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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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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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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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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4화

DUMMY

“⋯⋯⋯⋯.”


알람에 눈을 뜬 나는 잠시 이불 위에 앉아 눈을 깜빡이다 어기적어기적 마당으로 나와 차가운 아침 공기로 잠을 깨우고 부엌이 있는 본채로 들어갔다.

내 아침은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했다.

아침부터 4인분의, 아니 먹는 양을 생각하면 거의 8인분 수준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암~ 잘 잤어?”

“아, 일어났어?”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아린이였다.

이제 막 일어난 아린이는 부스스하긴 했지만 그래도 요즘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덕에 예전처럼 도끼눈을 뜨고 다니진 않았다.

여명길드에 있을 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요즘이 안색이나 기분이 훨씬 좋아 보였다.


“아저씨⋯ 좋은 아침⋯.”

“어, 좋은 아침.”


그다음으로 일어난 건 하은이었다.


“오늘 아침 뭐야?”

“두부 부침.”

“으엑, 나 그런 거 싫은데, 라면 끓여주면 안 돼?”

“성장기에 라면 같은 것만 먹으면 옆으로만 커지고 위로는 안 커져.”

“윽⋯!”


하은에게는 돈에 정신이 팔린 사이 슬쩍 허락을 맡은 탓에 정신을 차린 뒤엔 서연과 함께 사는 것에 약간의 반대가 있긴 했지만 내가 밥,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싹 처리해주고 또 막상 함께 살아보니 서연이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언제부턴가 불만이 없어졌다.


“⋯밥 뭐야?”

“기대하진 않았지만 넌 아예 인사도 안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일어난 것은 서연이었다.

그녀는 잠버릇이 얼마나 안 좋은지 머리를 산발을 하고 배를 벅벅 긁으며 방에서 나왔다.

그렇게 모두가 잠에서 깨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조용하던 집이 복작복작해졌다.


나와 서연이 아린이네 집에서 생활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간 별일 없었고 의외로 생활하는 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처음엔 아무리 사정이 있고 길드 동료고 친하다고 해도 여자 셋이 사는 집에 남자 하나가 들어가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어 그냥 부지런히 집에서 왕복하려고 했지만 아린이네 집은 옛날 집인 만큼 본채 옆에 작은 별채가 딸려있었다.

원래 창고로나 쓰려던 곳이었는데 청소하고 보니 충분히 쾌적했고 화장실도 따로 딸려있어 사실상 옆집에 사는 수준으로 분리가 가능해 그냥 여기서 지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다들 안녕!”


같이 살다 보니 자연스레 출근도 같이 하게 됐다.

그러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우리를 향해 인사해 왔고 아린이는 그런 학생들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출근길과 시간대가 마침 근처 여러 학교의 등굣길과 딱 겹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출된 풍경이었다.

학생들은 매일 보는데 매일 새로운지 아린이를 볼 때마다 방방 뛰며 좋아했다.

따지고 보면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고 비밀스러운 S급 헌터를 매일 아침 길에서 마주칠 수 있으니 굉장히 특별하고 진귀한 이벤트처럼 느껴지겠지.


“하은 헌터님! 안녕하세요!”

“에이, 동갑끼리 왜 그래, 이번 모의고사는 잘 봤어?”

“서연 누님! 안녕하십니까!”

“응, 안녕. 공부 열심히 해.”


거기다 인기가 많은 건 아린이 뿐만이 아니었다.

하은과 서연에게도 나름의 팬층이 있었고 꽤 많은 수의 학생이 둘에게도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형님.”


모두가 인사를 받는 동안 입 꾹 닫고 혼자 길을 걷던 내게 한 남학생 무리가 말을 걸었다.

혹시 드디어 나한테도 인사해주는 학생이 생긴 걸까, 나는 솔직히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지만.


“형님은 세금 두 배로 내십쇼.”

“⋯난 세금만 내다 죽으라고?”

“돈까지 많이 버시기엔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혼자 다 해 먹으려고 하십니까?”


돌아온 건 악담뿐이었다.


“여~ 준호~ 출세했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아는 척을 해주는 사람은 있었다.

식당의 단골 아저씨들이었다.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죠?”

“자네 덕분이지~. 아주 우리 동네 인기스타야~.”

