들은 아니었다. 꼭 꽃단장한 기녀들이 장터에서 쌀과 채소를 파는 느낌이었다.


"참내..."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턱을 꿈틀거렸다. 쌀을 퍼주는 게 아니라 살을 보여주는 꼬락서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참견할 수도 없었다. 가난한 백성이 먹고 살겠다고 나왔는데, 사대부가의 예법을 무턱대고 강요할 수도 없었다. 굶어죽는 것보다는 나으려나 싶기도 했다. 석정은 보고도 못 본 척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고 또 발길도 돌렸다. 헌데 발뒤꿈치 바로 뒤로 인기척이 들렸다.


"첩문 좀 보여주시지요."


뜻밖의 목소리에 석정은 흠칫 놀라 돌아섰다. 어느새 등뒤에서 은으로 세공한 정자頂子(전립에 다는 장식)를 단 전립을 쓴 무관 한명, 그리고 정자조차 없이 테두리가 굽은 벙테기를 쓴 군졸 한명이, 포승줄로 석하의 두손을 친친 감고 양쪽 옆구리를 제압하고 데려가는 참이었다.


"너..."

"일행 맞지요? 첩문을 보여주셔야겠습니다."


정자를 단 무관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고 석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석정은 올 것이 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금 석하를 쳐다보았다. 석하가 당혹스러운 듯 두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하지만 석정과 똑같이 두눈이 의미심장하게 반짝였다.


"첩문?"

"이분과 마찬가지로 첩문이 없는 겁니까?"


무관이 눈을 위아래로 흘겼다. 일단 두 사내가 똑같이 양반행색이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문제는 여기는 멀쩡한 양반이라면 찾지 않는 왜관이란 점이었다. 차라리 통사通詞(사역원에 딸린 통역관으로 의주 및 동래에 파견됨)로 부임해오는 중인 역관들이라면 또 몰라도. 하긴 요새는 관직에 올라 간땡이가 부은 중인들도 입기도 하고, 또 더러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천인들도 입기도 하니...상대가 양반만 아니면 되었다.


"호패 좀 보여주셔야겠습니다."

"호패? 그야 물론..."


석정은 허리춤을 뒤척이다 말고, 그자리에서 손가락끝이 굳었다. 호패가 없었다. 손끝엔 아무 것도 닿는 것이 없었다. 그저 잘못 엎어지면 자신의 허벅지는 물론 양물까지도 다치게 할 법한 반달돌칼 뿐이었다.


"없소만..."

"없다고요?"


무관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올라갔다. 석정은 무관과 군졸의 눈치를 보면서 겸연쩍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디다 흘린 것 같으이."


무관과 군졸이 지겹다는 눈빛으로 석하를 돌아보았다. 방금 석하를 추포했을 때도 똑같이 들은 말인 탓이었다. 석하 역시 석정에게 콧잔등을 찡긋했다.


좀전에 자신도 똑같은 핑계를 군인들에게 대었다는 눈짓이었다. 혼자만이 아니라 둘씩이나 똑같이 호패를 흘리고 없다고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이는 없었다.


"데려가게."


신원을 증명할 물품도 없겠다, 증인도 없겠다, 무지막지하게 끌고 가도, 저쪽에선 훗날 자신들을 탓하거나 할 명분도 없었다. 오히려 양반을 사칭한 죄인들일 수도 있었다.


무관은 마음놓고 품에서 포승줄을 꺼내어 석정의 양쪽 손목을 제압하곤 가차없이 묶기 시작했다. 그 무자비한 손길에 손목의 힘줄까지 모조리 짓눌리는 듯이 아팠다. 참기 힘든 고통에 석정이 인상을 썼다.


"아, 아...살살 묶게. 내가 좀...안 좋은 기억이 있어놔서 말일세."

"개수작은 동래부에 가서 하시오."


무관은 짧게 일축하고, 포승줄을 잡아끌어 수문 쪽으로 향하였다. 석정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석하 역시 느긋한 미소로 조용히 화답했다.


석하의 한쪽 옆구리를 수문쪽으로 잡아끌던 군졸 또한 석정과 석하 사이에 오가는 의미심장한 눈짓에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두눈을 깜빡였다. 분명히 수상쩍은 자들인데, 함부로 대하긴 또 미심쩍었다. 뭐하는 자들인지. 이곳 왜관까지 암행어사가 감찰을 나올 리는 없는데.


밑 닦은 손으로 떡 집어먹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잇새에 김가루라도 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군졸은 괜히 입속의 혀뿌리를 치켜서 혀힘줄로 앞니 틈새를 비벼댔다.


