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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62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8.21 16:06
조회
64
추천
4
글자
12쪽

95화 – 초대.

DUMMY

점심시간.


마침 전 시간이 비어 있어서 은수가 옥상 아지트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펴고 신우의 생일 도시락을 세팅해 놓으며 본인도 만족스러운 듯 흐뭇해했다.


그때 마침 신우가 도착해서 그것을 보고는 잠시 그대로 서 있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10년 전 그날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뒤, 처음으로 따뜻한 미역국을 내밀며 축하해주던 그녀였다.


얼마나 감동하고 고마웠는데.


프랑스에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기억나자 목이 메어왔다.


잘 견디고 이렇게 다시 정은수와 함께 생일을 맞이하게 되니 꿈만 같았다.


“신우야 왜 그렇게 서 있어? 별로야? 실망했어?”


“아니요.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어 계속 보고 있는 거예요.”


“다행이다.”


신우가 곁에 다가와 말없이 꼬옥 안아주자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미소 지으며 얘기를 꺼낸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 너도 그렇고 나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힘든 일, 솔직히 그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들이 많았잖아. 하지만 아주 씩씩하게 잘 견뎌냈었고. 그러니까 하늘이 우릴 기특하게 보시고 이렇게 이젠 좋은 일만, 행복한 일들만 주시는 것 같아.”


“진짜 그렇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쭉 갔으면 좋겠는데”


“응. 진짜 그랬으면. 우리 그때도 잘 견뎌냈는데 혹시 또 힘든 일이 생긴다 해도 잘 이겨내자 그땐 아마 웬만한 건 별거 아니다 싶을 거야 그치?”


그는 대답 대신 미소를 보이며 그녀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때 교내 방송에서 점심시간이라 음악 신청 곡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때마침 은수의 신청 곡, 사람들에게 들킬 것 같아 친구 생일이라고만 하고는 익명으로 신청한 10년 전 그때와 똑같은 노래. 데비 깁슨의 <Lost in your eyes> 가 은은하게 교실과 운동장에 그리고 은수와 신우가 함께 있는 이곳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노래가 나오자 은수는 목을 한번 가다듬고는 손으로 마이크 모양을 한다.


“이신우 당신의 30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 노래를 사랑하는 그대 님께 바칩니다. 잘 들어 주세요.”


그러면서 수줍게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른다.



<Lost in your eyes>


I get lost in your eyes

그대 눈 속으로 빠져들고

And I feel my spirits rise

내 영혼이 일어나

And soar like the wind

바람처럼 솟는 것을 느껴요

Is it love that I am in?

이게 바로 사랑인 걸까요?

And if I can't find my way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If salvation seems worlds away

구원의 손길마저 사라진다 해도

I’ll be found when I am lost in your eyes

오 그대 눈 속에 빠진다면 찾을 수 있어요.



가사의 느낌이 오늘따라 더 와닿는 것 같아 은수는 노래에 더 빠져들었다.


신우도 그녀의 노래를 흐뭇하게 들으며 곧 뒤따라 본인도 다정하게 따라 부른다.


마치 10년 전, 그때처럼. 서로, 자신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그 시간을 만끽한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무실에 먼저 도착한 은수를 명주가 보고는 씨익 웃는다.


“좋은 시간 보냈어? 기분 남달라겠다. 10년 만이라.”


“좋은 시간이라니?”


“어머나. 얘 봐라. 벌써 내숭이야? 신우 생일인 거 다 알거든. 양력은 물 건너갔으니 음력으로 해준 거 같은데.”


“헉. 어떻게 알았어?”


“어휴. 나 연애해서 결혼한 사람이야. 이 연애 초짜야. 그리고 책상 밑에서 미역국 냄새 계속 나는데 어떻게 몰라.”


“정말 아줌마는 다르구나.”


“그러니까 괜히 아줌마겠어. 옥상 아지트에서 꽁냥꽁냥 하고 있겠다 싶어 구경삼아 가려다가 날이 날이니만큼 둘이 같이 오붓한 시간 보내라고 내가 참아줬다. 고마워해라.”


“그래. 고마워. 그런데 혹시 누구 눈치챈 사람 없었겠지?”


“아까 지숙 쌤이 신우 찾더라고. 그래서 대신 내가 같이 놀아줬다. 정신 그쪽으로 안 가도록. 참 내가 너희 둘을 위해 별짓을 다 한다. 다해.”


“정말? 역시 명주. 음. 진짜 사랑한다.”


“말로만?”


“어?”


“정말 이걸로 땡이야? 2차 없어? 이렇게 생일 끝나면 섭섭하지.”


“안 그래도 신우가 마치고 집으로 가자더라. 바비큐 파티하자고. 민혁이도 회사 마치면 부르라고 하던데.”


