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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67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20 12:08
조회
59
추천
4
글자
12쪽

93화 – 눈독 들이지 마.

DUMMY

다음날 일요일.


은수와 명주가 당직이라 학교에 출근해 있었다.


“아침에 늦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왔더니 벌써 출출한데. 점심시간 되려면 더 있어야 하고. 하긴, 아무도 없는데 꼭 시간 맞춰서 먹을 필요는 없지. 은수야 신우 집이 여기 근처라며 맛있는 거 좀 사 오라고 해봐.”


“뭐? 이노므 지지배가 아직도 신우가 애로 보여? 감히 우리 귀한 님을 고생시키려고.”


“고생? 너 심심할까 봐 겸사겸사 오라고 한 거야. 내가 자리 비켜줄 테니 데이트 하라고. 날씨도 좋은데 학교 운동장에서 데이트하면 좋잖아. 애들도 없으니까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다 너 생각해서 한 말인데 다 들어보지도 않고 발끈하다니 벌써 너도 일반여자들처럼 남자 편인 거야? 친구도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정은수 그렇게 안 봤는데 섭하네.”


“그랬구나. 쏘리. 네 마음은 너무나 고마운데, 공부하러 온 애들 제법 있거든. 그러다 괜히 소문나면 어쩌려고. 그리고 첫 직장 생활하느라 긴장해서 많이 피곤할 텐데 그냥 푹 쉬게 해줘야지. 내가 시켜줄게. 뭐 먹을래? 탕수육 시켜줘? 아님, 그래 인심 팍 써줄게. 크림, 칠리 새우 요리에 차돌박이 짬뽕 콜?”


“이 짠순이가 왜 이러신데 어색하게.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구나. 네가 친히 지갑을 다 열려고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나중에 큰일 생길 때 쓰려고 악착같이 모았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게 뭔 말이야? 너 설마 인생 포기하려고?”


“농담 썰렁하거든. 나중에 결혼하면 집 살 때 보태려고 했는데 신우 집 있으니까 그럴 필요 없어져서.”


“좋겠다. 부럽네. 우리는 아직 몇 년 더 대출금 갚아야 하는데. 그 인물에 재력까지. 진짜 복덩어리 잡았네.”


“고진감래 라는 말이 딱 나를 위해 만든 말 같단 생각 든단 말이야.ㅋㅋ. 암튼. 빨리 생각해 봐. 아니면 지금 대충 먹고 집에 갈 때 치킨에다 맥주 한잔할까? 우리 둘이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해?”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러자. 오늘은 민혁이,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까 늦게 들어가도 되거든. 간만에 오늘은 진짜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한잔하자.”


은수는 교무실 창가로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비추자 봄기운을 느껴보려 운동장으로 나가 거닐어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연못가로 가서는 잠시 또 예전 추억에 떠올리며 연못 속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들과 도란도란 아이처럼 대화를 나눈다.


“있잖아. 요즘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 정말 꿈만 같아. 예전에는 너희들이 엄청 부러웠는데 세상에서 제일 편해 보이고 좋아 보여서. 그런데 이젠 안 부러워. 말 안 해도 잘 알겠지. 항상 너희들 보며 바랐던 소원이 이뤄진 것 같아서... 고마워.”


한참을 연못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교문을 바라보는데 낯익은 사람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얼굴에 환한 미소가 선명하게 보여 은수 역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져 나갔다.


걸어오는 그 모습에서 순간 10년 전 학생이었던 이신우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때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구나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10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었는데 그가 이제 곁에 있으니. 어느새 또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벌써 10년이 됐네. 그 사이, 이젠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든든한 멋진 남자가 되었고. 후... 이 순간이 정말 꿈만 같다. 저렇게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저 남자를 정말 내가 사랑해도 되는 거지? 그래도 되는 거죠? 정은수가 이런 행복 계속 누려도 되는 거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신우도 연못가에 서서 자신을 향해 햇살 같은 환한 미소 짓고 그녀를 바라보며 또한 자신도 10년 전 모습을 떠올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너무나 가슴 떨리게 아름다운 정은수의 모습,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 순수함에서 흘러나오는 그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더구나 그녀 얼굴에 가득한, 순수한 어린아이 같고 천사 같은 그 미소에 또다시 그의 가슴이 떨려 오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가며 그는 속으로 다시금 고백한다.


