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79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13 16:05
조회
58
추천
3
글자
11쪽

80화 – 잘못된 선택.

DUMMY

뒤늦은 점심을 하는 동우.


민혁은 커피를 마시며 늦게서야 식사를 하는 동우를 보는데 며칠 사이에 얼굴도 좋지 않아 보이고 살도 빠져 보여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하루종일 굶었니? 좀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라.”


“어. 이제 첫 끼야. 계속 입맛이 없었는데 너 보니까 밥맛이 나네. 그런데 이거 내가 만든 거지만 늘 내 음식에 감탄하는 거 있지. 나 타고난 것 같아. 민혁이 너보다, 나야말로 교사 안 하고 요리사 된 거 정말 잘한 일 같아. 하마터면 귀한 인제 놓칠 뻔했잖아. 내 말 틀려? 내 음식 맛이지 않아?”


“맛있어. 최고지. 이런 음식 어디 가서 먹어 보겠어. 나 같은 서민이. 고맙게도 네가 친구니까 이렇게 공짜이다시피 내 집 드나들 듯 다니면서 실컷 먹어 보는 거잖아. 명주도 은수도 말이야. 친구 잘 둔 거 인정한다. 솔직히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다들. 내색은 안 해서 그렇지. 너 왕자병 생길까 봐. 그런데 동우야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많이 힘들어?”


동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식사를 계속한다.


“명주도 걱정 많이 해. 그래서 너랑 얘기하고 싶어도. 그냥 남자인 내가 더 편할 것 같아서 나보고 꼭 만나보라 하더라고. 나 역시도 걱정이 좀 돼야 말이지.”


“너 늦게 가도 되지? 술 한 잔 하고 가라. 이번에 와인 좋은 거 들어왔거든. 내일 일요일이니까 괜찮지?”


“그런 거는 하나라도 팔아야지 자꾸 친구들한테 퍼주면 장사는 뭘로 하나?”


“내가 돈 벌려고 장사하니? 돈보다 친구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해. 나도 행복하고 됐어?”


“그 말 감동인데. 그래. 술 잘 안 하는 녀석이 먼저 한잔 하자는데 당연히, 같이 해야지.”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낸다.


“그리고 사실 은수도 너한테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 걱정도 많이 하고. 너무 원망하거나 탓하지 마라. 사람 인연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라잖아. 걔라고 이렇게 될 거 알았겠어.”


또다시 먹던 것을 멈추고는 뭔가를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연다.


“그래. 너 말대로 어떻게 보면 걘 잘못이 없지. 내가 은수한테 화낼 이유 전혀 없어. 맞는 말이야.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격이지. 그냥 그 긴 시간 동안 그랬던 내 모습에 너무 바보 같고 한심하게 느껴져서. 아니, 그 긴 시간을 힘들게 바라봤던 것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서 화가 났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자학할 필요는 없어.”


“자학은 아닌데. 내 기분이, 내 마음이 지금 그래. 정은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내게 한결같이 변함없었는데. 너무 멋진 친구지. 남자 여자를 떠나서. 어쩔 땐 그런 생각도 들었어. 그 녀석이 여자가 아니라 차라리 남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늙어 노인이 되더라도 변함없이 함께할 친구일 텐데.”


“아니. 여자여도 정은수는 네게 그런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늘 우리 입버릇처럼 하는 말 있었잖아. 우리 같은 친구들, 우정 보기 드물다고, 절대 변함없을 거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 나이가 되었어도 잘 지켜온 거잖아.”


“그건 그렇지. 네 말 맞아.”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솔직히 은수 마음 잘 알면서 욕심냈던 건 너였고. 너의 그 마음만, 그 선만 참고 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예전처럼, 아무 일 없이 그 우정 이어 나갈 수 있을 거야. 걔가 어떤 애니. 뒤끝 없고, 털털하잖아. 아주 큰 사고만 안 치면. 잊으라 하면 쉽게 잊고 눈감아주잖아. 천사처럼 순둥이처럼. 그런 애가 또 어딨겠어. 친구로서도 놓치면 그게 더 바보 같은 짓인 거야.”


