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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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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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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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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쪽

해의 그림자 211

DUMMY

- 무술년戊戌年 11월 26일 사시에 동지망궐례를 행하였다. 궐안 곳곳마다 팥익는 냄새가 진동하는데, 중궁전 시녀 귀열이 오조(입덧) 증후를 보였다. 중궁께서 바로 내침의 백광현을 은밀히 불러 진맥케 하였더니, 오조가 아니라 해수였다. 중궁께서 낙심하시어 금일 사희(윷놀이)를 금하시었다. 빈궁께서 시녀 금이와 함께 사희를 행하시어, 금이가 불려가서 혼찌검이 났다. 금이는 빈궁이 사가에서 데려온 교전비로, 빈궁께서 자신의 시녀를 매질하심은 지나친 처사라고 품하셨으나, 중궁께선 윗사람이 잘못을 하면 아랫사람이 대신 받는 법이라 답하시고, 빈궁을 물리시더라.

 

칼자국이 깊게 파인 서안 위로 한장, 두장 책장을 넘기던 숙종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일기에서 말하는 중궁은 지금은 서거하신 조모 경사전敬思殿(인선왕후)이었다. 당시 할미가 아끼는 지밀나인들을 동궁전으로 밀어넣어 아비와 동침케 했었다던 장고상궁의 얘기가 이건가 싶었다. 일기에서 귀열의 오조惡阻(입덧)에 어의까지 불러 진맥케 하였다는 것은 그때 귀열도 아비와 동침한 궁녀라는 얘기였다. 헌데 왜 여의가 아니라 남의인 백광현인가 싶었다.  

 

- 저하, 송구하오나 어의 백광현의 시술은 불가하옵니다.

- 뭐요?

- 신 부제학 김만기, 약방제조의 권한으로 감히 말씀드립니다. 불가하옵니다.

- 왜 불가하다는 것이오?

- 신이 백광현과 약간의 교분이 있어 그 집안내력을 아옵니다. 백광현은 5년 전에 형부와 간통을 한 죄로 참수당한 대비전 지밀나인 귀열의 숙부이옵니다.

 

할미의 생전에 항후발제창을 치료할 침의로 백광현이 거론되었을 당시, 백광현의 거침을 두고 침이니 칼이니 찬반이 분분하였을 때 숙종은 백광현의 편에 섰었다. 그때 장인인 김만기가 나서서 경고했다. 감히 불가라는 참람한 발언까지 입에 담아가며, 백광현은 형부와 간통을 한 죄로 참수 당한 그 귀열의 숙부라고.


허면 그때 참수당한 귀열이 그냥 아비가 심중에 품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품은 여인이란 얘긴가.


믿기지가 않았다. 아비는 재위기간 한번도 다른 여인을 품은 적이 없었다. 재위기간엔...애써 부인하던 숙종의 귓가로 아득한 목소리들이 환청처럼 겹쳤다.

 

- 동궁이 성깔이 좀 있긴 하지.

- 뭐라구요?

- 중궁을 닮았다는 말을 하려는 거요.

- 계사년에, 전하께서도 이리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 그래서..날 원망하는 거요?

-  ...

- 그만 푸시구려. 내 중궁에게 미안하여, 여지껏 궁녀를 범하지도 않고 있잖소.

- 흥, 마음으론 수십번 범하셨으면서. 당신이야 어마마마의 뜻을 따랐으니..신첩도 동궁이 결국 제 뜻을 따르게 할 것이옵니다..

- ...

 

어미가 동궁전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나인들을 끝내 물리치고, 성난 어미가 동궁전을 한바탕 휩쓸고 나가자마자 귓결에 들리던 대화였다. 어미를 쫓아온 아비가 어미를 타이르는 목소리도 뒤섞였다. 그때 나가보려다가 숙종은 그냥 주저앉았다. 어미에게 너무 화가 나서 그때는 얼굴도 보기 싫었다. 아비가 오신 걸 알았는데도 그냥 외면했다.

 

그때 어미는 계사년(1653년)의 일을 언급했다. 아비가 열세살이 되던 해였다. 모르긴 해도, 어미가 자신에게 강요했던 그 일인 모양이었다. 어마마마의 뜻을 따랐다는 말은, 아비가 할미가 시키는대로 다른 궁녀와 동침을 한 것을 암시했다. 그런데 일기를 읽다 보니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계사년에 이어 무술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가. 무술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쩌면 자신이 태어날 때까지 계속되었던 일일지도 몰랐다.

 

기가 막혔다. 할미가 어미한테 그런 상처를 안긴 일도, 또 어미가 아내한테 상처를 대물림 하려 한 일도. 어미는 며느리에게 혼魂은 못 물려줘도 한恨은 물려주는 법인가. 어떻게 어미는 자신이 겪은 아픔을 똑같이 강요하는 것인지. 숙종은 고개를 저으며 머뭇머뭇 읽어나갔다.


귀열이라...


숙종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어느새 밤이 이슥하여 동온돌에도 검푸른 이내가 자욱했다. 무술일기가 손에 들어오니 괜히 방안은 우중충하고 마음은 뒤숭숭했다.


- 무술년 戊戌年 11월 27일 중궁전 시녀 옥향이 사라졌다. 계사년 이후로 해마다 한두명씩 중궁전 시녀들이 사라진다. 동짓날에 사람이 죽으면 귀매가 된다는 미신이 있어, 궁인들이 저마다 팥죽으로 제사를 지내고 담과 문에 뿌리는 주술을 행하였다. 중궁께선 해괴하게 여기시고, 빈궁을 불러서 귀열 대신 유괴 당한 것이 아니냐며 추궁하셨다. 그날 빈궁의 사가에 다녀온 금이가 중궁의 의심을 사서 내옥에 갇혔다. 동궁께서 몸소 내옥에 납시어 금이를 내옥에서 석방시켜 주셨으니, 중궁께서도 더는 허물을 묻지 않으셨다. 동궁께선 여의를 불러 금이의 건강을 살피셨다.


-무술년 戊戌年 11월 29일 빈궁전 시녀 금이가 사라졌다. 빈궁께선 내옥으로 사람을 보냈지만, 금이는 행방이 묘연하다. 빈궁께선 중궁을, 중궁께선 빈궁을 의심하였지만, 금이는 흔적도 없이 연기처럼, 남기처럼 사라졌다. 상께서 의금부로 넘기지 말고 조용히 내수사에서 수사하라 명하셨다. 