그렇게 무관과 군졸이 이 수상한 이방인들을 잡아끌고 장터를 지나는데, 한가롭게 마른오적어로 부채질을 하던 장꾼 하나가 두눈동자에 초점이 움틀하더니 눈시울이 꿈틀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서 상인을 쳐다보니 장돌뱅이는 열불천불이 나서 입안이 헛헛한 듯 오적어를 제손으로 갈기갈기 찢어서 입안에 사납게 쑤셔넣을 뿐이었다. 군졸이 석하의 기색도 곁눈으로 살피니, 누군지 모르는 듯이 그냥 지나쳐 갈 뿐이었다.


잘못 봤나.


하긴 얼마 전까지 싱싱한 호박이나 무를 갖고 와서 팔던 상인이었다. 장사가 안되는 탓인지 오늘은 아예 오적어나 미역 같은 건어물로 품목을 바꾸어서 가져 왔다. 그런데도 파리나 날리니 속이 탈 법도 했다.


군졸은 의심을 거두고 석하의 팔꿈치를 더욱 사납게 수문쪽으로 잡아끌었다.


"갑시다."


석정과 석하가 수문쪽으로 끌려가자, 오적어를 씹던 건어물상은 여전히 오적어를 입안에서 우물거리면서도, 석하의 뒷모습에 다시금 눈길을 던졌다. 그는 탐색하는 듯한 눈초리로 석하를 쳐다보곤,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병판대감의 족제가 여긴 웬일이지?"


그 말을 듣고 왼쪽 곡물상이 멈칫하더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듯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네?"

"지금 끌려간 사내들, 저중 어린놈이 병판대감 족제라네."


건어물상이 덤덤히 내뱉은 말에, 곡물상이 의아히 두눈을 깜빡였다.


"에에? 그런 자가 왜..."

"그러니 말이야. 병판대감 족제 씩이나 되어서 여기 올 이유가 없거든. 병판대감이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데. 일전에도 족제가 도적한테 칼 맞고 쓰러졌다고 도성 안 상인들을 죄다 족쳐서 인삼까지 구해다 먹였으이."


그는 혼잣말을 하듯 대꾸하다 말고 수염이 수북한 제 턱을 꼬집듯이 문질렀다. 병판대감의 족제 김석하, 그 어린놈이 여기까지 첩문도 없이 올 만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되질 않았다. 김석하에 대한 자질구레한 정보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던 그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여기에도 지석묘가 있는 건 아닐테고."

"지석묘요?"

"저눔아가 지석묘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거든."

"아...그럼 본 것 같은데."

"뭐? 뭘 봐? 저눔아를 니눔도 봤다고? 오데서?"

"아니 지석묘요..."

"지석묘? 지석묠 봤다고?"

"예, 저기 봉화산쪽에서..."


곡물상이 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건어물상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서쪽을 보았다. 하지만 먼빛으로는 구름인지, 구릉인지, 아무 것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봉화산?"

"처녀골인지 총각골인지...아...보긴 봤는데..."

"그래? 앞으로 또 보면 말해주게."

"예? 지석묘는 왜요?"

"가막쇠줄을 꽉 잡을 수가 있거든. 헌데..."


회심의 미소를 짓던 건어물상은 고개를 비끼고 홀로 뇌까렸다.


"지석묘 때문에 왔다고?"


하지만 굳이 정체를 감춘 것이 석연치가 않았다. 동래부에 들러서 첩문을 발급받고, 또 동래부사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는 편이 나았다. 호패만 있었어도, 저들이 의도한 대로, 아까 배안에서 거의 졸도 직전까지 가서 감동포를 그냥 지나친 걸로 믿었을 뻔했다. 하지만 저들은 일부러 호패를 숨겼다. 김석하만 해도 상계에 알음알음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같이 온 서른 중반의 사내는 도대체 얼마나 거물이기에 호패를 숨긴 건지.


"인물첩 좀 내놓게."


그는 건채상한테 다짜고짜로 손을 내밀어보였다.


"네? 그건 왜 또..."

"얼렁 내놓으라. 이왕이면 시임時任(현직관료)으로."


건어물상이 맹렬한 손짓으로 보채었다. 손끝에서 바람이 일 정도였다.


"잠시만요."


건채상은 윗잇몸이 보일 정도로 콧잔등을 찡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둥이 한짝씩 깔고 앉았던 건지, 두개의 오동나무 목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시임時任이라 새겨졌고, 또 하나는 전임前任이라 새겨졌다.


