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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재로 태어났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하
작품등록일 :
2024.08.28 20:30
최근연재일 :
2024.09.13 2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2,130
추천수 :
572
글자수 :
74,626

작성
24.09.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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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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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1. Spotlight.

DUMMY

#10.

어제 예정된 분량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촬영한 덕에, 오늘의 촬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끝났다.


안 그래도 쉬운 내용인데 분량까지 적으니 뭔가 굉장히 아쉽네.


“조금 더 촬영하고 싶었는데.”


이게 지금 얼마 만에 하는 촬영인데!

이렇게 금방 끝나다니.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NG 좀 낼 걸.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서 신나가지고 지나치게 열심히 해버렸다.


“연우야. 아저씨가 과자 줄까?”


이 와중에 대표랑 이사란 사람들은 무슨 납치범처럼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과자로 나를 꼬시고 있는데. 어이가 없어서 한숨만 나온다.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과자로 어린아이를 꼬시나?


요즘 어린애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알아? 아저씨들 어릴 때처럼 맨날 뛰놀던 애들이 아니야.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탐방해서 사회에 찌들어든 애들이라고.


난 핸드폰을 못 보지만.


“연우가 과자를 싫어하나보네.”

“사탕 그런 거 없습니까?”

“사탕은 없고. 아, 바나나 우유는 있다. 연우야, 바나나 우유 마실래?”


바나나 우유라.


“단지 우유에요?”


그건 나쁘지 않지만, 어디 회사건지 중요하다. 내가 바나나 우유를 제법 먹어본 결과, 단지 형태의 바나나 우유가 제일 맛있었다.


“그렇단다.”

“잘 마시겠습니다.”


공손하게 바나나 우유를 받아서 빨대를 꽂아 마신다. 음, 이 달달한 맛. 많은 사람들이 이 바나나 우유를 진짜 바나나 우유라고 알고 있는데.


이 바나나 우유의 정확한 명칭은 바나나‘맛’ 우유다. 바나나 과즙은 1프로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다른 걸로 채운 바나나 호소 우유란 말씀.


뭐, 그게 좋은 거지만.


“그런데 연우야.”

“네?”

“부모님은 안 계시니??”


이 아저씨가 갑자기 패드립을?


“대표님, 그 어감이 좀 이상합니다.”

“아, 그게.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오늘도 부모님이 같이 안 오셨나 하는 그런 뜻이란다.”


그러면 어디 계시니, 라고 말을 했어야지. 안 계시니라고 말하면 패드립이라고 생각을 하잖아. 한심하단 눈빛을 지으며 얼마 남지 않은 바나나 우유를 마저 빨아 마시고는 말한다.


“엄마가 일이 바쁘셔서요.”

“으음, 맞벌이 부부인가?”

“그런가봅니다.”

“그러면 아빠는?”

“외국에서 일하세요.”


내 말에 대표와 이사는 저런, 하는 표정을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는 거 같은데.


뭐, 굳이 그 오해를 고쳐줄 필요는 없겠지.


“혹시, 나중에 어머니가 시간이 괜찮으시면 이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 좀 해달라고 전해줄래? 아저씨 번호인데, 아저씨가 연우 관련 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흐음.

과연,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알 거 같은데.


아마도 아역 배우로서 나를 영입하고 싶어서겠지. 아침에 나를 데리러 온 현시우가 말하기를, 현시우 소속사에는 아역 배우 전문 팀도 있다고 하니까.


소속사라.


대표님이 준 명함을 보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린다. 아역 배우가 무슨 소속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역 배우도 소속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성인 배우와 달리 아역 배우의 파이는 굉장히 한정 되어 있다 보니, 소속사나 학원이 없으면 오디션조차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래서 고민이 된다.


현시우의 소속사가 제법 괜찮은 소속사인 건 맞지만. 주 분야가 배우가 아니라 가수다 보니 제대로 된 작품을 물어올 수 있는지 좀 의문이다.


“현시우 뮤비가 공개되면 연락이 좀 오려나.”


나는 텅 비어버린 우유를 바라보다가, 애꿎은 빨대를 씹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이런 온도에서 움직여도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웠는데 이제는 겉옷을 입지 않은 추울 지경이다.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에 대해서 배웠을 때는 분명, 4계절이라고 했는데. 요즘 보면 그냥 빠른 여름 개더운여름 빠른 겨울 개추운겨울 밖에 없는 거 같단 말이지.


