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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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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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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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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21화

DUMMY

“다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드세요!”


하은은 들고 온 커다란 봉투를 펼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봉투를 중심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히이익~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봉투 안을 확인한 나는 놀라 기겁했다.

봉투 안에는 대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다.

거기다 이건 둘이 양손에 들고 있는 4개의 봉투 중 하나일 뿐이고 다른 3개의 봉투에도 온갖 과자나 빵, 초콜릿 등이 잔뜩 들어있었다.


“아이스크림 사 오랬더니 뭔 약탈을 해왔네? 피난 가게?”


어쩐지 편의점 간 것 치고 늦는다 싶더라니.

나는 아직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형을 향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던졌다.

취향은 뻔했고 형은 예상대로 따봉을 날렸다.


“이 정도 복지는 있어야 길드 다닐 맛 나지~. 재현이 얘기 들어보니까 대형길드는 휴게실에 엄청 비싼 생초콜릿이랑 쿠키 같은 것도 있다는데 나도 억울해서 샀다!”


뭐? 재현이?

편의점 다녀오는 사이에 대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친해진 거지?

뭐, 일단은 둘이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으니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뭐, 우리 길드에 간식거리가 없긴 했지, 잘했어, 잘했는데⋯ 이렇게 많이 살 거면 편의점 말고 마트를 가지 그랬어? 그럼 몇만 원은 아꼈겠다.”

“어차피 아저씨 카드라 그냥 긁었어.”

“그거 내 카드 아닌데?”

“⋯어?”

“내 카드 아니고 길드 법인 카드야.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아린이가 메꾸는 돈이지.”

“아⋯아⋯!”


법인 카드라는 말에 하은의 얼굴이 굳어갔다.


“왜⋯ 왜 미리 말 안 했어?! 그럼 이렇게 안 사 왔지!”

“안 물어봤잖아.”

“으아아⋯ 어, 언니,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근데 내 돈이면 괜찮다는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에 대한 취급이 그러니?”

“녹기 전에 냉동실에 넣어야겠다!”


하은은 내 말을 무시하고 아이스크림 봉투를 들고 냉장고 쪽으로 달려갔다.


“아우렐 님도 하나 드시겠어요?”


뭔가 안 먹을 것 같지만 그래도 멀쩡한 인격체를 두고 우리끼리만 먹기 뭐해 일단 물어봤다.


“네, 저는 메가콘 딸기맛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먹으신단다.

심지어 꽤 구체적인 취향까지 있었다.


“아, 아우렐 님도 이런 거 드세요?”

“영양소 섭취는 불필요하지만 맛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즐깁니다.”

“그렇군요⋯.”

“⋯또 궁금하신 게 있으신 것 같은데 편하게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아우렐은 정말 사람 속을 읽는 건지 그냥 눈치가 빠른 건지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사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긴 있었다.


“아, 그게⋯ 다른 그림자 병사는 다 어두웠는데 아우렐 님은 반대로 빛나셔서⋯ 세상에 빛나는 그림자도 있나 해서요.”

“하하, 그런 거였군요. 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드리진 못하지만 저도 그림자는 맞습니다. 다만⋯ 그림자 병사와는 다른 존재의 그림자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존재라면 설마⋯ 신이라던가⋯? 하하⋯.”


나는 농담치는 척하며 슬쩍 아우렐을 떠봤다.


“⋯⋯⋯⋯.”


그러자 아우렐은 살포시 눈을 감고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뭐, 뭐야, 이 반응.

설마 진짜로⋯?


“주인님, 기쁜 소식입니다. 윤아린 헌터님께서 주인님의 훈련을 봐주시는 것을 허가하셨습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아우렐은 곧장 화제를 돌렸다.


“아, 진짜?!”

“⋯⋯⋯⋯.”


그런 소식을 전한 아우렐은 가만히 신재현을 바라봤다.


“아⋯!”


그러자 그 시선의 의미를 뒤늦게 눈치챈 신재현은 아린이에게 인사했다.


“부,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그래⋯.”


아린이는 아직도 신재현이 영 탐탁지 않은지 그에게만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그래도 아우렐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은 뒤라 그런지 아까보단 적대감이 덜해 보였다.


