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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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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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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7.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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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
글자
20쪽

정예멤버 2

DUMMY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후,

서 범이 침음성을 흘렸다.


허관우를 물고 있는 스콜라펜드라가 전격적인 전류공격을 시작했다. 붉은 자색의 동체에 솟아있는 돌기에서 생성된 전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새하얀 지렁이 같은 전류를 대기 전체에 퍼뜨린다. 피부가 짜릿짜릿 오그라들고, 시야 가득 번쩍거리는 섬광다발이 사뭇 정신을 어지럽힌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슈트의 방호막이 버티는 시간은 약 5분 정도. 괴수의 내부에서 퍼져 나오는 지독한 가스 때문에 질식할 가능성도 있었다. 거기에 허관우가 잡혀 있는 삼발이가 다가 아니다. 전방에 불어나고 있는 개체수가 심적인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거 좀 위험한 것 아닌가요?”


차도희가 곁에 있는 법사에게 물었다. 중키에 통통한 몸집을 지닌 여성 헌터 역시 맵을 보고 있었다.


“충분히 괜찮은 상황이야.”

“냉정하게 하는 말인가요?”

“우리 팀을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이야. 모두들 4~5년은 넘는 베테랑 경력자들이야. 이깟 삼발이쯤이야 열 마리든 스무 마리든 문제도 아니지.”


덩치는 작아도 목소리만큼은 카랑카랑하니 힘이 넘치는 그녀가 다시 말했다.


“삼발이의 행동패턴은 충분히 알고 있어. 예측 가능한 상황에 말릴 만큼 우리 팀은 무능하지 않아. “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공격대 모두가 입을 다물고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두 팀장님도 괜히 B급 헌터가 아니라고. 허접한 초보의 시선으로 판단하면 곤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진 그녀의 말은 전염효과가 있었고, 차도희의 굳은 얼굴도 풀어졌다.


“타겟팅에 신중해. 여기서 다른 개체를 건드리면 안 돼. 조준이 어려워질 것 같으면 아예 시도도 하지 마. 거리가 필요하면 다가가도록 하고.”


그때 서 범 대장의 말이 들렸다.


—법사들 물러난다. 안전 에이리어에서 대기해.


법사들의 방어용 바리케이트를 최종 방어선으로, 양일구와 보조 가드가 밀려드는 삼발이들을 틀어막는 사이, 서 범은 바리케이트 안으로 들어가 직접 괴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허관우를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 그렇다고 안전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사고 하나를 처리하려다 더 큰 사고가 벌어지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했다. 던전에 들어온 이상 공격대 일원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임무.


이를 위해 강화계 인원 3명을 추가로 방어대로 편성하고, 지원팀을 뒤쪽의 후방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지원팀의 차량이 캠프를 떠나는 것을 확인한 서 범이 허관우와 연락을 시도했다.


—들리나. 허관우. 슈트의 방어막 유지에 주력하도록. 금방 꺼내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허관우의 목소리가 비교적 또렷한 것에 안심이 되었다.


“이쪽으로 붙어. 서둘러!!”


방패를 든 인원들이 서둘러 방어 진형을 갖췄다. 방패에 박혀있는 에너지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배리어. 3개의 기본 배리어를 모아 거대한 대형 배리어를 형성하는 것이다.


콰앙, 꽝, 꽝—!!!

거대한 동체로부터 비롯된 사나운 이빨 공격이 연달아 배리어에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스콜로펜드라는 인간을 쫓는 본능에 충실하여 작은 숨결조차 놓치지 않는다..


배리어를 펼치고 있는 방어대 인원들. 강화계 남녀 능력자들의 이마가 동시에 좁혀 들었다. 타격으로 인한 데미지를 균등하게 나누어 받기 때문. 배리어로 위력이 감소되었다고 해도 강력한 괴수의 공격을 연달아 맞고 있으니 당연히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붉은 동체 표면의 돌기들은 기압의 변화와 인간들의 움직임까지 캐치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협적이고, 그러한 괴수의 습성을 이용하여 미끼노릇을 하는 것이다.

헌데,


“뭐야. 저 새낀.”


공격대에 속한 정민기. 자신을 구하려고 했던 허관우가 괴수에게 잡혀있는데도, 그의 행동은 어딘가 정상이 아니었다. 넋이 빠진 듯한 얼굴을 해가지고 점점 뒤쪽으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일구가 혀를 찼다.


“야. 정민기. 뭐해.”

“저 새끼. 말 안 듣네.”

