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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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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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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3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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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해의 그림자 198

DUMMY

석하는 갑자기 흔들리는 이진의 표정을 보았다. 반사적으로 홱 뒤돌아보니, 이진을 찾는 불빛이 먼빛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아무래도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기 전에, 어서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석하가 발뒤꿈치를 떼기 무섭게 이진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석하의 앞섶을 부여잡고 고개를 움츠렸다. 검은 제비부리댕기로 동여맨 이진의 땋은머리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같이 가요."

"뭐?"

"같이 가자구요."

"꼬맹아, 우리는..."

"외조부 싫어요. 흉악해요. 진짜 흉악해요. 막 사람 죽일 궁리만..."

"뭐?"


석하는 놀란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 열세살 아이가 제 외조부에게 겁을 지어먹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하니 해괴한 노릇이었다.


이진은 석하의 의혹어린 눈빛에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 조선의 법도는 결코 윗사람의 허물을 함부로 밝혀서는 안되었다. 역모가 아닌 한은, 가장이 살인을 해도 고변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

"널? 어딜 가려고?"

"두사촌杜寺村요."

"두사촌?"


두사촌이란 지명을 어디서 들었더라. 석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헤집었다. 하지만 눈 깜빡이는 순간, 아이의 대답이 더 빨랐다.


"고모부댁이요."

"아 니산 두사촌?"

"어? 우리 동네 아세요?"

"니산 두사촌?"


석하는 어이가 없어서 이진을 쳐다보았다. 승윤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이진을 보는 참이었다. 니산이 무슨 애 이름인가 싶었다. 여기서 250리도 넘는 거리였다. 걸어가면 무려 사나흘, 말 달려도 꼬박 이틀이나 걸렸다. 아이를 데리고 가면 얼마나 더딜 지는 생각도 하기 싫었다. 더군다나 윤증은 지금 암재에 있는데 혼자 니산에 가겠다니.


"거긴 왜? 네 고모부는 여기 계신데?"

"어차피 고모부는 하례만 올리고 그냥 온댔어요. 그니깐 고모부도..."

"꼬맹아, 니산이 여기서 가까운 줄 아냐?"


하필이면 짐짝이나 서찰 맡길 때처럼 역참에 맡기기에도 애매한 경로였다. 여기나 거기나, 역참과 가깝지도 않아서, 데려다 주기도, 데리고 가기도 시원치가 않았다. 아예 엉덩이에 혹 하나 붙이는 심정으로 데리고 다녀야 했다. 석하가 진저리를 치다가, 빤히 이쪽을 보는 이진의 눈동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그럼 보문산 무쇠골요."

"보문산 무쇠골?"

"저희 본가가 있어요."

"본가?"

"네, 거기 가서 판서댁이라고 하면..."


보문산까지는 무려 역참 예닐곱은 지나야 했다. 무시하고 그냥 가자고 뒤에서 승윤이 팔을 슬쩍 잡았지만, 석하는 이진의 간절한 눈망울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저 고개를 비끼고 내려다 보는 게 고작이었다.


"넌 내가 누군 줄 알고 같이 가자는 거냐?"

"네?"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는 건 아니란다, 꼬마야."


석하가 손을 뻗어 이진의 콧잔등을 툭툭 비틀었다. 하지만 콧구멍이 요리조리 눌리면서도 이진은 굴하지 않았다.


"전 지금 물웅덩이 불구덩이 가릴 처지 아니거든요?"

"뭐?"


이미 물웅덩이에 빠질 뻔한 놈이 불구덩이까지 들먹이는 것을 보고, 석하는 뭔가 생각이 깊은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불빛은 점점 가까워지는 참이었다. 아무리 느긋한 성품의 석하라고 해도 등골이 야금야금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알면 되죠. 전 안동권가 이진이라고 합니다. 아직 어려서 호號도 자字도 없고요. 스승은...제 고모부라고 해두지요."

"..."


권이진. 짐짓 의연하게, 하지만 빠른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는 아이를 석하는 고개를 비끼고 심드렁히 내려다보았다. 그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진에게서 눈길을 떼지도 않았다. 아이가 자기 이름을 밝혔으니, 이젠 자신이 답할 차례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곧장 석하를 보며 물어왔다.


"아저씨는요?"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저 데려가시라구요."


이진이 해맑게 웃었다. 석하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승윤이 팔을 좀더 세게 잡아 흔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석하는 이름까지 알려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 아이가 원하는대로 보문산까지 데려다주고 싶어졌다.


"내 성은 청풍김가다. 여기까지만 알아둬라."

"예?"

"형!"


승윤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름까진 아니지만 성을 알려주다니, 그것도 본관까지 말해주다니. 반승낙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까 그놈이 또 죽이려고 들 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보문산까지만이라잖아."

"형...아깐 니산이랬거든!"

"가요, 가요!"


승윤이 석하를 만류하는 사이, 이진은 신이 나서 냉큼 큰소리로 대답했다. 석하는 황급히 손을 뻗어 이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가 너무 컸다. 암재 주변을 너울너울 맴도는 불빛의 춤사위가 주춤했다. 큰소리가 난 방향을 찾는 모양이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석하는 이진의 입을 막은 손을 놓고 걸음을 떼었다.


이진은 잘생긴 도깨비를 따라 쫄래쫄래 뒤따르다 멈칫했다. 어쩐지 한가닥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고야 말았다.


"왜 그러냐?"

"저희 고모부는요?"

"뭐?"

"고모부도 데려간댔잖아요..."


이진의 말은 참으로 맹랑했다. 송시열과 그 제자 떨거지들을 피해 도망가려는데, 그 와중에 제 고모부까지 챙기겠다니.


"내가 언제?"


석하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짓는데, 등뒤에서 승윤이 한발 앞으로 나서서 손가락질을 하였다.


"이놈 보게.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네?"

"그치만...이대로 가면, 고모부가 걱정하실 텐데..."

"따라오든지, 말든지.."


석하는 이진의 말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계당도, 암재도 뒤로 하고, 휘적휘적 물살을 가르고 걸어나갔다. 등뒤에서 이진이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게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더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허견의 고약한 무사들도 겁나지 않았지만, 송시열의 허약한 제자들은 겁나니 참 묘한 일이었다.