“준호야, 길드 사무실 절대 이사하면 안 된다~.”


아저씨들은 껄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딱히 신경 써 본 적은 없는데 어쩌다보니 우리 길드는 이 동네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첫 번째 영향력은 범죄율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딱히 아린이가 순찰을 돌고 그러는 게 아닌데도 그냥 이 동네 어딘가에 S급 헌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영향력은 범죄율과 반대로 집값은 또 폭증시켰다.

S급 헌터가 이웃사촌! 이라는 상징적인 이유도 있지만 최근 연달아 벌어진 S급 던전 레이드와 각성자 테러 사건으로 안 그래도 흉흉한 시기에 근방에 S급 헌터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은 역세권, 한강뷰 부럽지 않은 어마어마한 입지였고 더군다나 그 S급 헌터가 S급 레이드와 각성자 테러 사건을 직접 종식시킨 윤아린 본인이기까지 하니 그 파급력은 배가 되었다.


나는 이럴 때면 맨날 나랑 시시껄렁한 대화나 하는 아린이가 이 나라에서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다시금 실감했다.




***




“잘 부탁해.”

“그래, 실컷 흡수해.”


던전의 보스까지 해치운 나와 서연은 며칠 째 반복하고 있는 지루한 작업을 준비했다.

서연은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몸을 풀기 시작했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던전 안에서 그녀에게 데미지를 입는 노가다는 아프고 지루하지만 인내하는 만큼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박준호 (24)]

[Lv. 59]


레벨은 거의 하루에 1레벨씩 상승했고 이제 60이 목전이었다.

나는 오늘 아예 60레벨을 달성하고 던전에서 나갈 작정을 하고 있었고.


[박준호 (24)]

[Lv. 60]


보유 특전 포인트 : 8


장장 17시간에 걸친 노가다 끝에 끝내 달성해냈다.

60레벨이 된다고 해서 뭐 특별한 건 없지만 그냥 레벨의 10의 자리가 올랐다는 데에 의미를⋯.


[축하드립니다! 메인 퀘스트 수행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두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이건 또 뭐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어어, 잠깐 멈춰봐.”


집중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으니 나는 김서연을 말렸다.

계약서의 힘을 쓰지 않아도 최근 김서연은 피에 눈이 돌아간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 다 훈련이 되네.


“씨익⋯! 씨익⋯!”


김서연은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릎을 꿇고 그 위에 주먹을 올려 정좌하고 앉았고 나는 메시지의 본문을 띄워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메인 퀘스트 – 헌터관리국의 계획을 밝혀내시오.]

[보상 - ???의 두 번째 초대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내게는 의문만 남았다.

이런 내용이 시스템 메시지로 날아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퀘스트 내용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헌터관리국의 계획이라면 이미 다 밝혀낸 거 아닌가?

뭘 더 밝혀내라는 거지?

정확히 뭘, 언제, 어떻게 하라는 건지 정확하게 밝히라는 건가?


그리고 저놈의 초대장은 또 뭐야?

예전에 저 초대장을 받았다가 S급 던전이 열려버렸던 악몽이 떠올라 아주 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다.


- 띠링.


한참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이 심란해질 때쯤 갑자기 메인 퀘스트 밑으로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일간 서브 퀘스트 – 12시간 동안 무기술을 연마하시오.]

- 00 : 00 : 00 / 12 : 00 : 00

- 제한 시간 : 23 : 59 : 59

[보상 – 특전 포인트 1]


그 메시지를 본 나는 일단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바로 그라고스의 메이스를 꺼냈다.


“나⋯ 지, 진정했어. 때리지 마.”


내가 갑자기 몽둥이를 들자 서연은 겁에 질려 눈을 깜빡였다.


“미친놈도 아니고 갑자기 널 왜 때려⋯.”


나는 서연을 안심시키고 메이스를 휘두르며 퀘스트 조건대로 무기술을 연마했다.

서연은 갑자기 허공에 메이스를 휘두르기 시작한 나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했고 그렇게 10분 정도 열심히 메이스를 휘두른 나는 다시 퀘스트를 확인 해봤다.


[일간 서브 퀘스트 – 12시간 동안 무기술을 연마하시오.]

