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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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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43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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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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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 2. 얘가 걔야?

DUMMY


14.

【그 해, 그 때에.】의 스튜디오가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회의실. 【그 해, 그 때에.】의 첫 번째 대본 리딩이 진행 될 그 회의실의 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내뱉는다.


“왜 연우야? 긴장 되니?”


그런 내 모습에 김미연 실장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긴장, 되냐고?


“아니요.”


무려, 5년 만에 대본 리딩을 하는 거기는 하지만. 배우 활동을 하던 시절에는 정말 질릴 정도로 대본 리딩을 해왔다.


이게 사람들이 대본 리딩이라고 하면,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자들을 불러서 딱 한 번만 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모든 대본 리딩을 끝낸 뒤에 홍보를 위해 하는 일종의 이벤트에 가깝고.


원래의 대본 리딩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나 기자 없이, 촬영 현장 근처에 있는 공간을 임대해서 시도 때도 없이 진행하는 일종의 연습이다.


배우들끼리 합을 맞춰보고,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는 그런 연습. 세상, 어느 누가 실전 촬영도 아닌 연습 따위에 긴장을 하겠어?


“그러면 왜?”

“그냥, 지금까지 엄마와 했던 연습들이 떠올라서요.”


그래, 지금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내쉰 건 긴장이 돼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 준비를 했던 그 기나긴 나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말, 더럽게 힘들었지.


영화 촬영을 위해서 24kg를 찌웠다가 급하게 30kg를 뺐던 때도 있고, 배역을 위해 복싱 훈련을 받고, 마라톤 선수 역을 위해 매일 엄청난 거리를 뛰었던 경험도 있지만.


그때보다, 정하늘과 했던 본격적인 연습이 더 힘들었다.


못 하는 게 없는 『임하은』역을 완벽히 연기하기 위해, 매일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남는 시간에는 연기 연습을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우는 연습을 위해, 장면을 분석하고 매일 밤 직접 눈물을 흘려야했다. 과장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태어나서 흘렸던 눈물보다 정하늘과 연습하면서 흘렸던 눈물이 더 많았을 거야.


“연습이 많이 힘들었구나?”


내 말에 내 연습을 지켜 본 김미연 실장님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 손을 가볍게 잡은 뒤에 말했다.


“그래도 엄마는 연우가 잘 됐으면 해서 그런 거니까. 너무 엄마 미워하지 마.”


응?


“엄마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 거야. 엄마가 연우 얼마나 사랑하는지, 연우도 잘 알잖아.”


뭔가 김미연 실장님이 착각을 하는 거 같은데.


“엄마 안 미워해요.”


연습이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하늘이 미운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았지. 나를 사랑하고, 내게 뭐든 해주던 엄마 정하늘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대배우 중 한 명인 정하늘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

“네. 그런데 엄마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제법 오랜 시간 배우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습 마지막 날까지 정하늘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 없었다.


그게 조금 안타깝다.


“그, 그러니?”

“그래서 다음번에는 꼭 보여주려고요. 그러면 들어가요, 매니저 이모.”

“으, 응. 그러자.”


그래도 감은 조금씩 돌아오고 있으니까. 【그 해, 그 때에.】 촬영이 끝날 때면 인정을 받을 지도 모른다. 정하늘한테 배우로서 인정을 받을 때를 생각하며 힘껏 문을 열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임하은』 역을 맡은 진연우라고 합니다.”


인사가 끝나자 잠시, 숨 막히는 침묵과 함께 시선들이 쏟아졌다. 마치, 나를 평가하는 거 같은 그 시선에 당황하지 않고 꼿꼿하게 허리를 피려고 하는 그때.


“우와, 진짜 잘 생겼다.”


뭔가, 맥 빠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식하고 낸 소리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조롱인가 싶어서,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니 얼굴이 붉어진 게 조롱은 아닌가 보다.


“하하, 그러게. 소란이 말처럼 엄청 잘 생겼네.”

“맞아요.”

“네가 연우라고 하구나. 반가워.”


그리고 그 목소리에 분위기가 풀렸는지, 성인 배우들이 내게 다가오며 인사를 하였다. 배우들답게 화려하게 생긴 얼굴들을 바라보며 생긋,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내가 왜 그랬지?’


본격적인 대본 리딩을 시작하기 위해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은 유소란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난 바보야.’


나쁜 사람을 혼내주려고 했는데, 바보처럼 잘 생겼다는 말을 하다니.


‘이래선 안 돼! 소란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무리 얼굴이 잘 생겼다고 해도, 저 애는 치사한 방법으로 배역을 따낸 아주 나쁜 아이다. 다니고 있는 연기 학원 선생님이 말한 없어져야 할 기득권층!


‘그래, 얼굴에 홀리면 안 돼. 선생님도 말했잖아. 그리고 그냥 갑자기 봐서 놀란 거야. 다시 보면 그렇게 잘 생기지도······.’


그리 생각한 유소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바로 맞은편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본을 읽고 있는 진연우를 바라보았다.


‘······자, 잘 생겼네.’


다시 봐도 잘 생겼다.


눈은 크고 코는 높다. 속눈썹은 굉장히 길고, 피부는 얼마나 새하얀지 손가락으로 콕하고 누르면 다른 색으로 물들 것만 같다.


