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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56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14 11:00
조회
63
추천
4
글자
12쪽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DUMMY

또다시 말없이 잔에 든 와인만 마시며 자신만의 생각에 잠시 빠져 있는 동우와 소혜.


그러다 술에 제법 취한 그녀가 농담하듯 웃으며 말을 꺼낸다.


“동우 아저씨. 그냥. 이참에 우리 확 사귈까요? 다른 사람 같으면 숨겨야 할 과거지만, 우린 뭐, 알 것 다 알고 숨길 필요도 없는. 오히려 잘 아니까. 더 이해 잘해 줄 수도 있고 성격도 잘 맞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천생연분 같지 않아요?”


동우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농담처럼 말을 받아준다.


“그럴까? 하긴. 우리만큼 잘 맞는 사람도 만나기 힘들지. 외모며 성격이며. 취향도 그렇고 뭐 하나 안 어울리는 것이 없으니. 그래. 그냥 우리 이번 기회에 사귈까? 아님, 보란 듯 이 확 결혼해 버릴까?”


“에이. 결혼은 좀 아니다. 내 나이가 아저씨보다 한참 어린데 내가 너무 아깝죠.”


“어. 나 액면가는 너랑 비슷해. 아직 어려 보인단 말 많이 듣거든. 그리고 나, 여기서 인기 나름 많다고. 나 보러 오는 잘 나가는, 또 유명한 여자 단골들도 꽤 많다고. 그러니까 그냥 액면가만 생각해 주면 안 될까?”


동우 말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러니까 아저씨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뭐가?”


“이렇게 사람 편하게 해주는데. 감동받을 정도로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는데 포근한 엄마 품처럼 말이에요. 항상 언제든 같은 자리에 있어 줄 것 같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편하게 그 등 내어주는 사람인데, 이러니 어떻게 아저씨를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그 여자분 참 보는 눈 없나 보다. 얼마나 대단하고 잘난 남자 만나길래. 이런 멋지고 좋은 사람을 안 잡냐 말이에요.”


“내 말이. 소혜야 진짜 고맙다. 그렇게 말해줘서. 어후. 속이 다 후련해지는 것 같다. 역시 소혜 너도, 외모만큼이나 사람 보는 눈도 있다니까. 그러고 보면, 너의 그 사람도 참 바보네. 너 같은 멋지고 괜찮은 여자를 못 알아보고 놓치는 거 보면. 나중에 혹시라도 만약 만나게 되면 내가 한마디 해주고 싶은걸. 이 여자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말이야.”


서로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유쾌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서로 주거니 받거니 계속 잔이 채워지고 비워진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두 사람도 꽤 취해있었고 테이블엔 비워진 와인 병이 세 병이나 되었다.


“저 이제 갈래요. 너무 많이 마셔서인지 졸려요. 그래도 처음엔 엄청, 우울했었는데 나중엔 기분 좋게 마셔서 그랬는지 술이 달게 느껴져서 덜 취한 것 같네요.”


소혜가 웃으며 일어서는데 살짝 휘청하자 동우가 얼른 잡아서 의자에 도로 앉힌다.


“내가 바래다줄게. 그때 거기로 가면 되나? 그 동네?”


“아뇨. 거긴 가기 싫어요. 절대로. 오늘은 그냥 이 근처 호텔에서 잘래요. 내일 늦게까지 실컷 자고 싶네요. 아무 눈치 안 보고 신경 안 쓰고. 그런데 좀 웃긴다. 아저씨도 많이 취했는데 어떻게 바래다줘요?”


“대리운전 있잖아. 아니면 택시. 그리고 너 이러고 호텔가면 이상하게 봐. 젊은 여자가 술 엄청, 취해서 혼자 호텔가면. 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 여기 근처인데 가깝거든. 집 넓고 방 많아. 내가 편하다면 우리 집 갈래? 나 응큼한 사람 아닌 거 알잖아.”


“아닌데. 아저씨 많이 응큼한데.”


순간 동우 당황하면서 눈이 커진다.


“내. 내가?”


“농담이에요. 진짜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나쁜 여자들이 마음 딱 먹고 작업 걸면 답도 없이 바로 넘어가겠어. 이 아저씨를, 어쩌면 좋을까. 하긴 이러니까 20년 짝사랑을 버텨냈겠지. 존경스럽습니다.”


