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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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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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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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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째 -9-

DUMMY

만조 시간을 노려 공충도를 털기 위해 모였던 청과 일 연합 해적단은, 미리 탐망선을 띄워 섬 그늘과 먼 바다를 돌며 정보를 수집 중이었다.


처음에는 워낙 큰 철선에 거대한 포까지 달고 있는 배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정보를 수집했으나, 그동안 전혀 움직임도 없었고, 포를 쏘는 기색도 없었기에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린 상태였다.


연합 해적단의 두 지휘관, 홍기방의 총수인 마담 칭과 시마즈 왜구들의 수장 시마즈 아키라는 지금의 홍콩과 대만, 필리핀 북부부터 큐슈 남부에 이르는 넓은 바다를 활동 영역으로 수십여 년 동안 해적질을 하며, 풍부한 경험을 지닌 자들이었다. 그래서 수장만큼은 쉽게 방심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소규모 병력을 침투시켜 약탈할 것의 샘플을 따고 사람을 납치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전에는 청국과 일본 앞바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하던 포르투갈과 영국, 미국 선박들과 교전을 벌여 보기도 하고,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선원을 납치하고 배를 나포하여 몸값을 뜯기도 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보호세와 관세를 징수하기도 하면서 세력을 불리고 실전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각 집단의 수장들은 그들은 서로의 본거지에 요새를 세우고 항구를 건설하고, 세금 관리소까지 지어 교역하기에 이르렀다. 시마즈 아키라는 해적이자 사쓰마 번의 해군 지휘관이기도 하였고, 마담 칭도 마카오에 근거지를 둔 지역 영주에 가까웠던 것이다.


사쓰마는 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땅이라 결국 교역과 약탈이 지역 수입의 절반을 초과하는 것이었고, 해적 집단으로 출발한 마담 칭의 홍기방도 구성원이 사람들인 이상, 언제까지나 배에 머무를 수는 없었기에 이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해적이건 해군이건 쌀, 식수, 화약을 구하고 약탈물과 노예, 혹은 인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육상 기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쪽은 아예 사쓰마 번의 핵심 인물이었고, 반대쪽도 오랜 기간 해적질을 하면서 얻은 막대한 부와 무력을 바탕으로 지역 관리들과 지방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여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안정적인 해적 비즈니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늘어나는 교역량과 다양해지는 물품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힘을 구축해왔다.


서양 상선이나 군선과 교전도 이에 맞서 점점 강력한 배를 보내어 오고 있었으나, 이제 연맹이 된 해적단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정보를 입수하여 목표가 가장 취약한 시간에 기습을 통해 목표를 털어먹고는 했다.


특히 마담 칭의 경우에는 그 세력을 넓혀 이제 황제의 측근에게까지 어느 정도 뇌물을 기반으로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황제가 갑자기 미쳐서 대숙청을 벌이는 바람에 그동안 마련해 두었던 인맥도 싹 날아간 뒤였으나, 그 자리를 채운 새로운 인물들 중 돈에 욕심이 없는 자들은 없었기에 새로 인맥을 구축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황제 스스로도 돈과 여자를 꽤 밝히기도 했으니, 해적질로 다져진 인신매매, 납치, 고문 등의 기술로 얻어내는 다른 인종 10대 여자들을 상납하는 댓가로 얻는 정보와 각종 행정 편의 또한 마담 칭의 세력을 크게 만든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에는 황제로부터의 의뢰 비슷한 것이 온 상황이었다.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배를 나포하고 선원을 살려서 잡아두거나, 아니면 전력을 깎아두고 적당히 쓴 맛을 보여줄 것. 단 사영이라고 하는 자에게는 해를 가해서는 안됨.’


그런 것과 함께 배에 대한 꽤 자세한 정보가 들어왔으니, 해적들의 사기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성공시에 황제가 약속한 보수와 의뢰의 선수금만 하더라도 다 합치면 어지간한 서양 상선 열 척은 털어먹는 것 이상의 액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에도 야습을 하기 위해 목표 이양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밀물 때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배들을 둘로 나누어 무인도 뒤편과 수평선 너머에 집결시켜 두고 있었다.


연합 해적의 배는 대선이 길이 약 45m정도에 2층 갑판으로 되어 있었으며, 사각형 돛 2~3개와 노를 추진력으로 하는 것들이었다. 상갑판에 30~40문 정도의 포를 싣고 다녔는데, 선수포와 선미포는 약 20근의 철환이나 산탄을 쏠 수 있는 것이었고, 측면의 포들은 약 10~15근의 탄을 발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해안도 주로 털어먹는 경우가 많았기에 상륙하기 쉽도록 약 15m정도 크기에 폭 3~5m정도, 10근짜리 포탄을 쏠 수 있는 포 10~12문정도를 싣고 다니는 배들도 대량으로 운용했었는데, 여기에 선원 4~50명정도를 태워 상륙용으로 쓰거나 작은 배를 약탈하는 용도로 쓰곤 했다.


이번에는 큰 배를 털기 위해 대선 약 50여척, 마을을 털기 위해 소선 약 100여척이 모여있었고, 대선 한 척당 2~3백, 소선 1척당 약 1백여 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총 병력 8천에 가까운 수가 모인 것이었다. 이들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다가올 약탈과 수확의 시간에 들떠있었다. 어차피 목표에서는 거의 10여 km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경계병 외에는 낮잠을 자두거나 먹을 것을 먹으며 힘을 보충하거나 하던 그때, 저 멀리서 천둥 소리와 비슷하지만 뭔가 좀 더 둔탁하게 울리는 폭음이 들려왔다.