건채상은 시임時任이라 새겨진 목함을 두손으로 딱 잡더니 손을 뻗어서 뚜껑을 열었다. 백장도 넘직한 종이단자들이 마치 철했다가 뺀 듯한 다섯개의 침눈 흔적만 남기고 목함에 들어 있었다. 건채상은 가만히 손길을 뻗어 종이단자들을 뒷장부터 차례로 주춤주춤 들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오적어 파는 장돌뱅이가 두눈을 부라렸다.


"뭐야? 철도 제대로 안해놨어?"

"아 하루가 멀다하고 허다하게 바뀌는데 어떻게 시임, 현임 그때그때 철합니까? 그냥 하나로 합치라니깐요."

"품계대론 똑바로 된 거지?"

"예, 제가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았으니 빨리 주라우."


건어물상이 보채자, 건채상은 연신 눈치를 보면서 종이단자를 한장씩 들추었다. 앞면 하단엔 손톱 만한 글씨로 현임관료들의 이름이 적혔지만, 앞면 상단엔 깨알 같은 점들로 품계가 찍혔다. 원래대로 책으로 철해두었으면 낱장을 넘기기가 한결 수월했을텐데도, 철을 안한 탓에 한층 불편했다.


"담부턴 똑바로 철하라우!"

"야야."


건채상은 건성으로 대꾸하며 마저 낱장을 넘겼다. 하지만 왼쪽 상단부에 손톱 만한 크기의 글씨로 이름이 적혀서, 이름이나 품계만 알면 찾기 쉬운데도, 아는 게 없으니 그저 인물첩의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보느라 더욱 더디었다.


"아 빨리 달라니까!"


건어물상이 수전증 환자 같은 손짓으로 독촉했다. 하지만 건채상은 계속해서 뒷장들을 뒤척이기만 했다.


"아, 그만 좀 되작거리고 이리, 이리!"

"어, 왜 안 보이지?"


건채상이 계속해서 뒷장들을 해작거리며 늑장을 부리자, 건어물상은 참다 못해 냅다 종이뭉치를 낚아채어 자신이 거친 손길로 뒤적였다.


건채상과는 달리 그는 앞쪽부터 차례로 훑기 시작했다. 관품순이라서 맨앞장은 김수항, 다음장은 민정중의 얼굴이 나타났다. 손끝에 따라서 하단부의 이름도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게 높은 품계순으로 정리된 인물첩을 빠르게 훑으니, 건채상이 타박했다.


"아니 딱 봐도 서른 안팎인데 왜 윗장부터 찾는대요? 그렇게 찾다가 어느 천년에 찾으려고?"

"딱 봐도 참상參上 아니면 당상堂上인데 그럼 뒤에서부터 찾으리?"

"에이, 그 나이에 출륙出六(7품 이하의 참하에서 6품으로 승급하는 일)도 힘든데 당상은 무슨요. 그냥 딱 중간에서 뒤로 넘기면 되지."

"아 글쎄 앞에 있을 거래도."


건채상과 입씨름을 해가며, 건어물상은 빠른 손놀림으로 앞부분부터 훑었다. 마침내 찾던 인물단자가 나왔는지, 건어물상은 의기양양하게 인물단자를 펄럭여 보였다.


"이거 봐라. 네눔은 이래서 안돼. 이래서."

"뭘요."


건어물상이 너무도 쉽게 찾아내자, 건채상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지만 건어물상이 옆으로 툭 내민 종이를 보고 자기도 호기심에 곁눈으로 살폈다.


정말로 비슷한 얼굴 같기는 했다. 하지만 쉽게 승복하긴 싫었다. 그는 그림을 좀더 자세히 볼 요량으로 팔을 뻗어 뺏으려고 들었다.


"어디 봐요."

"아 글쎄 나좀 보고...나 아직..."


건채상한테 인물단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건어물상은 안간힘을 썼다. 한쪽은 뺏으려고 들고, 또 한쪽은 지키려고 실랑이를 하는 참이었다. 그 와중에 그림 속 얼굴이 확실하게 건채상의 두눈에 들어왔다.


실물이 그림보다 나았다. 그림은 삐쩍 마른 꺽정이가 사람으로 둔갑한 꼴이었다. 헌데 실물은 조금 마른 듯 해도, 확실히 준수했다. 도성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외모였다. 이렇게나 준수하면 필시 한두번쯤 그 명성을 들었을 법도 했다.


헌데 앞쪽 상단에 찍힌 점의 갯수가 문제였다. 품계를 뜻하는 점이 고작 셋이라니...


"뭐야, 점셋이면...점이 적을 수록 높은 건데..."


건채상은 이름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얼이 빠져서, 석정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벌써 무관과 군졸에게 제압 당해서 김석주의 족제와 함께 수문 앞으로 끌려가는 참이었다.


