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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65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18 14:37
조회
66
추천
5
글자
12쪽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DUMMY

같은 날 저녁.


소혜는 하루종일 호텔 룸에 틀어박혀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침대 위, 벽에 기대어 앉아 폰에 저장되어 있는 노래를 듣고 있는데 슬픈 가사 때문인지 노래가 더 마음 시리게 와닿아 지금까지 그렇게 울었음에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지 순간 울컥해지며 눈물이 금세 또 차올랐다.


*<세월이 가면>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 수 없어

힘없이 뒤돌아서는 그대의 모습은

흐린 눈으로 바라만 보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신우야. 비록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지만 지난날의 우리의 소중했던 그 추억들 정말 잊지 말고 기억해줘. 그럴 수 있지”


그 순간 방에 벨 소리가 울린다.


소혜는 처음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못 듣고 있다가 계속 울리자 이어폰을 빼고 얼른 눈물을 닦으며 문 앞으로 다가간다.


“누구세요?”


“룸 서비스입니다.”


“어? 그건 아까 받았는데 이상하네. 저기요 룸서비스 시킨 적 없는데요.”


“505호 분명히 맞는데요.”


“어머니가 다시 주문해주셨나?”


의아해하며 그녀가 문을 열자 뜻밖에 동우가 그녀 앞에 웃으면서 큼직한 종이백을 내민다.


“룸 서비스. 들어가도 될까?”


“네?”


“어. 그냥 가라고? 선물까지 들고 온 사람인데 야박하게 그냥 보내려고?”


“아저씨도 참. 깜짝 놀랐잖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우 아저씬데 설마 그냥 보내겠어요? 들어와요.”


“고마워. 혹시나 거부당하면 어쩌나 하고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


동우는 자연스럽게 호텔 룸 안을 잠시 둘러보더니 소파에 앉는다.


소혜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살짝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바쁜 시간일 텐데.”


“바쁜 시간 다 지나고 온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되고. 음. 소혜 너. 야식 좋아해? 아차. 프랑스에선 야식이란 거 없겠지. 그냥 이 말은 핑계고 너 걱정 돼서. 어제 신우 어머니랑 은수와 신우 다녀갔거든.”


“알고 있어요. 저도 같이 꼭 오라고 했는데 아직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서 일부러 안 갔던 거예요. 웃으면서 식사할 자신도 없고 또 그러면 분위기 괜히 어색해지고 무거워질까 봐. 진짜 가족들 식사하는 자리에 불청객 같아서 말이에요.”


“나도 짐작은 했어. 그런데 얼핏 들으니까 너 요즘 잘 못 챙겨 먹고 있는 거 같다고 하길래. 문득 예전에 프랑스에서 아팠을 때 입맛 없어도 내가 해준 거는 잘 먹었던 게 생각나더라고. 그 생각이 나서. 거기서 더 마르면 보기 싫거든. 나는 너무 마르면 까다로운, 예민한 사람처럼 보여서 별로 안 좋아해. 그리고 잘 지내나 걱정도 됐고. 그렇다고 내가 먼저 전화하기에도 좀 그렇고.”


“아저씨도 참. 내가 애도 아닌데. 알아서 잘 먹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얼굴은 며칠 사이에 더 안 좋아 보이고 살도 확 빠져 보이는데.”


“마른 사람은 한 끼만 굶어도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신우 어머니가 잘 챙겨주셔서 나름 잘 먹고 있으니 정말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렇다고 일도 안 하시고 오면 어떡해요.”


“거의 끝나서 안 바쁘다니까. 나머지는 직원들이 다 알아서 해. 그리고 여기랑 가까우니까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다 하고 온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근무 태만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음. 아닌 것 같은데. 요즘 계속 땡땡이 많이 치는 것 같던데. 이 정도면 근무 태만 맞잖아요. 안 그래요? 사장님이 자꾸 그러면 직원들 흉봐요. 또 그런 가게 치고 잘 되는 곳 없고요. 직원들도 행동 닮아간단 말이에요. 사장님이 모범을 보이셔야죠.”


“하긴. 그렇게 말하니까 솔직히 좀 찔리네. 하지만 요즘 좀 그렇긴 했지만 나 정말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장이야. 항상 1시간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아주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모범 사장 겸 셰프라고.”