“꼭 저런 새끼가 있다니까. 사고치고 정신도 못 차리고.”


정민기는 잔뜩 얼어있었다. 자신을 질책하는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흉측한 괴수의 찌걱거리는 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기 중에 흐르는 전류와 타는 듯한 공기의 냄새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쾅, 쾅, 쾅, 거칠게 뛰어대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인간을 죽인다는 본능을 지닌 이형체는 저마다 강력한 살기를 내뿜는다. 경험이 많지 않은 헌터들은 괴수의 직접적인 살기를 받는 순간 이상 상태를 일으키게 된다. 그 정도로 괴수의 살기란 대단한 것이다.

일단 한 번 겁을 집어먹으면 좀처럼 이상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형체가 뿜어내는 강력한 살기에 정신이 먹혀버리는 것. 그래서 신입들이 처음 던전에 들어가면 사고를 치는 확률이 높은 것이다.



성진이 캠프에 도착한 것은 집중공격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다.


[유성진입니다 공격에 합류하겠습니다.]


도착하기 전 성진은 이미 캠프의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협곡의 최단 루트를 통과하여 최대한 속도를 내어 달려왔다. 함께 온 형식은 안전한 구역에 있는 치유계 헌터들과 무사히 합류한 상태.


다부진 성진의 눈빛을 마주한 서 범은 곧바로 요청을 수락했다.

일찍이 성진의 실력을 본 적이 있는 서 범이다. 그는 낙하 훈련 당시, 성진이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만일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신입인 그를 투입하기가 저어되었을 것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만 하니까.


[현재 교전중인 개체수가 4마리다. 목표 타겟에 집중해서 공격하도록!]


지면을 차고 뛰어오른 서 범의 통쾌한 각력이 삼발이의 동체에 작렬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성진이 지면에 닿아있는 동체부위에 거력을 실은 발차기를 날렸다.


—파앙!!!


웅혼한 마력의 압박에 딱딱한 지면이 과자처럼 바스라지며, 거대한 동체가 쑤욱 뽑혀져 나왔다.


“······!”

“······!”


이빨이 달린 세 개의 다리, 그리고 그 밑에 달린 주머니 모양의 본체가 허공 중에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빛살처럼 날아오른 성진이 둥근 본체에 날카로운 검격을 찔러 넣었다.


콰아아아앙—!


강한 충격음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성진의 공격은 본체의 핵심기관을 정확히 파괴하였고, 흑빛을 띤 본체의 단단한 표면을 가른 검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기나긴 동체를 계속 가르고 나아가 끄트머리에 자리한 이빨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이 전진한 성진의 검은 허관우를 목전에 두고 멈추었다.


강직된 상태에서의 삼발이의 근육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닫혀진 채로 계속 있다가 방어막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폴액스를 끌어안은 허관우를 붙잡은 성진이 아래로 내려선 뒤,

추캉!

양쪽으로 벌어진 붉은 동체가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헉!”

“우악!”


본팀의 딜러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아래쪽에 있던 그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푸른 체액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삼발이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진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다시 나타났을 때는 허관우와 함께였다.

그들의 시선이 뒤쪽으로 떨어져 내린 삼발이의 갈라져버린 동체로 향했다. 매끈하게 잘린 동체의 단면에서 샘솟듯 솟아나고 있는 푸른 체액. 자신들을 덮친 바로 그것이었다.

삼발이의 근육은 세로결로 촘촘히 이어져 있는 것이라 여간해서는 잘리지 않는다. 혹시 그걸 알고서?

저마다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정신들 차려!”


커다란 고함소리가 정신을 일깨웠다. 곧바로 다른 개체로 달려들어 싸우고 있는 서 범이었다. 새로운 타겟으로 뛰어든 공격진들과 달리 성진은 몸을 돌렸다.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는 성진을 보며.

왜 저쪽이지?

공격에 집중하면서도 성진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눈이 한 둘이 아니었다.


마침내 괴수로부터 풀려난 허관우는 녹색마법의 포화를 맞고 있었다.

나 진짜 멀쩡한데,

연신 말하고 있는 그의 곁에서 형식이 치유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다른 힐러들은 안전한 뒤쪽에서 치유마법을 시전하고 있지만, 마음이 조급해진 형식이 직접 달려나온 것이다.


성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둔하고 느리고 겁까지 많은 형식이지만, 다행히 자신의 할 일에서 눈을 돌리지는 않는다. 두려워하면서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리라.


