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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40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13 20:22
조회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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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EP 2. 얘가 걔야?

DUMMY

16.

“다녀왔습니다.”


대본리딩을 끝낸 뒤, 김미연 실장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힘찬 목소리로 외친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


이상하다.


평소 같았으면 정하늘이 ‘연우야~~’하고 외치면서, 달려왔을 텐데. 집에 없는 건가? 아니, 그것도 정하늘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상한데.


그 정하늘이 내가 집에 없는데 집을 비웠다고?

그럴 리가.


아니면 피곤해서 깜박 잠에 들었나?

가능성만 따지면 이쪽이 제일 높은 편이기는 한데.


“엄마?”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집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정하늘이 주로 있는 내 놀이방, 작업실, 서재로 쓰는 방들을 돌아다녀봐도 정하늘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어디 가셨나?”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전화라도 할 텐데.


아, 지금 김미연 실장님 주차장에 있으니 실장님한테 연락을 좀 부탁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주방으로 향하자 이상한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건강검진 표인가?”


이상한 그림과 수치들, 거기다 어려운 용어들이 잔뜩 써져 있는 그 표를 보려고 하는데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연우야. 왔어? 미안, 엄마가 잠깐 통화를 하느라.”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정하늘이 보였다. 너무나도 익숙한, 평소와 같은 정하늘의 모습을 보자 어쩐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 다행?


아니, 집에 왔는데 정하늘이 안 보인다고 불안해하다니.

5년 동안 어린애로 살았더니, 진짜 어려졌나?


“대본 리딩은 잘 했어?”

“네? 아, 네. 잘 했어요.”


스스로 만점을 줄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80점은 줄 수 있는 정도의 연기는 했다. 나머지 20점은 남은 대본 리딩과 연습을 통해서 채우면 되겠지.


“그래? 좋아! 그러면 엄마가 연우의 첫 대본 리딩 성공을 위해서 맛있는 함박 스테이크 해줄게!”

“네. 좋아요!”

“응, 잠깐만. 금방 준비해줄게.”

“아, 엄마. 그런데요.”

“응?”

“이건 뭐에요?”


내가 대본 리딩을 잘 한 게 마음에 드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를 하는 정하늘의 모습을 보다가 식탁에 있는 그 종이를 들면서 물었다.


“어, 이거 그 엄마 검사한 거야.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러자 정하늘은 조금 당황하다가 빠르게 그 종이를 챙겨 주머니에 넣으며 웃어보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 웃음이 평소와 다르게 뭔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 엄마······.”

“맞아, 연우야.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혹시, 몸이 아프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정하늘이 말을 끊었다.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정하늘을 바라본다. 좋은 소식이라니.


뭔가, 갑자기 불안한데.


“곧 아빠가 돌아오신데! 오랜만이지, 아빠 보는 거?”

“아빠가요?”“응. 촬영 다 끝났다고 연락오셨어. 다음 주면 오실 거야.”


흐음, 그렇구나.

다음 주에 아빠가 돌아오는구나.


홀리.



§




아빠, 진임석이 돌아온다.

“에휴.”


정하늘한테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한숨이 늘었다. 아, 오해는 하지 말도록. 내가 한숨을 쉬는 이유는 진임석과 사이가 나쁘다거나 진임석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냥, 좀 껄끄러울 뿐이지.


“뭐야, 무슨 일 있어?”


대본 리딩을 위해 현장에 나와 준비를 하는데 맞은편에 앉은 하은찬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번에 지 혼자 라이벌 선언을 하더니 그때 이후로 내게 이상할 정도로 관심을 많이 보인다.


“아니, 아무것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어.”

“그래, 아프면 안 돼. 아픈 사람을 상대로 이기는 건 치사한 짓이랬어.”


그리 말하며 다시 대본을 읽기 시작하는 하은찬을 바라보다가 묻는다.


“그런데 말이야. 나한테 뭘 이기겠다는 거야?”

“연기. 난 배우고, 너도 배우잖아. 배우면 연기로 이기는 거야.”

“연기로 어떻게 해야 이기는 건데?”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이기는 것도 몰라?”


5살이나 돼서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하은찬이 웃는다. 정말 별 것 아닌데 사람 속을 긁어버리는 그 미소에 나는 어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연기를 누가 잘했는지 어떻게 아냐고. 노래방처럼 노래 점수 메겨주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관객들이 투표를 해주는 것도 아닌데.”

“······웅? 그게, 그러니까.”

“아니다, 됐다.”


내가 5살짜리한테 뭘 하는 거야.


얼마 남지 않은 대본의 페이지를 넘겨, 오늘 연습할 파트의 대사들을 전부 머리 안에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은찬이 어째서 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내가 나의 연기를 하는 거지.


“준비 다 했니?”


자리에서 일어나 간이 대기실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에서 나오자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유설아가 내게 물었다.


“네.”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가자.”


오늘 대본 리딩을 하는 장소는 대학교다. 엄마인 『정사랑』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 혼자 집에 있어야 할 『임하은』이 『정사랑』이 다니는 대학교에 놀러왔다가 길을 잃고, 『정사랑』이 길을 잃은 『임하은』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모성애를 조금씩 자각하는 장면.


“그, 저기 잘 지냈니?”


촬영이 진행될 장소를 확인하고 대본을 보며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설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네? 아, 네. 누나는요?”

“나도 잘 지냈어.”

“다행이네요.”

“응.”


유설아의 대답에 대화가 끊겼다.