그저 멍청히 그림을 붙든 채로 마냥 석정의 뒷모습을 쳐다보니, 건어물상의 득달같은 닦달이 뒤따랐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놓거래이!"

"아니...이 사람요. 전하께서 총애하신다는 그 꺽..."

"꺽? 웬 딸꾹질이야?"

"아니겠죠 설마?"

"뭔 소리야?"

"보세요 여기요 여기..."


건어물상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름을 건채상이 손가락으로 짚어보였다.


최석정崔錫鼎...


건어물상은 두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하단의 이름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고개를 쳐박다시피 하고서 용모파기를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상꺼풀이 없는 용의 눈, 매의 부리를 닮은 듯한 콧날, 다부지게 빗장처럼 굳게 다물린 입술, 광대뼈 아래로 움푹한 볼우물, 날렵한 턱선이 보일 정도로 숱이 적고 짧은 수염...


아무리 봐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말도 안 되었다. 왕의 최측근이 도성을 비우고 여기까지 내려올 리가 없었다. 건어물상은 흔들리는 눈길로 수문쪽을 쳐다보았다. 군관과 군졸이 최석정과 김석하를 끌고 왜관 수문 양옆에 자리하는 두개의 방 중 안쪽 익실로 끌고 들어가는 참이었다. 저 수문 양옆 익실이 조선 조정에서 왜관의 동태를 수시로 감시하고 보고하는 임무를 띠고 파견된 통사들의 숙소였다.


"안주부主簿 나리! 안주부 나리!"


군관이 목청을 돋워서 안주부를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군관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곤 군졸에게 턱짓으로 오른쪽 익실을 가리켰다. 군졸도 오른쪽 익실로 가서 목청을 돋워서 또 다른 역관을 소리쳐 불렀다.


"김봉사奉事 나리! 김봉사 나리!"


역시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군졸은 인상을 쓰고 상관의 눈치를 보았다. 왜관의 감독은 무관과 군졸이 각각 2인 1조가 되어 2교대로 번을 서고, 통사가 한명씩 2교대로 번番을 섰다. 그런데 지금은 낮시간이다 보니 당연히 더 편한 시간대를 점한 안주부가 입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입번入番인 안주부는 물론 출번出番인 김봉사도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조시 때는 꼬박꼬박 자리를 지키며, 귓돈에 뒷돈을 따박따박 챙기던 장꾼들이 왜..."

"그러게요...웬일이래요?"


무관이 짜증스레 혀를 차자 군졸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엄밀히 말하면 장시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보부상 같은 장꾼들은 아니지만, 사실 장시에서 중간에서 다리를 놓으며 장꾼들보다 더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저들 역관들인 탓에 그들에겐 다 똑같은 장꾼이었다.


장시만 되면 눈이 벌개져서 끼여들고, 또 슬그머니 자신들도 곁다리로 이런저런 물목들을 사고 팔며, 중간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는 탓이었다.


조선팔도에서 손꼽히는 거상들은 모두 역관이었다. 조선제일 거부인 장현과 어깨를 겨룰 만한 변승업이나 김근행이나, 하나같이 이 바다, 이 바닥에서 왜인들과의 교역을 통해 중간에서 배를 불린 자들이었다.


특히 변승업은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몇차례나 동래훈도訓導(동래왜관 담당 역관들의 총책임자)를 지내면서 장시를 주무르며, 온갖 귓돈에 뒷돈을 쓸어모았다.


지금은 훈도가 바뀌었지만, 지금도 왜인들은 상당수가 훈도가 변승업인 줄 알아서, 변승업이 아니라 박유년이라고 열두번도 더 정정해줘야 하지만. 군관은 심드렁히 푸념했다.


"안주부야 뻔하지 뭐. 저 개시대청 어디서 왜놈들하고 바둑이나 두겠지 뭐. 말로는 뭐 자기는 일하는 거라는데."

"바둑 두는 게 일이요? 별 웃기는 소리 다 들어보겠네."

"겸사겸사 정금鄭錦(패망한 명나라 후손으로 반청세력)쪽 정보도 탐지하고 한다는데. 정보를 얻는 건지, 떼끼는 건지. 그속을 누가 알겠냐."

"그러게요. 쯧쯧...김봉사 나리처럼 가만히나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허이구. 그놈은 얼마전에 도성에서 온 지 종형從兄 눈치 보는 건데?"


석정은 군졸의 입에서 지남의 얘기가 나온 듯 하여 검지 옆날로 인중을 문질렀다. 슬그머니 석하에게 곁눈을 주니, 석하 역시 애써 표정 없는 얼굴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수문 저편을 쳐다보는 참이었다.