 

계사년 이후로 궁녀둘이 하나둘씩 사라졌다니...숙종은 점점 잠이 달아났다. 진즉 눈꺼풀이 감겼을 텐데도, 오히려 눈꺼풀이 자꾸만 들려서 자신의 검은 속눈썹들이 실이 되어 눈두덩을 감칠 기세였다.


귀열, 옥향, 금이...숙종은 집게손가락 끝으로 서안 위를 초조히 두드리다가, 문득 장지문에 비친 두광의 그림자를 보았다.


"두광아! 무술년 궁적을 가져와라. 있는대로 다."

"예? 예이..."


두광의 음성이 목울대에서 콧망울까지 부풀어오른 하품을 애써 참는 듯이 팽만했다. 밤중에 갑자기 속이 출출한지 숙종의 귀엔 국물이 쫄아서 퉁퉁 불어터진 병탕餠湯(떡국)처럼 들렸다. 두광이 냅다 궁적을 대령하여, 서안 위에 올려놓았다. 딴에는 재빠른 동작이었지만, 숙종은 굶주린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얼른 궁적을 펼쳐서 단숨에 훑었다.

 

本 임옥향 林玉香 기사년생辛巳年生 정해년 입궁

父 임관보 林寬步

祖 임치덕 林治德

曾 임말생 林末生

高 임효원 林孝元

母 설성박씨

外 박태산 朴泰山

 

本 백귀열 白貴烈 임오년생壬午年生 기축년 입궁

父 백광찬 白光璨 계해년생

祖 백철명 白哲明

曾 백인호 白仁豪

母 창녕조씨

外 조덕건 曺德健

 

本 금이 金易 갑신년생 신묘년 입궁

父 김경 金坰 을미년생

祖 김흥상 金興祥

高 김권 金權

母 해주정씨

外 정성일 鄭成一


세개의 서산을 끼워넣고 각각 이름을 확인하던 숙종의 시선이 백귀열이란 이름에 못박혔다. 백광찬이란 이름은 차치하더라도, 백철명, 백인호, 창녕조씨, 조덕건이란 이름은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일치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어의 백광현에게 궁녀 신분으로 형부와 금단의 사랑을 나누다가 아이까지 낳고 참형에 처해진 조카딸이 있었다던가.


"백어의...백어의를 부르라!"


처음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이름이라, 두광에게 분부하는 지금도 목소리가 웅얼거렸다. 두광이 처음에 못 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숙종은, 장지문을 보며 목청을 높였다.


"두광아!"

"..."

"두광아! 두광아!"

"예?"


두광은 문밖에서 졸다가 득달같이 닦달하는 옥음에 화들짝 놀라서 답하였다.


"백어의를 데려오라!"

"백어의요?"


두광은 두눈을 멀뚱거리며 장지문의 문고리를 잡으려 했다. 지밀나인들이 얼른 문을 열어주자, 두광은 문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숙종을 보았다. 무릎까지 굽혀서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두광이 쳐다보니, 왕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면서 무술일기를 읽던 참이었다.


"혹여 옥체가 미령하신..."

"옥체는 안녕하다."

"하오시면..."

"귀열의 일로 물어볼 게 있다."

"귀열이요?"

"13년 전 제 형부와 간통하여 아이까지 낳은 죄로 참형을 당한 궁녀 말이다."


숙종은 물어보면서도 그다지 기대하질 않았다. 두광은 기억력이 그리 좋질 않았다. 두광 자신은 워낙 피로에 찌든 탓이라고 변명하곤 하였지만, 숙종이 알기로는 원래 기억력이 나빴다. 당연히 지금 언급한 귀열이란 이름을 기억해낼 리가 없었다.


"아...그..."


두광은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하여 검지로 허공을 가리켰다. 방금 이름을 듣고도 또 기억이 나질 않았다. 두광은 갑자기 실이 엉킨 것처럼 검지를 흔들다가, 숙종과 시선이 딱 마주쳤다. 뭔가 아나 싶어서 혹시나 싶어서 두광에게 눈길을 던지다간, 역시나 싶어서 도로 거두는 참이었다. 어쩐지 자존심이 상해서 두광은 하나라도 기억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대비전 시녀 말이지요?"

"대비전?"

"그러니까, 돌아가신..."


그제야 숙종은 두광이 하나라도 아는 게 있나 싶어서 도로 시선을 뻗었다. 두광이 가물가물한 기억의 꼬리를 잡으려고 애를 쓰며, 자신도 모르게 엄지와 검지로 짚으려 했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웠지만 숙종은 웃지 않았다. 그저 두광의 얼굴에만 집중하느라 손끝의 움직임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기억이 나느냐?"

"예?"

"기억이 나느냐, 네가?

"워낙 대궐을 한바탕 휩쓴 사건이라..."

"그래?"


숙종은 고작 일곱살 때의 일이라, 귀열 사건의 이면까진 알지 못했다. 형부와 사통하여 아이를 낳은 궁녀의 추문엔 관심도 없었다.


아비의 진노가 이상하긴 했다. 궁녀의 몸으로 외간남자와 간통한 죄는 그저 교형絞刑에 해당하는데도, 아비는 등급을 더 높여서 참형斬刑으로 판부했다. 편전에서 신료들이 만류하는데도 완강했다. 평소 성격도 유악하고, 웬만해선 신료들의 압력에 밀려나곤 했는데도, 아비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 부모까지 죄를 물어 변방으로 유배를 보내버렸다. 제 언니의 지아비를 뺏아 아이까지 낳았으니 온가족이 삼강오륜을 무너뜨린 명목으로.


조보도 왕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여론을 실은데다, 궁녀들도 뒤에서들 원성을 쏟아냈다. 물론 그때는 모두가 아비를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시겠거니 믿으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순 없었다. 일곱살의 나이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각의 둘레가 좁았다. 그때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어디로 손을 뻗어야 정보를 움켜쥘 수 있는 건지 이제는 알았다. 자신이 하문하는 상대가 솔직히 답문하기만 한다면야, 충분히 정보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두광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숙종의 눈에도 비쳤다.


귀열. 두광도 그 이름을 더디게나마 기억해낼 수 있었다. 13년전 자기 형부랑 간통하여 왕실의 위엄을 훼손했다 하여, 등급까지 높여 참형을 받은 궁녀였다. 두광이 3년간을 거세의 후유증을 앓다가 나을 때쯤, 형부와 간통하여 아이까지 낳은 죄로 참형당한 궁녀의 소문은 당시 대궐을 진동시킬 정도였다. 그 궁녀가 어느 내의원 의관과 숙질간이라던가.


"그래, 뭐 아는 것이 있느냐?"