음,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유설아 이 사람 나하고 친해지려 하는 건 좋은데 다름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다.


연기 하나는 정말 잘 하는데 말이지.


“저기, 그. 연우야.”

“네?”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무섭냐고?


고개를 들어 유설아를 바라본다. 현, 20대 여배우들 중에 제일 잘 나가는. 그 정하늘의 뒤를 이을 여배우가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여배우답게 유설아의 얼굴은 정말 예뻤다.


그것도 단순히 예쁜 게 아니라,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예쁘다. 마치, 고급 명품 브랜드처럼. 다만, 너무 화려한 탓인지 조금 차가운 느낌이 있기는 하다.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그러나 그 뿐.

그게 무섭지는 않다.


“그래? 신기하네.”

“뭐가요?”

“다른 아역배우 애들은 다 나를 무서워하거든.”


첫 만남부터 꼰대짓을 하던 소란이나 갑자기 라이벌이라고 말을 하던 하은찬이? 배우 짬밥 좀 어느 정도 되는 애들이 유설아를 무서워하다니.


“그게 다 아직 애들이 어려서 그래요.”

“으, 응?”

“어리니까 겉으로만 판단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내 말에 유설아는 굉장히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5살짜리 애가 갑자기 다른 애들한테 어려서 그렇다고 말을 하니 당황스럽긴 하겠네.


“그래? 그, 고마워. 연우는, 어른스럽네.”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아, 스태프가 불러요. 가요, 엄마.”


연습을 위해 그리 말한 나는 유설아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런 내 손을 붙잡은 유설아는 참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따라왔다.


뭔가 관계가 바뀐 느낌이 드는데.

친해지기만 하면 되니까 상관없겠지.




§




“······후아,”

오늘의 대본 리딩을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의자에 몸을 기댄다.


“힘들었지?”


그런 내 모습에 김미연 실장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이 대본 리딩이 힘들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힘들다. 이게 연기만 신경 써도 굉장히 피곤한데 대본 리딩 현장에서 연습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자꾸만 나만 찾아와서 더 힘들다.


아니, 진짜로.

다른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라니까?


뭐만 하면 하은찬은 ‘내 연기 봤어?! 엄청 잘했는데!’ 라고 말하며 달려오지를 않나. 소란은 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틈만 나면 내 옆에서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엄마 역을 맡은 유설아마저 내가 촬영 현장에 오면 나만 찾는다. 그 때문에 아주 매우 정말 굉장히 힘들다.


내가 보모야?

보모냐고!


“그게 다 연우가 인기가 많아서 그래. 어쩔 수 없잖아. 인기인의 숙명인 걸? 하늘이도 어릴 때부터 늘 사람들이 찾아왔거든.”


그런 나의 하소연에 김미연 실장님은 그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정하늘도 그랬다고?

그러면 이것도 유전이야?


“으으음.”


정하늘을 닮은 건 내게 있어서 좋은 이야기지만, 사람이 꼬이는 이런 귀찮은 유전자만큼은 원하지 않았는데.


“너무 그러지 마. 연우는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고 축복이니까. 그 사람들이 나중에 연우를 많이 도와줄 거야.”


유설아는 모르겠지만, 하은찬하고 소란이?

나를?


오히려, 내가 도와줘야 할 거 같은데.


“자, 도착했다. 이모는 주차하고 갈 테니까 연우는 먼저 집으로 들어가.”

“네~”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차는 집에 도착했고, 김미연 실장님의 도움으로 차에서 내린 나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집의 문을 열고 그리 말하며 머릿속으로 촬영 일자를 생각한다. 대본 리딩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제법 지났고, 스태프분들이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슬슬 기자들과 카메라를 불러서 마지막 대본 리딩을 진행하겠네.


그리고 그러면 이제 촬영인가?


“연우 왔니?”


드디어 촬영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두근거리고 있는데, 평소와 달리 장난기 가득한 정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연우야, 잠깐 거실로 와볼래?”

“? 네.”


정하늘의 목소리에 천천히 거실로 향한다.


그런데 거실이 평소와 달랐다. 평소에는 정하늘만 앉아 있던 커다란 쇼파에 다른 사람, 그것도 듬직한 남자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털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집에서 선글라스를 쓴 그 남자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이, 사람이 어째서 여기에?


“아, 아빠?”


아니, 정하늘한테 진임석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금방 올 줄은 몰랐는데! 외면만 보면 이게 영화 감독인지 아니면 마피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진임석의 모습에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는데.


“그래. 아빠다. 늦었구나.”


유감스럽게도 진임석이 움직이는 게 먼저였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진임석은 순식간에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동자의 나는 침을 꿀꺽, 삼키다가.


체념한 채, 지금 상황을 받아들였다.


“우리 아들!! 그렇게 늦으면 어떡해! 그러다가 무서운 사람이 우리 아들 납치하려면 어떡하려고!”


부드러운 정하늘의 품과 정 반대의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진임석의 품. 그 품안에 갇힌 나는 내 피부에 얼굴을 부비는 진임석의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맞아, 우리 아들 연기한다며? 하늘이랑 연기 연습도 하고? 좋아! 앞으로 이 아빠가 그 모습 전부 촬영도 해주고 연기를 할 때 생각해야 할 것도 전부 알려줄게! 아빠도 같이 연습할 생각하니 좋지?”


이상할 정도로 좋은 진임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진임석의 품에서 종이인형처럼 나풀거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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