"고모부..."


이진이 따라오며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석하는 괜히 초조하여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였다.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탓에 자리를 피하는 것인데도, 뒤통수에 자꾸만 달라붙는 이진의 눈길을, 그래서 눈앞에 들러붙는 사슴같은 그 눈망울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고모부..."


그놈의 고모부, 고모부, 고모부! 석하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이진을 홱 돌아보았다. 이미 암서재는 먼빛으로만 겨우 보일 만큼 멀어졌고, 다시 돌아가서 윤증을 데려오기엔 너무도 먼 거리였다. 암새재에 윤증 혼자만 묵는 것도 아니고, 이목이 너무도 많았다. 윤증이 따라나설 리도 없었다. 이곳 암재를 지키지 않고 말없이 이진과 함께 떠난다는 것은 송시열의 격분을 살 일이고, 송시열의 격분을 산다는 것은 그 제자들의 공분을 살 일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잠깐 줘봐."


석하는 짤막한 한마디를 내뱉고서 이진의 머리 위로 전광석화처럼 손을 내뻗었다. 머리꼭지로 뭔가 시꺼먼 깃털 같은 것이 휙 날아오는 느낌에 이진은 질겁하여 뒤로 한발 물러섰다. 하마터면 벌러덩 자빠질 뻔한 순간, 이진의 목덜미를 석하의 손아귀가 확 틀어쥐었다.


"조심해야지."

"뭐, 뭐하시는..."


이진은 두눈을 휘둥그레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 잘생긴 도깨비는 한손으론 자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단단한 아귀힘으로 꽉 받쳐주는가 싶더니, 은장도를 든 팔을 뒤로 확 꺾었다. 그 동작이 너무도 빨라서 눈길로 따라잡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눈앞으로 뭔가 뱀꼬리 같은 것이 스르륵 기어내려왔다.


"배, 뱀!"


이진은 혼비백산해서 소리치며 기어이 뒤로 벌러덩 나동그라졌다. 여기 화양구곡 일대는 워낙에 뱀이 많았다. 순식간에 오금이 저렸다. 무서워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벌벌 떨기만 하는데, 잘생긴 도깨비가 놀리듯이 툭 물었다.


"뭐하냐?"

"배, 뱀 좀 치워주세요."

"배앰?"


석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었다. 이미 등뒤에서 승윤이놈은 자신의 어깨에 떡하니 턱을 괴고 재미난 구경을 만난 듯이 키득거리는 참이었다. 석하 역시 헛웃음이 나와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아이의 머리에서 제비부리댕기 하나를 풀었을 뿐인데, 비늘도 없는 요 물건을, 그것도 자기 물건을 보고 겁을 지어먹은 꼴이라니.


"넌 이게 뱀으로 보이냐?"

"예?"

"두눈 똑바로 뜨고 봐라. 네 댕기다."

"예?


이진은 꿀밤이라도 얻어맞은 기분이 되어 두눈을 깜빡였다. 한심하다는 듯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두쌍의 눈길에 그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어깻죽지가 굳어진 채로 눈길을 돌려서 겨우 석하의 손끝에 초점을 돌리니, 검은 명주로 지은 제비부리댕기가 석하의 손끝에 눌려 비늘처럼 물결치는 광택을 흘리는 참이었다. 금박이나 금사로 된 장식은 없었지만, 주름이 질 때마다 물결이 생기는 광택이 멋스러웠다. 그런데 은장도 끝에 댕기가 새끼 손가락만한 너비로 잘게 찢겨 너울거렸다.


"에...왜 제 댕기를 멋대로..."


이진의 얼굴이 와락 붉어졌다. 홍시처럼 익어 손가락으로 콕 누르면 터질 것만 같았다. 장난기가 동한 승윤은 석하의 어깨너머로 손가락을 뻗어 이진의 한쪽볼을 콕 찔러보았다. 깜짝 놀라 마구 감빡이는 이진의 두눈을 보니 석하도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검지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석하는 이진의 볼을 찔러보려다 말고 등뒤의 승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줘봐."

"어."


승윤이 입맛을 쩝 다시고 붓통을 석하에게 건네었다. 석하는 붓통을 열어보곤 그중 붓대의 윗부분이 갈라진 듯한 세필을 집어들었다. 평소에 곧잘 사용한 탓에 손때와 함께 안료가 덕지덕지 묻은 붓이었다. 뒤꼭지엔 화살시矢자가 깨알 같은 크기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호분胡粉(조개껍질로 만든 흰색 안료)도 함께 꺼내어 댕기쪼가리와 함께 이진에게 내밀었다.


"네 고모부께 전할 말을 여기다 써라."

"예? 이걸로 뭐하게요?"

"보면 안다."

"..."


이진은 조그만 입을 뻐끔거리면서 큰 눈을 뻐끔거렸다. 일단은 시키는대로 써주는 수 밖에 없었다. 워낙 가늘게 찢어놓은 댕기자락이라 긴말을 쓸 수도 없었다. 게다가 새끼손톱 만한 너비이고 보니 획수가 많은 글자를 쓸 수도 없었다. 숙련된 명필가들은 세필이든 중필이든 얼마든지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놓을 수 있겠지만, 이제 열세살인 이진한테는 무리였다.


"여기다 어떻게 써요? 좁아서 쓰기도 힘든데."

"알아서 쓰든지."


이진은 석하의 무신경함에 입을 비죽였다. 고작 깃마루의 너비에 글자를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시꺼먼 도깨비가 얄미웠다. 뭔가 글자랍시고 한글자를 써봤더니 그냥 글씨가 뭉개지고 뭉쳐졌다.


"아저씨, 좁아서 못써요."

"쓸 수 있어. 우린 맨날 하는 일인데."

"그럼 아저씨가 써주세요."

"네 친필이어야 우리가 오해를 안 받지."

"아 진짜..."


짜증을 내던 이진은 붓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며 붓털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머리채처럼 땋아도 보고, 새끼줄처럼 꼬아도 보았다. 하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저 찢어진 댕기자락이 문제였다. 좁아도 너무 좁았다.