"그게..."

"말해봐라."

"그게..."


두광은 난감한 얼굴로 숙종의 눈치를 보았다. 선뜻 말을 꺼내기가 힘든 얘기였다. 이미 붕어하신 선대왕의 일이긴 해도, 그 아들이 눈앞에 있었다. 자신에겐 애착이 각별하긴 해도 워낙 수틀리면 종잡을 수 없는 위인이라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왕을 기망하기는 더 어려웠다.


"어서."

"그게..."

"백어의나 불러와라."

"예?"

"불러오래도."

"백어의는 어찌..."

"불러오기나 해라."


같은 말을 세번 하게 만드는 두광을 보니 숙종은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헌데 그가 짜증을 꾹 눌러가며 분부하자, 두광은 더 눈치가 보여서 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확 내옥에 가둬버릴라..."


숙종이 내뱉은 말에 두광은 움찔해서 어깻죽지를 움츠렸다. 내옥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온몸이 으슬으슬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목에 힘을 주지도 않고서 그저 담담하게 지나가는 말투로 말하는데도 무서웠다.


"그 책색서리놈은 잘 있더냐?"

"예 아직..."

"서후행은?"

"골골대긴 해도 아직..."

"그래. 오래들 살아 있으라 해라."

"..."


그저 안부만 물었을 뿐인데, 덕분에 오한이 배가되었다. 두광은 두손으로 양 어깻죽지를 감싸안고 슬금슬금 문가로 갔다. 왕이 백어의를 데려오라 명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옥체도 안녕하시다면서, 백어의는 왜 부르시는 건지.


장지문이 열리고 문턱을 넘던 두광은 장지문이 마주 열리는 서온돌의 문턱 너머로 비치는 중궁의 해사한 얼굴에 움찔했다.


하지만 두광 자신만큼 중궁도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이상했다. 중궁이 놀라거나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 동온돌이 문이 열리면 서온돌도 문이 열리는 식으로, 서로 열린 문틈으로 눈웃음을 교환하던 왕 내외였다. 그런데 중궁은 살짝 흐트러진 앞머리를 매만지는 척하면서, 넓디 넓은 소맷부리로 서안 위를 가렸다.


"응?"


두광이 의아히 진홍을 돌아보는데, 이내 서온돌 장지문이 닫혔다. 두광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득달같은 왕의 닦달이 등줄기를 후려쳤다.


"이놈! 빨리 다녀오지 않고 뭐 하느냐!"

"예, 예이!"


두광은 꽁지에 불 붙은 꿩처럼 부리나케 대청마루에서 내려섰다. 붉은 소맷부리 밑으로 슬그머니 비친 낡은 책자 같은 것은 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원래 늘 책을 즐겨보는 중궁에다, 태교 때문에 온갖 고시들을 두루 섭렵하는 중궁인 만큼 더는 의혹을 품지도 않았다. 당장 왕의 분부대로 백광현을 데려오는 것이 먼저였다.


"으허어!"


섬돌로 훌쩍 내려서고 보니, 하필이면 통명전 마당 한복판에 느른하게 엎드려 조는 삽살의 은금빛 형체가 보였다. 두광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통명전 앞에 숙위를 선 금군 손에서 조족등 하나를 뺏아들고 내의원으로 달려갔다. 벌써 열흘 가까이 중궁이 편찮으니 아직 퇴궐하지 못했을 터였다.

 

헌데 내의원 앞에 이르고 보니, 그 뒤켠의 홍문관이 괜히 신경이 쓰였다. 양화당을 나설 때 최석정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왕이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반하독을 푼 탓일까. 사실 치사량의 반하를 먹은 것도 아니고, 그저 손에 묻은 걸 쪽쪽 빨아서 조금 중독되었을 뿐이었다. 최석정이 약성이나 독성에 민감한 민감체질이거나, 먹물에 탄 초醋가 생각보다 독해서 술酒이 된 탓인지, 그나마도 육포를 먹지 않은 탓인지, 그저 억세게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백어의님! 백어의님!"


두광은 애써 내의원 뒤켠을 외면하고 내의원 문턱을 넘어섰다. 마당을 쓰는 서리가 한눈에 들어왔지만, 두광은 눈길도 주지 않고 한걸음에 서쪽 여섯칸 행각으로 달려들었다. 궐내 병자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었다. 헌데 행각의 섬돌엔 검은 목화 세켤레가 즐비했다. 평소 여기 섬돌이 이렇게나 붐볐던가. 두광은 미간을 찡그리고 목화들을 조족등으로 비추었다. 목화 뒤축들이 하나같이 붉은 손가락 자국이 나 있었다.


"백어의님 거기 안 계신데요."


서리가 비질을 계속하며 한마디 건넸는데도, 두광은 조족등을 계속 비추어 목화를 확인했다. 발치를 비춘다 하여 조족등이었다. 그래서, 지금 두광이 발치의 목화들을 비추는 행동이 그다지 남들 보기에 괴이하진 않았다. 하지만 두광은 목화 앞코와 뒤축을 살펴서 임자들을 확인했다.


김수항, 민정중, 민유중...


역시나 김석주만 여기 없었다. 비에 젖은 흙냄새, 고양이 오줌냄새가 어디선가 풍겨오는데, 눈앞의 목화에서 풍겨오는 시큼한 냄새에 두광은 코끝을 집게손가락 옆날로 문질렀다.


식초냄새.


세켤레의 목화 뒤축에 모두 검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사실 저들 목화 뒤축에도 슬쩍 매초梅醋(매실로 빚은 식초)를 발라놓았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생강으로 간한 육포를 먹은 손 그대로 목화 뒤축을 잡고 신었다간, 그대로 생강과 식초가 만나서 색이 살짝 붉어지는 법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다들 육포 먹은 손으로 목화 뒤축도 만진데다, 왜 목화 뒤축이 변색되었는지 짐작도 못하는지 그대로 방치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김석주는 그때도 목화 뒤축이 멀쩡하더니 그리고 지금도 내의원엔 들르지도 않았다. 도대체 뭘 먹고 해독이 된 것인지, 애초에 옥당 공좌부는 손대지도 않았다는 건지...헌데 서리가 옥당과 접한 높다란 남벼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계신데요"

"뭐? 어디...."

"저기요."

"옥...당?"


두광은 서리의 손가락을 따라 눈길을 들다 말고, 갑자기 사레라도 콱 들린 사람처럼 힘겹게 되물었다. 서리의 손가락은 역시나 산벼랑처럼 드높은 담벼락 너머를 가리켰다. 바로 방향을 틀던 두광의 발길이 우뚝 멈춰섰다. 급한 마음에 담장이라도 훌쩍 넘어서 살짝 들어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최석정을 마주해야 했다.