“에이. 설마.”


그녀가 못 믿겠다는 듯 피식 웃는다.


“정말 맞는데 직원 불러서 확인시켜줘? 농담이고. 이렇게라도 웃으니까 좋네. 정말 걱정 많이 했었는데.”


“아저씬 좀 어때요? 괜찮아요?”


“나? 난 요즘은. 보고하자면. 은수와 나름 어색한 거 풀었고. 속도 없어 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두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 우정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리고 알고 보니 신우 어머니. 나와 인연이 있으셨던, 좋아했던 단골분이시더라고. 사촌 누나도 의류 쪽 일을 하는데 꽤 친하게 지내는 분이고 그 덕분에 나도 알게 되었는데. 신우랑 같이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잖아. 이런 신기한 인연이 다 있나 싶어서.”


“어머나 그래요? 정말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세상 참 좁구나. 새삼 다시 느꼈어. 너랑 우연히 계속 만나게 된 것처럼. 정말 인연이라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될 사람이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늘 좋게, 훌륭하게 봐왔던 그런 분의 아들이 이신우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리고 신우가 그런 분의 아들이란 걸 알고 나니 얼떨결에 신우에 대한 감정도 흐지부지. 부처님, 주님 하늘 윗분들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쪽으로 좋게, 예쁘게 봐주기로 했어. 마음 다 비우기로 했다고. 휴. 잘된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 그렇게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평생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말이야.”


“아저씨도 참. 정말 착한 건지. 순진한 건지. 아님, 순수해서 그렇게 잘 넘어갈 수 있는 건가? 아저씨에 비하면 난 독해서, 아니, 못나서 이러고 있나 봐요.”


“에이. 못나긴 왜 못나. 그런 말 하지 마.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야.”


“동우 아저씨.”


“왜?”


“나한테 이렇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그만큼 난 해줄 자신도 없고 원래 잘 못 해요. 신우는 사랑하니까 나도 모르게 저절로 그렇게 마음이 이끌렸던 거니까. 하지만... 아저씨에겐 잘해주지도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실망하거나 섭섭한 마음 생기면 어떡해요.”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고. 그런 부담, 절대 안 가져도 됩니다요.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그냥 주면 받아. 나 그런 낙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아저씨. 여자는요. 너무 착한 남자, 잘해주는 남자 안 좋아해요. 쉽게 질려 하는 사람 많다고요. 오히려 튕기는 남자. 나쁜 남자. 여자들에게 절대 쉽게 마음 안 주는 남자에게 더 목을 매잖아요. 말하다 보니 그래서 신우에게 더 끌린 건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자 동우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자신도 분위기 더 좋아지게 하려고 넌지시 농담을 던진다.


“그건 연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 아닌가? 어. 그럼. 소혜 너, 아저씨랑 사귀고 싶었던 거야? 은근슬쩍 진심을 보여주네. 그렇다면 진작 얘기하지.”


그 말에 깜짝 놀라 소혜가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아. 아니에요.”


“농담이야. 그렇다고 그렇게 놀라면 어떡해 사람 무안해지게. 그리고 나 그렇게 착한 사람도 순수한 남자도 아냐. 순진한 건 더더욱 아니고. 나 은근히 나쁜 남자 기질 많다고. 그랬으니까 전 와이프에게 상처 줬던 거고. 내가 은수만 바라보고 살아서, 그리고 소혜 넌 마음 잘 맞는 친구여서 그렇지 다른 여자들에겐 절대 마음 안 줘. 그냥 철저하게 냉정하게 일적으로만 대한다고. 나쁜 말로 말하면 접대용으로만 대한단 말이지. 멘트, 행동 하나하나 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부터 나 때문에 상처받은 소녀들, 여인들 나름 꽤 많았다고.”


“에이. 설마. 우동우 씨가 잘도 그랬겠네요.”


“어. 진짜 안 믿네. 우리 가게 여직원들에게 물어봐. 아니면 내 역사를 제일 잘 아는 은수에게 물어보던지. 내가 얼마나 잘나가는 남정네인지 확실하게 확인시켜 줄 거야.”


