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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31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01 20:20
조회
885
추천
36
글자
10쪽

EP1. Spotlight.

DUMMY

#5.

야심한 새벽.


진연우가 잠든 걸 확인한 정하늘은 진연우가 깨지 않도록 소리를 죽인 채 조용히 침실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침실 바로 옆에 있는 서재에 들어가 푹신한 의자에 몸을 앉히고는 머리를 기댔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정하늘이 취하는 일종의 습관 같은 자세.


정하늘이 남편 진임석과 결혼해, 진연우를 낳은 게 어느새 5년. 이제 곧 6년 차다. 그 사이 힘든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힘든 일보다는 행복했던 일이 훨씬 더 많았다.


특히, 연우를 키울 때 힘든 일은 거의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틈만 나면 운다는데, 연우가 울기는커녕 보채거나 하지도 않았다.


‘걸음마도 빨리 떼고, 말을 배우는 것도 굉장히 빨랐지.’


그 뿐만이 아니라 뭔가를 사달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하지 않고, 한 번 말하면 그게 뭐든 바로 알아듣고 실천했다.


육아 난이도로 따지면, 최하.


거기다 정하늘을 닮아 사랑스러운 외모와 진임석을 닮아 허스키한 보이스, 누구를 닮았는지 어른스럽고 차분한 성격은 어른들에게 하여끔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너무 어른스러워서 탈이지만.’


가끔씩은 그 나이 대 어린 아이처럼 애교도 부리고 그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너무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다만, 어디까지나 조금 아쉽기만 할 뿐. 연우에게 불만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연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정하늘에게 행복을 준다.


그러다 보니 정하늘은 진연우를 키울 때, 그 어떠한 고민도 해본 적이 없었다. 고민을 할 것도,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연우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낯설었다.


“배우라.”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진연우의 말을 떠올린 정하늘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현시우에게 받은 진연우의 연기 영상을 재생했다.


자신을 닮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화면 안에서 움직인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다가 조금씩 표정이 변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어른의 눈으로 변한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 그 변화와 함께 시선처리마저 깔끔하다. 눈동자를 살짝 위로 올린 어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눈동자를 내려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분명, 화면 속에 시우가 없는데. 시우가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 연기를 해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어린아이가 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한 연기.


‘혼자 생각 했다고 했지.’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 모든 연기를 연우 혼자 생각해낸 거라고 한다.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 5살짜리 어린애가 혼자 생각해서 저런 디테일한 연기를 했다?


연기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만큼 믿기 어려운 말이다.


만약, 정하늘도 다른 아이가 그랬다고 한다면. 어린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자세하게 디렉팅을 받아 촬영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진연우는 정하늘의 자식이고.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진연우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사실을.


‘타고난 건가?’


재능.


예체능계라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당연히 연기에서도 재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혼자서도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준의 탑배우가 되기 위해선 정말 다양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영상을 보면, 진연우에겐 재능이 있다. 탑배우가 되기 위한 재능이 충분하고도 넘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탑배우라는 게 단순히 재능만으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정하늘과 진임석에게 있어서 도움을 주는 건 어렵지 않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영상을 시청하던 정하늘은 영상을 끄고는 인터넷에 들어가고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활동을 중지한 지 어느새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정하늘을 그리워하고 있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정하늘의 컴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당연히,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소수의 업계 사람들도 그녀의 컴백을 원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정하늘과 자식이 같이 출연시키자는 제안을 한 높은 사람도 있었다.


허나, 정하늘은 그 제안을 거부했다.


그런 곳에 나온다면 분명, 연우를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자신의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물어뜯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거기다가.


‘연예계는 너무 힘들어.’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사랑으로만 키우고, 사랑스러운 것만 보여주고 싶다. 연우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부모로서의 욕심이었다.


하지만 연우가 배우를 하기를 원한다면? 그걸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지켜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고 막는 건 부모로서의 이기심이 아닐까?


어린 시절, 억지로 아역 배우로 데뷔시켰던 자신의 부모처럼. 자신의 욕심 때문에 연우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건 아닐까?


“어렵네, 부모라는 건.”


정하늘이 그리 중얼거리고 있는 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머나 먼 타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남편, 진임석이 보낸 카톡이었다.