"백어의님, 백어의님!"


두광은 부지런히 백어의를 소리쳐 부르며, 최석정이 말을 붙일 틈도 주지 않고 홍문관 안으로 돌진했다. 마침 광현은 불이 훤히 비치는 옥당에서 석정을 눕히고 찬죽혈, 염천혈 등에 침을 놓던 참이었다. 게다가 석정 옆에는 웬일로 석하까지 복사뼈 구허혈에 침을 꽂고 엎드려 잠든 참이었다. 두광은 옥당에 왔다가 석정과 석하를 한꺼번에 보자 괜히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백어의...어이쿠야!"

"아이구!"


인당혈에도 침을 갖다대던 광현은 두광의 비명에 화들짝 놀라서 침을 쥔 손가락끝을 움츠렸다. 광현은 두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서 무릎맡의 석정을 내려다 보았다. 하마터면 인당혈에도 침을 놓을 때 두광이 들이닥쳤다. 잘못 건드리면 실명失明은 물론 실명失命까지도 될 법한 부위였다. 심장이 후들거렸다.


"이놈아, 왜 이리 주책을..."

"전하께오서...찾으시옵니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두광이 답하였다.


"전하께서? 어찌...?"

"그게..."

"옥체 미령하신가?"

"옥체 안녕하시오나..."

"허면..."

"송구하오나, 가보시면 아옵니다."

"잠깐만, 이 친구만 마저..."


광현은 두눈을 깜빡이며, 다시금 무릎맡의 석정을 내려다 보았다. 석정 역시 광현의 침을 맞으면서, 그간의 피로가 몰려들기라도 햇는지, 눈꺼풀이 감기고 나른히 선잠에 빠지던 참이었다. 하지만 웬 소란인지 두광이 자꾸만 광현을 독촉하는 목소리에 앞골이 울렸다. 두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굳었는지 붙었는지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가만, 가만..."


광현은 자신이 침을 놓는 동안 석정이 깜빡 졸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졸다가 갑자기 깨려고 하니 가위가 눌린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바로 옆에서 석하가 잠들어 있으니, 이놈의 귀접이 석정에게 옮았나 싶기도 했다. 광현은 석하의 발목에 꽂은 침을 뽑으면서 궁시렁거렸다.


"이놈이 또 옮겼구만! 망할 놈, 여기저기 귀접을 옮기고 다니냐?"

"아..."


석하가 스스로 스르르 눈을 떴다. 석하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는 것을 보고서 광현은 눈을 흘겼다. 석정은 어떻게든 겨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어쩐지 몸이 무거웠다.


"귀접이...옮는 건 처음 봤는데요?"


보다 못해 두광이 끼여들자, 광현은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이놈이니까."

"예? 헌데 그 친구는 왜 여기..."

"아, 궐문 앞에서 마주쳤는데 속이 울렁거린다고 해서 데려왔으이. 근데 둘다 침을 맞다가 같이 잠들더니, 석하 이놈한테 귀접이 옮았나 보구먼."

"귀접이...옮아요?"

"어려서 귀신을 벗삼아 홀로 무덤가에서 자라서...귀접이 좀 있다네."

"..."


두광은 역시나 석하가 껄끄러웠다. 감히 용안을 닮은 것도 불경한 일인데, 무덤가에서 홀로 자랐다니, 게다가 귀접까지 옮긴다니, 자신도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금 광현을 보채고 말았다.


"백영감님, 어서 가시지요. 전하께오서 몹시 급하시옵니다."

"전하께오서? 도대체 무슨 일이시기에...."


광현은 여전히 깨지 않는 석정의 얼굴을 힐끗 내려다 보았다. 이제 막 침을 꽂아서 뺄 수도 없었다. 옥체가 미령하신 것도 아니니 굳이 침함을 챙길 필요는 없겠지만, 침함을 두고 다니는 건 자신에겐 간과 쓸개를 꺼내놓고 다니는 거나 진 배 없었다.


그는 침통에 들어있는 침 세개로 되려나 고민하다가 그냥 침함에 넣고, 뚜껑을 닫으려다 또 도로 열었다. 침함에 삼베로 된 약쌈지를 하나 넣어둔 걸 깜빡했었다. 광현은 약쌈지를 꺼내어 풀어헤쳤다. 그리고 곱게 싼 흰 분말을 그대로 솜뭉치에 묻혀서 석정의 입가에 발라주었다. 제법 쓰라렸던지, 석정이 입시울과 눈시울을 동시에 실룩거렸다.


"참아, 참아."

"아, 쓰..."

"조금만 참지 왜."

"뭡니까 그거는."


석정은 고개도 제대로 못 돌리고 곁눈으로 광현의 검지 끝을 보았다. 흰 분말이 묻은 것을 보니 흰 가루는 분명한데, 웬 가루를 자신의 입가에 바르나 싶었다.


"고반枯礬(구운 백반가루)이잖나."

"처음 보는데요. 왜 갑자기..."

"아, 진즉 발라주려 했었는데...요놈이 갑자기 동이 나서..."

"고반이요?"

"그래. 몇푼 안남았었는데 대비전에서 갑자기 가져가시는 바람에...할 수 없이 시전에 가서 사왔으이."


광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석정은 흠칫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하필 이럴 때에 대비전이 봉숭아물을 들인다는 것도 심상치가 않았다. 자신이 괜히 다심스러운 구석이 있어선지는 몰라도, 괜히 의심스러웠다.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고반을 왜..."


머리가 무거운지, 석하가 도로 두팔에 이마를 묻고서 평소답지 않게 나른한 음성으로 한마디 하였다.


"낮에 양화당 앞에서 뵈었는데...손톱을 봉숭아잎으로 싸매셨더군요."

"봉숭아잎?"


석정은 기가 차서 입을 쩍 벌렸다. 대비 김씨가 세손가락씩 봉숭아잎으로 싸맨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가 막혔다. 대비 김씨는 왕실의 웃어른답지 못한 짓을 몇번씩 벌여서 도무지 감당이 되질 않았다. 감히 대비를 조관하란 차자를 올려서 왕의 눈밖에 났던 윤휴의 심정이 이럴 때는 또 십분 공감이 되니 문제였다. 그저 한숨만 나올 뿐, 어찌할 도리도 없었다.


"무슨 봉숭아물을..."