이진이 한참을 궁리하는 동안 석하는 승윤에게 붓통을 건네받아 그 자리에서 붓꼭지를 열었다. 위쪽만 볼 때는 평범한 꼭지였지만, 뽑아놓고 보면 아래는 화살의 오늬처럼 가운데에 홈이 있고 끝이 두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석하는 세필을 갖고 붓통에 구비된 4푼짜리 끌을 꺼내어 손에 쥐더니, 머뭇대는 이진을 힐끗 돌아보곤 담담한 음색으로 한마디 던졌다.


"세글자만 써라. 언덕부, 대싸리추, 절사."

"언덕부, 대싸리부, 절사요?"


이진은 의아한 눈빛으로 되뇌였다. 이 세글자가 무슨 뜻인지, 먼저 납득이 되어야만 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속아서 써줄 수는 없었다. 한참을 궁리하던 이진의 머릿속에 갑자기 찢어진 그림을 다 맞출 때와 같은 번갯불이 번뜩였다.


"정말요?"


이진은 그 자리에서 입이 함박 벌어져서 석하를 보았다. 방싯방싯 웃으며 아예 넙죽 큰절까지 할 기세로, 이진은 꾸벅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진은 석하의 마음이 바뀔 세라 얼른 물과 호분을 손등에 섞어서 붓에 묻혔다. 그리고 검은 명주에 흰 호분의 명암대비가 도드라지는대로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阜帚寺

부추사


이진이 친필로 윤증에게 전할 전갈을 적어주는 동안, 승윤은 어쩐지 기분이 찜찜해서 석하를 돌아보았다. 이진의 반응을 보니 왠지 보문산 무쇠골이 아니라 니산 두사촌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성가시게도. 승윤이 입을 실룩이는데, 그사이 이진이 검은 댕기쪼가리를 석하의 눈앞에 척 내밀었다. 아이의 새끼손가락 만한 검은 댕기쪼가리가 바람결에 나부끼는 순간, 거기에 깨알처럼 적힌 흰글씨도 함께 나풀거렸다.


"다 썼어요."

"어디 보자...됐구나."


석하는 군말 없이 천조각을 받아들고, 그자리에서 붓대의 윗부분에 댕기자락을 화살깃으로 삼아서 끼워넣었다. 붓대가 화살대가 되고, 뒤꼭지가 오늬가 되니, 고작 두뼘 밖에 안되는 애기살로 둔갑했다. 이진으로선 처음 보는 물건이라, 도대체 뭘 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석하는 죽통의 양쪽 끈을 풀어, 가운데에 참나무 재질의 줌통(손잡이)을 끼우고 각궁角弓을 만들어냈다.


"어? 활이었어요?"


놀랄 겨를도 없었다. 죽통 속의 문진文鎭 같은 것은 덧살이 되었다. 잘생긴 도깨비가 목깃 속에서 웬 상아목걸이를 끄집어내어 거기 매단 물건을 엄지에 끼는가 싶더니 이내 덧살을 메기고, 애기살까지 끼우고, 그 자리에서 암재를 향해 겨누었다. 물가에서 160보는 넘음직하여 송시열 쪽에선 찾아볼 생각도 못하는 거리였다. 화살을 쏴도 닿지 않을 텐데, 붓대 같은 걸로 쏘아보내겠다니. 그 발상이 너무도 황당무계하여 이진은 입을 쩍 벌렸다.


"뭐 하세요?"

"보면 모르냐?"

"네."

"..."

"그 작은 화살로 뭘 한다고..."

"..."

"순 엉터리...원래 활은 두개를 붙이는 것보다는 통째 깎아야 튼튼하다 했는데..."

"..."

"에에? 뭐예요? 왜 화살을 또 화살에 끼워서 쓰는 거예요?"


석하는 고도로 집중한 나머지 말끝을 흐리며 대꾸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조금이라도 주의가 흐트러지면 오히려 애기살이 덧살의 홈에서 튕겨나와 사수射手(활을 쏘는 사람)의 팔을 상하게 하는 법이었다. 옆에서 이진이 무슨 말을 하거나, 석하는 못 들은 척 하고 암재의 추녀 아래 보아지를 겨냥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진은 입술을 비죽이며 석하의 손끝을 보았다.


"정말로 쏘게요?"

"..."

"화살이 닿아요?"

"..."

"처마에다 쏘게요?"

"..."

"설마 추녀는 아니죠?"

"..."

"누가 문열고 나오면 어쩌려구요?"

"..."

"맞힐 수는 있어요?..."

"..."

"그냥 기둥에 쏘시지."

"..."


석하는 이진의 쫑알대는 잔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듯 가만히 암재의 처마, 그것도 추녀 아래의 보아지를 노려볼 뿐이었다. 이진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정말로 신궁神弓이라도 되어서 그대로 처마든 추녀든, 기둥이든 난간이든 아무데나 명중하면 그만이었지만, 사람이 다닐 때는 조금이라도 헛나가고 엇나가면, 사람 목숨도 뺏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이진이 발을 동동 구르며 간섭을 하든 말든, 석하는 기어이 활시위를 놓았다. 애기살이 덧살(통아)을 빠져나와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기둥을 맞히나 싶었더니 좀더 위인 처마도리로, 처마도리인가 싶었더니 좀더 옆인 추녀 밑 보아지를 거침없이 꿰뚫었다. 화초가 새겨진 보아지가 순식간에 꿰뚫렸다.


"..."

"가자."

"..."

"..."


석하가 먼저 등을 돌리고 남쪽을 향해 걸어가는데도, 이진은 그저 홀린 기분으로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외관은 그저 풍잠에 갓을 쓴 서생인데, 갑자기 튀어나온 상아깍지에다, 붓통의 물건들을 짜맞춰서 만든 각궁이며, 화살까지...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이진은 석하의 등을 보고 다시 암재를 돌아보고, 망설이다 뒤따르며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고모부! 저 먼저 가요! 꼭 오세요! 꼭이요! 꼭..."


이진은 목이 터져라 힘껏 소리쳤다. 승윤의 한손이 그 작은 입을 틀어막을 때까지.



계당이 아니라 암재巖齋에서 하룻밤을 자는 일은 윤증에게도, 윤증을 따라온 박태보에게도 몹시 불편했다.