- 00 : 00 : 17 / 12 : 00 : 00

- 제한 시간 : 23 : 48 : 43

[보상 – 특전 포인트 1]


하지만 퀘스트 완수 조건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그냥 붕붕 휘두르며 연습하는 척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정말 집중해 뭔가 연습이 되는 게 있는 순간만 시간으로 쳐주는 모양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10분 중 정말로 집중한 건 딱 17초 정도였던 것 같다.


이걸 어떡하나, 그냥 포기해야 하나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보상이 너무 아까웠다.

레벨업과 별개로 특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오늘을 기준으로 거의 15시간 동안 온몸이 찢기는 고통을 버텨야 얻을 수 있는 것을 12시간만 무기술을 연마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매력적이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최대한 빨리 던전을 정리하고 집으로 달렸다.


“아린아! 윤아린!”


그리고 세상모르고 자는 아린이를 두들겨 깨웠다.


“으음⋯ 무슨 일이야⋯?”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아린이는 노려보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린이의 도끼눈은 이만큼 친해진 뒤에 봐도 짜릿했다.


“나랑 훈련장 좀 가줘!”

“훈련장? 으응, 알았어⋯.”


아린이는 다시 스르륵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고 나는 그런 아린이의 몸을 강제로 일으켜 탈탈 흔들며 재촉했다.


“내일 말고 지금! 지금 당장!”

“지금⋯? 갑자기 왜⋯.”

“나 무슨 퀘스트라는 게 떴는데 이게 보상이 너무 좋아!”

“퀘스트⋯? 보상⋯?”


내 말에 아린이는 얘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나도 퀘스트 같은 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 보지만 시스템에 진짜로 뜬 걸 떴다고 할 뿐인데 뭐 어쩌겠나.


“아무튼 지금 훈련장에 가자는 말이지⋯?”

“응! 부탁할게!”

“그래⋯ 알았어⋯.”


다행히 아린이는 침대에서 비틀비틀 일어나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하여튼 이런 이상한 부탁도 일단은 들어주고 사람 참 좋다.


“그래서, 뭐 하면 되는데?”


차에서도 꾸벅꾸벅 졸던 아린이는 훈련장에 도착해서야 용건을 물었다.

이제 잠이 좀 깼는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 예전처럼 무기술 좀 가르쳐줘! 앞으로 22시간 안에 12시간을 채워야 해!”


던전을 수거업체에 맡기고 아린를 훈련장에 데려오고 어쩌고 하느라 벌써 2시간을 써버렸다.

더군다나 그 22시간 중에서도 실 연습 시간 12시간을 충족해야 하기에 상당히 빡빡한 감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무기? 원하는 걸 알려줘.”


내가 막연하게 무기술을 알려달라고 하자 아린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모든 무기를 다 다룰 줄 아는 사람한테 아무거나를 외치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도 했다.


“무기 종류는 상관없는데 내가 제일 배우기 어렵고 익숙하지 않을 만한 걸로!”


퀘스트 조건을 읽어보면 그냥 무기술을 연마하라고만 되어 있지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라는 말은 없었다.

그 말인즉 내가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무기를 골라 연습하면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 될 테니 연습 시간을 채우기에 유리할 것 같았다.


“음~ 그럼 너도 슬슬 검술 배워볼래? 아무래도 범용성이 좋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중간 이상은 해주는 게 검이거든.”

“검! 좋아!”


안 그래도 주구장창 메이스만 써서 질리던 참이었는데 새로운 무기를 배울 기회가 이렇게 오다니 좋은 타이밍이다.

나와 아린이는 훈련장 구석에 비치된 연습용 검을 들고 왔고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준호야.”

“응?”

“꼭두새벽에 자는 사람 두들겨 깨워서 여기까지 끌고 왔으니 날 재미있게 해줄 각오는 한 거지?”


그 순간 아린이의 검에서 푸른 연기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일더니 검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며 폭풍 같은 기운을 일으켰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아린이의 검기에 내가 지금 작은 탐욕에 눈이 멀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아린아, 미안한데⋯ 지금이라도 그냥 집에 가도 될까?”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돼.”

“저, 정말?”

“응,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아.

순간 아린이와 처음 만난 나날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그게 추억회상이 아니라 주마등이었다는 걸 깨닫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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