"미망인이라고 봉숭아물 들이지 말란 법이 있나."

"아니, 그래도..."

"굶어죽으시겠다고 신료들한테 유서를 돌리는 것보다는 낫지."


백광현도 몸서리를 쳤다. 친정아비 김우명이 급서急逝하자마자, 자신은 이대로 굶어죽겠다며 약방 제조와 도제조 등 신료들에게 유서를 돌린 대비김씨의 기행은 왕의 지근에 있는 자신까지 낯뜨거울 정도였다. 아무리 아들에게 서운하기로서니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신료들에게 돌려서 아들을 협박하는 행동은 너무도 끔찍했다.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자신도 모르게 대비전의 흉을 보고, 광현은 뒤늦게야 두광의 눈치가 보여서 곁눈으로 흘낏 쳐다보았다. 하지만 두광 역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뜨끔해서 고개를 젖히던 참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어색하게 히죽 웃었다.


"삶의 의지를 불태우시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말일세."

"암요."


그때 석정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제 입가를 문지르며 물어왔다.


"헌데...왜 고반이 들어가는 겁니까?"

"그야 봉숭아물이 더 진하게 들라고 하는 것이지."

"저 말입니다 저."

"아...자네...난 또...그야 구창口瘡을 치료하는 데엔 이놈만한 게 없으니까 그렇지. 반하독을 치료할 때에도 쓰이고."

"반하독을 치료할 때...백반도 쓰인다구요?"

"그럼. 끓여 먹기도 하는 판에."

"끓여...먹는다구요? 고반을요?"


되묻는 석정의 음성이 가늘어졌다. 강초만 생각했지, 백반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생강을 쓰지 않고 찬물에 여러번 헹구어 끓이거나 찌기만 해도 반하의 독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얼핏 어디선가 읽은 것도 같았다. 그런데 이미 대비전에서 한발 빨리 백반을 쓸어갔었다니. 석정이 굳어진 얼굴로 또 검지를 입속으로 가져가자, 광현은 기가 차서 손등을 찰싹 후려쳤다.


"또! 그 버릇 좀 고치게!"

"아..."

"그리고 석하 너, 다녀올테니 반각 지나면 네가 이 침들 좀 뽑아줘라."

"예? 침을요?"

"가지 말고, 기다려라."

"아니 왜...."

"기다리라고."


광현은 석하에게 뒤처리를 당부하곤 자리에서 일어서며 석정을 내려다 보았다.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왕과 신료들의 알력다툼에 중간에서 최석정만 다쳤나 싶기도 하고, 또 자신도 괜히 불안했다. 왕이 겨냥한 신료 중에 김석주도 있나 싶었다. 광현 자신은 석정과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김석주와도 친분이 깊은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헌데, 다 나으신 것이 아니었사옵니까?"

"다 낫기는! 저 친구 치료하려다 내 손꾸락이 발꾸락 되게 생겼는데."

"예에? 그건 또 무슨..."

"어서 가세나."


광현이 두광의 등을 떠밀어서 옥당을 나섰다. 하도 마음이 조급해선지 섬돌 위의 목화를 신겠다고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려다 그만 미끄러질 뻔 했다. 어쩐지 뇌리가 어수선했다. 반하독의 또 다른 해독제인 구운 백반을 대비전이 선수쳐서 빼돌렸다는 사실이 심상치가 않았다. 보나마나 김석주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


그 김석주가 문제였다. 이거 중간에서 자신만 난처하게 되었다. 왕이 자기 외종숙인 김석주까지 끌어내릴 심산으로 도력장 일을 꾸몄나 생각하니 손바닥에 진땀이 났다. 김석주는 왜 애먼 최석정을 물고 늘어지는지.


심란한 기분으로 통명전을 향해 걷다 보니 어느새 땀을 흘린 것도 아닌데, 자개미며 목깃이며 온통 눅눅하다 못해 축축했다. 게다가 비거스렁이가 온통 통명전 앞마당에 자욱하여, 지나가는 금군들 발치를 비추는 박등불(조족등불)이며 궐내각사 추녀를 밝히는 초롱불이며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그저 아득하게 아롱아롱했다.


"전하, 어의 백광현 부르심을 받들어 왔나이다."

"들라 하라."


장지문 안에서 흘러나오는 숙종의 음성은 무를 소금에 켜켜이 절여서 무거운 돌로 꾹꾹 눌러담은 짠지 같았다. 한켜한켜 짜증을 삭인 듯이 목소리에도 소금기가 배었다.


감히 왕을 너무 기다리게 했다. 누구보다 기다리는 것을 질색하는 왕인데도. 그나마 최석정을 진료하느라 그랬다는 것을 아시면 조금은 아량을 베풀어주실 터였다.


"왜 이리 늦었소?"


함께 온 두광을 문밖에 남겨두고 채 문턱을 넘기도 전에 왕의 핀잔이 목덜미로 날아드는 것을 느끼고, 광현은 어쩐지 목덜미가 따가운 것을 느꼈지만 그저 땀 때문이려니 했다.


"최전한을 치료..."

"사설은 되었고..."


숙종은 두손으로 턱을 괸 채로 백광현의 해명마저 일축했다. 일렁이는 호롱불에 유난히도 짙은 눈동자가 함께 흔들렸다. 광현은 금세라도 꺼질 듯한 호롱불의 심지를 내려다보며 황망히 엎드렸다. 저 눈곱만한 심지가 왕의 인내심일 터였다. 최석정을 치료하다 왔다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니, 어심이 몹시 사나운 모양이었다. 혹여 중궁에게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일단 통명전 섬돌을 디딜 기회조차 주지 말고 하루 열두시진을 누워있게 하였는데도 태아가 잘못되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왕이 이토록 심기 불편한 것은 중궁의 문제 외엔 더는 없을 것 같았다.


"혹여 중궁전께..."

"무슨...부정타는 말은 하덜 마시오. 중궁은 안녕하오."

"하오시면..."

"궁녀 귀열의 얘기요. 열세해 전에 죽은."

 

귀열?

 

뜻밖의 이름이 백광현의 고막을 파고들어, 13년 망각의 세월을 힘차게 헤치고 펄떡펄떡 뛰어올랐다. 바닷물살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검은 등지느러미가 달린 이름이었다. 오랜 세월 컴컴한 망각의 바다를 지나왔는데도, 싱싱하게 펄떡였다.