“민혁아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니? 그렇기에 그 녀석을 바랬던 것이, 욕심낸 것이 그렇게 잘못인 거냐고. 내가 먼저였잖아. 그리고 그 뒤로도 10년이나... 부담 줄까 봐, 말없이 기다려준 거잖아. 이신우 완전히 연락 끊어진 지 오래라 다들 끝났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손을 내밀어도 되겠다 싶어서 참고 참았다가...”


“그건 네 말이 맞긴 해. 몇 년간 연락 전혀 안 됐으니 우리도 정말 다 끝난 줄 알았지.”


“내가 얼마나 힘들게 가슴앓이했는지 명주도 물론 잘 알겠지만, 민혁이 네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나 상황 판단 잘하는 거. 그래서 이제야 용기 냈던 건데. 우습게 이게 뭐니. 이렇게 갑자기 어느 날 날벼락 맞듯 황당한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동우야 네 마음 완벽하게 다 이해한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들보다야 잘 알지. 그동안 20년 가까이 은수에게 향했던 그 마음, 그동안의 너와 은수 두 사람의 모습들, 추억들, 함께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동우야. 너에게 너무 아픈 말, 매정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시간과 사랑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너도 알잖아.”


“.......”


“내가 보니까 넌... 안 되겠더라. 은수 그 마음의 자리에 우동우가 들어갈 자리는 없겠더라고. 신우와 은수 함께 있는 모습 봤는데. 이건 진짜 황당할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처럼 정말 인연이란 것은 이런 거구나 했어. 너무 확 느껴지더라. 나처럼 무딘 사람도 말이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저것이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이라는 거구나 그 말이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진심으로 느껴지고 와 닿는거야.”


“......”


“참. 신우가 은수 학교로 왔어. 불어 선생님으로. 은수 때문에 그렇게 온 거라더라. 이제는 위험하고 불안한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아닌, 당당한 같은 선생님으로서 함께 하고 싶어서 교사로 그리고 은수가 있는 그 학교로 온 거래.”


민혁의 말에 동우의 눈빛이 그리고 물잔을 잡고 있던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금세 가슴이 시려오고 아프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눈가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촉촉이 젖어 들어 얼른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우동우. 사내 녀석이 울긴. 너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마음이 이렇게 약해져 있었다니. 하긴 겉으로만 강해 보여서 그렇지 속은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여리디여린 녀석인데. 휴. 이젠 어쩌냐. 내가 보기엔 두 사람 얼마 안 있으면 좋은 소식도 있을 것 같던데. 말을 꼭 한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은수 나이가. 여자로서 걱정되는 나이잖아. 그리고 신우도 이젠 애가 아니라 어른이. 30살 된 완전한 어른인데. 은수 생각하는 마음이,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또 그동안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빨리 함께 하고 싶겠지.”


그 말에 동우는 절망적인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동우야. 마음 강하게 먹어. 바보 같이 굴어서 우리의 우정, 그리고 은수와의 소중한 우정도 놓치지 말고. 너 혼자 잔인하게 몰아세우려는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동우 너 한 사람만 마음 다시 잡으면 되는 건데.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지만 어쩌겠어.”


동우는 탄식하듯 크게 한숨을 뱉어낸다.


그 시각.


산에서 내려와 근처 추억의 국밥집으로 들어가는 은수와 신우.


식당 입구에 서 있던 주인 할머니가 신우를 보고는 엄청, 반가워한다.


“안녕하세요.”


“오 그래. 아가씨 왔구만. 아이고, 이게 누구야. 신우 학생 아니여. 아니 이젠 학생이 아니라 어른이 다 됐네. 참 바르게 컸다. 인물이 훤해졌어. 완전, 딴 사람 같구먼. 너무 보기 좋네 그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저를 아직 기억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항상 마음처럼 젊게 살아서 그런지 팔팔해. 몇십 년은 거뜬하게 장사할 수 있겠어.”


“다행이네요. 그럼 걱정 없이 계속 할머니 국밥 먹을 수 있겠네요.”