"눈치요?"

"그치가 보통 샌님이 아니잖냐. 꽉 막혀갖고. 남들은 여기 오면 인삼뿌리든 은붙이든 팔거리를 들고 오는데, 그치는 첩해신언지, 첩첩산중인지 웬 꼬부랑 글자책만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밤낮으로 읽어대더라. 야...다 떨어진 갓끈에다, 찢어진 도포에다...난 또 암행어사 납신 줄 알았다."

"저두요. 저두요."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도성에서야 지남이 거렁뱅이 행색으로 다니든 장돌뱅이 행색으로 다니든,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차림 그대로 이곳 촌구석으로 오면 얘기가 달라졌다. 군관과 군졸의 말마따나, 영락없이 암행어사 꼬락서니였으니. 지남이 구두쇠인 김근행을 따라다니면서 왜어를 조금 익힌다더니, 그 행색부터 배운 게 문제였다.


"어휴우, 꼬라지 보면 김근행이 회춘했지, 회춘했어. 갓끈은 너덜너덜 종이끈이고, 전낭끈은 꾸들꾸들 가죽끈이고..."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욕 많이 먹어서 회춘했나."


석정은 군관과 군졸이 지남을 두고 험담을 하는 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혼잣말을 했다.


"청출어람이로군."


전혀 듣지 않는 척 수문쪽만 쳐다보던 석하가 어깨가 움찔했다. 석정은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찔끔 어깨를 찔끔했다. 대번에 군관과 군졸의 눈초리가 석정에게로 향했다.


"청출어람이라니? 그 샌님하고 아는 사이시우?"

"아는 사이라니? 뭔 아는 사이?"


석정이 움찔 놀라 시치미를 떼는 모습을 보고 석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방금 청출어람이라면서요. 그 샌님을 아니까 하는 말씀이..."

"샌님? 그 짠내 폴폴 나는 노친네 얘기하는 거 아닌가?"

"예에?"

"꼬부랑 글자책 읽는 왜어역관이라며. 그럼 그 노인네하고도 스승제자겠지."


석정은 지남과 아는 사이냐는 군관의 질문에 시치미를 떼었다.


"아니 뭐..왜어를 공부한다고 다 왜어역관입니까?"

"그럼 아닌가?"

"어이구야. 그럼, 그 노인네하곤 좀 아시오?"


군관은 험악한 눈길로 석정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김근행은 여기 동래바닥에선 인심이 좋질 않았다. 왜관이 원래 있었던 두모포 일대에선 고리대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 김근행과 친분이 있다고 하면 여기저기에서 한여름에도 불쏘시개를 들고 달려들 지도 몰랐다. 물론 그는 눈곱 만큼도 말리거나 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뭐...그 노인네 지독한 거야 도성바닥에서 유명하지...되로 빌려주고 말로 돌려받고. 아주 악명이..."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도 있는데,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된 노인네죠. 고리대로 이 바닥을 싹쓸이해서, 그 재물로 유황을 사들여서, 그 공으로 종2품인지 정2품인지까지 올라갔으니...내 아버지도..."


무관도 한마디 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아비도 김근행의 고리채에 허덕이다 비참하게 세상을 떴다. 김근행을 뼈째로 갈아마셔도 시원치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그 노인네는 이 바닥을 떠서 도성으로 돌아갔으니, 남은 한을 어찌할 수도 없었다. 가끔씩 그 이름만 떠올려도 속이 홧홧했다.


석정은 김근행의 악명에 혀를 내둘렀다. 힐끔 석하를 쳐다보니, 석하 역시 오른손을 목뒤로 둘러서 목덜미를 긁적였다.


이렇게 민심이 사나워서야, 김근행과는 털끝도 엮여선 안될 것만 같았다. 이러다 김지남이 김근행한테 왜어 몇마디라도 배운 사실이 알려지면, 또 그 최석정이 김지남을 여기 초량으로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 동래바닥 백성들이 모조리 몽둥이를 들고 달려올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인가?"


갑자기 등뒤에서 들리는 중년의 목소리에 군관과 군졸이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석정은 입꼬리로 꼬이는 미소를 애써 참으며, 곁눈으로 석하를 흘낏 쳐다보았다. 석하 역시 목소리의 주인공에 재빨리 뒤를 돌아보는 참이었다.


안쪽에서 개시대청에서 마흔 안팎의 뚱뚱한 역관이 청단령자락을 펄럭이며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오는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손가락끝에 쥐라도 나는 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꺾일 만큼 주물러대는 모습이, 영락없이 개시대청에서 대관왜들과 바둑 대국對局이라도 하다가 나온 품새였다.