윤증은 윤증대로, 자신이 일반 제자들처럼 암재에 서로 팔꿈치가 닿을 만큼 비좁은 이부자리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이 곤혹스러웠다.


암재巖齋.


흔히 재齋자는 성균관의 동재東齋, 서재西齋처럼 생도나 제자들이 기거하는 집에 붙이는 법이었다. 스승 송시열이 첫손 꼽는 제자였던 윤증 자신이 암재로 밀려나서 여느 제자들과 함께 팔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 기가 막혔다. 건너편 계당 사랑채에서 스승을 모시고 건넌방에서 잠을 자는 것은 이상과 권상하, 김창협...자신이 밀려나서 여기 암재에서 시위잠을 자는 것도 모자라서 동행인 박태보까지 고생을 시키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면이 서질 않았다. 헌머리에 이 박이듯이 득시글득시글 들어박힌 여느 제자들과 똑같은 신세라니.


그나마 우물정井자의 짜임으로 목재를 깐 단칸 우물마루나 단칸 반침이 아니라, 버젓이 툇마루까지 달린 두칸짜리 온돌방이니 다행이랄까. 등짝이라도 붙이고 누웠으니, 콩나물시루의 콩나물 신세보다야 나은데다, 사방이며 바닥이며, 문짝이며 바닥이 멀쩡히 달려 있고 깔려 있어 모기에 뜯기는 신세나마 면했으니 위로는 되었다.


박태보는 박태보대로, 축대가 곧 신분인 법인데, 이렇게 유독 지대가 높은 집에서 잠을 청하려니 당혹스러웠다.


그냥 암반 위에 지었으니, 일부러 축대를 쌓은 것도 아닌데, 그래도 불편했다. 어쩌면 왕이 기거하는 대전大殿보다도 더 높을 지도 몰랐다. 축대를 쌓고 짓지 않았어도, 일부러 높디 높은 암반을 골라서 지었으니, 왕의 위상에 도전하는 느낌이었다. 괜히 여기서 잠을 잘못 잤다가는 굴러떨어져 죽을 것만 같았다. 방문도 있고, 기둥도 있고, 난간도 있고, 있을 것 다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깻죽지가 배기는 느낌이 들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데 박태보의 귓전에 무언가 희미하게 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날아와서 부딪히거나 꽂히거나 하는 듯한 소리였다. 박태보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왜 그러냐? 조카야."

"방금 못 들으셨어요? 뭔가가 날아온 소리가..."

"설마..."

"나가볼까요? 산적떼나 도적떼가 왔을 수도 있는데."

"차마..."

"차마...예요? 참아...예요?"


박태보는 스스럼 없이 윤증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차마 나설 수가 없다는 말이든, 참아보라는 말이든...어느쪽이든 굳이 따져야 할 만큼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낱말 하나에도 따지고 드니 참 여러모로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었다. 윤증은 그런 태보를 지그시 노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네놈을 누가 말리냐?"

"그죠?"

"나가 보기나 해라."

"예."

"조심해."


박태보는 피식 웃으며 장지문을 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워낙 비좁은 방안이라, 한걸음한걸음 내딛는 것마저도, 자칫 남의 발을 잘못 밟을까 불안했다. 한발한발 조심스레 딛다 보니 괜히 발목 인대가 저렸다. 밖에서 난 인기척보다, 안에 든 인파가 더 두려웠다.


그래도 누이의 양자가 잘못될까 불안했는지 윤증 역시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서 살금살금 뒤따랐다. 정말로 이 늦은 밤에 밖에 인기척이 난 거라면 태보 말대로 도적이든 산적이든 역적이든 누군가 침입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귀하디 귀한 태보가 잘못되지 않도록 엄호하듯 뒤를 밟아줘야 했다.


"뭐야? 왜 없지?"


먼저 방문턱을 넘은 박태보가 고개를 살짝 틀어 처마도리며, 보아지며, 기둥이며 살펴보았지만, 딱히 달라진 구석은 없었다. 분명히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도 문간 주변이 멀쩡했다. 박태보는 또 어디서 뭔가 날아올까 걱정이 되면서도 크게 경계하지는 않고 발치도 내려다 보았다. 뭐 떨어져 있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어슴푸레 비치는 달빛 아래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 있느냐?"


걱정되어 문간으로 나선 윤증이었다. 박태보는 괜히 윤증의 잠을 깨운 것만 같아서 면목이 없었다. 그저 눈가에 콧잔등에 잔뜩 주름이 잡힐 만큼 코를 실룩일 뿐이었다. 물론 그것 만으로도 윤증은 알아들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고모부!"


어디선가 이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윤증은 반사적으로 등허리를 홱 틀어서 뒤돌아보았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이진의 목소리가 맞았다.


이상했다. 스승이 이제부터 이진이를 자신이 직접 끼고 가르치고 할테니 관심두지 말라 하였다. 당연히 스승과 함께 있어야 할 놈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지.


"아 들어가세요. 제가 찾아볼테니."


박태보는 아무 일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외숙의 말마따나 박태보 자신을 말릴 사람은 조선 천지에 없었다. 물에 빠지면 짚이라도 잡고, 불에 갇히면 침이라도 바르는 성미인 만큼.


"방금 이진이 목소리가..."

"이진이는 무슨...들어가요."


박태보는 윤증을 억지로 등을 떠밀어 방안으로 밀어넣고, 장지문을 탁 닫았다. 문앞에 있던 좌등을 집어들어 서랍을 열어보니, 육촉은 물론 부싯돌과 부시, 화樺나무 껍질에 유황을 묻혀 만든 인광노引廣奴(조선시대 성냥) 한 묶음이 있었다. 그는 툇마루에 주저앉아 무릎맡에 이들 등기燈器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부시와 함께 인광노 한 개비를 한손에 움켜쥐고 부싯돌에 긋고 또 그어 불꽃을 내었다. 밤에는 소리만 잘 들리는 게 아니라 냄새도 잘 나는 지, 코끝에 유황냄새가 난다 싶더니 이내 인광노에 불이 확 붙었다. 불붙은 인광노를 얼른 육촉에 갖다대어 불을 붙이고서 처마 밑을 구석구석 불빛으로 훑는데도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뭐하냐? 불 켜서 찾아보게?"

