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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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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44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8.28 21:20
조회
1,652
추천
55
글자
8쪽

EP1. Spotlight.

DUMMY

#1.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보는 걸 좋아했다.


예를 들면, 소설책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이. 나와 연관이 없는 특별한 이야기를 체감할 수 있는 미디어들을 좋아했다.


그 순간만큼은, 지긋지긋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작품에 몰입할 때만큼은 답답하고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린 시절엔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봤으며,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난 뒤에는 영화와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같은 거에 몰두했다.


특정, 취향은 딱히 없었다.


로맨스, 러브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호러, 멜로, 무협, 판타지 기타 등등. 영화관에 걸리고 TV에서 방영하면 그냥 가리지 않고 다 퍼먹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으면 같은 영화를 몇 번씩이고 반복해서 봤다. 남들은 질리지도 않느냐고 물었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하나도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볼수록 새로웠다. 내가 보지 못한 구도, 연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며 영화를 즐겼고. 개중에는 50번을 넘게 본 영화도 있을 정도였다.


영화를 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영화표 값을 벌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거로도 만족이 안 돼서 알바를 하면서도 영화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대여점이나 DVD 방에서 알바를 했었다.


행복했다.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고, 내 인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나 글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너, 영화일 한 번 해볼래?”


그러던 와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사장님이 내게 영화 일을 추천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흘러가듯이 스태프 일을 시작했다.


일은 즐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괴로웠다.


취미가 일이 돼서 괴로운 건 아니다. 그 부분은 오히려 좋았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할 수 있었으니까. 괴로운 건 ‘일’이 내 욕망 때문이다.


TV나 영화관에서만 보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나도 하고 싶다.’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게 괴로웠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연기에 뜻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뜻이 있다면 감독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촬영 현장에서 한 배우의 연기를 보았을 때.


─내가, 나쁜 건가?


그 날, 내 꿈이 바뀌고 말았다.


단순 호흡 한 번, 숨을 한 번 내뱉는 걸로 촬영장을 장악한다. 긴장감, 서스펜스는 감독과 편집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배우의 호흡, 손짓, 아주 가벼운 눈짓. 그것만으로도 배우는 현장을 장악하고, 긴장감을 만든다. 거창한 연기가 아닌데도 배우는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는다.


그 모습을 제 분수도 모르고 동경했다.


감히, 자기 주제도 모르고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배우들을 향하기 시작했다. 안 된다는 걸 알아도, 참을 수 없었다. 일을 하는 내내 배우들을 바라보고 그 연기를 따라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24살이란 나이에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주변에 모두가 나를 말렸다.

그건 미련한 일이라고.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서 많이 본 게 전부면서 연기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모두가 내게 말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런 사실은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던 거니까.


그만큼, 연기에 매료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동안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보았던 게 도움이 됐는지,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던 게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내 연기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아니, 시작한 나이를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내 연기는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대한민국에 괜찮은 수준의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특별한 배우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만이 아닌. 배우로서 가진 매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 매력이 없었다.


매력.


너무나도 어려운 말이었다.


아무리 공부하고 연습해도 그 매력이 무엇인지, 잘 나가는 배우들과 내게 있는 그 차이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 얼굴? 연기 톤? 발성?

어쩌면 그 모든 걸 수도 있고.


유명한 연기 책을 정독해도, 관련된 논문을 찾아봐도, 심지어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봐도 그 놈의 매력이 뭔지, 어떻게 알아야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알 수 있던 건 내게는 그 매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뿐.


그래도 괜찮았다. 매력이 없다고 배우로서 살아갈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주연은 될 수 없어도 조연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 나는 조연이라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연으로 출연을 할 때마다, 주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옆에서 연기를 할 때마다, 질투와 열등감을 겪어야만 했다.


어째서, 나는 저 자리에서 설 수 없는 거지?

왜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거지?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데. 만족이 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하게 데뷔한 배우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의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을 할 때마다.


절대로 해결 할 수 없는 깊은 갈증에 시달렸다.


“좋은 연기였어요. 정말로.”


주연 배우들, 감독님들, 스태프들, 영화를 봐준 팬들에게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아도 타는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았다.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조연만을 연기하는 게 아닌.

주연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조연의 연기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조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연이라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도 누군가한테 어떻게든 차지하고 싶은 자리라는 사실 따윈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 소식을 들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을 뽑으라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감독의 신작.


내가 50번도 넘게 봤던 영화를 촬영한 감독의 신작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그 신작의 주인공이 ‘이미 한 물 간 배우’라는 설정을 들은 나는 들어오는 모든 작품을 거절하고 그 작품의 오디션만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연 배우만 반복하던 내가, 그런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될 가능성은 한 없이 낮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배역에 맞춰 살을 빼고, 머리를 기르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모든 대본을 외웠다. 보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내 이름을 부를 때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배역의 이름을 부를 때만 대답했다.


회사나 매니저는 위험하다 말렸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그만큼 간절했다.


마치, 지금까지 내가 영화를 좋아했던 건 이 순간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디션을 보는 날.


“아.”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바닥에 누워있는 거지? 이제 오디션을 보러 가야 하는데. 주변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두꺼운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그 소리에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이어서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죽을 것만 같은 그 고통에 나는 깨달았다.


‘아, 나 죽는구나.’


여기서 나는 죽는 거구나. 이대로, 허무하게. 주연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오디션조차 보지 못하고. 그 출발선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연기, 잘 할 수 있었는데.’


죽음을 앞둔 와중에도 연기 생각이나 하다니. 정말 내 인생에 연기 밖에 없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감았고.


“뜌땨, 뜌우땨이.”


뭐야, 이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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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 2. 얘가 걔야? +1 24.09.10 504 32 11쪽
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5 33 11쪽
10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9 EP1. Spotlight. +2 24.09.05 614 36 10쪽
8 EP1. Spotlight. +3 24.09.04 687 37 9쪽
7 EP1. Spotlight. +1 24.09.03 681 35 10쪽
6 EP1. Spotlight +2 24.09.02 796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9 36 9쪽
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5 47 10쪽
» EP1. Spotlight. +5 24.08.28 1,653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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