잠깐 사이에 삼발이가 엄청나게 불어있다. 보이는 시야 가득히 삼발이의 붉은 동체가 겹겹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많이도 몰았군.

심술궂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린 성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괴수를 상대할 시간이었다.


검을 든 성진이 지면을 향해 힘차게 검격을 찔러 넣었다. 얼핏 보기엔 그냥 닥치는 대로 쑤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의를 알 수 없는 그 공격의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가장 먼저 이변을 깨달은 것은 배리어를 유지하고 있던 방어진이었다. 디코이 역할을 하고 있던 그들에게 공격을 가하던 삼발이의 동체가 급작스레 방향을 선회하여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거대한 동체에 달린 세 개의 입이 쏘아지듯 달려드는 방향에 성진이 있었다.


쿠웅, 쿵, 쿵!!!

성진이 지면 아래의 본체에 충격을 가하자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삼발이의 동체들. 예민한 감각기관을 가진 본체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지자, 일시적으로 마비증세가 온 것이다.


“어떻게···.”


본체의 위치를 정확하고 알고 한 듯한 공격.

법사의 탐지 마법으로 잠깐은 측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항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본체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 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삼발이의 동체를 조종하면서 지면 하부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데.,


“공격에 집중해!”


서 범이 또 소리를 질렀다. 화들짝 놀란 이들이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직 상대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파앙! 팡! 파바방!!!

바닥에 누워있는 삼발이에게로 딜러진의 공격이 쏟아졌다. 노련하게 공격을 퍼붓는 이들을 뒤로하고, 다른 개체로 달려간 성진.


—펑! 콰앙!!!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솟구친 거대한 물체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며 지면을 울린다. 본체의 중심이 파괴된 삼발이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수초 만에 삼발이 하나를 잡은 성진은 그로부터 발동이라도 걸린 것마냥 쉴새 없이 움직였다.

뒤쪽으로 다가온 다른 동체를 발로 걷어차고. 단번에 방막이 깨져버린 삼발이의 본체를 찾아서 파괴. 잔상이 남도록 이어지는 빠른 공격에 지면이 이지러지는 듯한 착시현상마저 일었다.



대형 배리어를 유지하며 이동 중인 방어진. 급속히 날아온 삼발이의 동체가 배리어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윽고 전투화면으로 떠오른 [피니쉬!]

마비된 삼발이의 본체로 집중공격을 퍼붓는 딜러들. 단단한 동체의 외피보다는 약점인 본체에 직접 공격을 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처음 합을 맞추는 관계로 초반엔 좀 주춤했지만, 잠깐 사이에 공격진의 일부처럼 움직이는 허관우의 모습도 보였다.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의 맥을 이으며, 강력한 연타를 날리는 활기찬 모습에서는 조금의 충격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끝!”

[전투종료]



“휴우.”


무구를 내린 3군 헌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뚫어지듯이 성진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말을 잊은 듯 입을 다문 모습이었다.


장내에 수북히 쌓인 삼발이의 개체 수를 헤아려보니 모두 도합해 12마리나 되었다. 나중에는 다가오는 삼발이의 공격보다 처치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마리당 1~2분을 넘기지 않았을 정도. 그것도 팀으로 해치운 것의 얘기고 성진이 혼자 처리한 것이 훨씬 많았다.


공격대 대장인 서 범 역시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조차도 발차기 한 번에 저 거대한 동체를 날려버리지는 못한다.

날아오른 삼발이의 핵을 단번에 파괴하는 기술의 능숙함. 빛살처럼 빠른 움직임의 속전속결이었다.

어디서 이런 대단한 헌터가!

내심 감탄해 마지않는 서 범이 조심스럽게 그의 능력을 가늠하고 있을 때였다.


“헌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불어난 거지.”


문득 의문을 제기하는 양일구 팀장.

어디서 이 많은 것들이 나타났을까. 흡사 누군가가 몰이라도 한 모양······!

생각을 이어나가던 서 범 대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갑자기 표정이 변한 그가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짝짝짝짝!

요란한 박수소리가 전방의 공간에서 울려 퍼졌다



“이야. 정말 대단했어.”


마스터 유권명. 그리고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김석돌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쳐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뒤편으로 1팀의 정예법사인 여공주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마스터가 여긴 어떻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서 범. 양일구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과연 서 팀장이야. 대응이 나쁘지 않더군.”

“과찬의 말씀입니다.”


침착한 서 범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유권명은 양일구에게도 치하의 말을 건넸다.