그러더니 눈을 몇 번 깜빡이는가 싶더니 금세 테이블에 얼굴을 기대고는 잠이 들어버린다.


“너야말로 어쩌면 좋을까. 많이 힘들었나 보네. 그동안. 이렇게 쉽게 지치고 취하는 거 보면.”


그는 잠시 나파 밸리 호텔에서 아무리 많이 마셔도 끄떡없던 그녀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그러자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조심스럽게 살며시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려 본다.


잠든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고여 있어 손끝으로 닦아준다.


“나도, 그리고 너도. 이젠 힘들어하지 말자. 우리 이 시간 잘 견뎌보자. 그러자 우리.”


###


동우 집.


동우가 자신의 침대에 소혜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꼬옥 덮어준다.


그리고 잠시 그녀를 바라본다.


나이만 어른이지 아직 어린아이 같았다.


“나도 이 나이가 되어도 이렇게 힘든데 넌 얼마나 더 힘들까.”


미국에서 여행할 때 밝아 보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순간 그 모습들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마지막 함께 했던 시간들도 불현듯 떠오르자 가슴이 갑자기 마구 뛰기 시작한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으므로 어느새 이, 양소혜라는 존재가 자신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잊지 못했던, 마음속에 소중하게 꼬옥 담아놓았던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이 생각나자 가슴이 자신도 어쩌지 못할 만큼 크게 일렁였다.


“내가 이 사람을 계속 내 마음속에 담아도 되는 걸까?”


그는 뛰는 가슴을 겨우 다잡으며 한동안 계속 그렇게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다 곧 그녀의 이마에, 촉촉이 젖은 눈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그리고는 잠든 그녀에게 나직이 속삭이듯 말한다.


“소혜야 이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힘들어하지 말자. 앞으론 웃는 날이 많게 그러자 우리. 내가 그렇게 되도록 도와줄게. 곁에서 함께 해줄게.”


다시 한번 그녀를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숙인 몸을 일으켜 돌아서는데 그 순간 소혜가 그의 손을 잡는다.


그러자 그가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소혜가 촉촉이 젖은 눈으로 간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아저씨. 가지 마세요. 무서워요. 이 시간들이. 그냥 너무 무서워요.


창밖으로 달이, 별들이. 밝게 환하게 방을 비추고 있다


마치 나파 밸리에서 보았던 그 날, 그 밤하늘 모습과 닮은 듯했다.


동우는 그녀의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그녀 곁에 나란히 누워 아이처럼 흐느끼고 있는 그녀를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그저 등 뒤에서 가슴 깊이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야윈 어깨를 아이처럼 토닥토닥 해준다.


괜찮다며. 아무 걱정말라며.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말을 대신하듯.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그렇게 포근하게 안아주는 동우 품이 편안했는지, 마음이 안정됐는지 금세 스르르 눈이 감기더니 어느새 깊게 잠이 들었다.


진짜 인연인지 동우 품에선 참 잘도 잠이 드는 것 같다.


행복한 듯 미소까지 지으며.


그 시각.


신우는 시간이 꽤 늦었는데도 들어오지 않는 소혜 걱정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폰도 몇 시간 째 꺼져있어 더 신경이 곤두섰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무슨 사고라도 난건 아닌지? 아니지. 그랬으면 연락이 벌써 왔겠지? 한국에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했는데 이 시간까지 누굴 만나고 있을 리도 없고. 정말 양소혜 너. 왜 이렇게 사람 걱정하게 만드는 거야.”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른 자신의 방에 올라가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오래된 노트.


다행히도 제자리에 있다.


“설마 이걸 본 건 아니겠지.”


다시 소혜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여전히 꺼져있는 상태다.


“소혜야 정말 별일 없는 거지.”


걱정스런 마음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창가만 서성였다.


###


동우 방.


아침 따스한 햇살이 창가로 스며든다.


점점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동우와 소혜가 나란히 누워있는 침대 위까지 환하게 비춘다.


동우가 햇빛 때문이었는지 눈을 뜨게 되었을 때 혹시나 소혜가 추울까 봐 이불을 챙겨서 잘 덮어주고는 깨지 않게 조심히 침대에서 나와 조용히 옷장에서 옷을 대충 챙겨 꺼내들고 거실에 있는 욕실로 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제일 먼저 습관처럼 주전자에 물을 끓인 뒤, 빠르게 그러면서 완벽한 모습으로 커피를 내린다.


