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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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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66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19 12:21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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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92화 – 설레는 순간.

DUMMY

지은형은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고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그 며칠 동안 신우는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면서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내면서 나름대로는 은수와의 예전 추억들을 떠올리며 비밀 연애를 해나갔다.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빈 시간에는 옥상, 그들만이 비밀 아지트에서 같이 음악도 듣고 간식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또 신우는 자신이 수업이 없고 은수가 음악실 근처에 수업이 있을 때면 10년 전 그때처럼, 잘 들을 수 있게 음악실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노래들을 연주하기도 했다.


아주 멋진 연주라 그리고 피아노 소리라 그런지 다행히도 그저 누가 연습하나보다 수업이 있나 보다 하며 의심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은근슬쩍 복도를 지나다니며 그녀가 수업하는 모습을 교실 창문 너머로 보기도 하고, 또 운동장을 거닐면서 예전 학생 때처럼 그날들을 회상하며 은수가 수업하는 교실을 올려다보며 미소 짓기도 했다.


“내게 이런 시간이 오다니. 늘 꿈에서만 그리던 일들이었는데 어쩌면 영원히 꿈속에서만 볼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정말 믿기지 않아.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하다 이 순간들이... 만약 꿈이라면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은수 역시도, 신우가 복도에서 서성이는 걸 볼 때면 그리고 또 창문 너머 운동장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걸 발견할 때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하. 그때보다 지금이 더 떨려. 내 남자인데도 왜 이렇게 매 순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설레고 심장이 찌릿해지는지. 내가 훨씬 더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런가. 신우는 어떨까? 신우도 날 보면 여전히 그때와 같은 마음일까? 후. 사람 욕심이 무섭긴 무섭네. 저 눈빛만 봐도 충분히 와닿으면서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니. 이 시간들이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아서 이러나 보다. 너무 행복해서 말이야.’)


그리고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리면 애들한테 들키지 않게 교실 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10년 전도 행복했었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입장이 동등해져서인지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 놓은 듯. 마음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또 퇴근하고 나면 신우 집에서 맛있는 저녁도 해 먹고 미니도서관 방에서 다정하게 책도 같이 읽으며 꿈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또한,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만회하려는 듯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까워 꼭 붙어 있는 두 사람은 주말 데이트도 원 없이 즐기는데 시내 큰 서점에서 같이 책도 고르고 그 책들을 카페에서 서로 말은 없지만 너무나 편하게 다정하게 곁에 앉아서 읽기도 하고 또 맛집들을 다니며 보통 연인들처럼 지난날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애를 지금, 이 순간 신우가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음껏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즐기고 있었다.


“이젠 사람들 눈치 안 봐도 되니까 너무 좋다. 그리고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부러웠는데 이젠 하나도 안 부러워. 내 남자가 제일 멋지고 잘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어깨에 막, 힘들어 가는 것 같아. 이 남자가 내 남자다 내거다 하는. 좀 유치하지. 애 같지. 그래도 어떡해. 너무 좋은걸.”


“하나도 안 유치하고 애 안 같아요. 저도 같은 마음인데요. 이젠 당당하게 이렇게 손잡고 다녀도 되니까 얼마나 좋고 행복한지.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잘 어울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니까 오히려 그걸 즐기게 된다니까요. 아. 정말 한국에 오길 잘했다. 아니. 정은수 잡길, 사랑하길 정말 잘했어. 이신우 복 받았네.”

“너도 참. 아. 너 그 말 하니까 생각난다. 정말 그 말이 맞나 보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의아한 눈빛으로 신우가 그녀를 쳐다본다.


“갑자기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좋은가? 그런데 그 말이 맞다니요?”


“처음 너 놀이터에서 제대로 만났던 날. 내가 그네 타고 있을 때 네가 밀어주면서 했던 말 생각 나? 그때 성춘향과 이몽룡 얘기하면서 너 그 말 했었잖아.”


그러면서 두 사람 그 순간을 떠올린다.


###


“마치 내가 성춘향 된 것 같다. 너 그러고 있으니까”


“네?”


“성춘향과 이몽룡! 그들이 단오날 그네 타면서 만났잖아. 이몽룡이 춘향이 그네 타는 거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반한 게 아니고 꼬심을 당한 거겠죠.”


“어라~ 너 그런 고귀한 작품을 그렇게 꼬아서 생각할 수 있니?”


“사실 아닌가요? 아름다운 한복치마 휘날리며 그네를 타는데 밑에서 보고 있는 남자는. 이몽룡 아니더라도 그 누군들 안 반했겠냐고요. 이러고 있는 나도 흔들리는데.”