"..."

"아서라. 별거 없으면 내버려 둘 줄도 알아야지."

"어두워서 잘 안 보여 그렇지, 분명 뭐 있었다니까요."

"그럼 날 밝으면 찾아보든지."

"..."

"그러다 불 내겠다."

"외숙..."


어느 틈에 외숙이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잔소리를 했다. 박태보는 그런 윤증을 흘겨보곤 육촉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 계곡이라 바람이 질기고 드센 탓에, 촛불이 바람결에 박태보 자신의 살쩍이며 턱수염이며, 이리저리 넘실대는 참이었다.


"그만해라. 우리 이진이가 장난친 모양이니."

"예?"

"그놈이 돌이라도 던졌겠지."

"그 순둥이가 무슨요."

"그냥 장난인 게지."

"예? 뭔 장난?"

"방금 이진이 목소리를 들었다. 그놈 맞다."

"이진이 목소리는 무슨요. 괜히 외숙 귀에 그렇게 들린 거겠죠. 어미가 새끼를 뺏기면 새끼울음이 환청으로 들린다매요. 외숙도 딱 그짝인가 보죠."


박태보의 음색도 안색도 그저 심드렁했다. 계당에 있는 놈이 혼자 암재로 건너 올 리가 없었다. 며칠 전에 내린 폭우로 계곡 일대가 물이 불어난데다, 물살도 거세졌다. 게다가 암재 앞은 계당 앞보다도 수심이 깊어서 아이 혼자서는 건널 엄두도 내지 못할 터였다. 좀전에도 이진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쩐지 더는 찾아볼 의욕도 사라져서, 박태보는 오른발을 문간을 넘어 방안에 들였다.


하지만 왼발을 마저 붙이려니 어쩐지 미련이 남았다. 박태보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처마 한가운데에서 시선을 비껴서 네귀퉁이 추녀에 눈길을 두었다.


"아니 저건..."


박태보는 처마도리와 기둥머리 사이의 보아지에 꽂힌 애기살을 보고 두눈을 의심했다. 그저 세필 한자루 만한 길이였다. 아니, 원래 붓대였던 것을 화살대로 쓴 모양이었다. 옷깃이었을 법한 마루깃에도 어딘지 낯익은 서체로 전언이 있었다.


박태보는 한팔을 힘껏 뻗어, 애기살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하지만 무심코 내던진 떡반죽이 벽에 달라붙거나 할 때처럼 대충 들러붙은 애기살이 아니었다. 한손으로 뽑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이것좀요."


초를 윤증에게 떠넘기고 두손으로 잡아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흔들어보고 하고 나서야 겨우 뽑아낼 수 있었다. 금세 등줄기에 땀이 배는가 싶더니 등솔기가 척척하게 달라붙었다. 박태보는 애기살을 쥐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등솔기를 등줄기에서 잡아떼며, 애기살을 쥔 손을 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요상한 물건이었다. 군에서 정식으로 만든 물건도 아니고, 호분胡粉이며, 석청石淸 등의 얼룩이 조금씩 묻은 가느다란 붓대에다 애기 새끼손가락만한 천쪼가리를 끼워서 급조한 애기살이라니. 화공의 붓대로 애기살을 만든 군인이라? 박태보는 고개를 갸웃하고 윤증에게 애기살을 내밀어보였다.


"애기살 맞죠?"

"이진이 글씬데."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서, 윤증은 촛불을 기울여 필체를 확인했다. 분명히 아까 이진의 목소리를 들은데다, 필체도 이진의 필체였다. 혹시나 싶어서 기어코 마루깃의 천을 잡아빼어 확인했다. 역시나 이진의 필체였다. 아무리 봐도 이진이었다.


阜帚寺

부추사


"부추사? 이런 절도 다 있나?"


윤증은 미간을 실룩이며 다시 애기살에 끼워진 천쪼가리를 보았다. 글씨만 이진의 솜씨가 아니라, 천쪼가리도 이진의 댕기 일부였다. 간혹 이진이 머리를 묶을 때는 댕기를 입에 물곤 하는데, 이빨자국까지 난 것이 똑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윤증은 더욱 고개를 기울여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불 내겠네요."


좀전에 윤증이 한 말을 잊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주는 박태보였다. 하지만 윤증은 잠깐 멈칫했을 뿐 천쪼가리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어렴풋이 이진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데다, 화초문양을 초새김한 보아지에 이 애기살을 날려서 뭔가 의미심장한 전갈만 남겼을 뿐이었다.


"애기살 맞죠?"

"그래, 무려 백삼십보 거리에서 쏘아도 맞힐 수 있는, 군문 비전秘傳의 비전飛箭..."


어쩌다 이진의 필체를 담은 군문軍門의 애기살이 이리로 날아올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히 스승이 끼고 자야 했을 이진인데, 어떻게 애기살 한촉이 자신의 처소 앞에 꽂힐 수가 있는 건지.


"누가 이진이 이놈을 데려간 건가?"


윤증은 혼란스런 눈빛으로 애기살을 내려다보고, 또 추녀 아래 보아지를 올려다보고, 다시 난간 건너편에서 백삼십보 안팎의 거리를 건너다보고, 또 다시 고개를 틀어 추녀가 아닌 암재 한복판의 처마를 올려다 보았다. 추녀쪽보다도 처마쪽이 더 화살을 맞히기 편했을 텐데도, 굳이 처마가 아닌 추녀를 택한 것이 이상했다. 즉, 이진을 데려간 군문의 사람이 추녀쪽 방향에 있었다는 뜻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추녀쪽 방향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부싯돌과 부시, 인광노를 찾아 불을 켜는 동안 그새 자리를 피한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이진의 모습이라도 있나, 아니면 이진을 태운 배라도 지나나 싶어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배가 한척 있기는 했다. 누군가가 초롱 하나를 들고 암서재 주변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진이 이놈이..."

"네?"

"이진아!"

"외숙?"

"이진아! 이진아!"


