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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45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8.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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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
추천
33
글자
11쪽

EP1. Spotlight.

DUMMY

#3.

어린 나이에 핸드폰을 하면 안 좋다는 이유로 TV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지 않는 정하늘이지만. 그래도 하나 자유롭게 허락해준 것이 있다면.


바로, 노래다.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것처럼. 정하늘도 내게 노래만큼은 자유롭게 허락을 해주었다.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할 때는 옆에서 노래를 불러줬으며, 걷게 된 이후로는 집에 설치한 스피커들을 통해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 중 상당수는 정하늘이 불렀던 노래거나, 나를 위해 새로 만든 곡들이었지만. 가끔씩 정하늘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의 곡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현시우의 노래도 그 ‘가끔씩’에 포함되는 노래다. 정하늘의 노래가 사람을 포근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노래라면, 현시우의 노래는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노래였다.


분명, 노래 자체가 엄청 특별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타고난 음색이 사기라 그런지. 노래를 듣다 보면 온갖 생각들이 들고 가슴이 아파져오는 그런 느낌?


“너, 설마. 뮤비에 연우 출연 시킬 생각은 아니지?”


예전에 들었던 현시우의 노래를 떠올리고 있는데, 정하늘이 현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살짝, 날카로운 그 목소리에 현시우는 콧노래를 부르다가 능청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뭐. 연우 정도면 솔직히 웬만한 아역 배우들보다 예쁘게 생겼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안 돼.”

“아앙, 언니. 왜.”

“얘는. 연우가 뮤비에 출연을 해 봐. 당연히 사람들이 쟤는 누군데 저리 예쁘게 생겼냐고 난리를 칠 텐데. 어, 그러다 내 아들인 거 알려지면? 사람들이 연우를 가만히 내버려둘 거 같아? 바로, 기획사고 뭐고 난리가 나서 연우만 찾을 텐데!”


······우와.

진짜 깬다.


호들갑을 떠는 정하늘의 모습에 나와 현시우는 동시에 깬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내 얼굴이 정하늘을 닮아서 곱상하게 생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 팔불출이잖아.


“으응, 아니. 확실히 연우가 예쁘게 생긴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까진, 음. 아닌가? 어쩌면 그럴 수도······.”


틀렸어.

이쪽도 제정신은 아니야.


“에휴.”


둘의 호들갑에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현시우가 나를 꽉하고 껴안는 바람에 일어나지 못했다.


크윽, 예전 같으면 이 정도는 뿌리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 외모에 언니 아들인데. 이대로 아무것도 안 시키려고?”

“그건 내가 선택할 게 아니라 연우가 선택할 문제지. 나는 연우한테 강요하고 싶지 않아. 내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연우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


아주 잠깐, 슬픈 표정을 짓던 정하늘이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전 생에선 받아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사랑에 괜히 고개를 숙인다.


처음 받는 사랑도 아닌데.

뭔가 굉장히 부끄럽단 말이지.


“그런데 연우 아역배우 하고 싶어 했다며.”“그때가 3살이었잖아. 그때는 안 되지. 어려도 너무 어리잖아.”

“그러면 이제 곧 6살인데. 지금은? 연우가 하고 싶다면 시켜줄 거야?”


예상하지 못한 현시우의 말에 번뜩 고개를 들어 정하늘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아역배우를 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면 시켜줄 거냐고?


만약에, 그렇다면.

나야 당연히 하고 싶지!


배우로서의 꿈은 포기한 적이 없다. 정하늘이 안 된다고 말한 뒤로도, 언제든지 아역배우로서 데뷔할 수 있도록 매일 조금씩 몰래 몰래 연기 연습을 해왔다.


“으음.”


설레는 마음으로 정하늘을 바라보자, 정하늘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입술을 우물거리며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우가 하고 싶다면. 시켜주고 싶기는 한데. 내년부터 유치원 입학도 해야 하고······.”

“그렇게 고민이 되면, 바로 배우를 시키는 것보다. 내 뮤직비디오에 출연을 시켜서 맛만 보게 하는 거지. 이번 신곡 뮤비에는 스토리도 있어서 어느 정도 연기도 해야 하니까. 시켜도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현시우가 입을 열 때마다, 정하늘의 귀가 쫑긋거린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현시우를 응원했다. 잘한다, 현시우! 최고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현시우의 모습 중 오늘만큼 멋있었던 날이 없다.


“연우야. 연우는 어떻게 하고 싶어?”


대답을 하지 못하는 정하늘의 모습에 무서운지 현시우는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건, 그야말로 최고의 토스였다.


골 앞에서 아주 절묘하게 해준 패스.


“해보고 싶어요!! 이모 도와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결정 골을 넣는 건 내 몫이다.


“으으음. 정말이지.”


내 말에 정하늘은 천장을 한 번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일단, 그렇게 말하니 오빠랑 이야기는 해볼게. 나 혼자 정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으니까.”


크윽, 완전히 넘어간 건 아니었나.


그래도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을 하던 예전보다는 훨씬 괜찮은 대답이다. 정하늘의 대답에 현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내게 속삭였다.


“잘 됐네, 연우.”

“응!”

“그러면 있잖아, 오늘 저녁에······.”


현시우의 속삭임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응! 갈래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야심한 시간.


잠에서 깬 나는 눈을 뜨는 대신 숨을 죽인 채,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조용한 침묵 속 들려오는 색색-, 거리는 숨소리.


