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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39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8.30 21:21
조회
938
추천
36
글자
9쪽

EP1. Spotlight.

DUMMY

#4.

─이거 좋아하지?


처음, 진연우가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현시우는 살짝 놀랐다.


‘발성이 잡혀있네?’


목소리에서 위화감이 들지 않았던 탓이다.


연기를 해본 적이 없고, 배워본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처음 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 가장 많은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목소리다.


전문 배우들이 아닌 일반인들은 발성이 잡혀있지 않고, 톤도 일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목소리에서 위화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진연우의 목소리에선 아무런 위화감도 들지 않았다.


발성이 제대로 잡혀있다는 증거다. 거기다 톤도 일정한데다가, 나이치고 어른스러운 평소 진연우의 목소리와 달리 조금 더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라 뮤직 비디오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렸다.


‘하늘이 언니한테 배웠나?’


그러나 살짝 놀랐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저, 정하늘한테 배웠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을 뿐.


그런데.


─시우는 이거 좋아했잖아.


진연우가 다음 대사를 내뱉은 순간.


‘어?’


현시우의 표정은 바뀌고 말았다.


앞선 해맑고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아닌. 진연우의 본래 목소리에 가까운 목소리. 다정하고 따듯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움이 담긴.


─그렇지, 시우야?


그 목소리로 진연우가 현시우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어린아이인 주제에, 어린아이의 몸을 한 주제에. 어른인 양, 다정하고 따스한 눈빛을 한 채 현시우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그 눈빛에 현시우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려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만큼 진연우의 연기는 놀라웠다. 단순히 목소리가 변해서, 표정이 바뀌어서 놀라운 게 아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연우의 눈빛이.

자신을 부르는 진연우의 목소리가.

자신을 보며 짓고 있는 진연우의 표정이.


그 모든 게 애틋하고 따듯해서. 애정이 느껴져서. 정말로 기억을 잃었다가 되찾은 어른인 것처럼. 자신의 딸을 기억해낸 아버지처럼 느껴져 놀라운 거다.


“누나?”


진연우가 보여준 연기에 현시우가 놀라고 있는 그때, 진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현시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진연우를 바라보았다.


“제 연기 괜찮았어요?”


괜찮았냐고?


현시우는 가수다.

배우가 아니다.


그렇지만 연기를 배운 적이 있고, 지금도 연기에 뜻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진연우가 보여준 연기가 얼마나 놀라운 건지 알 수 있다.


‘이건, 절대로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아이의 실력이 아니야.’


그리 생각한 현시우는 연우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고는 연우의 이름을 불렀다.


“저기, 연우야.”

“네?”

“연우, 정말로 연기 배운 적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발성이 저렇게 제대로 잡혀있다고? 호흡은 또 어떻고? 눈빛은? 태어날 때부터 연기를 배웠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는 실력인데 심지어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이 안 돼.’


그건 말이 안 된다.


“아뇨, 없어요.”


그런데 진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현시우는 숨을 삼키고는 말했다.


“없어? 하늘 언니, 그러니까 엄마가 연기 알려준 적 없어?”

“네. 없어요.”

“형부, 아니. 아빠는?”

“아빠도 알려준 적 없어요.”

“그러면, 방금 연기 어떻게 한 거야?”


현시우의 질문에 진연우는 잠시 현시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계획을 위해선, 앞으로를 위해선 여기에서 대답을 잘 해야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타고난 천재처럼.


“엄마 따라했어요!”

“하늘이 언니를 따라했다고?”

“네! 그, 부모가 자식한테 하는 말이어야 할 거 같아서요.”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말한 진연우는 웃어보였다. 본인이 생각해도 아주 그럴 듯한 말이었다. 현재, 진연우의 세상은 정하늘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진연우의 말에 현시우는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언니를 따라했다고?’


연기를 해본 적은커녕, 배워본 적도 없는 애가 그걸 그렇게 자연스럽게 따라했다고? 평범한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혼자 생각해서?


“잠깐. 잠깐만.”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짓던 현시우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진연우는 현시우를 빤히 바라보았고.


“언니!!! 언니!! 잠깐 일어나 봐!!!”


갑작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가며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현시우의 모습에 진연우도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언니!! 이거 봐!!”


그런데 키 170이 넘는 현시우와 달리, 이제 겨우 110 밖에 되지 않는 진연우는 도저히 현시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특히, 계단에서 속도 차이가 아주 많이 났다.