“하지만 네가 철저히 지켜줘야 할 게 있어.”

“네? 어떤⋯?”

“앞으로 우리 길드 사람에게 확실하게 예의를 갖춰. 한 번만 더 건방지게 굴거나 공격하면 다음번엔⋯ 나도 안 멈춰.”


아린이의 경고에 신재현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나와 서연이 앞으로 다가왔다.


“저, 정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리곤 허리를 90도로 숙여 처음으로 아린이가 아닌 나와 서연을 향해 사과했다.


“펴, 편의점에 다녀오는 동안 하은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확실히 제가 잘못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미쳤던 것 같습니다.”


아니, 이중인격도 아니고 겨우 편의점 다녀오는 동안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이하은 이거 마법으로 정신 지배라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이게 경계심을 거둔 주인님의 평소 성격입니다. 저와 둘만 있을 땐 이런 느낌입니다.”


갑작스러운 신재현의 변화를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하자 뒤에서 아우렐이 속닥였다.


“그래, 뭐⋯ 한 번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혀, 형님이라고까지 할 건 없는데.”

“너는 나한테 형님이라고 좀 해라.”

“형은 닥치고 아이스크림이나 드셔요.”

“네~.”

“뭐, 아무튼 우리가 첫 만남은 좋지 못했지만 잘해보자.”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악수를 청하자 재현은 손을 꼭 맞잡았다.


“누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는 서연과도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이 해냈다는 듯 숨을 돌리며 뒷걸음질 쳤다.


“거봐! 내가 하면 될 거라고 했지? 우리 길드 다들 좋은 분들이라니까?”

“으응⋯ 정말 됐어⋯!”


그러자 하은과 재현은 성공의 기쁨을 나누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라면 슬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 타이밍인 것 같아 말을 꺼냈다.


“그런데 편의점 다녀오는 동안 무슨 얘기를 했길래 둘이 그렇게 친해진 거야?”

“아, 우리?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까 나이도 같고 같은 아카데미 출신이라 금방 친해졌어!”


응? 나이가 같다고?


“재현이는 20대 아니었어? 아카데미도 졸업했잖아.”

“빠른년생이고 S급이라 일찍 졸업한 거지 나이는 아직 19살이에요.”

“아~ 그래? 서로 친구 생겨서 좋겠네.”

“⋯아저씨 방금 그 대사 진짜 아저씨 같았어. 그치?”

“네, 조금⋯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뭐? 왜? 대체 어디서?”

“그냥 뭐라고 설명은 못 하겠는데 그런 게 느껴졌어.”


10대끼리만 통하는 감 같은 게 있는 건가⋯?


“뭐! 아무튼 일단 이야기는 정리된 것 같으니 바로 가볼까?”

“응? 어딜?”


피해보상은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 나는 이제 집 가서 좀 쉬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린이가 그렇게 말했다.


“어디긴? 말 나온 김에 바로 실력이나 보려고.”

“아, 그런 거구나. 다녀와.”

“무슨 소리야? 당연히 너도 가야지.”

“⋯전 왜요?”


사실 이유야 뻔히 알고 있다.

재현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린이도 낯가림이 있는 편이니까 내가 같이 있어야 덜 불편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그냥 이대로 쉬고 싶었다.


“나는 애들 저녁도 해줘야 하고 아직 할 일이 있는데⋯.”

“아~ 배고프다~ 나랑 저녁 먹으러 갈 사람~ 내가 쏜다~.”

“저요!”

“나도.”


그러자 형이 순식간에 하은과 서연을 데리고 사라졌다.

아나, 저거 진짜.


“⋯⋯⋯⋯.”


그렇게 갑자기 썰렁해진 사무실 안에서 아린이는 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알아서 따라오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가자.”


말싸움도 몸싸움도 어느 쪽도 승산은 없다.

그래, 뭐⋯ S급 둘이 맞붙는 걸 또 어디 가서 구경하겠어, 보기만 해도 배울 게 많겠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그냥 운명에 순응하기로 했다.




***




“여기야? 여기로 올라가면 돼?”