“양일구 팀장의 가드도 좋았어. 역시나 믿음직해.”

“하하. 감사합니다. 마스터.!


양일구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각 팀원들 역시 긴장된 표정을 풀었다.


“여하튼 한 사람의 돌출 행동으로 엉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신입 훈련이 어려운 거고.”


유권명의 시선이 신입팀이 있는 곳을 향했다. 정확히는 정민기 한 사람에게로.

다른 신입들과 동떨어져 뻘줌히 혼자 서 있는 정민기는 자신의 잘못을 아는 지, 그와 눈길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민기. 네 잘못이 뭔지 알겠나?”

“······.”

“이건 대장이 직접 말을 해주는 것이 좋겠군.”


유권명의 말에, 공격 대장인 서 범이 정민기에게 엄중한 시선을 던졌다.


“정민기. 넌 지휘관인 내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움직였다. 팀장으로서 팀원을 챙기는 데도 소홀했지..”


이어 서 범이 말소리에 힘을 주어 더욱 강하게 말했다.


“두 번째, 공격미스를 저지르고 괴수의 앞에서 패닉에 빠져 동료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넌 오늘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잘못은 괴수의 앞에서 겁을 집어먹은 거다.”


정민기는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뒤 씁쓸하게 밀려드는 자격지심에 빠져 있었다.


“맞아. 나도 너 때문에 진짜 식겁했다. 대체 왜 그런 거야?”


허관우의 질문에도 도통 대답이 없는 정민기.

유권명이 그런 정민기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녀석 공포증이군.”

“공포증?”

“왜 있잖아. 트라우마가 원인이 되어 생긴다는 그거.”


한 번이라면 모를까. 연속해서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의심해볼 만도 하다.

공포증. 괴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헌터들의 경우, 전투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럴 수도 있겠는데.”


김석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유권명이 두 팀장과 함께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본팀의 인원들이 주위를 길게 둘러쌌다. 모처럼 마스터를 보게 되었다는 생각에 저마다 한껏 고양된 기색들인데,


“야. 야. 마스터다. 진짜 마스터야.”


허관우가 성진의 등짝을 팡팡 두들기며 말했다. 원래라면 정민기에게 그랬겠지만, 혼자만의 동굴에 빠져있는 그를 배려하는 건지, 자신을 구해준 성진에게 부쩍 친근감을 표하는 허관우였다.


그때 정예 멤버인 여공주가 신입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성진에게 화사한 눈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유. 우리 성진이 진짜 많이 컸네. 이제 아주 늠름한 수컷이 다 됐어.”

“이 엉큼한 아줌마가! 수컷이 뭐야!”

“야이 짱돌아. 모처럼 이 누님이 귀여운 성진이 얼굴 좀 보겠다는데 왜 와서 방해야.”

“넘볼 걸 넘 봐! 어디서 침을 흘리고 앉았어!”

“어머, 내가 언제 침을 흘렸다고!”


서로 싸우듯 난리를 피워대는 김석돌과 여공주.

두 사람과 성진을 연달아 쳐다보고 있던 허관우가 성진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물었다.


“야. 너 저 사람들하고 알아?”

“뭐 조금.”

“친해?”


잠시 생각해 본 성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렸을 때 잠깐 보긴 했지만, 당시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줌마고 삼촌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워낙 오래 전의 일. 가뜩이나 친화력이 부족한 성진으로서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대이고, 그런 걸 친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예전 본 클랜원들이죠.”

“아.”


짧게 감탄사를 흘린 허관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했다.


“맞아. 들은 적이 있어. 본 클랜시절의 초창기 멤버가 현재의 1군 멤버라고.”


허관우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성진을 쳐다보았다.


“왜요.”

“내가 알던 그 신입이 맞나 싶어서.”


오늘 본 성진은 굉장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거기에 1군 멤버들과의 친분까지. 대체 정체가 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허관우는 잠시 의심을 접어 두어야 했다. 3군의 팀원들과 인사를 마친 유권명이 신입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마스터.”

“반갑네. 허관우 군.”


허관우와 차도희, 그리고 권형식까지 모두 인사를 마치고. 성진의 차례가 되었을 때였다.


유권명의 얼굴이 소리 없이 변했다. 웃는 표정이 점점 사라지더니 별안간 눈에 힘을 주며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형님!”


놀란 김석돌이 외쳐 부르고, 뒤로 펄쩍 뛰어오른 성진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음을 던졌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야. 너 미쳤어. 어디 마스터 앞에서.”


