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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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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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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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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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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1화

DUMMY

김민주를 데리고 처음에 모이기로 했던 장소로 돌아가자 아린이와 오주한은 약속한 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

“김민주!”


그녀의 무사를 확인한 오주한은 애써 무뚝뚝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숨길 수 없는 반가운 미소가 피어올랐고 김민주는 반가움을 전혀 숨기지 않고 와락 오주한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오주한은 그런 김민주를 같이 안아주지는 않았지만 딱히 밀쳐내지도 않았다.


“⋯⋯오호.”


그런 둘 사이에 뭔가 빛이 나고 꽃이 피어나는 듯한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슬쩍 아린이와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런데 준호 너는 괜찮아? 누가 건물로 접근하길래 구슬 깨트렸는데 한참 안 나와서 걱정했어.”

“아, 구슬 깨트렸던 게 너였구나. 다행히 잘 숨어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어.”

“바로 구하러 가려고 했는데 요원님 말씀대로 일단 상황 지켜보길 잘했다, 괜히 끼어들었으면 일만 커질 뻔했네.”


만약 싸움이 벌어졌다면 정우진과 요원들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아린이가 있는 이상 이기긴 무조건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헌터관리국장과 싸워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으니 오주한이 말려 준 게 천만다행이었다.


“뭐야, 끝난 거야? 웃는 거 보니까 잘 풀렸나 보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까먹고 있던 형과 하은이도 알아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쪽으로 합류했다.

우린 각자 따로 논 탓에 어수선한 상황과 분위기를 정리하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누가 배신자고 뭐가 목적인지까지는 알아냈는데 이제 어떻게 할 계획이세요?”


일에 진전이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헌터관리국의 상당수가 반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헌터관리국에 쳐들어갈 수도 없고 여기저기 헌터관리국이 내란을 모의하고 있어요, 라고 떠들고 다녀봤자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을 테니 해결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구체적인 계획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해봐야죠. 우선은 저희를 도와줄 사람을 모아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감사실까지 정우진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지만⋯ 분명 그쪽 편에 서지 않은 요원도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저나 김민주 요원이나 쫓기는 몸이 되었으니 일단 세이프 하우스를 확보하는 걸 우선해야겠죠.”

“이 좁은 나라에 숨을 곳이 있어요?”

“한국이 좁다 좁다 하지만 생각보다 넓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숨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숨을 수 있죠. 그런 게 제 전문 분야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더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오늘 일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으로 무한한 도움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일상으로 돌아가셔서 저희를 돕는 길드가 있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밉니다.”

“고맙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준호 씨,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오주한과 김민주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대로 산을 타고 따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 두 사람은 산등성이 뒤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도 갈까.”


어두컴컴한 산속에 덩그러니 남은 나는 쩝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뭐였지.”


길드에 도착하자 시간은 날이 완전히 밝은 아침이었다.

날밤을 꼴딱 샌 나는 소파에 축 늘어져 멍하니 있었던 일을 정리해봤다.


석혁 형님과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길에 난데없이 김서연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카페로 끌려가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길드로 돌아오자마자 헌터관리국장이 사망했다는 속보를 보고 그 직후 배에 칼을 맞은 오주한 요원이 들어와 치료해준 뒤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서연을 다시 만나 결국 계약을 맺고 위기에 처한 김민주 요원을 구하기 위해 지도에도 뜨지 않는 야산에 위치한 헌터관리국의 비밀시설에 잠입했다가 다시 길드로 돌아왔다.


이게 고작 하룻밤 만에 전부 일어난 일이라니, 살면서 보내본 밤 중 가장 꽉 찬 밤 같았다.


- 우우웅!


멍하니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또 무슨 전화일까, 이제 전화가 오면 무서울 지경이었다.

설마 헌터관리국에서, 아니면 정우진과 그의 수하들이 뭔가 냄새를 맡아 내게 접촉을 시도한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은 던전 수거 업체의 직원이었다.


“여보세요.”