[남편]

-연우가 하고 싶다고 했으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진임석이 보낸 카톡에 정하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현시우가 잠들고 있는 1층 게스트룸으로 가서 그 문을 두드리고는.


“시우야. 연우 출연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하자.”


현시우를 향해 그리 말했다.




§




“연우야.”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다.


“우응.”


마음 같아선 조금 더 똑바로 말을 하고 싶은데, 아직 어려서 그런가. 제대로 신경을 써서 말을 하지 않으면 옹알이처럼 되어버린다.


“일어나야지?”

“으응.”


어우, 아직 어려서 그런가?


분명히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졸려 죽을 거 같아. 예전에는 하루 3시간씩 자고도 잘만 활동 했었는데.


“연기 하고 싶다며. 안 할 거야?”


연기?!


조금만 더 자면 안 되나, 하고 말을 하려다가. 정하늘의 입에서 나온 연기란 단어에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나 연기 할 수 있어?!”


얼마나, 놀랐는지 평소에 하던 존댓말이 아닌 반말로 묻고 말았다. 그만큼 설레고 기다렸던 일이기 때문이다.


“후후후, 그래. 맞아. 그러니까 앞으로 이 누나를 부를 때, 너무 예쁜 시우 누나라고 부르렴.”


내 질문에 대답한 건, 현시우였다.


갑작스럽게 끼어 든 현시우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 현시우를 바라보자, 현시우가 웃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어제 하늘이 언니하고 이야기를 해봤는데. 일단, 내 뮤직 비디오 출연부터 해보기로 했어. 바로 연기를 시작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될 테니까.”


현시우의 말에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 어린 애한테 오디션을 보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하지. 거기다가 현시우의 신곡 뮤직 비디오 출연이라면 홍보용으로 굉장히 좋을 테니까.


사실 마음 같아선 바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만. 서두르지 말자. 그러기엔 아직, 내게 부족한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연우야.”


연기를 하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데. 정하늘이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표정만큼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연우는 아역 배우가 하고 싶은 거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 보고 있으면 빠져들 거 같은 진주 같은 그 눈동자를 마주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를 하고 싶다.

배우가 되고 싶다.


그 날, 스태프로 일하던 촬영 현장에서 보았던. 호흡 한 번에 현장을 휘어잡은 그 배우처럼.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진심을 담은 내 대답에 정하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아, 알았어. 그러면 오늘부터 연기 수업을 해줄게.”

“엄마가요?!”


진짜로?

아니, 이건 예상을 못했는데.


이제 아역 배우들의 경우 보통 연기 학원을 다니니까. 나도 당연히 연기 학원에 등록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하늘이 직접 알려준다고?


“왜? 엄마는 싫어?”

“아뇨! 좋아요!”


싫기는!

그럴 리가 있나!


정하늘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의 여배우란 단순히 얼굴이 예뻐서 잘 나가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여배우를 말하는 거지.


예쁜 여배우나,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는 많지만. 혼자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배우는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정하늘은 그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고.


그런 만큼, 어중간한 학원보다 정하늘이 훨씬 더 잘 가르쳐 줄 거다.


“와, 진짜 언니가 직접 알려줄 생각이야?”


정하늘이 연기를 알려준다는 사실에 미칠 듯이 심장이 뛰고 있는데, 현시우가 놀란 목소리로 정하늘에게 물었다.


“그래야지. 내 아들인데.”

“그거 기대 되네. 뭐부터 알려주려고?”

“발성이랑 딕션, 또 호흡 잡고 걷는 법이랑. 카메라 테스트. 그리고 대본 보는 법이랑, 이제 장면 보면서 분석하는 법이랑 캐릭터 해석 하는 법.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알려줘야지.”


신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하늘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연우가 내 아들이 아니라, 배우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게 할 거야.”


나를 위하는, 애정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하늘의 손을 붙잡았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엄마라고 부르기는 솔직히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나를 이렇게 위해주고 사랑해주는 정하늘을 위해서. 그녀의 아들이란 칭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정하늘의 아들이 아닌, 진연우의 엄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자랑스럽고 좋은 배우가 될 거다.


그게 그녀가 내게 준 무한한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좋아. 그러면 밥 먹고 연습 시작해볼까?”

“네!”


그렇게 정하늘과의 연기 연습이 시작됐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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