“이 겨울이 끝나면 이런 나날도 끝이겠지.”


내년이면 이제 이렇게 자유롭게 놀지 못한다.

유치원에 가야 하니까.


이 나이 먹고 유치원에 들어가 수업을 받아야 하다니. 유치원 교복을 입고 유치원생들 사이에서 수업을 받는 내 모습을 상상하던 나는 그대로 벌러덩하고 누워서 소리 내지 않고 소리쳤다.


아, 유치원 가기 싫다!!!




§




“다녀왔습니다.”


현시우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리 말하며 큰 현관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우야! 왔어?! 어디 다친 곳은? 뭐라고 한 사람은? 수상하거나 이상한 사람은 없었고?”


으음, 어제도 생각한 거지만.

정하늘은 정말 걱정이 많다.


뭐, 아직 5살이니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걱정이 되면 그냥 같이 따라 오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네, 없었어요.”

“다행이네. 그러면 촬영은? 잘했어?”

“네.”


잘했지.

너무 잘해서 재미가 없었다.


“좋아. 그러면 손 씻고 와. 엄마가 간식 준비해줄게.”

“네~”


그리 대답하며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돌아오니 정하늘과 현시우가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짜?! 진짜 그 아저씨한테 연락했어?”

“응. 어제 네가 말한 대로 준비가 필요할 거 같아서.”

“아니, 내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그 아저씨한테 바로 연락을 할 줄은 몰랐는데. 언니 행동력 진짜 대박이다.”

“괜히 미뤄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저씨가 와주기로 했어. 직접.”

“진짜? 아니, 아무리 언니 아들이라도 그렇지. 그 아저씨가 직접 나온다고? 세상에. 이거 사람들 알면 아주 난리가 나겠는데.”


아저씨?


내용상 나하고 관련된 이야기인 거 같은데, 지금 말하는 아저씨가 대체 누구길래 현시우가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지?


“손 씻고 왔어요.”

“잘 씼었어?”

“네. 그런데 아저씨가 누구에요?”


내 질문에 정하늘은 나를 바라보더니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연우가 배우 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이야.”


소속사 대표 같은 건가?


“예전에 엄마하고 같이 일을 했던 아저씬데. 정말 좋으신 분이야. 능력도 뛰어나시고. 앞으로 연우가 배우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거야.”

“맞아. 너 땡 잡은 거야.”


그 정도라고?


“아저씨 언제 볼 수 있어요?”


대체 누구길래 정하늘과 현시우가 저렇게까지 말하는지 좀 궁금하다. 대충, 소속사 대표 같기는 한데. 3대 엔터 소속사 대표라도 되나?


내 질문에 정하늘은 핸드폰을 한 번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네?”

“지금 오셨어.”


아니, 이렇게 갑자기?


내가 궁금하다고 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이 높으신 분을 만나려면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하단 말이야.


“아저씨 오시면 인사 잘 해야 해. 알있지?”


내가 당황을 하고 있는 사이 정하늘은 내 옷과 머리를 정리해주더니 ‘예쁘다’라고 말하며,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갑작스러운 기습 뽀뽀에 깜짝 놀라 이마에 손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가요~.”


그리 말한 정하늘은 내 손을 붙잡고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주었고.


“오랜만이구나, 하늘아.”


곧이어 한 노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훨씬 더 많은, 대충, 70쯤 되어 보이는 남자.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에 내가 당황하는 사이, 정하늘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말이다.”


으음, 저 할아버지 얼굴.

어디서 본 얼굴인데.


분명 어디서 봤는데 팍하고 떠오르지가 않는다. 내가 저 사람을 어디서 봤지? 어디 기자 인터뷰나 방송에서 봤나?


“대표님. 얘가 제 아들 연우에요. 연우야, 아저씨한테 인사드려야지.”

“아, 안녕하세요. 진연우라고 합니다.”


내 인사에 할아버지는 대답을 하는 대신에 무릎을 꿇어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힘이 가득한 눈동자.


포스, 라고 해야 하나. 이 무게감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 딱 잘라서 말하기 좀 애매한데. 이 눈동자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네가 연우구나.”

