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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34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12 18:31
조회
429
추천
26
글자
11쪽

EP 2. 얘가 걔야?

DUMMY

15.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다 그렇겠지만.

이 대본 리딩에도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웃음기나 장난기 하나 없는 한없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대본 리딩 현장이 있는가 하면, 연습을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대본 리딩 현장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해, 그 때에.】의 대본 리딩 현장 분위기는 후자에 가까운 편이었다. 딱딱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


“아역 배우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배우와 제작진들이 3명의 아역 배우-원래는 4명이나, 한 명은 불참했다-들을 위해 만든 분위기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는 만큼 너무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을 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롭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을 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지금 바뀌었다.


“나이는 5살이에요.”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헤실헤실 거리며 웃던 배우들이 지금은 정색을 한 채로 손가락을 쫙, 하고 편 채로 눈웃음을 짓고 있는 진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톤을 잘 잡았어. 아까 전 인사를 할 때는 아예 다른 톤이던데. 어린아이 연기를 위한 톤인가? 아니면 『임하은』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톤?’


아니, 정확히는 진연우의 연기를 평가하고 있었다.


‘기본기 자체가 탄탄한데? 연기를 제대로 배웠구만.’

‘몸은 아직 잘 못 쓰네. 아니면 그것도 의도한 건가?’

‘눈은 웃는데 입은 안 웃고 있잖아?’


진연우가 연기를 하면서 취하는 행동 하나, 언제 숨을 쉬는지, 발성, 발음, 심지어는 목소리 톤까지. 진연우가 대사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배우들이 평가를 고쳐나가고 있는데.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왔어요!!”


진연우가 기묘한 분위기의 목소리로 말했다.


손가락으로 대본 리딩을 하고 있는 유설아를 가리킨 채,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웃음을 짓기 위해 가늘게 뜨고 있는 눈은 또렷하게 뜬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해맑고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지만. 진연우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서 만들어낸 비대칭의 얼굴로 인해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


얼굴의 근육까지 사용하는 진연우의 연기에 가만히 지켜보던 박소영 작가는 참지 못하고 감탄사를 내뱉었고.


갑작스럽게 끼어든 그 감탄사에 대본 리딩을 하던 유설아와 진연우는 하던 연기를 멈췄다.


“어머, 죄송해요. 제가 방해를 하고 말았네요.”


연기를 멈춘 둘의 모습에 박소영 작가는 진심으로 미안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런 박소영 작가의 모습에 배우들은 아니라는 듯 고개나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에이, 아니에요. 마침 딱 장면 끝났는데요.”

“맞아요. 이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죠.”

“그렇지, 설아야?”

“네, 맞아요. 괜찮아요, 작가님.”


주연 배우이자 방금까지 대본 리딩을 하던 유설아까지 나서서 괜찮다고 말하자 박소영 작가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정말. 그, 제가 방해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연우 배우님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요. 감탄을 참을 수가 없었네요.”


변명을 하듯 말하는 박소영 작가의 말에 배우들은 공감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각자 한 마디씩을 더했다.


“맞아요. 연기 정말 잘 하던데요?”

“톤부터 시작해서 얼굴 근육까지 야무지게 잘 쓰던데? 아, 이거 나보다 잘 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

“그러니까요. 이거 우리 비교 당하는 거 아니에요?”


박소영 작가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하는 말이었다. 그 정도로 방금 진연우가 보여준 연기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뛰어났다.


“시우 뮤직 비디오를 봤을 때도 연기 참 잘 한다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보니 더 잘 하는데? 혹시, 연기 어느 학원에서 배웠어?”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정호수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진연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요? 선배님 자식도 배우 시키려고요?”

“에이, 그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크흠, 그래도 뭐. 연우만큼 연기 할 줄 알면 연기 시켜야 하지 않겠어?”

“아, 저는 자식이 태어나면 연우 연기 실력까지는 안 바라니까 연우처럼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너무 귀여워. 연우네 어머니는 얼마나 행복할까?”


정호수의 말에 얼마 전에 결혼한 여배우가 연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그런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 연우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숙였다.


“그래서 연기 학원 어디 다녔어?”


부끄러워하는 연우의 모습이 귀여운지 정호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단순히 칭찬을 해주는 게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정호수의 말에 진연우는 짧게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 저 학원 안 다녀요!”

“학원을 안 다녀?”

“네.”

“아, 그러고 보니 연우 바로 이노스 엔터랑 계약했지? 보통 학원에 들어가면 이제 학원이랑 계약을 맺거나 그러니까. 그러면 연기 누구한테 배웠어?”

“엄마한테요.”

“어머님?”


진연우의 대답에 가만히 대화만 듣고 있던 유설아가 끼어들었다.


“네. 엄마한테 배웠어요.”

“학원은 아예 다닌 적이 없니?”

“네.”

“어머님이 정말 대단하시네. 혹시, 어머니가 예전에 연기를 하셨어?”


유설아의 질문에 진연우는 잠시 입을 다물고 유설아를 바라보았다. 만약 지금 여기서 ‘우리 엄마가 정하늘이다’라는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진연우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밝힐 수는 없다.


지금 밝혀봤자, 지금 당장만 난리가 날 뿐이지. 드라마가 방영 될 때쯤이면 전부 잊히고 말테니까. 그러니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밝혀서는 안 된다.


‘엄마한테 허락도 받아야 하고.’