귀열?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그냥 자신도 어쩌다가 한두번씩 생각이 나긴 하였지만, 한번도 그 이름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그 이름을 듣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천정에서 뚝 떨어진 요사등 유리옥처럼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었다. 그 아이 이름은 자신들 임천백씨 일문엔 차라리 저주였다. 형과 형수를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부는 철원 산자락으로 끌려가게 만들고, 또 그런 형 내외를 수발하러 아우까지 따라가게 만들고, 집안을 반토막을 내어놓았다. 


"그 아이는 어찌하여..."


광현은 돌멩이를 삼킨 듯이 목울대가 콱 눌렸다. 마른침을 겨우 삼키느라 방바닥을 짚은 열손가락에 유난히도 힘이 들어갔다. 광현은 아픈 손가락이 신경쓰이는 듯이 자신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살짝 쳐들었다. 밑으로 손가락 하나 들어갈 높이였다. 그런데 쳐든 두 손가락, 특히 집게손가락이 후들후들 떨렸다. 숙종은 광현의 오른손을 보고 눈꼬리를 꿈틀거렸다.


"수전증이 있소?"

"비가 오면 손가락 골절骨節(뼈마디)이 쑤시어..."

"그렇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숙종은 이내 시들해진 눈빛으로 눈길을 광현의 오른손에서 떼었다.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변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광현은 아픈 손가락이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광현 말대로 비까지 왔으니 더 쑤실 만도 했다. 저 신들린 침술로도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만큼, 광현의 오른손은 쉴틈이 없었다. 궐안에선 왕실의 어의로, 궐밖에선 백성의 촌의로, 그렇게 늘 침을 놓지 못하는 삶인 걸 숙종도 알았다. 알면서도 말이 곱게 나오질 않았다. 지금 다시 시선을 광현의 눈시울에 두니, 눈밑도 잘게 떨리는 참이었다. 광현을 보는 숙종의 눈초리가 은근히 날카로워졌다.


"과인은 누군가 나를 속이는 것을 참으로 싫어하오."

"예?"

"물론, 때로는 내가 나를 속일 때도 있으니...그러려니 하면서도..."

"무슨..."


광현은 정말로 자신의 아픈 검지 탓인 줄 알았다. 왕의 말대로 때로는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해도, 지금은 가슴의 고통보다 손끝의 고통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본래 침을 맞는 부위보다 애먼 부위에 신경을 돌려야 아픔을 덜 느끼는 법이었다. 왕에게 아뢸 귀열의 사연은 정말로 가슴을 후벼파는 짓이라, 손톱 밑이든 위든 다른 데에 신경을 팔고 싶었다.


"귀열이 낳은 그 아이, 이름이 병주였던가."

"아 예..."


외마디 대답을 하는데도 숨이 목에 걸렸다. 다시금 열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아픈 집게손가락이 또 후들거렸다. 이러다가 정말로 손가락이 발가락처럼 잘 안 움직여질 것만 같았다.


"성은 이씨고."

"예, 예에...하오나 그 친부가 행방불명이라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그저 천적에 병주란 이름 두자만 올라있습니다."


광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물론 속은 불편했다. 조카 귀열이 남긴 병주 그 아이는 꼭 도둑질을 하다 걸려서 팔에 새겨진 자자刺字 같은 존재였다. 자신의 조카 귀열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고 주장하고 싶어도, 귀열이 남긴 그 한점 혈육이 그 증거였다.


숙종은 광현이 자신의 질문 속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물은 이씨는 바로 왕실의 핏줄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살쩍을 손가락끝으로 긁으며 슬쩍 언질을 주었다.


"아, 귀열과 간통한 그 서리도 성이 이씨였나."

"네? 예에..."


두광은 되묻고 답하다 멈칫했다. 왕의 말이 어딘지 이상했다. 그럼 누굴 염두하고 말씀하신 건지, 이상해서 두눈을 깜빡이던 광현의 순박한 눈시울이 움찔했다.


"설마..."


왕이 고개를 까딱했다. 덕분에 광현을 보는 숙종의 시선도 삐딱했다.


"설마, 그 아이가 내 배다른 아우라도 되나 해서 말이오."

"..."


광현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듯한 기분으로 자신도 모르게 용안을 보았다. 무서운 발언이었다. 갑자기 정수리에 된서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가 처졌다. 도대체 왕은 무슨 저의로 이런 얘길 꺼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궁녀...좋게 말해 궁녀지, 물을 긷는 무수리나 나인들의 수발을 드는 각심이나, 중궁이나 빈궁이 입궁할 때 가마를 모시고 함께 온 본방나인이나, 양가의 여식으로 입궁한 생각시나, 정식으로 관례를 올린 나인이나, 나인들을 거느리는 상궁이나, 다 똑같이 궁노비宮婢였다. 그러니 제 어미가 왕이 아닌 외간남자와 사통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무조건 천한 궁노나 관노로 전락하는 신세였다. 조카손주인 병주 역시 지금은 성균관 노비 신세던가. 정말로 그 아이가 왕의 핏줄이면, 천한 노비가 되어 이리저리 발치에 치이는 아들을 두고 볼 리 없었다.


헌데...왜 하필 병주를 의심하시는 건지.


허공을 더듬는 광현의 시선이 여러차례 흔들렸다. 왕이 이렇게까지 의심을 품는다는 것은 귀열이 당시 대비 조씨와 중궁 장씨의 사주로 왕과 동침한 사실을 알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귀열이 왕의 승은을 입은 것은 22년 전이었고, 병주를 낳은 건 13년 전...무려 9년의 간극이 있었다.


"전하, 귀열이 그 아이...그 아이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라?"

"고작 한번의 승은을 입었을 뿐...특별상궁으로 승격조차 안 되고 주저앉은 아이입니다. 그렇게 평생을 연못 속의 고기로 썩어가다 제 형부와 눈이 맞은 결과로...부모, 형제...집안을 통째로 말아먹었지요."

"..."

"천신도...백헌白軒(백헌 이경석)공의 비호가 없었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광현의 음성은 음울했다. 딸과도 같았던 아이였다. 눈이 반짝반짝하여 웃을 때는 어찌나 곱던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았다. 그 아이가 궁녀가 되어 남색치마를 걸치는 순간부터 그 인생도 비참해지고 말았다.


본래 궁녀는 천하디 천한 궁비 집안에서 간택하는 법이지만, 효종이나 현종이나, 천한 궁비에게서 용종을 얻기를 원치는 않았다. 그리하여 지밀, 수방, 침방, 즉 삼방의 나인 만큼은 따로 내수사에 명하여 멀쩡한 양가의 딸을 들였다. 그리고 서후행은 더러는 긴밀한 공조관계를 약속하고 데려가고, 또 더러는 입에 풀칠을 시켜주마 꾀어서 데려가고, 또 더러는 다짜고짜로 끌고 갔다. 팔자도 사나운 귀열 그 아이는 하필이면 언니보다 이쁜 죄로 돈에 팔려갔다.