수상한 자들이 장시 앞을 얼쩡거린다고 귀띔을 해준 금도왜들이 자신들에게 먼저 귀띔을 하긴 했지만, 개시대청의 대관왜들한테도 통보를 했을텐데, 이제야 느긋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니 밉살맞았다. 물론 안신휘 본인이 누누이 강조했듯, 바둑두는 것도 일이라지만.


"안주부나리?"

"무슨 일이냐니까."

"여기 이...이자들이 장시 앞에 있기에 데려왔습니다."


잇새에 파 찌꺼기라도 낀 것처럼 군관이 왼쪽턱을 꿈틀대며 대답했다. 안주부는 이런 일은 이골이 났는지, 형식적인 문답을 군관과 빠르게 주고 받았다.


"첩문은?"

"없었소."

"호패는?"

"없었소."

"허면 행장行狀(행상에게 발급하는 증명서)은?"

"그것도."

"허면 이들이 타고 온 사공을 족쳐야 하나..."


안주부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석정을 흘겨보았다. 끌려온 사내들이 워낙 멀쩡한 외모라 의심이 동한 탓이었다. 안주부는 요모조모 뜯어보는 듯한 눈길로 석정과 석하를 계속해서 살피며 요구했다.


"갓 좀 벗어보시오."


혹시라도 신분을 증명할 만한 옥관자나 밀화갓끈이라도 달았는지, 재력을 증명할 만한 대모풍잠이나 산호동곳이라도 꽂았는지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시키는대로 수상한 사내들은 순순히 갓을 벗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반질반질한 얼굴 뿐. 그래도 관자나 동곳에 신경을 쓸 법도 한데도, 하나같이 콩알 만한 산호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안주부는 고개를 비끼고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봐도봐도 잘 생긴 얼굴들이었다. 계집들이 이들의 얼굴을 보는 족족 넋을 빠뜨리고 제손으로 옷고름을 푸를 것만 같았다. 수문 옆 담장에서 아침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팔아대는 계집들마저, 왜인들에게 손목도 잡히고, 다리도 벌리고 해서 번돈을 고스란히 갖다바칠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앞의 잘생긴 선비들을 장터의 계집들 기둥서방 쯤으로 믿고 싶어졌다.


"보아 하니 저 앞에서 몸파는 계집들 기둥서방인 게로군. 첩문 없이 조시 앞을 지나면 안되는 걸 몰랐더냐?"


안주부의 막말에, 석정과 석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두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기둥서방?"

"무슨 말을..."


두사람 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안주부에게 치도곤을 내거나 하기도 뭣했다. 따지려다가도 그저 말문이 막혔다.


"아니오? 그럼 뭐요? 오호라, 조시가 아니라 개시를 훔쳐본 건가?"

"개시? 오늘이 그날이오?"

"오늘이 초사흘이니 당연히...시치미는 안 통한다 이것들아."

"뭐요?"

"하긴. 주제에 무슨 개시. 개나 소나 다 끼는 개시가 아니야. 저기 용만, 개성, 도성...조선팔도에서 난다 긴다 하는 거상들만 끼는 게 개시거늘. 계집 등골 빼먹는 기둥서방들이 낄 자리가 아니지."

"기둥서방 아니라니까."


참다 못한 석하가 반박했지만, 안주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기 하던 말만 계속했다.


"얌전히 집에서 기다릴 것이지, 여긴 왜 기어쳐나와서...네들 계집들이 왜인들한테 젖가슴 내주고, 가랑이 벌려주고 번돈 바로 떼갈려고 온 것이냐? 멀쩡히 불알 두쪽 달린 사내들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제 여자 몸판 돈으로 호위호식하냐고!"


안주부는 석정과 석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큰소리로 나무랐다. 점입가경이었다.


석정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애써 울분의 한숨을 참았다. 상대방이 격장지계로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도록 유도한 것일 수도 있으니, 속아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젊은 혈기로 석하가 나설까 걱정이 되었다.


석정이 흘낏 석하를 쳐다보니, 석하는 아예 대꾸조차 않고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그런 두사람을 보며 안주부는 두눈을 차갑게 번뜩이고, 이내 턱짓으로 무관에게 신호했다.


"끌고가시오."

"알았소."


군관은 무뚝뚝히 대꾸하곤 석정의 팔꿈치를 꽉 움켜쥐었다. 왜쪽 죄인은 왜관에서, 조선쪽 죄인은 조선에서 다스리는 게 방침이니, 동래부로 데려가려는 것이었다. 석정은 마찬가지로 군졸에게 팔꿈치를 순순히 제압당한 석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이 친구 배멀미가 좀 심한데..."