('당신. 그거 알아요? 제대로 말한 적 없었지만... 그때도 늘 당신 보면서 가슴 떨려 했는데. 심장이 콩닥콩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게 마구 뛰곤 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래요. 여전히 내 심장은 당신을 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요. 설레고요. 이렇게 정은수라는 사람을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거 알고 있죠? 이신우가 평생 이 마음으로 당신 사랑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죠.')


#


신우가 은수 앞에 멈춰 서더니 미소 지으며 종이백을 살짝 자랑하듯 내민다.


“어떻게 올 생각을 했어? 오늘은 그냥 푹 쉬라니까. 그리고 이건 또 뭐야?”


“두 분을 위해서 도시락 싸 왔어요. 기특하죠. 엄청 고맙고 반갑고 감동스럽죠. 딱 출출할 때잖아요. 일부러 점심시간 맞춰서 온 거예요.”


“그래. 기특해. 엄청 고맙고 감동으로 물결쳐.”


신우가 무심결에 연못 안을 들여다본다.


“어. 그러고 보니 그 새 정신이 없어서 눈여겨 안 봐 잘 몰랐는데 얘네들 식구가 많이 늘었네요.”


“많이 늘었어. 그런데 그때 애들은 없어. 몇 년 전인가. 나쁜 학생들이 몹쓸 장난으로 연못에다 약을 부었거든. 그래서 다 새로 온 애들이야. 우리 기억하는 애들은 없어 아쉽게도.”


“그랬구나. 여기도 참 추억이 가득한 예쁜 공간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같이 이곳에 같이 온 거네요. 프랑스에서도 여기 이 공간이 한 번씩 생각나곤 했었는데. 우리 옥상 아지트 말고도. 학교 곳곳에 예쁜 곳, 좋은 곳 참 많았었는데.”


그때 마침. 명주가 창문을 열고 반가워하며 신우를 부른다.


“어후. 쟤는 학생들 듣는데 이름 함부로 크게 막 불러대고 있어. 그때 이신우 아니라고 해도. 거. 말 참 안 듣네.”


“왜요. 좋기만 한데. 그때 마음처럼 변함없다는 거잖아요. 명주 쌤은 그런 면이 참 좋아요. 고맙기도 하고.”


잠시 후, 여직원 휴게실에서 신우가 만들어온 도시락을 화기애애하게 나눠 먹는 세 사람.


“신우야.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행복하다. 우리 신우, 센스 정말 끝내주는데. 정은수 정말 너 복 받은 거 맞네. 신우 말이야. 어리지 그것도 무려 9살이나. 거기다 기가 막히게 멋있고 잘 생겨, 머리는 엄청 똑똑해. 또 학벌에 집안까지. 그런데다 이런 훌륭한 요리 솜씨까지. 너 항상 네가 나라 팔아먹어서 아님, 독립운동하다가 동료들 팔아먹어 지지리 고생하나 하며 속상해하고 신세타령 많이 했잖아. 그런데 아닌가 보다. 삼국시대 때부터 최소 두 번 이상은 나라 구했나 보다.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대단한 남자 만나냐고.”


“명주 쌤. 저녁에 뭐 먹고 싶어야 호텔 뷔페도 쏠 수 있습니다. 당장 예약할까요.”


“와. 이명주 너.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안해지잖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신우 너. 그래도 여기 직장에선 내가 훨씬 월급 많은 거 알지? 무려 16년 차. 신우 넌, 이제 겨우 일주일 된 새내기 병아리 선생인데. 너도 복 받은 거야. 여친이 돈 더 잘 버니까. 요즘 세상에선 여친 경제 능력도 남자에겐 복이래.”


“저 봐라. 꼭 안 지려고 하지. 애다 애야. 하긴 나도 복이지. 내 주변에, 잘생기고 멋있지. 거기다 요리 잘하지. 그런 남정네가 둘이나 있으니 이렇게 먹을 복이 끊이지가 않네. 그러고 보면 우리 민혁이가 조금 아쉽네. 다 2%씩 부족해서. 쩝.”