“이제 한국 아예 온 거야? 지금까진 여기 이 아가씨가 혼자서 국밥 먹으러 가끔 들렀는데 학생 어디 갔나 물어봤더니 먼 나라 갔다길래 섭섭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가워. 정말 반가워. 아이고 내 정신 봐라. 들어가 앉아서 기다려 내가 특별히 더 맛있게 해서 챙겨줄 테니.”


주인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까지 부르며 국밥을 손수 챙기러 주방에 들어간다.


“여기도 혼자 자주 왔어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 산에 들리는 날엔 꼭 와서 먹고 가고 평상시엔 그냥 너 보고 싶을 때 그럴 때 또 여기 와서 너랑 같이 밥 먹던 거 추억하고 그랬어. 그런데 솔직히 그건 핑계고 여기 국밥 너무 맛있어서 잊을 수가 있어야지. 산엔 올라가기 힘들어서 자주는 못 해도 여긴 한 번씩 와서 먹고 가곤 했어. 명주랑도 몇 번 같이 온 적 있고. 명주도 완전 반한 거 있지. 그래서 걔도 민혁이랑 가끔씩 와서 먹고 간다던데.”


“그래요?”


“너 덕분에 맛집 하나 알게 된 거지. 고마워 그동안 잘 먹었거든.”


“다행이네요. 직접 못 챙겨줘도 알아서, 잘하고 있었네요. 기분 좋게. 그런데 사실 그날. 산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무슨 정신에 먹었는지.”


그러자 그녀가 신우 손을 꼬옥 잡아준다.


“대신. 오늘은 제대로 맛을 느끼며 행복하게 먹으면 되잖아. 그치. 나, 가끔 한 그릇 더 추가해서 먹기도 했는데 그만큼 여기 너무 맛있어. 앞으로도 우리 자주 오자. 산엔 못 올라가도 말이야.”


“그래요. 우리 자주 와요. 정말 앞으로 할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자꾸만 조바심이 나서 마음만 급해지는 것 같아요. 안 그러려고 해도.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더 욕심나서 빨리 웃는 모습, 행복해하는 모습 많이많이 보고 싶어서. 어떡하면 좋죠.”


“나 어디 안 가. 여기 있을 건데. 네 옆에.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딱 붙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생각해.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고 하나하나 천천히 하자.”


“고목나무에 매미. 귀엽다. 그럼. 약속해요. 정말 그렇게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야 합니다. 절대 한눈 팔기 없기. 잠깐이라도 다른 남정네에게 마음 주기 없기!”


“알았네요. 대신 이신우는 고목나무처럼 튼튼하게 든든하게 정은수 잘 지켜주기.”


“네. 꼭 약속 지킬게요.”


그때 따끈한 국밥이 나오고 두 사람은 맛있게 행복해하면서 먹는다.


은수는 잠시 맛있게 먹고 있는 신우의 모습에서 그때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가자 순간 목이 메어 울컥했다.


(‘정말 다행이다. 정말 꿈만 같기도 하고. 진심으로 하늘에게 감사하고프네. 내게 이런 행복한 시간을 주셔서. 그리고 그 힘든 시간들 무사히 지나간 것도 고맙고, 감사해. 이 시간들이, 이 행복이 정말 영원했으면 좋겠다.’)


같은 시각.


동우가 식사를 끝내고 더 일할 기분이 나지 않아 바로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는 안주와 와인을 챙겨왔다.


그리고 민혁과 와인을 나눠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민혁은 은수와 명주의 회식 때 일을 이야기해주며 은수와 신우 상황을 대충 정리해준다.


친구로서 따뜻하게 위로해주면서도 냉정하게 끊을 것은 끊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동우는 점점 얘기가 줄어들면서 와인만 계속 들이킨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0 100화 – 승부욕. 그리고... (1) 20.09.05 74 4 14쪽
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80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9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1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8 4 12쪽
95 95화 – 초대. 20.08.21 65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93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60 4 12쪽
92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4 4 13쪽
91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7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60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3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60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4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9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9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82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70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