박태보의 반문에 답할 겨를도 없이 윤증은 그대로 암재를 뛰쳐나갔다. 여긴 뱀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이진이 홀로 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고, 또 애기살을 날린 군인이 데려갔을 수도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스승에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당장 이진부터 찾아야 했다. 윤증은 암재의 온돌방이며 온돌마루며 돗대기새우처럼 이리저리 포개져서 시위잠을 자는 다른 제자들이 깨든 말든, 큰소리로 이진을 소리쳐 부르며 암재를 내려왔다.


"이진아!"


섬노를 앞세워 암재 일대를 수색하게 하던 송시열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껏 섬노 한놈만 데려와서 은밀히 수색을 하게 하였더니, 하필이면 윤증 이놈이 소란을 피워서 이목을 끌었다. 벌써 암재가 웅성웅성하며 열댓명도 넘는 제자들이 난간으로 몰려들어 이쪽을 내려다보는 참이었다.


"왜 그러는가 자인子仁!"

"누가 없어졌어?"

"저 친구 조카 있잖은가. 스승님 외손주."

"아 그 남인..."

"뭐야, 그래서 저러는 거야? 배도 없이 어떻게 건너겠다고."

"정신 나갔지."


아무리 한여름이라 해도, 한밤의 계곡물은 차디 찼다. 헌데도 윤증은 적삼에 고의 차림 그대로 고의가 젖어서 가랑이 사이로 착 달라붙거나 말거나 암재 주변을 거침 없이 살피는 참이었다. 이진이 없어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 지는 몰라도, 이리 호들갑을 떠니, 다른 제자들도 하나둘씩 이상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송시열은 낭패한 얼굴로 윤증을 노려보았다. 밉다, 밉다 했더니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싶었다. 화가 치미니 자신도 모르게 두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소리 죽이거라. 보는 눈 듣는 귀가 많지 않느냐?"

"스승님...?"

"흉악한 놈이라고 내가 농을 좀 했기로, 홧김에 뛰쳐나갔느니. 이놈이 내 애를 태울 속셈으로 어딘가에 숨은 것이야."


송시열은 민진원 남매와 이진 사이의 일은 쏙 빼놓고 설명했다. 그 등뒤에 있던 진원은 흠칫 놀라 송시열을 쳐다보았다. 물론 계집이 목욕하는 것을 이진이 보고야 말았으니, 남사스러워서라도 입밖에 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계집을 남장시켜 데려온 일도 제자들에게 설명하자면 체면을 구길 것 같았다.


"스승님을 골탕먹이려고 숨었다구요?"

"아니면 뭐겠느냐? 우리만 있는 이 계곡에서."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윤증은 암재 난간에 모인 제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손에 쥔 애기살을 그대로 내밀었다. 소나무를 태워서 그 그을음으로 만드는 송연묵松煙墨이 아니라 기름을 태워서 만드는 해주산 유매묵油煤墨을 썼던 모양인지, 이미 물에 젖었는데도 글씨가 번짐이나 얼룩도 없이 또렷했다.


"이게 뭔줄 아시지요?"

"뭐?"

"이거, 방금 전에 암서재 보아지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송시열은 암재라 부르는 저 바위 위의 집을, 윤증은 일부러 암서재라 불렀다. 자신이 암재라고 부르면, 이놈도 암재라고 불러야 하는데도, 암서재라 부르는 것이 그저 괘씸했다. 그런데 미처 역정을 내기도 전에, 윤증의 손에 펼쳐지더니, 그 손안의 애기살이 송시열의 눈시울을 찌르는 듯 했다. 송시열은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했다.


"이..."

"이건 편전片箭이란 놈이지요. 국조 이래 그 기술이 바다를 건너지 못하도록 2, 3백년간 조정에서 단속을 해온..."

"누가 모른다더냐?"


송시열은 굳이 설명까지 하는 윤증에게 심드렁히 핀잔을 주었다. 윤증의 눈빛이 깨진 거울조각처럼 반짝였다. 이진이 어쩌다 계당을 나와 이 애기살의 임자를 만났는 지...분명히 곡절이 있었다. 의혹이 혹덩어리가 되어 턱밑에 붙어선 점점 불어났다.


"이 편전의 주인이 이진일 데려갔단 말입니다."

"네놈이 이상한 소릴 하는구나. "

"보십시오. 그림을 그리는 자의 소행입니다. 깃은 이진의 댕기를 찢어서 끼운 거고, 필체는 이진이 것이고, 먹이 아니라 호분으로 썼는데, 살대에도 호분 외에 석청, 등황, 왜주홍 등의 안료가 묻어 있..."

"글쎄 아니래도!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송시열은 안색이 순식간에 변해서 황급히 윤증의 말허리를 잘랐다. 윤증의 말마따나 화공의 세필로 만든 애기살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도 김석주의 수하인 그 화공놈이었다. 노상 이쪽을 기웃거렸으니 그놈이 이진이를 구해준 건가 싶었다. 홧홧한 한숨을 삭이는데, 민진원이 어깨너머로 글귀를 읽어보고 한마디 했다.


"스승님, 이 부추사는 혹시 백성이 절을 쓸고 닦는다는 뜻이 아닌지요?"

"무슨..."

"언덕부, 대싸리추, 절사...하지만 백성부阜자이기도 하니..."

"..."


어느틈에 모여들어 사태를 관망하던 제자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권상하와 이상, 김창협도 미간을 찡그린 채로 서로의 의중을 살폈다.


백성이 절을 쓸고 닦는다?


아무도 수긍하지 않았다. 주자학을 신봉하는 이땅에서 그리 참람한 말을 버젓이 문자로 써놓다니. 그것도 누구보다 주자학에 정진해온 스승의 외손주가 그리 욕된 말을 붓으로 놀리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래서도 안되었다. 다른 뜻을 찾아야만 했다.


차라리 한문장이면 단순명료하게 해석될 것이, 고작 석자라서 괜히 알쏭달쏭했다. 조선에 그리 요상한 절이름이 있을 리가 없을 뿐더러, 차라리 문장으로 해석을 하면 백성이 절을 쓸어준다고 하니,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좀전에 스승과 함께 남인들의 처리 문제를 논의하던 것을 그 어린놈이 듣고 예민하게 반응하던 것을 봐도, 이 문구는 정치적인 참언讖言(길흉화복을 예언하는 말)일 수도 있었다. 제자들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가?"