"원래 여기 오는 초짜들 태반이 배멀미를 하는 법이지."


안주부는 심술궂게 대꾸하곤 더는 석하와 석정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미 어린놈의 어깨너머로 중요한 거물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곧 사시巳時에 열릴 육개시六開市에 참석할 인사들이 저마다 거래할 물목들을 챙겨서 수문으로 하나둘씩 입장하는 참이었다. 자신도 괜히 이들을 상대하지 말고 어서 숙소에 들러서 개시대청에 참여할 채비를 해야 했다.


"어이구. 박객주! 어찌 벌써 오시오?"

"아, 응당 관수館守(왜관의 수장)어른께 인사부터 드려야지요."


박객주라 불린 중년의 상인이 안주부와 친근한 눈웃음을 주고 받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눈길을 관수옥館守屋 쪽으로 던지다가, 군관들에게 제압된 석정과 석하를 곁눈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하나는 관옥 같고, 또 하나는 흑옥 같은 옥안이라 더 눈길을 끌었다.


"이분들은...?"

"육개시에 몰래 숨어들려고 수문 앞을 배회하던 자들입니다. 첩문과 행장, 호패도 없으니, 일단 동래부로 보내어 조사를 해야지요."


안주부가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대답했다. 석정과 석하를 보던 박객주의 눈초리가 싸늘하게 굳어졌다.


"행색은 양반인데..."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니...멀쩡한 양인들도 천역賤役을 마다 않는 마당에...양반이 장시에 나오는 게 뭐 대수겠습니까? 천하의 광산김문과 달성서문도, 알고 보면 먹고 살겠다고 떡 팔고 술 팔아서 저리 명문이 되었는데."

"그건 과부가 혼자 자식들을 건사하느라고 떡 팔고 술 판 거지...멀쩡한 장부가 떡 팔고 술 팔면 그거야말로 남자 망신, 양반 망신이지..."

"양반도 아닙니다. 호패도 없는데 무슨..."

"허면 양반 사칭까지? 쯧쯧쯧..."


박객주가 혀를 차고 관수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정과 석하는 참고 듣기 낯뜨거운 비웃음에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석정은 본래 꺽정이란 조롱을 많이 들어본 탓에 손가락 끝으로 미간을 긁적이고 말았지만, 석하는 아예 한손바닥으로 낯바닥을 쓱쓱 문질렀다.


헌데 산 넘어 산이라더니. 또 다른 상단 행렬이 밀려들어왔다. 상인들과 제법 면식을 쌓았는지 안주부는 웃는 낯으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낯선 귀남자들의 출현에 상인들은 너도 나도 석정과 석하에게 관심을 두었고, 그럴수록 안주부는 '기둥서방'이라 떠들어댔다. 석정과 석하는 군관과 군졸에게 끌려가며, 자신의 등뒤로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얼굴이 벌겋게 불타올랐다.


"진짜..."


이를 악물고 참아내던 석하가 결국 입이 열리는데, 수문 안으로 녹단령자락이 펄럭이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추 자신 또래로 보이는 관리와 자신보다 다섯살은 더 많아 보이는 용모로 남루한 행의 차림의 사내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참이었다. 그뒤로 걸어오는 철릭차림의 군관도 눈에 띄었다.


저중에, 말로만 듣던 김지남이 있을 법 했다. 헌데 뒤따르던 석정이 자신의 등줄기에 고개를 콱 박는 것이 보였다. 아예 김지남을 못본 척 할 심산 같았다.


석하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고생문이 훤히 열렸구나 싶었다. 이대로 정체를 숨기고 동래부로 끌려가면 무슨 곤욕을 치를 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신원을 증명해줄 건 오직 김지남 뿐이었다. 아니면 아까 분명히 배에서 자신들을 알아본 듯한, 그 가운데 보부상...평소 사람 얼굴을 못 외우니,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도성 말씨를 쓰다가도 반촌 말씨가 묻어나는 것도 같고, 반촌 말씨가 아니라 개성 말씨 같기도 했다.


누구더라...


석하는 만에 하나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곁을 지나는 역관 일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분명히 김봉사와 그 사촌형이라 하였으니, 김봉사 곁에 있는 스물 후반의 사내가 김지남일 것도 같았다. 마침 그 사내도 자신을 의아히 쳐다보는 참이었다. 군관과 군졸의 표현대로, 너덜너덜해서 묶지도 못하는 갓끈이며, 허리춤 밑으로 친친 동여매어 짧게 매달아놓은 전낭갖끈까지... 저자가 김지남이 확실했다.


누구기에...