“언니!!”

“시끄러! 지금이 몇 신데! 연우 깨면. 연우? 연우야?!”

“언니! 연우 연기 시켜야 해!”

“연우야? 어디 갔어!”

“언니 연우 연기 시켜야 한다니까!!”

“연우야!”


짧은 다리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던 진연우는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저기에 없는 건 예상외지만.’


그래도 일단은.

계획대로.




§




현시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해 정하늘을 설득하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하나의 계획을 짰다. 그게 뭐냐면 연기의 천재 같은 모습을 보여서 연기를 시킬 수밖에 없네,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명, ‘우리 아이가 천재였어요.’ 계획.


그래서 그걸 위해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어린아이가 할 수 없는 수준의 연기를 했으며, 타고난 천재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말을 했다.


그러자 현시우가 계획대로 호들갑을 떨면서 정하늘을 깨우러 가긴 했는데.


“너는 얘가! 연우랑 놀 거면 나한테 미리 이야기를 하던가 했어야지! 자는 사이 몰래 놀러 오라고 그러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왜 이렇게 된 거지?


“······아니, 그게. 그, 원래 어릴수록 몰래 하는 게임 이런 거 좋아하니까.”


화가 잔뜩 난 정하늘의 목소리와 정 반대로 기어 들어가는 현시우의 목소리.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의 모습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처량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현시우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이 30 먹고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다니.


“그러다가 나쁜 사람이 연우한테 엄마 몰래 놀까, 하고 데려가면? 지금 여긴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내년에는 유치원 다녀야 하는데!”

“그, 연우는 똑똑하니까 그 정도는 분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 어린애잖아.”

“그건, 응.”


할 말이 없는지 현시우는 입을 다물었다.


정하늘이 하는 말이 정론인데다,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로서 하는 말이라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나 보다. 그 처량한 모습에 정하늘한테 안긴 채 고개를 젓는다.


어쩔 수 없지.


“엄마, 화내지 마. 화내면 싫어.”


이번만 도와주자.


“연우야, 무슨 소리야. 엄마 화 하나도 안 났어.”

“정말?”

“응. 정말. 화 하나도 안 났어!”

“응, 좋아.”


언제 언성을 높였냐는 듯이 활짝 웃는 정하늘의 모습에 살짝 공포를 느끼면서도 정하늘을 안아준다. 내가 하는 행동에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들 지경이지만 그래도 현시우의 도움은 필요하니까.


정하늘을 안아준 채, 현시우를 바라보자 현시우가 눈으로 고마움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별 거 아니라고 대답을 해주는데 정하늘이 물었다.


“그래서 연우 연기 시켜야 한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 그거! 내가 그 연우한테 연기를 좀 도와달라고 그랬거든? 그 뮤직 비디오 그거 때문에.”

“그건 내가 오빠랑 이야기해본다고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궁금하잖아. 언니 아들인데 연기도 유전이 되나, 하고.”


궁색한 현시우의 변명에 정하늘은 한숨을 내뱉었다.


“연기에 재능이 중요하긴 한데. 그것도 배워야 가능한 거지. 연우는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어.”

“그래, 나도 그렇게 들어서 그냥 이미지만 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이거 봐!”


이때다 싶어서 무릎을 풀고 일어난 현시우는 아까 나를 촬영하던 핸드폰을 꺼내 정하늘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었다.


─시우는 이거 좋아했잖아.


영상 속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대사를 내뱉는 내 모습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으음, 역시 내가 생각하던 연기하는 내 모습하고 조금 다르네.


연기를 할 때는 엄청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한 영상을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이래서 카메라 테스트를 해야 한다니까.


“이게, 연우가 한 연기라고?”

“그래! 연우잖아.”

“심지어 디렉팅도 하지 않았는데, 이거 연우가 혼자 판단해서 연기한 거야!”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되는 거 아는데! 진짜야, 그래. 연우한테 물어 봐!”


현시우의 말에 정하늘은 의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내 눈을 마주보더니 웃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연우야. 이거 정말 누나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연우가 알아서 생각하고 한 거야?”


정하늘의 질문에 나는 웃는 얼굴로 활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했어요!”


그러니 연기 좀 시켜다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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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1. Spotlight. +1 24.08.30 939 3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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