"아니지. 그런 뜻을 굳이 이렇게 화살에 끼워서 보냈겠나?"

"열세살 어린아이가 뭘 안다고."

"그 나이 때 최석정은 마방진을 그렸습니다."


여럿이서 두런거리던 끝에 권상하가 이상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앙 조정에 있는 관료들 대부분이 조선팔도에서 내로라 하는 수재들이지만, 최석정 만큼은 부제학을, 대제학을, 아니 문형을 바라보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아직은 김만중도 있고 하니 부제학 이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 해도, 5년 뒤엔 어디까지 오를 지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이름을 듣는 것만도 괜히 귓구멍이 껄끄러운 가시 같은 이름. 기분이 언짢은데, 그 와중에 우상댁 차남인가 하는 놈이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아니겠지요?"

"혹시 뭐?"


넌지시 낚시줄을 던졌을 뿐인데 기대이상의 입질이 왔다. 민지원은 스리슬쩍 한발 뒤로 물러서는 시늉을 했다.


"아닙니다."

"뭐가 아닌가?"

"아니...겠지요?"

"대체 뭐가 아니냔 말인가? 똑바로 좀 말해보게!"

"그게...스승님 함자에도 절사寺자가..."

"뭐?"

"때시時 ..."


하필이면 민진원이 입에 담은 절사寺자 한글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리디 시린 석빙고의 얼음을 훔쳐 먹다 들켰어도, 신음소리를 낼 법한데, 감히 스승의 함자를 입에 담는 것은 더 없는 불경죄였다.


宋時烈

송시열


백성이 송시열을 쓸어버린다? 그리 끔찍한 참어를 스승의 외손자가 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스승더러 흉악하다고 소리친 장면을 두눈으로 직접 목도한 권상하와 이상, 김창협은 자신들도 모르게 민진원의 추리에 한편으론 수긍하게 되었다. 그 맹랑한 아이라면 그런 글을 쓸 법도 했다.


宋時烈

송시열


윤증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말도 안되었다. 그건 지나친 비약이었다. 윤증은 아까부터 계속 이진에 관해 흉한 말만 늘어놓는 민진원을 노려보며 일축했다.


"어디 감히 스승님의 함자를 입에 담는 게냐?"

"하오나 소생은 그저 느낀 그대로..."


여전히 입을 고약하게 나불거리는 민진원을 더욱 사납게 쏘아보고, 윤증은 송시열에게 냉랭한 음색으로 하직을 고했다.


"송구하지만, 이만 이진이를 찾으러 가보려 합니다."

"자인아!"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전 그 아이를 끌고 간 놈들을 잡아야겠으니."


윤증은 핏기 없는 얼굴로 두눈을 형형하게 번뜩이며 말하고선 고개를 꾸벅 숙이고 이내 등을 돌렸다. 애기살이 부러지도록 힘주어 움켜쥐는 모습에, 민진원은 가만히 입을 비죽였다. 자신이 이진이한테 한 짓을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기세인가 싶었다.


어느틈에 암재 아래로 내려온 제자들이, 떠나가는 윤증을 보며 술렁거리는 참이었다. 윤증이 데려온 박태보란 작자가 말없이 뒤따르면서도 어딘지 미심쩍은 눈빛으로 한번 더 대로를 돌아보았다. 겸연쩍은 눈빛으로 윤증을 지켜보던 송시열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 변하였다. 박세당의 아들놈을 데려오다니. 그게 괘씸해서 계당이 아닌 암재로에 윤증을 묵게 하고도, 분이 풀리질 않았다.


저놈은 제자가 아니야.


진즉 윤증과 박세당이 인척관계라는 것을 알고도, 송시열은 새삼스레 배신감을 느꼈다. 이런 자리에 박세당의 아들놈을 데려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게다가 자신은 일이 시끄러워지지 않도록 겸인 한놈만 데리고 계곡을 수색하게 하였건만, 이 소란을 피우다니. 게다가 스승이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지, 따박따박 면박이라니.


어쩐지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박태보는 한번 더 송시열과 그 제자들을 곁눈질로 돌아보곤 윤증에게 나직하게 속삭였다.


"꼭 가셔야겠습니까? 이진이 그놈이 끌려간 것도 아니고 제발로 따라간 것 같은데."

"..."

"외숙도 아시죠? 거기 부추사...사실 파자破字라는 거요."

"파자?"

"에, 언덕부阜자와 대싸리추帚를 합쳐놓으면 원상태로 그칠지止가 열십十으로 바뀌어...돌아올귀歸가 되지요..."

"..."

"그리고 절사寺자..."

"..."

"두 글자를 합쳐놓으면 귀사歸寺...즉 절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

"외숙의 동네 이름이 두사촌杜寺村이니...두사촌으로 돌아간다고 이진이 그놈이 제손으로 썼단 말이지요."

"두사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백성이 절을 쓸어준다는 뜻이라면...?"


윤증이 못 믿는 시늉을 하자, 박태보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내기 하실래요?"

"..."

"내기, 하실래요?"


자신만만한 박태보를 보며 윤증은 할 말을 잃었다. 저 내기귀신 같으니.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법이었다. 그저 제 아비 박세당과 평소에도 티격태격하여 요란하게 내기를 일삼을 때만 해도, 그저 귀여웠다. 하지만 당하고 보니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이미 스물일곱, 어떻게 보면 징그러운 나이였다.


"조용히 해라. 듣는 귀가 있을 지도 모르니."

"에이, 누가 듣는다고. 이진일 데려간 놈들이나 더 걱정하셔야죠.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기에 붓대로 살대를 만들어 애기살을 쏘냐구요."

"..."


윤증은 박태보의 지적에 가슴 한구석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떼보의 말이 옳았다. 뭐하는 놈들이기에 이진을 데려간 건지, 도대체 이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제자나 마찬가지였다. 워낙 영특한 아이라 스승께 고하고 정식 문인으로 삼을 생각도 있었다. 그리 아까운 아이다 보니 그저 몸도 마음도 털끝 하나라도 상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뭐 하시오? 어서 들지 않고?"