그 숨소리를 들은 나는 번뜩, 하고 눈을 뜬 뒤에 옆에 누워 있는 정하늘을 바라보았다.


“으음.”


좋아.

완전히 잠들었어.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 정하늘의 눈앞에서 몇 번 손을 흔들어 본 뒤에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면서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기 시작한다.


끼이익-.


평소엔 조용한 문소리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심장이 다 철렁거렸다. 혹시, 이 소리를 듣고 깨지는 않을까 싶어서 정하늘을 확인해보니 다행스럽게도 일어나진 않았다.


후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은밀하게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간다.


목적지는 1층에 있는 게스트 룸.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게스트 룸으로 간 뒤에, 그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살짝 문이 열리더니, 현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암구호는?”

“······시우 누나 예뻐요.”

“좋아. 우리 연우가 맞네.”


만족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이 암구호 놀이 계속 해야 해요?”

“왜 스파이 같고 재밌잖아.”


세상 어느 스파이의 암구호가 ‘시우 누나 예뻐요’ 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금 중요한 스파이 놀이가 아니니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단 하나.

오랜만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러면 이따 저녁에 누나랑 연기 놀이 할까? 그거 잘하면 언니가 결정하는데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잖아.


아까 현시우가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싱글벙글 웃는다.


대충,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정하늘한테 보여주려는 게 현시우의 계획인 거 같은데. 참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연기를 한다는 부분이 매우 훌륭하다.


“으음, 지금 당장 마땅한 대본이 없네. 뭐, 대사 얼마 없으니까 그냥 간단한 대사만 하면 되겠지?”


가방을 뒤적거리던 현시우는 내게 아주 얇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정말 간단한 지문과 대사 몇 줄이 써져 있는 그 종이를 바라보며 현시우에게 묻는다.


“이게 다에요?”

“응.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가 아니라! 너무 적잖아. 이걸 누구 코에 붙여! 오랜만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부푼 가슴이 실망으로 쪼그라든다.


“카메라는 여기 설치하고. 으음, 연기는. 연우야. 언니, 그러니까 엄마한테 연기 연습을 배웠다거나 한 적 없어?”

“없어요.”

“흐음, 그러면 일단 대사만 읽어보자. 정 아니다 싶으면 대사는 전부 빼버리면 되니까. 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카메라에 얼마나 잘 나오는지니까.”


이 얼마 안 되는 대사마저 빼버린다고?

현시우는 악마인가?


“나 할 수 있어요! 잘 할 자신 있어요!”

“응? 뭘?”

“대사 읽는거요! 잘해요!”

“그래? 그러면 해보자.”


내 말에 현시우는 핸드폰을 삼각대에 설치하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거, 쥐뿔도 안 믿는 표정이구만?


하긴, 연기 연습도 해본 적 없는 애가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면 믿음이 갈 리가 없지. 하지만 그건 평범한 애들한테나 통용되는 말이고.


나는 다르다.


비록, 10년 차 밖에 안 된데다가 분량이 많지 않은 조연 배역만 맡은 나였지만. 그래도 10년 동안 배우로서 살아왔다.


거기다가 다시 태어난 뒤로도 혼자서 몰래 몰래 연습을 해왔고.


“자, 준비 다 됐으면 말해?”


핸드폰을 카메라 모드로 설치한 채, 나를 바라보는 현시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한다.


일단, 가장 먼저 대본을 읽어서 설정부터 파악한다. 몇 안 되는 지문에 적혀 있는 설정. 엄마라고 부르는 어린아이, 그런데 사실 어린아이가 아니라 치매 걸린 아빠 였다는 반전.


치매.


무서운 병이라는 건 알지만, 딱 그 뿐이다. 그게 정확히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치매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기억한 적 없는 어린아이.

대본에 적혀 있는 지문에서도 그걸 바라고 있겠지.


“거기, 그 적혀 있는 아빠, 라는 밑에 있는 대사 있지?”

“이름 부르는 장면이요?”

“응. 거기부터 해보자.”


대뜸, 어려운 장면을 요구하는 현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감정을 다잡는다. 기억을 잃었어도 잊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름.


시우.

내 딸.


내가 사랑하고, 사랑하는 내 딸.


“준비 다 됐어?”

“네.”


감정을 다 잡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숨을 크게 내뱉었다가, 크게 내쉰다. 치매를 걸려 머리는 어린이지만. 몸은 어른이니까. 허리는 구부정하게 무릎도 살짝 굽히고.


“그러면 시작한다. 여기 바라보면서 말해.”


카메라를 바라본다.


아니, 카메라 너머에 있는 현시우를 바라본다. 지금 내 감정을 전달하는 상대는 카메라 너머에 있는 관객이 아닌, 현시우니까.


관객은 내가 현시우한테 내뱉은 감정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러니 카메라가 아닌, 현시우를 살짝 올려다 본다.


─이거 좋아하지?


여기까지는 어린아이 시점.

하지만 이후로는 어린아이가 아닌, 아빠로 돌아가야 하니까.


─시우는 이거 좋아했잖아.


어린아이가 친구한테 말하는 느낌이 아니라, 아빠가 딸에게 친구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느낌. 치매로 기억을 잃었어도 단 하나 남아있는 그 이름.


정하늘이 내 이름을 부를 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그렇지, 시우야?


그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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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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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1. Spotlight +2 24.09.02 796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9 36 9쪽
» EP1. Spotlight. +2 24.08.29 1,090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5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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