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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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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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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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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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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12화

DUMMY

“진짜 한다? 네가 시킨 거다?”

“그래, 근데 혹시 그만하고 싶으면 멈출 수 있⋯.”


- 푸욱!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김서연은 내게 무작정 달려들어 일단 배때기에 손을 쑤셔 박았다.


체력 : 11151 (-349) / 11500


- 촤아악!


체력 : 9629 (-1522) / 11500


그리곤 배를 가로로 잡아 찢었다.


- 푹! 푹! 푹!


한번 피 맛을 본 김서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피만을 갈구하는 흡혈귀가 되어 내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김서연이 공격을 워낙 지저분하게 해서 그렇지 실질적으로 내가 받는 데미지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녀가 아무리 흥분해서 과격하게 공격해도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딴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김서연에게 이런 일을 허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 맞다, 보스.’


별생각 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김서연이 보스까지 다 잡아버렸다.

몬스터들에게 뚜드려 맞아 특성을 성장시킬 생각으로 수거 업체 예약도 한참 뒤로나 잡아놨는데 이렇게 되면 갑자기 반나절이 붕 떴다.


하지만 던전에 함께 들어온 사람이 김서연이니 몬스터가 할 일을 그녀에게 대신 시키면 그만이니 다행이었다.

형이나 아린이나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형제를, 친구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훈련조차 되지 않는 무의미한 공격을 반복해야 하니 매우 지루해했다.

하지만 김서연은⋯.


“꺄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수영장에 놀러 온 어린아이처럼 내 몸에서 치솟는 피 분수를 맞으며 즐거워했다.


체력 : 9668 (-1832) / 11500

체력 : 7906 (-1762) / 11500

체력 : 6794 (-1112) / 11500


『 전용특성 [힐링팩터] 가 발동합니다. 』


거기다 김서연은 어중간한 몬스터에게 맞는 것보다 훨씬 체력을 잘 깎았다.

그만큼 더 아프긴 하지만 특성 레벨을 올리기에 시간 대비 효율이 몇 배는 좋았고 이 정도면 공허충 그립지 않은 속도였다.

나나 쟤나 서로 이득이니 일종의 공생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앞으론 몬스터 대신 던전에 김서연을 데리고 다니며 특성 레벨작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푸욱! 촤악! 후두둑!


벌써 몇 시간이나 됐을까, 내가 먼저 질려버릴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꺄아! 꺄아아아!”


하지만 김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텐션을 유지하며 환호성을 지르며 내 피를 뒤집어쓰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피에 대한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집념이 느껴졌다.


“이제⋯ 윽⋯! 그, 만⋯!”


복부가 너덜너덜해진 채로 말을 하려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김서연은 내 말을 못 들은 건지 듣고 무시하는 건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


결국 나는 계약서의 힘을 빌려 김서연을 제지했다.

이게 참 신기한 게 명령을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말을 하면 그때 효력이 발동했다.


“끅⋯! 끄으윽⋯!”


그런데 김서연은 악마의 계약서의 강제성이 발동해 고통에 얼굴을 잔뜩 구기고 몸을 삐그덕 거리면서도 손에 머금고 있는 피 한 움큼을 기어코 얼굴에 뿌리고선 만족스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계약서의 강제성이라는 게 이렇게 어기기 쉬운 건지 김서연의 의지력이 계약서의 강제성을 초월한 건지 하여튼 대단하다.


“씨익⋯! 씨익⋯!”


김서연은 계약서 때문에 강제로 행동을 멈추긴 했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흥분해 혼자 씩씩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진정할 동안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박준호 (24)]

[Lv. 52]


보유 특전 포인트 : 8


김서연이 공허충 이상의 효율로 내 체력을 박살 내준 덕에 또 1레벨 특진을 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찍고 싶었던 특전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스크롤을 내려 내가 눈여겨보던 특전과 비슷한 효과의 다른 특전을 비교해 봤다.


[한계 돌파 Lv.1] [소모 특전 포인트 : 8] (+)

- 받은 데미지의 10%를 일정 시간 동안 체력으로 전환합니다.

- 전환 체력은 최대 체력의 50%까지 전환되며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최대체력향상 Lv.4] [소모 특전 포인트 : 6] (+)

- 최대체력량이 상승합니다.