아역 배우 활동과 모델 활동으로 잘 생긴 아역 배우들을 제법 많이 만나 본 유소란조차 처음 보는 잘생김이었다.


“누나, 누나.”


유소란이 진연우를 힐끗 힐끗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 앉은 하은찬이 유소란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 유소란은 혹시라도 자신이 진연우를 쳐다보고 있는 게 들킬까봐,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으, 응. 왜? 은찬아?”

“쟤 연기 서투르면 내가 『임하은』역을 맡을 수 있을까?”

“으음, 그렇지 않을까?”

“좋아. 내가 뺏어야지!”


아무리 진연우가 연기를 개판으로 한다고 해도, 하은찬으로 주연이 바뀔 가능성은 턱없이 낮지만. 유소란은 동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불쌍한 은찬이.’


이미 한 번, 하은찬과 같이 촬영을 한 경험이 있는 유소란은 알고 있다. 하은찬의 연기력은 진짜다. 유소란이 다니고 있는 학원 선생님조차 하은찬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그런 연기력을 가지고도, 치사하게 잘생긴 아이 때문에 주연의 자리를 뺏기다니.


‘그래, 정신 차려야 해.’


하은찬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 생각한 유소란은 마음을 다 잡았다.


‘얼굴은 은찬이보다 조금 더, 아니 조금 많이 잘생겼지만. 그래도 배우에게 중요한 건 연기력이니까!’


그래, 아역 배우라도 배우는 배우.

가장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배역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이야기는 나올 거야.’


그러면 정의 구현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유소란은 있는 힘껏 연기를 할 생각이었다. 대본 리딩 같은 연습을 할 때가 아닌, 진짜 본 촬영 때처럼 진심 100프로를 낸 연기를.


“자, 다들 반가워요. 제가 지금까지 맡은 작품 중 이렇게 평균 나이가 낮은 작품은 처음이네요. 그러면 바로 대본 리딩 시작할까요?”


때마침, 타이밍 좋게도 【그 해, 그 때에.】를 집필한 박소영 작가가 대본 리딩의 시작을 알렸다. 그 소리에 유소란은 재빠르게 대본을 넘겼다.


*


【거실, 방 안. 오후.】

【한가롭게 청소를 하던 정사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으로 나간다.】


정사랑 : 네~ 누구세···, 어머, 넌 누구니?

임하은 :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임하은이라고 해요! 나이는 5살이에요.

정사랑 : 임하은? 그, 무슨 일이니?

임하은 : (손가락으로 정사랑을 가리키며)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왔어요!!


*


【그 해, 그 때에.】 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자, 미래에서 온 『임하은』이 자신의 엄마 『정사랑』을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드라마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단순히, 시작을 알리는 첫 장면이라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등장을 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첫 인상이 많은 걸 좌지우지 하는 것처럼 드라마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등장하느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이미지가 잡힌다. 그렇기에 첫 등장에선 캐릭터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


‘『임하은』은 수상한 캐릭터. 비밀이 많은 캐릭터라고 했어.’


그걸 저, 진연우는 할 수 있을까?!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듯이 크게 눈을 뜬 유소란이 진연우를 지켜볼 때, 진연우가 갑자기 손을 들어 테이블을 두세 번 두드렸다.


톡톡, 톡-.


강하지도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힘으로 테이블을 두드린 진연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유소란은 눈을 찌푸렸다.


‘이제 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눈을 감아?’


긴장이 되는 건가?


‘저러면 안 되는데.’


이제 곧 유설아가 대답을 할 테고, 그러면 바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눈을 감다니. 눈을 뜨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유소란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유설아가 대사를 내뱉었다.


“네~ 누구세···, 어머, 넌 누구니?”


차갑고 도도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사랑스럽고 다정한 유설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진연우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마치, 보여주듯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임하은이라고 해요!”


거기까지 말을 한, 진연우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숨이 벅차거나, 호흡이 딸려서가 아닌. 의도적으로 호흡을 한 번 잡았다가 내뱉은 것이다.


‘어?’


그 연기에 유소란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아니, 유소란만이 아니었다. 지금 대본 리딩을 하기 위해 모인 배우들 전부 진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의도적으로 호흡을 잡았어?’


연기에 호흡이란 단순히 숨을 쉬는 게 아니다. 연기에서 호흡을 잡는다는 건 긴장감을 유발할 때 쓰는 일종의 테크닉이다.


그러니까, 지금 진연우는 일부러 대사 중에 호흡을 한 번 잡아 긴장감을 유발해 ‘수상함’을 연출한 것이다.


‘뭐지, 얘?’


진연우를 향한 배우들의 시선이 흥미로 변하였다.



작가의말

현재 연재 시간은 좀 고민 중입니다.

5시 20분? 6시 20분?

스읍..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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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2. 얘가 걔야? +1 24.09.11 478 28 10쪽
13 EP 2. 얘가 걔야? +1 24.09.10 504 32 11쪽
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5 33 11쪽
10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9 EP1. Spotlight. +2 24.09.05 614 36 10쪽
8 EP1. Spotlight. +3 24.09.04 687 37 9쪽
7 EP1. Spotlight. +1 24.09.03 681 35 10쪽
6 EP1. Spotlight +2 24.09.02 796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9 36 9쪽
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5 47 10쪽
1 EP1. Spotlight. +5 24.08.28 1,652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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