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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42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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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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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1. Spotlight

DUMMY

#6.

다시 태어난 이후로 줄곧,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면 조금 그렇지만.


연기 연습은 재미가 없다.


없어도 적당히 없는 게 아니라 정말 더럽게 없다.


딕션, 그러니까 발음 연습은 대본을 보며 또박 또박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고. 발성 연습은 어디서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연습을 하는 거며, 호흡 잡고 걷는 법은 설치 한 카메라 앞에서 호흡을 잡으며 걷는 연습을 하는 거다.


사실상, 어린 시절에 하는 말 하는 법과 걷는 법을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이런 연습을 해야 하느냐?


그건, 그냥 평범하게 말하는 것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목소리와 녹음기로 녹음해서 들어본 자신의 목소리가 다르듯이. 자신이 생각하고 연기하는 모습과 카메라로 촬영해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르다.


이 발성과 딕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혼자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다른 배우들과 섞이지 못한다. 그래서 처음 연기 학원에 등록한 배우 지망생들은 호흡을 잡은 채로 걷는 법과 말하는 법부터 배운다.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습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거 잘해도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내가 그것들을 전부 할 줄 안다는 것 정도?


전생에 배우였던 만큼, 기본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말을 할 줄 알고, 걸을 줄 알게 된 이후로 꾸준히 연기를 위한 발성과 호흡을 잡고 걷는 법을 연습해왔다.


내가 태어난 이후, 모든 활동을 쉰 채 내 옆에 붙어 있는 정하늘 때문에 연습을 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에 어느 정도 괜찮은 기본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면 기본기는 그냥 꾸준히 연습하면 될 테고.”

“운동은?”

“아직, 애기잖아. 무슨 운동이야.”

“음, 그렇기는 하네.”

“네가 아역 배우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아역 배우는 성인 배우하고 똑같이 취급하면 안 돼. 조연과 주연의 연기가 달라야 하듯이, 아역 배우랑 성인 배우의 연기는 다를 수밖에 없어.”


정하늘의 말에 현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둘이 말하는 운동은 몸을 만드는 의미의 운동이 아니라, ‘몸을 풀어주기 위한’ 운동이다. 액션 배우가 아니더라도, 배우들은 몸을 잘 사용해야 하니까.


“이러면 결국, 이론을 가르쳐야 하는데.”

“대본이랑 장면 보면서 분석하는 거?”

“응.”

“대본은 내거 쓰면 되고, 장면 보면서 분석은 TV로?”

“아니, 홈시어터 룸에 자료 많으니까. 그걸로 해야지.”

“그러면 뭐부터?”

“대본부터 해보자.”


정하늘은 현시우가 보고 있던 대본을 보더니 특장 장면을 복사해 내게 주었다. 그리고는 그 대사를 읽어보는 연습을 시킨 뒤, 그 대본에 들어갈 앞뒤 상황이나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대사를 말할 땐, 어떤 말투로 해야 할까? 강하게? 부드럽게?”

“부드럽게요. 대신, 말을 흘리듯이 끝내는 게 아니라 똑 부러지게!”

“왜?”

“마지막이 느낌표니까요. 거기다가 앞에 상황을 보면······.”


그리고 이 연습은 굉장히 재밌었다.


그 연기 실력을 인정받은 대배우인 정하늘은 대본 파악과 캐릭터 분석을 굉장히 잘했고. 내가 놓칠 수 있는 굉장히 사소한 디테일들을 최대한 친절하고 간결하게 설명해주었다.


특히나, 대본에서 점이 3개일 때와 6개일 때의 차이 같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주 잘 알려주었다.


“그러면 여기서 이런 말을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니지. 그러면 안 돼. 연기는 카메라 안에서만 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면, 카메라에서 벗어나잖아. 그러니까 이럴 때는, 일어나지 말고 고개만 드는 거야. 그 고개를 위로 올려다보면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거지.”

“손을 쥐는 것도 잊지 말고.”


거기다 대본과 카메라를 생각하면서 행동반경과 동선을 짤 때, 어떻게 해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카메라에 나올 수 있는 지를 알려주었다.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할 땐, 단순히 배역만 생각하면 안 돼. 늘 촬영을 하는 현장과 카메라 구도를 생각하며 여기서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카메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해. 그런 건 콘티에 나와 있으니까.”


현시우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본을 보고 연습을 해본다.


“그러면 여기서 이 장면은?”


카메라가 이렇게 있다고 친다면.


“무릎을 꿇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손을 내민다.”

“정답!”




§




“무릎을 꿇지 않고, 고개만 숙인 채 손을 내민다.”


진연우의 대답에 정하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연우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연우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아들, 잘해도 너무 잘해!’


너무 만족스러워서 그런 거지.


정하늘이 보기엔 지금 진연우의 습득력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 하나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한다.


심지어 지금 동선을 예측하면서 연습을 하는 건, 성인 배우들도 힘들어 하는 굉장히 고난이도의 연습인데. 진연우는 그걸 아주 제대로 해내고 있다.