“예, 안녕하세요, 헌터님. 오늘 일정 예정대로 진행해도 될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용건은 특별할 것 없는 아침마다 매일 오는 간단한 확인 전화였다.

어젯밤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으니 당연히 오늘도, 내일도 던전 일정을 가득 잡아놓은 참이었는데 혼자 정할 문제가 아니기에 아린이와 형을 한 번씩 돌아보자 이미 통화내용을 들은 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대로 괜찮습니다.”

“네, 그럼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매일 하듯이 던전으로 향할 준비를 하려는데 머릿속에 새하얬다.

밤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온통 헌터관리국 생각만 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는데 김서연과 딱 눈이 마주쳤다.


“⋯근데 넌 집에 안 가고 뭐 해?”


이제 딱히 볼일이 없어진 나는 김서연을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자 김서연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난 이제 갈 곳이 없어.”

“오피스텔 있잖아.”

“내가 너희 편에 붙었다는 걸 정우진이 언제 어떻게 알 줄 알고 거기로 돌아가. 들키는 순간 바로 살해당할 거야. 난 이제 도망자의 몸이야.”


[경고! 계약에 따라 김서연을 보호하십시오! 계약이행을 거부할 시 강제성이 발생합니다!]


그 순간 눈앞에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그걸 구해주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위험에 처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았다.

김서연은 자신에게도 무언가 메시지가 떴는지 살짝 허공을 보고는 시선을 다시 내게 돌리며 말했다.


“책임져.”

“⋯던전 따라오는 건 괜찮지.”


집에 보낼 수 없다면 일단 당장은 던전이라도 데려가서 자동사냥이라도 돌릴 생각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언제나 무표정한 김서연이 드물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


“던전⋯ 한 번도 안 들어가 봤어⋯!”


이것도 위험해서 싫다고 하면 좀 짜증 났을 것 같은데 김서연은 오히려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다.

준비를 마친 나는 던전으로 출발했다.




***




- 끼아악!

- 케에엑!

- 꾸에엑!


흉측한 각종 짐승의 모습을 한 몬스터의 끔찍한 비명이 귀를 찢을 듯 던전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몬스터인데, 고작 몬스터일 뿐인데 소리만 들어도 고통스러움이 생생히 전해지는 비명을 계속 듣고 있자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김서연에게 한마디 했다.


“저기, 이건 명령까지는 아닌데 가능하면 좀 깔끔하게 죽이면 안 될까? 너무 시끄러운데.”


몬스터들이 저렇게까지 비명을 질러대는 이유는 김서연 때문이었다.

김서연은 좀 얌전히 죽일 것이지 굳이 몬스터의 몸뚱이를 손으로 난도질하고 잡아 찢으며 지저분하게 죽이고 있었다.

뭐, 그래도 나를 대신해 몬스터를 처리해주고 있으니 저게 재밌다면야⋯.


“응, 알았어.”


하지만 온몸에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김서연은 퉤 하고 입안에 들어간 몬스터의 피를 뱉어내며 차분히 말했다.


“오늘은 꽤 얌전하네?”


피 맛을 보면 눈빛부터가 변하던데 지금의 김서연은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응, 몬스터 피엔 전용스킬이 반응 안 하네.”


김서연은 고약한 몬스터의 피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넌 대체 왜 싸울 때 그렇게 피를 막 뒤집어쓰는 거야? 전용스킬이 뭐길래?”


좋든 싫든 앞으로 얼굴 계속 봐야 할 사이일 것 같으니 나는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두기로 했다.


“피의 갈망이라는 스킬인데 피를 흡수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회복도 할 수 있어.”


대충 그런 류의 스킬일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예상이 정확했음이 확인됐다.


“근데 피를 바를 때 아주 입이 찢어져라 웃던데 사람을 죽이는 게 재밌는 거야?”

“아니, 사람을 죽이는 덴 별로 관심 없어. 오히려 따지자면 내가 피를 뽑아내도 사람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으면 피가 식어서 차가워지거든. 차가운 피는 따뜻한 피보다 효과가 덜해.”

