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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35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04 20:27
조회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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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9쪽

EP1. Spotlight.

DUMMY

#8.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진연우를 바라보던 대표와 이사는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흐음.”


처음 손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방방 뛸 땐, 애매한 콧소리를 내었고.


“호오, 저걸 저렇게.”


혼자 침대에 누워 있을 때는 흥미롭다는 듯이 콧소리를 내었다.


“연기가 굉장히 좋군.”

“눈빛이 좋아요. 쓸쓸한 눈빛이 빡, 나오잖아요.”

“화면빨도 굉장히 잘 받는 편이고.”


그리고 거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현시우를 기다리는 장면을 촬영한 땐, 결국 참지 못하고 감탄을 내뱉으며 칭찬을 입에 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방 뛰면서 해맑은 미소를 짓던 아이와 동일인물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쓸쓸한 얼굴.


과장을 조금 해서 말하면,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매력적인 얼굴과 구도였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기도 나쁘지 않고, 비주얼도 괜찮은 게 아주 제대로네요.”

“그러게 말이야. 카감이나 PD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사람들인데 NG 한 번 안 내고 기특하군.”

“울거나 힘들다고 칭얼거리지도 않고요. 애가 굉장히 어른스럽네요.”


거기다가 촬영 하는 내내 칭얼거리는 모습을 한 번 보이지 않고 어른스럽게 촬영이 임한 진연우의 태도는 이사와 대표들에게 호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지금 보니 얼굴이나 분위기도 배우 느낌이 나는 게, 아마도 아역 배우 연습생이었나보군.”

“역시, 시우가 보는 눈이 있기는 해요.”

“그러게 말이야. 걱정 많이 했는데 아주 딱 맞는 배우를 구했어.”


그쯤 되자, 대표와 이사는 진연우와 현시우에 대한 칭찬을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게 생긴 아이가 연기까지 잘하니, 둘 입장에선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촬영이자 가장 중요한 장면을 촬영하는 시간이 다가왔고.


“이 장면, 굉장히 어려운데 연우가 괜찮을까?”

“음, 연우라면 그래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대표와 이사, 둘은 그 작은 손과 발을 움직이며 촬영을 준비하는 진연우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제 진연우를 부정적으로 봤냐는 듯이 둘은 진연우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여튼, 저 아저씨들.’


그런 둘의 대화를 엿듣던 현시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지었다. 처음 진연우를 추천할 때만 하더라도 온갖 반대를 했으면서 지금은 진연우의 매력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연우가 좀 귀엽기는 하지.’


뭐,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냥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인데. 연우는 그 어린아이들 중에서도 조금 특별하니까. 어른들이 순식간에 빠져드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진짜 연우의 매력은 얼굴이 아니란 말씀.’


연우의 얼굴은 분명, 특별하지만. 연우가 가진 진짜 매력은 얼굴이 아니다. 다른 아역 배우들에게 없는 오직 연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


그건 이제 곧 볼 수 있을 거다.


“준비 됐지, 연우야?”


그 장면을 보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하며 현시우는 연우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우의 대답에 현시우는 PD에게 촬영의 재개를 부탁했고. 그렇게 놀이터에서 진행하는 오늘의 마지막 촬영이자 가장 중요한 촬영이 시작되었다.


살짝 어두워진 시간,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과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주는 공허함. PD가 카메라 감독과 함께 한참을 이야기해서 선택한 가장 완벽한 장소와 구도.


그곳에 진연우가 섰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카메라를 등지고 있는 현시우를 바라본다.


─이거 좋아하지?


해맑은 미소와 천진난만한 눈동자.


무해한 그 연기에 대표와 이사는 물론이고, 카감과 PD까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허나, 놀라진 않았다.


지금 보여주는 연기가 그리 어려운 연기도 아닌데다. 저 천진난만한 연기는 오늘 하루 종일 보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 부터다.


기억을 잃은 어린아이가 아닌,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는 아버지로 변하는 순간. 그 순간을 얼마나 잘 표현할 것인가.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은 걱정과 기대가 섞인 시선으로 진연우를 바라보았고.


─시우는 이거 좋아했잖아.


진연우는 그런 시선들 속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


그리고 그 연기에 PD는 놀라서 진연우를 바라보았다. 진연우가 연기를 제법 한다는 이미 알고 있었던 PD지만, 지금의 연기는 그런 PD조차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로 그 수준이 대단히 높았다.