귀열이 그 아이는 그저 연못에 갇힌 신세였다. 모처럼 왕의 승은을 입었나 했더니, 특별상궁으로 승급조차 못되고 버려졌다. 당시 동궁인 현종은 빈궁이던 김씨의 서슬에 눌린 채로 귀열을 외면했다. 딸이 왕의 승은을 입었다며 자랑하는 형과 형수 내외에게, 광현은 재산루에 알려지면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라고 철저히 입단속을 시켜야 했었다. 회임을 할 때까지만, 할 때까지만....하지만 왕은 두번 다시 귀열을 찾지 않았다.


- 나는 너와 자지 않았다.


아예 귀열과의 동침도 왕은 부정했다. 답답한 궁생활에 지쳐가던 조카의 몸뚱이에 불을 지피고서 무책임하게도. 한번 부풀어오른 방심芳心은 결국 방심放心 끝에 터져버렸다. 귀열은 제 형부 이흥윤에게 몸을 맡겨버렸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생기라고 빌던 애는, 하필이면 생기지 말라고 빌 때 들어섰다.


그 결과로 왕은 미친 듯이 분노했다. 귀열과는 동침한 적도 없다더니, 감히 왕의 승은을 입은 몸으로 천한 서리와 간통한 죄로 교형에서 등급을 높여서 참형에 처했다. 그리고 귀열의 불륜을 고하지 않은 죄를 물어 형 광찬과 형수 숙지까지 철원으로 보냈다. 어미의 위신을 생각했더라면 그리는 못했을 터였다. 그 정도로 왕의 진노가 심각했다.


"백헌 이경석이 그대를 살렸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광현은 코끝이 시큰했다. 가문을 결딴 낸 선대왕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은인을 사달 낸 송시열에 대한 증오 만큼 깊지는 않았다. 애초에 중궁 장씨가 동궁전에 지밀나인들을 밀어넣었고, 그렇게 승은을 입은 궁녀들도 여럿이었다. 성질이 포악한 빈궁 김씨가 음으로 양으로 나인들을 죽이거나 내쫓는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어차피 귀열이 그 아이의 운명도 평탄치는 않았을 터였다. 선대왕은 귀열을 배반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송시열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준 이경석을 배신했다.


"허면, 백헌공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소?"

"예, 전하...귀열이 그 아이는 아닙니다."


광현은 왜 왕이 귀열의 뒤를 캐려 드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단호히 답하였다. 정말로 왕이 귀열이란 이름을 잊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이렇게 동온돌에서 귀열의 이름을 함께 거론하는 것도 불편했다.


"귀열은 아니다?"

"예, 전하."

"허면 다른 누가 또 있소?"

"예?"


광현은 자신도 모르게 양쪽 어깻죽지를 들썩였다. 가슴 한켠에 접어놓은 생각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그대로 들켰다. 그런 광현의 동요를 숙종의 눈초리는 놓치질 않았다. 하지만 광현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할 수록, 광현을 보는 숙종의 시선은 더욱 집요해졌다. 뭔가 꼬투리를 잡았는지 갈고리 같은 시선이 광현의 멱살에 걸렸다.


"있군?"

"모, 모릅니다."


광현은 순박한 눈동자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워낙 반짝여서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눈이었다. 그래서 더 숙종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미 경고했을텐데? 거짓말은 용납지 않겠다고."


숙종의 위협에 광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발그레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은 무려 사십년의 세월을 거슬러서 흡사 열댓살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코밑의 덥수룩한 수염만 없었다면야.


"하오나...정말로 잘 모르옵니다."

 

광현은 더 이상 오른손 검지의 동통 따윈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빠져나갈 빈틈만을 찾고 싶었다. 그저 눈길이 자꾸만 장지문 틈새로 쏠렸다. 손가락 하나 빠져나갈 틈은 있었다. 


"정말로 금이를 모르오?"

"어찌 천신이 궁녀를 알겠나이까?"

"난 궁녀라곤 말하지 않았는데?"

"그게...전하께서 다른 궁녀를 물어보시니..."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자꾸만 문틈을 힐끔거리며, 무턱대고 둘러대던 광현은 문득 금이란 이름이 귀에 익었다. 방금 왕이 금이라 하셨나. 맞나. 순식간에 생각의 결이 칼춤추는 망나니 머릿결처럼 마구 헝클어졌다.


"금이라면, 동궁전...지금 대비전의 교전비가 맞지요?"

"백어의도 아는 이름이요?"

"지금 대비전께서 워낙 친언니처럼 의지하던 아이라..."


무술일기에 적힌 그 이름 금이...사실은 숙종도 어쩐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어미도 아니고 아비가 직접 내옥까지 가서 빼낸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어미를 위해서였다면, 할미가 그리 쉽게 내어줬을 리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 직후 금이가 사라졌다니, 그 행방이 묘연하여 어미도 할미도 서로 의심했었다니, 뭔가 찜찜한 곡절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친언니...?"

"예...빈궁전하, 아니 대비전하와는 친자매 같은 사이였습니다. 얼굴까지 쏙 닮아서, 가끔씩 대비전하께서 대신 당의를 입히시고 장난을 치실 때도 많았지요."

"닮았다?"

"예, 교전비가 아니라 언니를 데리고 왔나 싶을 정도로 닮았지요."


광현의 설명에 숙종은 두눈을 지그시 찌푸리고 깜빡였다. 듣다 보니 꼭 진홍과 우희 같은 느낌이었다. 사대부들이 계집종을 건드려서 씨를 보는 일이 드문했지만, 정작 그 씨를 호적에 올리는 일은 드물었다. 그렇게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혼외의 씨들은 그대로 집안의 노비로 귀속되었다. 금이가 그렇게 데려온 어미의 이복언니, 즉 자신의 이모일 지도 몰랐다.


말도 안돼.


숙종은 더 이상의 상상을 그만두었다. 자신에겐 형제자매란 없었다. 자신만이 선대왕의 일점혈육이었다.