###


그 생각이 나자 두 사람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그 말이 왜요?”


“반한 게 아니고 꼬심을 당한 것 같다고. 내가 정말 그랬던 것 같아서. 그래서 착하고 순수한 이신우가 정은수에게 넘어갔던 거 같은데. 안 그래?”


“아니죠. 오히려 더 착하고 순수한 정은수님을 카페 앞에서 나쁜 놈들에게 걸렸을 때 기회다 싶어 구해주고 거기다 우산과 달콤한 핫초코를 주면서 유혹한 건 이신우였잖아요. 그리고 마음이 있었으니까 그네 밀어줬던 거고, 또 그 말도 어쩌면 내 마음을 은근히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더 중요한 건 그 말에 놀라 떨어지면서 내 품에 안겼을 때. 그때가 어쩌면 제 마음을 들켰는지도...”


그 말과 동시에 더 붉어지는 신우의 얼굴을 보면서 은수의 얼굴도 같이 더 붉어졌다.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신우가 이 착하고 순수한 정은수를 도발적으로 유혹한 것 맞네. 창가에서 내 향기 맡는다며 기습적으로 다가왔을 때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좀이 아니라 은근 도발적이고 나쁜 남자 기질이 보이긴 했었네.”


“어. 그렇다고 나쁜 남자란 말은. 좀 아니다. 섭섭해요.”


“왜 아냐. 수시로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그때 내 심장 숯처럼 까맣게 타는 줄 알았어. 그렇게 심장 애타게 만든 게 어디 한두 번인 줄 알아. 완전 선수처럼. 이제 와 하는 얘기지만 그땐 진심 얼마나 얄밉던지. 복수까지 하고 싶었다니까?”


“복수요?”


“그런 게 있어. 평생 너 창피하게 할 일.”


그녀는 소심한 복수로 생활기록부에 평생 오명처럼 남게 할 일을 만들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혼자 또 웃음을 터뜨린다.


신우는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또 참지 못하고 그녀 입술에 얼른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다.


“어머. 신우야 너. 여기 공원 한가운데야. 사람들 보고 흉보면 어떡하려고.”

“뭐 어때요 다 큰 어른들이 사랑 표현하는 건데. 19금으로, 선 넘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흉은커녕, 화보처럼 보였을 거예요. 우리 두 사람 너무 멋져서.”


“휴. 널 어쩌면 좋아. 프랑스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이렇게 도발적이고 과감해졌는지. 이럴 땐 정말 다른 사람 같아 낯설다.”


“치. 좋으면서. 정은수님은 내가 딱 봤을 때 남자답게 확 이끌어야 할 타입 같아 내 나름대로 미친 척 노력하는 건데 이 마음도 몰라주고.”


“그런 것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난 부드러운, 순수함이 느껴지는 남자 좋아해. 너무 과감하게 들이대는 남자는 부담스럽고 무섭단 말이야.”


(‘신우야 이 순간에 동우 생각해서 미안한데, 정말 나 동우 때문에 여러 번 놀라서 그런지 정말 그런 거 싫거든. 너만큼은 제발 그러지 마라.’)


“아닌 것 같은데. 그때도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제게 마음 주셨던 거 아니에요? 비록 어렸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에 확 끌려서. 안 되겠다. 이번 여름 방학 때 꼭 프랑스 같이 가야겠네. 이신우의 매력 제대로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맘 샘솟는다니까요. 한국에선 마음껏 할 수 없으니... 꼭 이번 여름에 같이 가요. 알겠죠.”


“아냐. 너 위험해져서 안 되겠어. 이번 여름에는 꼭 아주 깊은 산속에 있는 절에 가서 템플스테이 하면서 마음을 좀 비워내자. 아니 엄청, 비워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네가 프랑스가 아니라 네팔 고산지대에서 살다 왔었다면 좋았을걸. 은근 감당하기 벅차단 말이야”


“우리 정은수 씨 여전히 순진무구 순수한 10대 소녀네. 이러니까 더 반하고 사랑하고 싶어지잖아요. 은수님. 우리 부처님 스님도 아니고 신부님 수녀님도 아니에요. 왜 사랑하고픈 감정을 눈치 보며 애써 참아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느끼면 되는데. 10년 전 그때, 얼마나 참았는지, 그리고 잃어버린 10년도... 그것만으로도 억울하고 속상하니까 그래서 더 표현하고 싶고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데 나쁜 남자 소리까지 하시다니. 자꾸 그러시면 진짜 나쁜 남자 되어 볼까요? 나쁜 남자 이신우, 제대로 한번 느껴 보실래요?”