숙종은 야참상에 오른 건오적어乾烏賊魚(마른오징어)를 보자마자, 동온돌에 최석정을 불러다 앉혀놓고 한접시 권하였다. 울릉도에서 제철인 유월 초중순에 토실토실 물오른 놈을 내장을 가르고 말려선지 식감도 제법 꼬들꼬들하니 좋았다. 하지만 최석정은 차마 내키지가 않는 지, 고개를 더욱 숙여 오적어가 시야에 들지 않도록 했다. 그런 석정의 눈시울을 정감어린 눈빛으로 응시하며, 숙종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피기문이란 자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소?"

"..."


석정은 순식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꾸 자신을 중궁전이 계신 통명전으로 부르지 마시고, 차라리 대조전으로 처소를 옮기라 간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를 뺏겼다.


"자꾸 이런 식이면 이 오적어나 잡아오게 울릉도로 확 보내버릴 거요."

"실은 계명季明 그 친구를 보내려 했사온데..."

"누구?"

"김지남 말입니다."

"아...그자..."


석정이 자字가 아닌 이름을 언급하고 나서야 숙종은 비로소 누군지 알아들었다. 준마의 앞발을 두팔로 끌어안고 매달릴 정도로 미친 놈이, 요즘 들어 새색시처럼 너무 조신해져서 흥미가 가셨다. 한때는 그 미친 기질이 불만이더니, 이제는 또 그 미진한 기질이 또 아쉬웠다. 그 김지남이라니. 그녀석을 동래부東萊府로 보낼 계획이라니 반가움이 앞서는가 하면 반감도 슬그머니 뒤섰다.


"헌데 여태 무얼 하고...?"

"그것이...을묘년 신강지설臣强之說(신하가 강하다고 강희제가 비웃었다는 설)에 대해 영상, 우상, 병판대감이 번갈아서 박정신이란 역관을 불러다가 추궁을 하였는데...그자가 김지남의 스승이자 처숙妻叔이다 보니...출발이 지체가 되었나 봅니다. 하여...제 부탁을 미처 들어주지 못하고 차일피일..."


송구하여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고개를 조아리던 석정의 시야로 수라상 대원반 아래 숨어있는 시꺼먼 물체가 뛰어들 듯 들어왔다. 칠흑같은 어둠에 윤곽이 묻혔을 뿐 낭창낭창하면서도 단단한 물푸레나무 재질의 기다란 자루가 보였다. 왕이 무릎맡에 감춰둔 저것이 빗자루일 리가 없었다. 그새 시력이 또 나빠졌는지 눈이 침침해져서 더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눈에 더욱 초점을 잡고 들여다보니, 거무죽죽한 무쇠 재질의 도끼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어깻죽지에 소름이 끼쳐서 석정은 상체를 들썩이고 말았다.


"저, 전하! 그 도끼는 뭐하러...!"

"아, 들켰군."


숙종은 대원반 아래에 감춰둔 손도끼를 왼손으로 집어들고 씨익 웃어보였다. 석정은 너무도 놀라서 심장이 밑구멍까지 덜컥 내려앉았다가 목구멍까지 벌떡 치솟는 느낌이었다. 구중궁궐에, 그것도 왕이 주무시는 동온돌에, 이토록 무시무시한 손도끼라니. 왕이 옆으로 밀어낸 서안 위 등불에 비친 시퍼런 날에는 시뻘건 핏물이 묻어 있었다. 석정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떨려서, 힘껏 맞잡았다.


"저, 전하..."

"안심하시오 사부. 내 사부 모가지를 자르기 전에 내 손모가지부터 자를 것이니."

"..."

"안심하래도. 사실은 어마마마께오서 중궁 몰래 대원반 밑에 넣어두라 하신 것을...혹여 중궁이 놀랄까 싶어 내 대원반 밑에 놓아본 건데 사부가 너무 놀라는군...역시 들킬 수 밖에 없나..."

"중궁전하께는 어이하여..."

"남편이 아내의 밥상 밑에 몰래 도끼를 놓아두면 복중 아기가 계집아이에서 사내아이로 바뀐다는 속설이 있다지?"


석정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문정왕후의 재림이란 지탄까지 받던 대비전이 그간 웬일로 조용하다 했었다. 동지 때면 무녀 막례를 불러서 온갖 점을 치고, 또 막례가 시키는 대로 주술도 부리던 그 청풍김씨가 갑자기 동굴에서 나와서 또 다시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질 모양이었다. 물론 도끼자루를 남편이 아내의 밥상 밑에 숨겨두면 사내아이가 태어난다는 속설은 있었다. 하지만 위험천만이었다. 자신도 이렇게 심장이 덜컹거릴 정도로 놀랐는데, 회임 중인 중궁은 복중태아가 잘못될 수도 있었다.


작가의말

연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중간에 고증 문제로 스토리 자체를 수정하다 보니...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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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4.07.31 09:44
    No. 1

    작가님이 고증이라 하시니 제 가슴이 도끼를 본 것 처럼 덜컹거립니다.
    작가님의 상상이 잃어버린?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7.31 13:25
    No. 2

    요즘 들어 고증이 왜 이리 힘든 지...저 편전 때문에 거의 1주일은 잡아먹고...또 송시열은 암재라고 부르고 제자들은 암서재라고 부른 기록 때문에 찾아보다가 지치고...조선후기에 도끼 얘기는 물론 더 황당한 미신도 있어서 곧 다룰 예정입니다. 좀 황당한 사건인데 실록에 적힌 사건과도 맥락이 닿아 있어 생략할 수도 없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디오지크
    작성일
    14.07.31 17:25
    No. 3

    오랜만에 올라온 글에 반가움이 넘실거립니다
    여름에 더위조심하시고 건필하세요.

    파자는 생각도못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4.07.31 19:09
    No. 4

    와~
    꺽정이 등장했닷!
    근데 왕의 도끼를 보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파리매
    작성일
    14.08.01 09:45
    No. 5

    역시 꺽정이가 나와야 제맛이군요.
    송기 늙은이 일당에 이어 다시 진홍이로...
    뭔가 사단이 일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번에는 꺽정이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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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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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82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89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1 23 43쪽
221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2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4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0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18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3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4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0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18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2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27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29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4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2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3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0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4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09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496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2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3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1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36 34 42쪽
»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3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5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45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17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1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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