명주의 얼굴이 금세 방긋해지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우가 이렇게 속이 깊어. 참 잘 큰 것 같아. 진짜 너, 복 받았다. 암튼, 오늘 저녁 또 한 끼 해결하겠다. 민혁이 한테 바로 전화해야지. 그리고 언니한테도 애들 좀 오늘 봐달라고 해야겠다.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언니 있어 좋겠다. 필요할 때 수시로 도와주고. 부럽다.”


“대신 내가 언니처럼 곁에서 늘 함께 해주잖아. 걱정 마라. 나중에 너 애 놓으면 친정엄마 노릇도 다 해줄게.”


“어머 야~ 뭐 벌써 그런 얘기를 부끄럽게.”


“부끄럽긴. 딱 봐도 결혼 전에 미리 혼수로 준비하겠구만.”


“우C. 아직 순진한 연애 초짜한테 별말을. 무안하게스리. 신우 앞에선 그런 농담하지 마라.”


“아 참. 동우는? 소혜라는 그 아가씨도 오니?”


“전화해 봤는데 싫은가 봐. 아직 불편하겠지.”


“솔직히 요즘 내가 꼭 철없는 애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유치한 것 같긴 한데. 한편으로는 동우를 배신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찔리기도 하고. 참 찝찝하다.”


“배신은 무슨. 그래도 나 때문에 정말 그렇게 불편한 마음 가지고 있다면 미안해. 민혁이한테도.”


“미안할 것까진 아니고. 좀 그렇단 거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땐 다 좋아지겠지. 그리고 더 지나면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거고.”


저녁.


퇴근 후 신우집.


신우가 다른 선생님들 눈치 안 채게 은수와 명주 그리고 지숙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하자 명주는 그의 집을 보고는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마당과 집 안 구석구석을 아이처럼 신기해하며 돌아본다.


“신우야 이 집 정말 특이하면서도 엄청 예쁘다. 오~ 나도 이런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려면 더 악착같이 돈 모아야겠지.”


(‘진짜 은수 지지배 복 터졌네. 신우가 외모는 둘째치고 황금알, 로또가 되어서 나타날 줄이야. 부럽다 부러워.’)


그런데 옆에 있던 지숙은 입을 살짝 삐죽거렸다.


“와~ 그렇게 놀러 오고 싶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하더니 오늘 이렇게 또 정 선생님이랑 이 선생님이 함께 와야지만 올 수 있는 거였어? 고생해서 공사 도와줬더니.”


“너 혼자 오고 가다 누가 혹시라도 보면 괜히 이상한 말 퍼질까 봐”


“우리 사이에 그런 거 왜 신경 써. 섭섭하게.”


“우리 사이?”


은수보다 명주가 더 빠르게 반응한다.


그 눈빛이 무섭게 느껴졌는지 얼른 말을 돌리는 지숙.


“아. 그게 학교에서도 다 알거든요 유학할 때 친하게 지낸 거. 그리고 이 집도 제가 리모델링 공사 도와준 거고. 그만큼 친한 사이라는 거죠. 하하하.”


은수는 이미 신우 엄마와 결혼을 허락받았기에 마음을 초월한 듯 그러려니 하며 신경 쓰지 않고 그 모습을 본 신우도 안심하며 지숙이 보지 않게 뒤로 그녀의 손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얼른 분위기를 바꾸려 말을 돌린다.


“자 그럼. 손님들은 편한 곳에서 푹 쉬고 계세요. 제가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 다 되면 부를게요.”


“내가 거들어 줄게”


“됐어요. 덕분에 점심 잘 먹었으니 저녁은 제가 할게요.”


“그래도. 나 별로 할 것도 없는데. 그런데 언제 이런 거 다 준비했대?”


“필이 통했는지, 안 그래도 요 며칠 사이 초대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미리 시간 날 때 준비 했었어요.”


두 사람이 너무 가까이에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지숙을 의식하며 명주가 눈치를 준다.


“정은수 씨 손님은 그냥 소파에서 얌전히 쉬고 있지. 제자 겸 직장 후배가 알아서 하신다잖아.”


“그러면. 오빠. 나도 요리 잘하는데. 내가 도와줄게. 프랑스 유학 시절에 겪어봤잖아 특히 바비큐는 내가 전문인 거 잘 알지?”


지숙은 신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방으로 가서는 앞치마를 찾아서 얼른 입고는 손을 씻고 냉장고를 연다.


그 모습에 명주와 은수는 그냥 지숙이 하고 싶은 데로 놔두기로 한다.


“은수야 네가 참아. 어차피 신우, 네 거잖아. 평생. 함께 할 건데. 그냥 원 없이 하게 내버려 두자. 이런 기회 또 없을 건데.”


“나도 그 생각했어. 결혼식장에서 안 울면 다행이겠지?”


“걱정마. 내가 손수건 준비해서 옆에 붙어 있어 줄게. 넌 그냥 행복하게 입장해라.”


“고맙다.”


신우는 주방으로 연결된 통유리로 된 테라스로 왔다갔다 하면서 바비큐 요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파티 준비를 한다.