“네.”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았구나.”


그리움이 담긴 목소리로 그리 말한 할아버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만큼이나 주름진 손. 그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거친 피부.


마치, 거목과도 같은 그 피부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자기소개가 늦었구나. 할아버지는 엄마하고 같이 일을 했던 박종서라고 한단다.”


나지막한 자기 소개.

하지만 그 자기 소개에 담겨 있는 내용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지금, 이 할아버지가 자기를 누구라고 그런 거지?

박종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엔터 회사인 이노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발굴해서, 그 배우들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인생작’을 만들어준 그 박종서?


지금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가 그 박종서라고?


“연우가 너를 많이 닮았구나.”

“제가 말했잖아요.”

“그래서 나한테 연락한 거니?”

“네.”


만약에, 지금 내 앞에 있는 할아버지가 진짜 박종서라면 현시우나 정하늘의 태도도 이해가 간다. 그래, 박종서라면 호들갑을 떨고 땡 잡았단 표현을 해도 부족하지 않지.


지금은 반쯤 은퇴했다고 해도, 박종서가 가진 영향력이 얼마인데.


“사실은 말이다. 너한테 연락이 왔을 때, 원래 성훈이 그 놈한테 보고 오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정말요?”

“그래. 이제 나이가 드니 움직이기 힘들어서 말이야. 그런데 네 아들이라고 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자식만큼은 내가 직접 봐야 하지 않겠니?”


그리 말한 박종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끝을 모를 정도로 깊은 호수 같은 그 눈동자에 침을 꿀꺽 삼킨다. 지금 박종서는 나를 평가하고 있는 건가? 나를 자기네 회사에 데려올지 평가하기 위해서?


잠깐, 그러면 지금 연기를 해야 하나?


“그래서 직접 보니 어떠세요?”


진지하게 지금부터 정극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박종서의 표정이 바뀌었다.


“틀림없는 네 아들이야. 얼굴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너랑 닮았어.”

“절 닮아서 연기도 잘해요.”

“그래. 그것도 봤다.”

“네?”

“어제 너한테 연락을 받고, 연우가 연기한 뮤직비디오 영상을 봤거든. 확실히, 네 아들이더구나. 처음 널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 왔어.”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표정에서, 지금 시합에 나갈 것 같은 선수와 같은 표정으로.


“내가 하늘이 널 처음 봤을 때, 어떠한 사명감을 느꼈지. 연예계를 바꿔야 한다는 그런 사명감. 그런데 네 아들에게도 그런 사명감이 받았다.”


목소리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을 발굴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살아있는 전설. 그 전설이 지금 나를 바라보고 흥분하고 있다.


“연우야. 배우가 되고 싶니?”


그 사실에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네.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그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 쉬워 보이고 싶지 않다. 그런 나의 대답에 박종서는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앞으로 이 할아버지가 도와주마. 연우가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박종서의 말에 나는 박종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잘 부탁드려요.”


거인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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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P 2. 얘가 걔야? +5 24.09.13 391 30 12쪽
15 EP 2. 얘가 걔야? +3 24.09.12 429 26 11쪽
14 EP 2. 얘가 걔야? +1 24.09.11 477 28 10쪽
13 EP 2. 얘가 걔야? +1 24.09.10 503 32 11쪽
12 EP 2. 얘가 걔야? +2 24.09.09 532 31 10쪽
11 EP1. Spotlight. +2 24.09.08 554 33 11쪽
» EP1. Spotlight. +2 24.09.06 593 40 12쪽
9 EP1. Spotlight. +2 24.09.05 613 36 10쪽
8 EP1. Spotlight. +3 24.09.04 686 37 9쪽
7 EP1. Spotlight. +1 24.09.03 680 35 10쪽
6 EP1. Spotlight +2 24.09.02 795 37 11쪽
5 EP1. Spotlight. +2 24.09.01 885 36 10쪽
4 EP1. Spotlight. +1 24.08.30 938 36 9쪽
3 EP1. Spotlight. +2 24.08.29 1,089 33 11쪽
2 EP1. Spotlight. +3 24.08.28 1,314 47 10쪽
1 EP1. Spotlight. +5 24.08.28 1,651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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