‘표정이 변했어.’


가장 먼저 호흡을 한 번 내뱉어, ‘어린아이’의 끝을 알리고. 그 내뱉은 숨을 새로운 숨으로 채우면서 눈빛이 변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눈동자에서, 어른스러운 눈동자로. 깊고 그윽하며. 다정하고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눈동자.


그 눈동자로 진연우는 올려다보던 현시우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고개가 아닌 눈동자를 밑으로 내리면서 지금 이 순간, 연장자가 누구인지 보여준 것이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데 목소리 톤은 물론이고, 말투까지 어른스럽게 바뀌었다. ‘나 이제 연기해요, 변할게요!’라고 말하는 변화가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


‘무슨 어린 아이가.’


시선 처리와 대사 처리, 거기다 표정 연기까지. 연기 경력이 없는 아역 배우의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준 높고 능숙한 연기에 PD는 입술을 씹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는 건 일렀다.


─그렇지, 시우야?


이어지는 대사에 공기가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다던가, 분위기가 바뀐 건 아니다. 그저, 진연우가 보여주는 감정선에 현시우가 울컥한 것뿐이다.


─아.


현시우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하고 떨렸다.


저번 연습을 할 때와는 달랐다. 그때, 진연우의 목소리에선 다정함과 사랑스러움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현시우는 연기라고 생각해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진연우의 목소리에선 다정함과 사랑스러움 말고도 또 하나의 감정이 추가됐다.


미안함.


치매에 걸린 탓에 기억을 하지 못하고, 하나 뿐인 딸에게 짐이 되었단 사실에 느끼는 미안함. 그걸 진연우는 말끝을 흐리고 눈동자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는 걸로 표현했다.


그 미안해하는 진연우의 모습에 현시우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이거, 좀 힘드네.’


감정이 올라온 탓이다.


연기에 너무 몰입을 했는지, 아니면 진연우의 연기가 그만큼 뛰어난 탓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현시우의 감정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 빠.


미친 듯이 요동을 치는 감정에 현시우는 대사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아빠, 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을 뿐인데 감정이 더 격해진 탓이다.


이 노래는 현시우의 실화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 같아진 아버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노래로 쓴 것이다.


그렇기에.

이 노래만 들으면 아빠 생각이 나고 만다.


‘진정하자.’


울면 안 된다.


현시우는 이 뮤직 비디오를 신파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울지 않고 아빠를 보내주고 싶었다. 그걸 위해 현시우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며 진연우에게 다가가 진연우의 품에 안겼다.


따듯하고 작은 몸.


이제 겨우 5살인 어린아이라는 게 실감이 나는 그 몸에 현시우의 감정이 억제되려는 그 순간.


‘아.’


진연우가 현시우의 머리를 토닥였다.


부드럽게, 또한 특정한 리듬을 가지고. 애정이 느껴지는 그 작은 손길에 현시우는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건 안 될 지도.’


이어서 현시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아빠보다 훨씬 작은 손인데.

자신보다도 작은 몸인데.


이상하게, 아빠 생각이 났다.


‘울면, 안 되는데.’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던 현시우였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지 몰랐다. 그렇게 현시우는 자기보다 한참 작은 진연우의 품에 안긴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고.


진연우는 그런 현시우의 머리를 잠시 토닥여주다가.


─힘들지?


마지막 대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게 결정타였다. 우는 딸을 걱정해주는 아빠처럼 다정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현시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응.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현시우의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렸다. 감정이 주체되지 않는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우느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른을 연기하는 어린아이와 어린아이처럼 우는 어른. 그 기묘한 광경에 촬영을 구경하던 스태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울고 있는 현시우를 바라보았고.


“오케이!!!”


PD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큰 소리로 오케이 싸인을 외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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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4 33 11쪽
10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9 EP1. Spotlight. +2 24.09.05 613 36 10쪽
» EP1. Spotlight. +3 24.09.04 687 37 9쪽
7 EP1. Spotlight. +1 24.09.03 680 35 10쪽
6 EP1. Spotlight +2 24.09.02 795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8 36 9쪽
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5 47 10쪽
1 EP1. Spotlight. +5 24.08.28 1,651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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