지숙도 차분하게 잘 도와주는데, 솜씨가 의외로 좋아서 다들 새삼 놀라워한다.


“역시 여자는 남자 앞에선 같은 여자 앞에서와는 또 다른 깜짝 놀란 모습을 보여준다니까. 참 신비한 존재란 말이지.”


“내 말이. 난 절대 안 그러는데.”


“은수야 심장에 손 얹고 얘기해. 너도 조만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 ”


“아냐. 절대 안 그럴 거야. 내가 그런 여자들 얼마나 싫어했는데. 맹세할게.”


“맹세 남발하지 마라. 그러다 너 평생 내 동생, 아니 시녀 생활 할 수도 있어. 암튼 그건 그렇고. 신우 아빠가 정말 대단한 분이시긴 했구나.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하셨지? 통유리로 되어 있으니까 마치 밖인 것 같은 느낌. 야외 느낌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추운 날에도 이렇게 편하게 추위 걱정, 비 걱정 안 하고 오래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으니 창문도 넓어 통풍도 잘 되고 신기하다 신기해. 신우야 너, 아버지 닮아서 똑똑한가보다 그치?”


“칭찬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우면 오늘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이런 기회, 자주 갖자. 부탁한다. 우리 애들한테도 너무 보여주고 싶거든. 정서상 교육상 여기 오면 엄청 좋아할 것 같아. 대신 음식은 내가 다 준비할게.”


“원하시면 언제든지요. 그리고 번거롭게 무슨 음식을 준비해오세요? 말씀만 미리 해주시면 제가 다 준비하죠. 그러니까 그런 건 절대 신경 쓰지 마시고 또 그런 부담 갖지 마세요. 남도 아닌데 뭘.”


“오빠. 남이 아니라니? 분위기가 너무 가족 같은데. 제가 볼 때는 예전 스승과 제자 사이치고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은데. 혹시 제가 모르는 뭔가가 또 있는 거 아니에요?”


“뭐가 있다고 참.”


명주가 애써 말을 얼버무린다.


“나만 모르는 뭔가가 꼭 있는 것 같은데. 어쩔 땐 왕따 당하는 느낌도 들고 소외감도 들어요. 바보 된 느낌이랄까? 나름 저도 신우 오빠랑 프랑스에서도 몇 년을 같이 한 가까운 사이인데 너무 미워하지 말고 좀 끼워주고 챙겨주세요. 저 그렇게 얄미운 사람 아니거든요 나름 속 깊고 괜찮은 사람이라고요, 안 그래 오빠?”


“알아. 너 좋은 사람 맞아. 그런데 아무도 미워한 적, 왕따시킨 적은 더더욱 없는데 왜 그런 바보 같은 생각해? 미안하게.”


은수도 한마디 거든다.


“그럼. 윤 쌤. 괜히 우리가 더 미안해지잖아. 그냥 우리가 좀 더 먼저 알았고 특별히 더 친했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보였던 거야. 그러니까 기분 나빠하지 마.”


“그래. 지숙 쌤 내 말투가 원래 그런 거 알면서. 쿨한 여자가 갑자기 왜 소심해지셔. 정말 사람 무안하게. 미안. 기분 풀어.”


“봐요. 또 세 사람이 한꺼번에 이러니까 기분 더 이상해지잖아요. 정말 뭔가 있다니까.”


...........................................................

*[<가수;데비깁슨:Debbie Gibson> 1989년 2집 수록곡.]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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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화 – 마음 확인. +1 20.08.23 78 5 17쪽
98 98화 – 라면 먹고 싶은데. 20.08.23 67 4 13쪽
97 97화 – 행운의 영화표. 20.08.22 71 4 11쪽
96 96화 – 진실. 20.08.22 57 4 12쪽
» 95화 – 초대. 20.08.21 65 4 12쪽
94 94화 – 질투심 유발. 20.08.21 61 4 11쪽
93 93화 – 눈독 들이지 마. 20.08.20 59 4 12쪽
92 92화 – 설레는 순간. +2 20.08.19 63 4 13쪽
91 91화 – 그대에게 조금씩. +2 20.08.18 66 5 12쪽
90 90화 – 또 이런 인연이. 20.08.18 59 4 12쪽
89 89화 – 말하기 힘든 부탁. 20.08.17 63 4 11쪽
88 88화 – 행복한 소식. 20.08.17 52 4 13쪽
87 87화 – 아슬한 긴장감. 20.08.16 59 4 13쪽
86 86화 – 경쟁자. 20.08.16 63 4 14쪽
85 85화 – 우리 다시 시작할까. 20.08.15 59 4 16쪽
84 84화 – 얽힌 인연. +1 20.08.15 57 4 15쪽
83 83화 –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20.08.14 60 4 14쪽
82 82화 – 그녀를 다시 품다. 20.08.14 64 4 12쪽
81 81화 –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2 20.08.13 7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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