“그럼 왜 그렇게 피만 보면 눈깔이 뒤집히는 거야?”

“평소엔 계속 갈증이 느껴지거든. 거기다 피부도 엄청 가렵고 머리도 아프고 몸도 쑤셔. 그런데 피를 바르면 괜찮아져. 기분도 엄청 좋아지고 막 짜릿해. 동물 피는 소용이 없어서 몬스터 피도 안 될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래도 좀 실망스럽네.”

“도, 동물 피로도 실험해 본 거야? 어떻게?”


나는 축사를 습격해 가축을 학살하는 김서연의 모습을 상상했다.


“선지해장국 집에 가서 해장국도 먹어보고 생간이랑 선지를 좀 얻어왔거든. 소용없더라고.”


하지만 김서연이 말한 방법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현명한 방법이었다.

얘도 참 이상한 구석에서 천재적이네.


“⋯그럼 너도 딱히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거지?”

“피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자제력을 잃어버려서 그렇게 되는 거지 살인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니야.”


김서연과 대화를 하다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살인이 끝없는 고통을 잠시라도 잠재우기 위한 발버둥이었다니,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녀가 느끼는 갈증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저 입장이 되면 나라고 고통을 꾹 참고 인내심을 유지해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 번쯤은 들었다.


“그런데 그 주민등록이 되지 않았다고 한 건 어떻게 된 거야?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주민등록도 안 돼 있어?”

“어릴 때 기억은 전혀 없어서 나도 몰라.”

“그럼 정우진이랑은 어떻게 만나게 됐는데, 무슨 사이야?”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어, 무슨 사이는 아니고, 음⋯ 난 어릴 때부터 깡패들이 운영하는 불법도박장에서 심부름하면서 자랐어, 그게 제일 오래된 기억이야. 그러다 각성하게 됐고 그 뒤로는 조직에서 암살자로 일했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사람을 죽이면 피도 얻을 수 있으니까 내 입장에선 일석이조인 일이었지.”


나는 가만히 걸어가며 김서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척척 몬스터를 해치웠다.


“그러다 헌터관리국에 체포당했어. 그런데 정우진이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한테 접근하더라고. 감옥에 갇히지도 않고 계속 사람을 죽일 수 있게 해줄 테니 자기 일을 돕지 않겠냐고.”

“네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겠네.”

“응, 그래서 그 사람 일을 도왔어. 뭘, 왜 하는지도 딱히 묻지 않았어. 나한테 중요한 건 피를 얻는 거였으니까. 그 사람이 말한 대로 사람을 죽일 일은 많았고 헌터관리국에 쫓길 걱정도 없었으니까 불만도 없었지. 그런데 그러다 너를 만난 거야.”


- 푸확!

- 끼에엑!


“처음엔 단순히 계속 피를 뽑아내도 죽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기쁘고 반가웠어. 보통 사람은 너무 금방 죽어버리니까 만족하기 쉽지 않았거든, 그런데 넌 처음으로 날 만족시켜줬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보스 몬스터의 숨통까지 끊은 김서연은 싱긋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너 지금도 목마르고 가렵고 그래?”

“응, 항상 그래.”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까부터 계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그럼⋯ 내 피 좀 쓰게 해줄까?”

“그래도⋯ 돼?”


내가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자 김서연은 크게 놀라 입을 뻐금거렸다.


“자제하려고 노력은 해보겠지만⋯ 결국 이성을 잃어버리고 네 몸을 마구 헤집을 텐데?”

“괜찮아, 오히려 격하게 하면 더 좋을 수도 있고.”

“진짜⋯ 진짜 그래도 된다고?”

“한 번 해봐.”


김서연은 혹시 자신을 시험하는 건가 의심하며 재차 확인했지만 나는 그녀가 내 몸을 마음대로 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자 그 순간 김서연의 얌전한 얼굴이 악몽에 나올 듯 입이 찢어지게 웃는 귀신같은 얼굴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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