“네, 이 길 타고 쭉 가시면 됩니다.”


나는 재현의 안내에 따라 대양길드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대형길드의 S급 헌터인만큼 예전의 아린이처럼 전용 훈련장이 있는 듯했다.

다만 보안을 위해 지도에는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재현의 안내에 따라 길을 찾아갔다.


“꽤 찾아오기 어려운 곳에 있네.”


훈련장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각성자에게 훈련이라는 게 될 정도의 시설을 갖추려면 상당한 넓이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대형길드라도 땅값 비싼 서울 한복판에 훈련장을 지을 순 없었고 이렇게 외진 곳에 짓는 게 대부분이었다.


“훈련장이 이런 데 있으면 평소엔 어떻게 다녀? 길드에서 차량을 지원해주나?”

“평소에요? 평소엔⋯ 안 오는데요.”

“훈련을 안 한다고?”

“네, 그림자 병사 훈련은 그냥 집에서도 할 수 있어서요.”

“너는 훈련 안 해?” “어차피 싸움은 다 그림자 병사로 해서 전 딱히 나설 일이 없어서⋯.”


아우렐의 말대로 재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림자 병사에게 많이 의존하며 사는 것 같았다.


“⋯⋯시, 신재현 헌터님?! 어, 어서 오십시오!”


그렇게 도착한 대양길드의 훈련장.

재현은 얼굴만으로도 출입증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등장에 훈련장 입구를 지키던 직원들이 뛰어나와 그에게 인사했다.


“⋯⋯⋯⋯.”


그러자 재현은 그들의 인사를 무시하다시피 눈길만 슥 주곤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쳤다.

나이는 어려도 이 회사의 임원급이나 다름없는 재현이 뭐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는지 인사를 무시하고 쉭 지나가자 직원들은 혹시 뭘 잘못했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 건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재현아.”

“⋯네, 네!”


그러자 아린이 그런 그를 불렀다.

재현은 헐레벌떡 아린의 앞으로 달려왔다.


“인사해야지.”


아린은 재현이 사라지지 않아 아직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직원들을 보게 하며 말했다.


“아⋯!”


그러자 재현은 마치 자기도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똑같이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재현이 인사하자 직원들도 기운차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러자 재현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우리를 돌아보며 얼떨떨하게 웃었다.


“인사하면 받아주면 되지 왜 무시한 거야?”

“그냥⋯ 모르는 사람이랑 인사하는 게 어색해서⋯ 괜히 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인사 받아주는 걸 누가 이상하게 생각해.”

“그, 그런 건가요?”


⋯아무래도 재현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남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익히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


“⋯응? 여, 여기가 아닌가? 너무 오래간만에 와봐서⋯.”


우린 재현의 개인 훈련장 앞에 도착했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훈련장 안에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의 발소리와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자, 잠시만요, 오래돼서 뭔가 바뀐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 볼⋯.”

“선배님, 그런데 여기 정말 써도 되는 겁니까?”

“⋯?”


혹시 그새 훈련장 위치가 바뀌었나, 재현이 뒤돌아서는 참에 훈련장 안에서 그런 말소리가 들렸다.

딱히 엿들으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말소리가 들리다 보니 우리 모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여긴 신재현 헌터님 개인 훈련장인데~.”

“신재현 헌터 훈련장 안 온 지 한참 됐어~ 내가 여기 쓴 지 벌써 2년 넘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안 왔다니까?”

“그래도⋯ 혹시라도 재수 없게 걸리기라도 하면⋯.”

“그렇게 걱정되면 넌 시설도 구린 사설 훈련장 가든가?”

“아, 아닙니다!”

“이렇게 좋은 훈련장을 혼자서 쓰게 해줘도 안 오는데 누구라도 쓰는 게 이득이지, 안 그래?”

“맞습니다!”


어우.

안에서 들려온 대화를 똑똑히 들은 나와 아린은 먼저 눈을 마주쳤다.

아린이도 눈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우린 다음으로 고개를 돌려 재현을 바라보았다.


“익⋯이익⋯!”

““아⋯.””


예상대로 재현은 이미 부들부들 떨며 발작버튼이 눌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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