“민혁이도 그 정도면 좋은 거야.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더 많은데. 평범한 중간 남자? 아니다 보통보다는 훨씬 낫지. 명주 네가 눈이 높아진 거야. 우리 신우나 동우에게 비하면 안 되는 거지. 그래도 대학 다닐 때 민혁이 요리 제일 많이 얻어먹었잖아.”


“하긴. 동우랑 신우에 비하면 안 될 일이지. 우리 민혁이 소심한 마음에 상처받겠다. 어쨌든 신우야 앞으로도 자주 해 줄 거지? 아무래도 동우 가게 가는 것보단 네가 편할 것 같아서”


“그럼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 집을 아지트 삼아서 편하게 놀아도 되고요. 그러려고 다시 공사했거든요. 겸사겸사.”


“어휴. 기특해라. 이뻐 죽겠다. 어. 그렇게 미소 짓지 마라. 나 결혼했어도 여자야. 설렌단 말이야.”


“어머나. 이 아줌마 봐라. 유부녀가 하시는 말씀 좀 보게. 함부로 탐내지 마. 분명히 얘기했다. 이신우 내 거라고.”


“누가 만진대? 그냥 보고 좋아하는 것도 안 돼?”


“응. 안 돼. 사람 욕심은 무서운 거라. 자신도 모르게 커질 수도 있어. 그냥 민혁이만 생각해. 밤마다 영화 잘 찍는다며 좀 지겨워진다 싶어지면 다시 파릇파릇 대학 시절로 돌아갔다 생각하고 새로운 스토리로 다시 영화 잘 찍어 봐.”


“영화요?”


“나한테 애 같다고 구박하면서 어른 교육 시키려고 했던. 암튼 그런 게 있어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마. 크게 다치니까.”


“네. 아. 명주 쌤도 가끔요. 민혁이 형이랑 다투시거나 울적하시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애들 때문에 지쳐서 기분전환 하시고 싶으실 때도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기꺼이 데이트해드릴게요.”


“신우야 아까 내가 했던 말 못 들었어. 절대 너 넘보지 말라고 실컷 얘기했는데.”


“당사자가 원하잖아. 내가 먼저 말 꺼낸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다 너를 위한 것일 수도 있어.”


“왜?”


“한 여자만 계속 보고 있음, 싫증 빨리 나니까. 한 번씩 정화 시켜주는 차원으로다.”


“으이구. 정말 못 말려.”


퇴근할 무렵.


명주는 애들한테 전화가 와서 바로 집으로 가야겠다며 먼저 서둘러 가고 은수와 신우는 옛 동네로 놀러 갔다가 가끔씩 들렸던 분식집에서 그때 추억들을 떠올리며 순대와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와. 맛이 하나도 안 변했어. 예전 그대로인데요.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주인아주머니, 아저씨가 그대로라서 더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그 기분 그대로 꼭 10년 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거, 프랑스에서도 이 맛이 얼마나 그리웠는데. 저도 나름, 요리엔 자신 있지만, 이 떡볶이 맛만큼은 아무리 해도 잘 안 나더라고요.”


“그래? 사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와 보는데 정말 그대로네. 그래서 더 좋다. 그치. 그런데 걱정이다.”


“무슨 걱정 있어요?”


“요즘 너랑 다니면서 너무 잘 먹어서 나 살찐 거 같아. 창피하게 배가 좀 나왔거든.”


“그 몸에 찌면 얼마나 찐다고. 괜찮아요.”


“너. 나 뚱뚱이 돼도 계속 변함없이 지금처럼 대해줄 수 있어? 그 마음 안 변할 수 있겠냐고? 아마 여느 남자들처럼 실망하고 바로 다른 멋진 여인네들한테 눈 돌아갈걸?”


“음... 그건 그 모습을 직접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뚱뚱이 돼도 예쁜 얼굴 그대로면 지금과 별로 달라진 거 없으면 꾹 참아야죠.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신우는 갑자기 말하다 웃음을 터뜨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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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 승부욕. 그리고... (1) 20.09.05 74 4 14쪽
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78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7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1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8 4 12쪽
95 95화 – 초대. 20.08.21 65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60 4 12쪽
92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4 4 13쪽
91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7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59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3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59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3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9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8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82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7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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