눈을 휘둥그레 뜬 허관우가 기겁한 얼굴로 말했다.

그로서는 신입이 간뎅이가 부었다는 생각에 만류를 한 것인데.


“이 새끼, 착실하게 훈련 좀 받으랬더니 그새 말썽을 피워?”

“누가 말썽을 피웠다고 그래요?”

“훈련소 소장 어르신이 직접 연락을 하셨다. 네가 돌아다니면서 해괴한 짓만 하고 있다고.”

“······!”


순간 성진의 표정이 굳었다. 야산에 있는 감시 카메라를 떠올린 것이다. 마법 연습을 한 것 때문인가.


“그건 다 이유가 있어서···.”


성진이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다. 유권명이 다시 성진에게 달려들며 벼락처럼 주먹을 휘둘렀다. 그 자리에서 사라지듯 몸을 피한 성진. 유권명이 호랑이 같은 얼굴에 형형한 푸른 안광을 흘리며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아이구야.”


김석돌이 얼굴을 찌푸리며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잠깐 사이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새끼, 저 새끼! 욕설을 남발하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글쎄 이 놈 새끼고 저 놈 새끼고 간에, 아들내미한테 욕해 봤자. 그게 다 누워서 침 뱉기라니까.”


고개를 붕붕 내젓는 김석돌.


“······.”

“······.”

“···아들?”


고요한 정적에 이어 폭풍과도 같은 소란이 일었다.


“저 신입이 마스터의 아들이라고?”


바람처럼 웅성거림이 퍼지며 입을 여는 이들마다 눈이 튀어나오게 놀란 표정들이었다. 마스터의 아들이라니. 생각도 못한 반전이다.

그 속에서 침착한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서 범.

웬만한 경력자보다 훨씬 능숙해 보이던 성진. 그 출중한 실력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마스터의 아들이란다. 나름 납득이 가는 것이었다.


한편 정민기, 허관우의 심적인 충격은 그보다 더 했다.


“마스터가 아버지···?”

“진짜냐?”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부족한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날이 많이 더워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후원금을 보내주신 [별명없기]님 감사합니다. 쪽지가 안되어서 이렇게나마 인사를 올립니다. 댓글과 추천 눌러주신 분들도 정말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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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7

  • 작성자
    Lv.66 녹색키위
    작성일
    18.07.22 07:38
    No. 61

    재미있다 헌데 표지가 문제다 ㅋ 너무 사람이 칙칙하게 그려져있다. ㅋ 볼까말까하다가 조회수보고 들어왔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니르바슈
    작성일
    18.07.22 11:02
    No. 62

    고아라 그런가 진짜때리려한거 같진않지만 친근함을 주먹질로하네 주인공1생에 삐닥선탄거 개납득된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포히나
    작성일
    18.07.25 23:25
    No. 63

    45% 정확하고 알고>정확하게 알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왕삼
    작성일
    18.07.30 13:08
    No. 64

    이처럼 허접하게 아들인거 드러낼려고 그동안 숨기고 지낸거임? 헐...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반전도 없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9 왕삼
    작성일
    18.07.30 13:14
    No. 65

    한 클래의 마스터가 공사구분이 이렇게 없을수가.. 아들과의 일은 따로불러서 진행해야죠. 표현이 가볍네요. 따로 마스터가 주인공을 부르니 궁금해하는 팀원들이 마스터와 같이 온 사람에게 물어봐서 밝혀진다거나.. 그냥 생각해봐도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는걸.. 어거지스럽게 진행합니까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風音
    작성일
    18.08.02 10:36
    No. 66

    재활용쓰레기 같은 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9.09.28 15:07
    No. 67

    잘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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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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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예멤버 1 +62 18.07.13 30,612 777 22쪽
30 합숙훈련 4 +52 18.07.10 31,610 816 17쪽
29 합숙훈련 3 +42 18.07.03 34,348 849 13쪽
28 합숙훈련 2 +29 18.06.30 35,082 820 13쪽
27 합숙훈련 1 +31 18.06.26 36,451 886 15쪽
26 신입 헌터 7 +44 18.06.22 36,998 822 13쪽
25 신입 헌터 6 +39 18.06.20 37,203 862 16쪽
24 신입 헌터 5 +44 18.06.16 37,669 912 18쪽
23 신입 헌터 4 +50 18.06.14 38,107 824 15쪽
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31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45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4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7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900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5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6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7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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