한계 돌파가 조건부에 포인트 소모도 더 많지만 나는 최대 체력의 50%까지 체력을 늘려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내 체력의 50%면 5750인데 최대체력향상 특전에 테라고스의 불씨의 효과까지 받는다고 해도 그만큼 체력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다 내 최대체력이 오르는 만큼 한계 돌파의 효과도 극대화될 테니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이득이고 체력을 50%나 뻥튀기 시켜주니 언젠가 꼭 습득하긴 해야 하는 1티어 특전이라 생각됐다.

그런 계산을 마친 나는 오랜만에 새로운 특전을 습득해 보았다.


“흐음.”


습득하는 즉시 강해짐이 느껴지던 최대체력향상과 달리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냥 습득한 것만으로는 아무 효과가 없으니 당연한 거겠지.

나는 김서연을 향해 눈을 돌렸다.


“⋯⋯⋯⋯.”


겨우 진정한 그녀는 어느새 착한 눈을 뜨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특전을 습득했으니 나가기 전에 성능이나 시험해볼까, 나는 김서연에게 말했다.


“다시 나 공격해봐.”

“⋯뭐? 또 왜?”


그런데 당연히 좋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김서연은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냥 잠깐 실험해볼 게 있어서.”

“잠깐이면 다음에 하면 안 돼?”

“너 왜 그래? 피 좋다며. 벌써 질렸어?”

“질리질 않아서 문제야, 절대 충족되지 않고 끊임없이 치솟는 욕구를 끊어내고 진정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제정신으로 돌아온 김서연은 상당히 이성적인 이유를 대며 공격을 거절했다.

다이어트할 때 차라리 음식을 쳐다도 안 보면 모를까, 치킨 딱 한 입만 먹고 참는 게 훨씬 어려운 그런 느낌인가.

나도 시합 뛰기 전에 체급 낮춘다고 물도 못 마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어서 대충 무슨 느낌인지 공감은 됐다.


“미안하긴 한데 꼭 지금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 좀 부탁할게.”

“하아⋯ 알았어, 그럼.”


김서연은 또 스위치가 들어가는 게 스스로도 두렵다는 듯 손끝을 천천히 내 배에 찔러넣었다.


- 주르륵.


살갗이 뚫리며 피가 새어 나왔고 그 순간 김서연은 부들부들 떨며 눈을 질끈 감더니 완전히 자아가 잡아먹혀 다시 소리를 지르며 요란을 떨기 시작했다.


[한계 돌파의 효과로 데미지의 일부가 최대 체력으로 전환됩니다.]

[한계 돌파의 효과로 데미지의 일부가 최대 체력으로 전환됩니다.]

[한계 돌파의 효과로 데미지의 일부가 최대 체력으로 전환됩니다.]


김서연이 공격을 시작하자 데미지를 입을 때마다 시야 한구석에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상태로 잠시 기다리다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체력은 순식간에 뻥튀기되어 있었다.


체력 : 16412 / 16412


[축적 데미지 164120 / 164120]


[능력치]

근력 : 878

민첩 : 860

지구력 : 868

감각 : 854

재주 : 857


체력이 늘어난 만큼 데미지 뱅크의 축적량도 늘어났고 체력이 국력 특전에도 즉각 영향을 미쳐 능력치도 쭉쭉 늘어 힘이 샘솟았다.

그럼 이제 숫자놀이는 그만하고 실전에서 확인해볼까.

나는 피를 잔뜩 흡수해 강해질 만큼 강해진 김서연의 손을 붙잡아 제압했다.


- 턱!


“!!!”


전에 싸웠을 땐 피를 충분히 흡수한 김서연을 상대로 나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그녀를 어떤 잡기술이나 잔재주 없이 정면에서 힘으로 맞붙어볼 만큼의 힘이 나왔다.


“꺄아아악!!!”


실컷 즐기던 피 목욕을 갑자기 제지당하자 김서연은 비명을 지르며 더욱 흉포해져 날 공격하려 들었다.


- 빠악!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에 펀치 한 방을 먹였다.

돌덩이가 아닌 부술 수 있는 무언가를 때렸다는 감각이 주먹을 통해 전해졌다.

피에 눈깔이 돌아간 김서연이 비틀거리며 잠시 그로기에 빠진 게 그 증거였다.