아비는 평생을 후궁을 두지 않았다. 지근의 어떤 나인에게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솔직히는 곁눈은 두었다. 아비는 심약한 구석이 있어서, 할미가 지밀나인들을 침전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으면, 아비는 끝내 마다하질 못했을 터였다. 그럴수록 어미는 가로 뛰고 세로 뛰다가 가슴을 부여잡고 픽 쓰러지곤 했다. 내의원에선 그저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라 서계를 올렸지만, 기실 화병火病이라는 건 궐안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제 성질에 못 이겨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할미도, 증할미도 똑같이 혀를 차곤 했다. 무엇이 어미를 그리 만들었을까.


숙종은 어미를 생각하는 사이 목이 부어 침도 단단해지는 기분이 되었다. 침을 삼키는데 꼭 구슬을 삼키는 것 같았다. 온몸이 고단했다. 저절로 눈꺼풀이 붙었다. 그냥 이대로 두눈을 붙이고 잠들고 싶었다. 갑자기 만사가 귀찮았다. 서안을 옆으로 치우고 보료에 몸을 누이는 것도 성가셨다. 눈을 뜨기도 싫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등을 떼고 앉아서 조는 것보다는 차라리 등을 붙이고 누워서 자는 것이 더 편한데도,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습관인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 뿐이었다.   

 

"전하를 뉘여 드려라."

 

잠귀가 밝은 건지, 잠결에 꿈꾼 건지, 착각처럼 중궁의 음성이 들렸다.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예이' 하고 두광이 대답하는가 싶더니, 겨드랑이와 등허리를 잡아끌었다. 보료 위로 등이 닿는 느낌이 그저 아득했다. 정말로 중궁이 동온돌에 와서 두광을 불러 숙종 자신을 똑바로 눕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숙종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귀접에 눌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뿐이었다. 아니,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에서 도망치려면, 지금은 그저 이대로 눈을 뜨지 말아야 했다.

 

"웬 궁적이냐?"

 

진홍은 서안 위에 놓인 궁적과 무술일기에 눈길이 갔다. 왕이 궁적을 살피는 것 자체가 그녀에겐 불길한 징조였다.

 

"아,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두광은 왕의 베개를 찾으며 고개를 두리번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얼렁뚱땅 얼버무리면서 얼른 왕의 베개를 들어 서안 위로 올렸다. 하지만 진홍은 베개 밑으로 삐쳐나온 무술일기 한귀퉁이가 보였다. 누런 모서리를 보니 십년은 훌쩍 넘겼을 법했다. 

  

"..."

 

진홍은 두눈을 깜빡였다. 어쩐지 눈에 익었다 싶을 만큼 흔한 궁체였다. 궁궐의 여인일까. 그런데 한두획씩 흐트러진 걸 봐서 인본으로 찍은 글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나 흉내내기 힘들 만큼 유려한 서체였다. 군데군데 한자도 적힌 것을 보니, 여간한 여인은 아니었다. 적어도 삼방에서 제법 교육을 받으며 학식을 쌓았거나, 전의감에서 온갖 의서를 탐독하며 한자를 익혔거나...그 둘 중 하나일 터였다.

 

"아니 나가시옵니까?"

 

두광은 아예 베개를 꼬옥 끌어안고 턱으로 꾸욱 눌러 진홍이 무술일기를 빼들지 못하게 하려고 안간힘이었다. 진홍은 두광의 등쌀에 떠밀려 문가로 다가섰다. 장지문이 열리고, 문턱을 넘으며 다시 뒤를 돌아보니, 두광이 팔꿈치를 움직이는 바람에 귀퉁이가 불쑥 더 삐쳐나왔다. 불그스름한 핏자국이 얼핏 보였다. 진홍은 몸서리를 치며 자신의 놀란 복부에 손을 얹었다.

 

"불길한 물건이...?"

"그러니 어서 나가시옵소서."

"..."

 

결국 장지문을 넘는데, 진홍은 저 책자의 주인이 문득 의녀일 것도 같았다. 설마 어의동 별궁에서 한질에 걸렸을 때 백광현을 호종해서 왔던 여의는 아니겠지...싶은 생각에 더 의녀 같았다. 오랜만에 뇌리를 간지럽히는 기억도 있었다.

 

- 자..별궁마마..아프지 않게 놓을 것이옵니다. 소녀와 이분은 밥만 먹고 침을 놓는 기술을 수천번도 더 익힌 사람들입니다. 이 붓을 보세요. 보세요.

- ...

- 점을 찍으려던 건데 실수로 선을 잘못 그어 커진 거...이건 많이 아프죠.

- ...

- 보셨죠? 점이 아주 작은 거. 이런 원리입니다. 아주 조금 아플 뿐이에요.

 

그러고 보니 별궁에서 본궁으로 옮긴 뒤로는 이상하게도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유독 손가락 마디마디가 투박한 손으로 붓대가 유난히 빨간 붓을 쥐고 시범을 보이던 그 의녀는 어디로 갔을까. 


작가의말

1. 오지독은 애벌구이를 했다가 잿물을 입혀서 검붉은 광택이 나게 구운 것이고, 푸레독은 애벌구이 없이 솔가지를 그을려 검푸르고 오돌토돌하게 구운 것입니다. 조선후기엔 경기에서만 생산되다 나중에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합니다.


2. 빈궁이 왕비가 되면 물려받는 것이 내탕고 열쇠와 보인이라고 합니다. 장고 역시 내탕고처럼 잠가놓고  오히려 더 신성하게 취급했다기에, 여분의 장고열쇠도 왕비들이 물려받는 걸로 설정했습니다. 조선시대엔 본처가 비첩들을 장고에 가둬 죽인 일이 실록에도 있기에, 명성왕후 성미로도 가능했지 싶어서 상상으로 에피를 넣었습니다.


3. 백귀열은 실제로 백광현의 조카로, 처음 형조에선 백광현을 귀열의 친부라 주장하며 처벌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큰형 백광찬이 친부로 밝혀진 듯 합니다. 백광현이 이경석의 천거로 들어온 인물이라, 정치적인 문제도 있었을 듯 합니다. 귀열은 현종이 심중에 품었다는 소문 내지는 평이 이어지는데, 스토리 전개상 승은을 입은(?) 걸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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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4.10.26 19:55
    No. 1

    즐겁게 읽었습니다
    왕이든 왕비든 참 힘들게 산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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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10.27 17:40
    No. 2

    이거 참... 현종이나 현종비나 아들한테 참 짐을 많이도 지우는 군요.
    작가님이 어찌 풀어 가실지 정말 감도 못잡겠네요. ㅎㅎㅎ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10.27 23:30
    No. 3

    일이 점점 커지면 결론은 숙종의 희로폭발이겠지요?
    실타래 얽힌듯 섥힌 조선 심령 추리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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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8 33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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