지남 역시 미간을 찡그렸다. 수상한 자라고 군관들에게 끌려가는 꼴을 보아하니 육개시에 잠입하려던 장사치일 법도 했다. 하지만 갓끈은 평범해도, 얼핏 풍잠에 눌린 듯한 반달모양 자국은 눈에 띄었다.


게다가 방금 갓을 벗었다가 대충 쓴 탓에 흘러내리는 것을 사내가 바로 고쳐쓰는 모습을 보니, 갓 밑으로 상투를 꿴 동곳이 슬쩍 눈에 띄었다. 은 같기도 하고, 주석 같기도 한데, 역시 반달 모양이었다. 풍잠자국과 크기도 비슷했다. 풍잠이나 동곳이나, 서로 합치면 온달이 될 것도 같았다. 지나가며 눈결에 스칠 뿐이라 동곳에 새겨진 글자나 무늬는 지남의 눈에 띄질 않았지만, 사내의 멀쩡한 얼굴은 주상과 똑같은 면상이었다.


설마...


지남이 다가들어 확인해 보려는데, 마치 자신을 피하는 듯이 저 선비의 등뒤로 바짝 고개를 숙이고 가는 또 다른 선비가 눈에 들어왔다. 지남의 동공이 커지는데, 자신들을 반기는 안주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김봉사들! 고군관! 같이들 왔구만. 하긴 개시는 꼭 껴야지."

"저분들은..."

"분? 분이 아니라 놈일세. 호패도 없이 양반을 사칭하고 돌아다니면서 개시를 넘보는 걸 잡아서 동래부에 넘기는 길일세."


안주부의 말에, 지남의 눈시울이 실룩였다. 주상의 용안을 닮은 앞사내로도 모자라서, 자신을 보고 고개를 박고서 아는 체도 않고 끌려가는 뒷사내라니. 어쩐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뒤따르던 고후점 역시 뭔가 눈치를 챘는지, 자신의 팔꿈치를 잡고서 눈짓으로 물었다. 지남은 두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두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벅벅 문질렀다.


뭣도 모르고 동래부사 조세환과 동래훈도 박유년은 저 둘을 쥐 잡듯이 잡으려고 들 터였다. 곤장 만은 쓰지 말아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똥배짱으로 호패도 감추고 동래부로 제발로 끌려가는지.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마침 자신을 흥미롭게 보며 수문 안으로 들어서는 장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얼핏 스승이자 장인인 박정신, 박정시 형제를 따라서 사행을 다니며 오다가다 마주친 얼굴 같기도 했다. 한편으론 자신이 고구려 토기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주막 봉노에서 마주쳤던 행상들 같기도 했다.


"행수어른? 그 차림새는 대체...뭡니까?"


마침 안주부가 화들짝 놀라서 강도명 앞으로 다가들었다. 진짜로 보부상이나 입고 다닐 법한 삼베쪼가리를 걸치고 다니다니. 그는 그저 연신 혀를 내둘렀다.


"아니 천하의 송상 행수 강도명이...그꼴이...뭡니까?"

"뭐...개시에 참가하기 전에 분위기 파악 좀 해보려고, 조시에 좀 꼈었지."


송상松商 행수 강도명은 초립을 벗고, 호박풍잠이며, 화려한 산호동곳을 꽂은 망건바람으로 씨익 웃었다. 더운 날씨에 오적어 및 북어 등을 파느라고 진땀을 흘려선지, 망건이 다소 땀에 젖어 있었다.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잘 어울리는가?"

"어울리긴요. 제 말은 그저..."

"하기야...자네가 몰라본 게 어디 나 뿐이겠는가?"


안주부의 해명을 더는 귀담아듣지 않고, 강도명은 입꼬리를 비틀어 웃으면서 혼잣말투로 대꾸했다. 흘끗 곁눈으로 지남을 쳐다보는 강도명의 두눈에 묘한 호기심의 빛이 번들거렸다.


"저 친구는?"


작가의말

갑술환국 때 폐비민씨 복위운동에 정치자금을 댄 명단에 김지남의 조카손주(...) 김보명, 그리고 동래상인 박세건, 김도명이란 이들이 있습니다. 당시엔 개성상인이 동래상인도 겸할 땐데...


사실 강도명이란 이름은 김도명을 알고 쓴 것이 아닙니다. 우연히 김도명이란 이름으로 지었다가, 김석주의 아들 김도연金道淵에다, 김지남의 조카손주 김보명과 이름이 비슷해서 임의로 성을 강씨로 바꾸긴 했지만...왜 제가 짓는 이름마다 이러는 건지, 골치가 아프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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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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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89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4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9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4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0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3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3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3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5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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