“철선이 포를 쐈습니다!”


배들이 숨어 있는 무인도 꼭대기에 천리경을 들고 올라가 있던 견시가 보고했다. 5분쯤 지난 후 이번에는 수평선 너머에서 흰 연기와 폭염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30초쯤 후, 이번에도 포성이 은은하게 들리고, 곧이어 폭음이 다시 한 번 그보다는 작게 들려왔다. 다시 5분쯤 지난 후, 마지막 포성이 들려오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포성은 들리지 않았다. 시마즈 아키라와 마담 칭은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때, 황룡기와 적기를 올린 배가 수평선 너머에서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들 또한 해적을 완전히 신뢰할 리 없었는지,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깃발로 신호를 전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협상 결렬. 의뢰를 실행하라.’


한편, 포 발사 실험을 겸하는 시연을 마친 사영은 저번에 박규수가 말했던 “분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무기 몇 가지와 방어용 무기, 장비 몇 가지도 함께 설명했다. 거기에 정약용이 고안한 방어 체계가 더해지자, 급조한 방어선치고는 꽤나 그럴듯한 것이 생겨났다.


정약용은 군사적으로도 생각 외로 전문가였던 것이다.


급조 철조망과 부비트랩, 킬 존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고 가용한 화력에 대해서도 토의를 마치자, 순식간에 현대적인 진지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분에 한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방어 전략을 세우고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썰물 때가 되면 해안을 따라 천연 장애물인 뻘이 넓게 펼쳐지게 되고, 설령 물때를 잘 맞추어 밀물 때 한번에 상륙에 성공하더라도 그 뒤가 문제였다. 그 뒤쪽에는 깊이와 크기가 각각 다른 허방다리와 철조망이 깔려 있었다. 허방다리 안쪽에는 뾰족하게 깎은 죽창이라던가 독이 잔뜩 오른 살모사, 혹은 철질려나 쇠, 도자기 파편 등이 들어있었다. 그로부터 50m쯤 뒤쪽에는 높이 1m가 채 되지 않지만 보강되어 튼튼한 성벽이 있었고 뒤쪽에 참호가 파여 있었다. 철조망과 허방다리에 의해 달려드는 것이 지연되는 순간, 돌과 화살이 날아들 것이고, 그것을 돌파하여 참호에 가까이 오는 순간..


얼마 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톨루엔과 벤젠, 폐유, 그리고 폐금속을 혼합하여 만든 젤을 수십 개의 통에 나누고, 디젤 엔진을 돌려 이 젤을 수십여미터까지 뿜어낼 수 있는 급조 화염방사기를 군데군데 설치해두었다. 기관총을 만들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쌍열 산탄총에 들어갈 산탄조차 넉넉히 만들기 힘든 상황이었으니, 분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고정식 화염방사기가 중간중간 설치되어 기관총의 역할을 대신 할 것이었다.


화력은 부족하고 인원의 훈련도는 낮으나, 마을 사람들의 전의는 꽤 높았다. 태반이 왜구와 해적들한테 털려본 사람들이라 이를 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침입이 없으면 좋겠지만, 일단 침략이 거의 확실시 되는 이상 일단 사영은 최대한 여기서 적을 지연시키고 여러 가지 고통을 선사해서 적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정약용은 보와 진을 의지하여 방어 거점으로 삼아 마을 사람들 중 싸움이 가능한 사람들을 남기고, 군량이 될 만한 것과 물은 모두 보 안에 두고 적이 지치고 퇴각할 때까지 버티는 전략을 쓰기로 하였다.


화포 시연이 있은 이틀 후, 그믐달이 뜨는 날 자정을 넘긴 시각. 그믐달이 뜨기에는 시간이 일러 별빛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이었다.


이딴 몸이 되어 잠이라는 게 필요 없어진 사영은, 수평선 너머로 올라오는 한 무리의 그림자들을 보고 있었다. 가시광선 영역 카메라는 한밤중이니 당연히 보이는 것 없었지만, 적외선 파장 영역대로 돌리자 바다를 빼곡하게 메우다시피 하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배는 좀 흐릿하게 보였지만, 사람들이 저 정도 오고 있다면 배들도 아마 그들의 발 아래 많은 수가 있으리라. 거리는 대략...5km쯤 될까? 바람의 방향이 역풍이었으므로 돛은 펴지 못한 채 노를 저어 오고 있었는데, 그래서 속도는 빠르지 않아 보였다.


사영은 지금 켤 수 있는 모든 라이트를 켜 그 정체불명의 선단에 비추면서 배에 타고 있던 박규수를 깨우고, 그로 하여금 경고 방송을 통역하여 하도록 했다.


“엄중히 경고한다. 귀측은 우리 관할 구역을 침범했다. 정선하거나 물러나라.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지금 즉각 정선하거나 물러나라. 정선하거나 물러나지 않을 시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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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9개월째 23.05.25 33 3 15쪽
10 8개월째 23.05.24 40 5 15쪽
9 일곱달째 23.05.22 46 3 15쪽
8 여섯달 후 23.05.22 40 2 12쪽
7 넉달 후 -3- 23.05.16 46 2 18쪽
6 넉달 후-2- 23.05.15 43 5 22쪽
5 넉달 후 23.05.13 48 3 16쪽
4 백일 무렵 23.05.11 56 4 19쪽
3 공충도 마량진 앞 바다, 석달 후. 23.05.10 67 4 21쪽
2 4달, 조선 23.05.10 90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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