그런 후.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는데.”


커피가 다 내려지자 준비해둔 컵에 한잔 가득 채워서는 한숨 돌릴 겸 아침 산책으로 마당으로 나간다.


햇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젠 완전히 봄인 것 같다.


확실히 봄 기운이, 봄 햇살이 제대로 느껴진다.


동우는 갑자기 실없이 피식 웃는다.


소혜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그렇고, 그리고 그녀가 지금 자신의 집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갑자기 고등학교 때 그 학창 시절처럼, 그 순수함으로 돌아간 듯 설레기도 하고 수줍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은수의 일들이 생각나면서 어제 민혁이와의 대화들이, 그리고 소혜와의 얘기들이 마치 전쟁터의 패잔병이 된 것처럼. 비참하게 슬프게 와닿던 일들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순간 답답했는지 길게 한숨을 내뱉는다.


민혁이와 약속은 했지만, 막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은수를 어떻게 봐야 할지. 그것도 역시 답답하기만 했다.


표정을, 마음을 완벽하게 잘 감추지도 못하는 사람이 앞으로 잘 감당해 낼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자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색해지는 것도 싫었다.


“대학 시절 이미 한차례 큰 상처를 겪어 봤으니 이번엔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마 그땐 어린 나이여서 잘 버텼나? 아니지. 그때도 솔직히 꽤 힘들었지. 오죽하면 한국에 있지도 못하고 낯선 나라를 돌며 그녀를 잊으려 얼마나 애쓰고 애썼는데.”


동우는 또다시 그런 시간을 보내야 하나 두렵기까지 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하더니 그러고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약해지고 어려진 것 같네. 더 애 같아지는구나.”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본다


그러더니 얼른 집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 뒤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 햇살 때문인지,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인지 소혜가 눈을 뜬다.


침대 옆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탁상시계가 9시를 알리고 있었다.


시간을 보고는 놀라 일어서려는데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 도로 주저앉았다.


몸도 무거웠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쉰다.


그러더니 다시 털썩 누워버린다.


“아저씨가 나 호텔로 데려왔구나. 민망하게 좋은 모습은 못 보여주고 매번 이런 모습으로만 만나냐. 진짜 창피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덮어버린다.


그러다 순간 낮게 소리 지른다.


“여기 호텔 아니었어? 이 이불은. 호텔용이 아닌데.”


벌떡 일어나 다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 말대로 호텔이 아닌 가정집인 걸 확인하고는 깜짝 놀란다.


“그럼 여긴 어디? 설마. 아저씨 집? 그리고 이 방은 헉. 아저씨 방, 아저씨 침대에서 잤던 거야? 내가? 어머. 전에도 신우한테 사고 치더니. 상습범도 아니고 나 미쳤나 봐. 진짜 왜 이러니?”


그 순간 어렴풋이 어제 일들이, 그리고 동우가 자신을 꼭 껴안아 재워 주던 일이 생각나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헉. 정말 어떡하면 좋지.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자신이 없는데.”


그녀는 10분 정도를 이 생각 저생각 하다 벌떡 일어나서 방 안에 있는 욕실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얼른 얼굴을 물로 씻어낸다.


마치 모든 걸 다 지우고 싶은 것처럼.


그러고 나서 거울에 애써 밝은 미소 지어 보이며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그래. 이렇게 웃는 거야. 미소 짓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하긴 우리 별일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양소혜. 너 왜 그러니? 너답지 않게. 아저씨 정말 좋은 사람이잖아. 괜히 나 때문에 바보같이 굴어서 어색해지지 말자. 정말 아저씨 말대로 우리 좋은 친구인데. 그런 좋은 친구 놓치지 않게 잘하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알겠지. 양소혜 잘 할 수 있지.”


주방으로 내려가니 동우가 분주하게, 하지만 정성이 가득 느껴질 만큼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소혜를 발견하고는 아침 햇살처럼 상큼하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심쿵 해지며 또다시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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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 승부욕. 그리고... (1) 20.09.05 74 4 14쪽
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78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7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0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7 4 12쪽
95 95화 – 초대. 20.08.21 64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93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59 4 12쪽
92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3 4 13쪽
91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6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59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2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59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2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8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7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6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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