“자, 연우야. 여기서 이 배우는 왜 울지 않았을까?”

“울지 않는 게 더 슬퍼서요.”“왜? 눈물을 보이면 더 슬플 텐데?”

“그냥 우는 것보다 저 눈물을 참아내는 게 더 슬프잖아요.”


그 뿐만이 아니라, 장면의 분석도 굉장히 잘한다.


물론, 아직 아이다 보니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거나, 디테일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핵심만은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연우, 진짜 장난 아닌데? 내 뮤직 비디오 촬영 끝나자마자 바로 오디션 봐도 되는 거 아냐?”


진연우가 보여주는 영특함에 현시우는 굉장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에 정하늘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봐도 그러니?”

“응. 연습이야 꾸준히 하면 되는 거고. 지금 솔직히 기본은 다 되어 있는 수준인 거 같아.”


현시우의 말에, 정하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연우의 재능은 대단하다. 물론, 성인 배우로 생각하면 부족한 점이 아직 많긴 하지만 ‘아역 배우’라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역 배우에게 향하는 기대치와 아역 배우가 수행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으니까.


“네 뮤직 비디오 촬영이 얼마나 걸리지?”

“길어봤자 4일 정도? 스토리 있다고 해도 4분짜리니 그리 길지는 않을 거야.”

“으음, 그러면 뮤직 비디오 공개는?”

“회사에선 최대한 빠르게 하자고 하니까. 길어봐야 한 달? 그 안에는 공개할 거야.”

시우가 미뤄준 덕분에, 뮤지 비디오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그리고 촬영이 4일. 공개가 한 달. 그 남은 시간을 계산하면 대충 한 달하고 반이다.


‘한 달하고 반.’


기본조차 배운 적 없는 연기 초보의 실력을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


하지만.


‘연우라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연우와 ’아역 배우‘라는 특수함을 생각하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연우야, 다 쉬었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자식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면.


정하늘은 귀신이라도 될 수 있다.




§




현시우의 새 앨범,

『Memento』


현시우의 4번째 정규 앨범이며, 무려 2년 만에 컴백하는 앨범이다. 그런 만큼 현시우는 정말 이를 갈고 준비했다.


최고의 프로듀서, 최고의 작곡가와 작사. 본인도 직접 작곡과 작사에 참여했으며. 심지어 정하늘의 도움도 받았다.


사운드를 위한 투자한 돈만이어도 가볍게 억 단위를 넘어가며. 당연히 뮤직 비디오에도 억이 넘어가는 금액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게, 정하늘의 뒤를 이어 솔로 여가수의 정상을 차지한 현시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시우의 소속사가 순전히 현시우의 격을 생각해서 그 정도 돈을 투자해준 게 아니다.


그만큼 회수를 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돈을 투자한 거다. 앨범 발매 전부터 역대급 홍보를 준비했으며, 제작 예정인 뮤직 비디오만 해도 무려, 3곡이다.


심지어 뮤직 비디오에는 온갖 유명한 배우들과 현시우 본인이 연기자로서 참가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뮤직 비디오라면.


단연, 선 공개곡이자 첫 번째 타이틀곡인 『기억의 밖.』의 뮤직 비디오.


이제는 고인이 된, 치매를 걸렸던 아버지를 보며 현시우가 직접 쓴 곡. 그런 만큼 내용도 치매를 걸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담긴 내용이다.


치매를 걸린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아역 배우와 돌아가시기 전 조금이지만 기억을 되찾은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원로 배우 중 한 명이 출연한다.


허나, 이미지에 적합한 아역 배우가 구해지지 않아서 계속 촬영이 미뤄졌는데. 현시우가 갑자기 아역 배우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이 아이를 출연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당연히, 회사에선 불만이 많았다.


이 앨범에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연기 경력이 없는 완전 쌩신인 아역 배우를 출연시키다니.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아이라고 해도 연기가 엉망이면 뮤직 비디오의 분위기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만을 표현하기엔, 현시우의 의지가 너무 강력했다. 『기억의 밖.』은 현시우 개인이 겪었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노래인데다. 현시우의 소속사가 사실상 현시우 한 명으로 성장한 회사다 보니 회사로서도 함부로 터치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뮤직 비디오가 망가질 걸 내버려둘 걸 지켜볼 수는 없기에. 소속사의 이사는 물론이고. 대표까지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에 참여했다.


아역 배우의 연기가 엉망이라면, 이사와 대표가 직접 나서서 현시우를 설득할 속셈이었다.


“누나, 괜찮을까요?”


높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트집을 잡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그 불편한 촬영 현장에 현시우의 매니저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고.


그 걱정에 현시우는 천천히 촬영 현장에 등장하는 진연우를 바라보았다. 정하늘을 닮아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


“응? 아, 걱정 할 필요 없을 거야.”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시우는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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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5 33 11쪽
10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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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1. Spotlight. +1 24.09.03 681 35 10쪽
» EP1. Spotlight +2 24.09.02 796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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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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