그러면서 순간 확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당기며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긴 목을 감싸더니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서로의 숨결이 바로 느껴질 정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바로 닿을 거리에 그의 눈과 입술이 다가와 있었다.


그러자 은수의 눈이 너무 놀라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토끼 눈처럼 커진 눈으로 그저 깜빡거릴 뿐이었다.


“하. 내가 분명히 그 토끼 눈 하지 말랬는데. 참기 힘들어진다고.”


“.......”


“환한 대낮에 공원 한가운데라 어쩌지도 못 하겠고. 오늘 정말 내 허벅지 꼬집어 가며 여러 번 참았는데 더는 안 되겠다. 빨리 택시 타고 집에 가요. 마음 편하게 아주 마음껏 내 여자 입술 느껴 보고 싶으니까. 얼른 가요.”


신우가 그녀의 손을 확 낚아채듯 잡고는 택시를 타러 가려고 하자 은수가 놀라 어쩔 줄 몰라 한다.


“아. 잠깐. 잠깐만. 아. 배야. 아까 초밥 먹은 게 탈이 났나. 생선이 안 싱싱했나 봐. 배가 너무 아파서 정말 미안. 나 먼저 집에 가야 할 것 같네. 그래 신우야. 우리 월요일 학교에서 아주 건전한 동료로 다시 보자 그럼 나 먼저 간다.”


신우가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고는 얼른 그녀의 긴 머리를 장난치듯 잡아당긴다.


“아. 놔. 놔. 머리 놓으라고. 요즘 안 그래도 많이 빠져서 걱정인데. 빨리 안 놔.”


“그럼. 약국 들렀다가 은수 씨 집에서 진하게 놀아 볼까나. 가요. 앞장서요.”


“아이C. 이제 어른 됐다고 막 나가네.”


“그럼요. 더 나갈 건데요. 19금보다 더. 내 나이에 딱 맞는 30금으로요.”


그 순간 생각지도 않게 그녀가 눈 딱 감고 자신이 먼저 신우에게 입을 맞추더니 그리고는 수줍은 듯 살짝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다가 바로 떼어낸다.


그러자 신우가 얼떨떨하면서도 금세 입가에 환한 미소가 가득 퍼졌다.


“오. 우리 은수님도 이런 도발적인 면이 있었네. 순간 섹시하게 느껴져서 심쿵했잖아요.”


“됐지. 그리고 내 심장이 더 난리났거든. 나도 미쳤나 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사랑이 무섭긴 무섭네.”


“왜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됐고. 오늘은 딱 여기까지. 더는 안 돼. 연애도, 사랑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고. 난 정말 나이는 너보다 훨씬 많기는 해도, 지금까지. 창피하지만 그런 거 해본 적 없어서... 그리고 너도 갑자기 만난 거라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었는데 너무 이렇게 확. 응. 그러니까. 그러면 무섭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우리가 잠깐 만날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무섭게 그러면 안 되잖아. 그리고 내가 말 했어 안 했어. 아직 마음은 순수한 10대 소녀라고.”


참았던 속마음을 붉어진 얼굴로 신우의 눈도 제대로 못 보면서 얘기하는 그녀를 보고는 심장이 찌릿해지며 파도처럼 서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여자가 자신의 여자이고 사랑이라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졌다.


그런 마음이 들자 그 감정을 또 참지 못하고 그 역시도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깊고도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는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지그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낸다.


“그 마음 못 헤아리고 내 생각만, 내 감정만 앞세워서 정말 죄송해요. 그래요. 무섭지 않게 부드럽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천천히 다가갈게요. 그러니까 나, 이신우 무서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면 안 돼요. 그리고 지금처럼 하고 싶은 말 있거나 원하는 거 있으면 얘기해요. 창피해하지 말고. 난 당신이 바라는 것만, 행복해지는 일만 하고 싶으니까. 알겠죠.”


“응. 그럴게.”


신우는 마음을 담아 그녀를 꼬옥 안아주고는 다시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따스한 봄을 만끽하며 공원을 거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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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 승부욕. 그리고... (1) 20.09.05 74 4 14쪽
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78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7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1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8 4 12쪽
95 95화 – 초대. 20.08.21 65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93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59 4 12쪽
»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4 4 13쪽
91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7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59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3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59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3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9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8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82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7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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