거기다 해당 사실을 진연우 혼자 멋대로 밝힐 수는 없다. 정하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진연우가 밝히고 싶어 해도 당사자인 정하늘이 밝히고 싶지 않아하면 밝혀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밝혔으면 싶지만.’


단지, 정하늘의 아들이란 사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 사실을 이용하지 않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진연우가 그 사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정하늘의 연기를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진연우의 엄마 정하늘이 아닌, 배우 정하늘의 연기.’


연습을 할 때만 아주 조금씩 보여주던 그 연기를 다시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진연우는 다음 대본 리딩을 위해 다시 대본을 펼쳤고.


그 탓에 보지 못했다.


“쟤 이름이 진연우라고 했지?”

“······진연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역의 눈빛을.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휴, 선배님. 고생 많았어요.”

“연우 너도 고생 많았어. 힘들었지?”


늦은 아침에 시작된 대본 리딩은 저녁 7시가 지나자 끝이 났다. 원래 같으면 더 늦은 시간까지 진행을 할 텐데, 아무래도 아역 배우들을 배려해서 조금 일찍 끝내준 것 같다.


음, 그런 배려는 해줄 필요가 없는데.


“회식은 어디로 가요?”

“근처 소고기집 예약해놨죠.”

“술은 무제한이겠죠?”

“당연하죠. 소주, 맥주 무제한이고요. 콜키지 프리라 제가 맛있는 위스키도 가져왔습니다.”


······아닌가?

그냥 단순히 회식이 하고 싶은 건가?


“연우는 집 가는 거니?”


술과 고기를 먹을 생각에 신난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유설아가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차갑고 화려하게 생긴 얼굴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


“네. 그러려고요.”


그렇지만 성격까지 차가운 건 아니다.


그냥 저렇게 타고 난 거지. 대본 리딩을 할 때 느낀 건데, 지금 유설아는 최대한 다정하게 말을 하려고 하는 거다.


다만, 얼굴이나 목소리가 차가워서 그게 안 되는 거지.


“너희 부모님은 언제 와?”


그래도 앞으로 엄마와 아들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니 유설아와 좀 친해지려고 하는데 어린아이 특유의 카랑카랑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응?”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역 배우, 소란이 보였다.


“응은 반말이야. 내가 나이 더 많고 누나니까. 네, 라고 해야지.”


뭐야, 이 꼰대는?


“······죄송합니다, 누나.”


이제 겨우 6살짜리한테 존댓말을 해야 하는 현실에 주먹이 절로 쥐어졌다. 와, 진짜 쉽지 않네. 이게 연기를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연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러려니까 멘탈이 여러모로 흔들린다.


“응. 좋아. 그래야 어른들한테 예쁨 받는다고 그랬어.”


그런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소란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서 너희 부모님은 언제 와?”

“아, 전 부모님 안 와요. 두 분 다 바쁘시거든요.”

“그래? 나랑 똑같네. 아, 나는 가야겠다! 오늘 연기 잘 봤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사라지는 소란의 모습을 보며 눈을 깜빡인다.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쟤는?


그냥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건가?


“소란이가 연우한테 관심 있는 거 같은데?”


어린아이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설아가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인기 많네, 연우.”


이 무슨 경찰에 잡혀갈 소리를.


“그런 거······.”

“야, 진연우!”


아니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어린아이 목소리가 또 끼어들었다.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아까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라면 이번에는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어, 너는. 그.”


그 목소리에 또 고개를 돌리자,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아역 배우가 보였다. 그 남자 아이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벌린다.


어, 그러니까, 그게.

쟤 이름이 뭐였더라?


여자 아역 배우는 한 명이라 이름을 외우기가 어렵지 않는데, 남자 아역 배우는 2명이라 누가 누군지 이름을 맞추기가 힘들다.


“내 이름은 하은찬이거든!!”

“아. 고마워.”


쟤가 하은찬이구나?


“난 진연우야.”

“알고 있어. 아까 봤으니까.”

“응. 그래? 그렇구나.”


내 말에 하은찬은 입술을 앙, 하고 다물더니 나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는 세상 그 무엇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했다.


“오늘부터 넌 내 라이벌이야!”


뭐라는 거야, 이건 또.


“라이벌?”

“그래! 라이벌! 너 영어 모르지? 난 알아! 라이벌!”


지금 스펠링 말해봐, 라고 하면 쟤가 말할 수 있을까?


“난 너한테 절대 안 질 거니까, 각오해!”


대체 뭘 각오하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연기에서 진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설아가 여전히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우는 남자한테도 여자한테도 인기가 많구나? 카사노바, 마성의 남자네.”


······이 인간, 언어중추회로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냐?


작가의말

연재 시간은 다음 주에 확정하겠습니다.


선작과 추천 그리고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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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P 2. 얘가 걔야? +5 24.09.13 391 30 12쪽
» EP 2. 얘가 걔야? +3 24.09.12 430 26 11쪽
14 EP 2. 얘가 걔야? +1 24.09.11 477 28 10쪽
13 EP 2. 얘가 걔야? +1 24.09.10 504 32 11쪽
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4 33 11쪽
10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9 EP1. Spotlight. +2 24.09.05 613 36 10쪽
8 EP1. Spotlight. +3 24.09.04 686 37 9쪽
7 EP1. Spotlight. +1 24.09.03 680 35 10쪽
6 EP1. Spotlight +2 24.09.02 795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6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8 36 9쪽
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5 47 10쪽
1 EP1. Spotlight. +5 24.08.28 1,651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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