“내놔, 내놔, 내놔, 내놔!!!”


맡겨놓은 것도 아니면서 김서연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긴 듯 난리법석 피를 요구하며 달려들었다.

나는 일부러 명령을 하지 않고 그런 김서연과 맞붙어보았다.

할만했다.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고 방어를 해도 막히지 않아 싸움 자체가 성립을 하지 않던 전과 달리 지금은 이 정도면 싸워볼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김서연과 주먹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싸웠다.


- 뻐억!


“윽!”


하지만 여전히 순수한 힘과 속도는 김서연이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페이크 기술에 걸려 어정쩡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나는 간을 때리는 리버 블로우를 정통으로 허용했고 그대로 몸에 힘이 쭉 풀려 쓰러졌다.

그러자 김서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마운트에 올라타 나를 찍어눌렀다.


- 휘익!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꼼짝도 못했겠지만 이젠 충분히 마운트에서 빠져나올 힘이 나왔다.

나는 재빨리 몸을 굴리며 뒤집어 반대로 뒤에서 김서연의 목을 졸랐다.


“켁! 케엑⋯!”


보통 제대로 목이 졸리면 10초 안에 무조건 기절하던데 김서연은 수십 초간 기절하지도 않고 버둥거렸다.

그러다 움직임이 조금 사그라들길래 기절했나, 싶었는데 김서연이 내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만, 그만해, 이제 됐어.”


그녀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나는 조르기를 풀었고 김서연은 피곤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조르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당한 사람이 할 소리야?”

“안 당했어, 차라리 기절하면 그게 더 편해서 일부러 안 풀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기절 못 시켰잖아.”

“그럼 어떻게 하는 건데?”

“너는 무식하게 힘으로 목 전체를 조르려고 했잖아, 그런데 여기 경동맥만 조르면 금방 기절하거든, 봐봐.”


김서연은 시범을 보이듯 뒤에서 가볍게 내 목을 졸랐다.


“⋯⋯⋯⋯.”

“일어났어?”

“⋯⋯?! 뭐, 뭐야!”


별 느낌 없었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누워있다는 걸 알아챈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너 기절했었어.”

“내, 내가?”


고통도, 기억도 없었다.


“응, 제대로 조르면 보통 자기가 기절하는 줄도 모르고 기절해, 신기하지?”

“어, 어떻게 한 거야?”

“나중에 알려줄게. 오늘은 피곤해.”

“어, 어⋯.”


기절했다 깨서 그런지 정신이 조금 멍했다.

나는 일단 수건으로 몸 여기저기에 튄 피를 닦아내 던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김서연은 옷에 묻은 피까지 모조리 흡수해 깨끗했고 오히려 피를 뒤집어쓰기 전보다 피부가 뽀송뽀송하고 광택이 도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야, 너 말이야. 앞으로 나랑 던전 같이 다니자.”

“⋯⋯⋯⋯.”


김서연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귀찮음이 피어올랐다.

몬스터의 피로는 전용스킬이 반응하지 않는 걸 알았으니 이제 던전 따위에 관심 없다는 느낌이었다.


“던전에 같이 올 때마다 오늘 정도로 피 흡수할 수 있게 해줄게.”

“⋯⋯!”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들은 김서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진심으로 사랑해.”

“소름 돋으니까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좀.”


이제 던전에 볼 일도 없겠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나와 수거 업체 직원들과 바통 터치했다.


“아, 저⋯ 보스방에 피랑 내장 같은 게 좀 많이 튀어 있을 건데 몬스터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다른 분들께도 말씀 좀 전해주세요.”

“네? 하하! 다들 몬스터 시체 많이 봤으니 걱정 마세요! 일단 말은 전달해두겠습니다!”


사실은 내 거지만.

나는 보스방의 끔찍한 광경에 직원들이 너무 놀라지 않도록 미리 언질을 주었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혹시 연락 온 게 있나 차에 두고 갔던 스마트폰을 확인해봤는데 아린이에게 부재중 전화가 5통이나 와 있었다.


[혼자 와.]


그리고 한 통 와 있는 문자엔 그렇게 딱 세글자가 적혀있었다.

바로 불길함이 확 번졌다.

나는 슥 김서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서연은 순진한 얼굴로 멀뚱멀뚱 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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