급 진지하게 열 올리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소혜가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알겠어요. 믿을게요. 이렇게 말하는 모습 보면 정말 애 같다니까요. 누가 그 나이라고 믿겠어요.”


동우가 머쓱해져 자신도 같이 웃음 지었다.


“그런가. 참. 말이 너무 많았다. 음식 다 식었겠네.”


동우는 종이백에서 손수 정성 들여 만들어 온 음식들을 소파 앞 테이블 위에 하나씩 거내 올려놓는다.


“이게 다 뭐에요?”


“너 생각해서 만들었어. 잘 못 먹고 있다고 하길래. 우선 이거 먼저 더 식기 전에 먹어 봐. 트러플(송로버섯)을 넣은 양송이버섯 스프. 속 편해지라고 끓여 왔어. 전에도 내가 끓여준 스프 잘 먹길래. 그리고 게장은 먹기 좀 불편할 것 같아서 싱싱한 대하(새우)로 만든 새우장도 좀 챙겨왔어. 나만의 비법 소스로 만든 건데 입맛 없을땐 이게 최고거든. 네 입맛에도 맞았음 좋겠는데. 그리고 이건 연어 샐러드. 또 이건, 입이 심심할 때 먹으라고 마카롱이랑 호두로 만든 쿠키도 좀 만들어 봤어.”


“와. 대단하시다. 나중에 와이프 되실 분 정말 복 터지겠어요. 이런 남자 절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평생 이렇게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그것도 평생 공짜로. 왜? 너도 관심 있어? 부러우면 소혜 너도 우동우 와이프 후보로 넣어줄까?”


“네?”


“또 놀라는 거 봐라. 농담이야 농담.”


“꼭 와이프 아니더라도 내 친구들은 다 평생 공짜야. 내 건강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너도 친구니까 역시 평생 공짜로 언제든지 원하면 만들어 줄게. 그러니까 와이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상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동우가 고마워서 감동받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 마음. 정말 고마워요. 정말 최고로 멋진 친구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노력할게요”


동우도 그 말에 가슴이 따뜻함으로 묵직해지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얼굴 가득 번져갔다.


“아. 참. 이러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더 답답해지고 쓸데없는 잡념들이 들어서 내일 회사 들러서 일 슬슬 시작해보려고요.”


“그래? 괜찮겠어?”


“원래 일 체질이라 쉬는 게 더 힘들어요.”


“그럼. 월요일부터 시작해도 될까? 이참에 나도 핑계 대고 좀 쉬고 싶거든. 아니다. 공사 들어가면 신경 쓸 일이 더 많겠지? 그래. 나도 그 참에 은수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겠다. 바쁘다 보면. 아무튼, 하루라도 빨리하면. 나야 좋지. 나 역시도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거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내내 마음이 불편해하는 사람이라. 그럼 내일 오후에 전화할게. 공사 문제 의논도 할 겸 내가 회사로 찾아갈게.”


“그러세요. 저도 회사 가서 대표님이랑 직원들과 상의하고 나서 바로 전화할게요.”


“알았어. 자. 이제 편하게 먹어.”


“아저씨도 같이 먹어요. 딱 봐도 2인분씩 싸 온 거 같은데 같이 먹으려고. 그쵸.”


“와 눈치 빠르네. 그래. 나도 일하느라 항상 저녁이 늦거든. 그래서 같이 먹을까 하고. 그런데 만약 싫어하는 눈치 보이면 그냥 갈려고 했지.”


“아저씨랑 같이 밥 먹는 게 왜 싫어요. 오히려 더 좋죠. 암튼 맛난 음식들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어주는 게 더 고마운 일이야.”


동우는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주면서 행복한 얼굴로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 모습에 소혜는 마음이 따뜻해져 고마워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두 사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웃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


[<세월이 가면: 노래:최호섭> 작사:최명섭. 작곡:최귀섭. 1988년 발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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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 승부욕. 그리고... (1) 20.09.05 74 4 14쪽
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78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7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1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8 4 12쪽
95 95화 – 초대. 20.08.21 65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93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59 4 12쪽
92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3 4 13쪽
»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7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59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3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59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3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9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8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82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7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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