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친과학자

이기적과학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SF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최근연재일 :
2023.06.15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33
추천수 :
60
글자수 :
198,989

작성
23.06.02 18:06
조회
33
추천
2
글자
12쪽

1년 2개월째 -4-

DUMMY

화포.


조선의 국방에 대한 관심은 곧 화포에 대한 관심이라 칭하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조선은 화포를 숭상하는 나라였다. 애초에 조선을 세운 사람이 무장 출신이었고, 그 후 몇 세대에 걸치는 후대 왕들도 화포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었으며, 그 유명한 세종대왕과 그 아들 문종에 이르러서는 화포의 규격과 표준 화기, 표준 무장을 정리하고 그 유명한 화차와 신기전을 개발해 배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었다.


예를 들자면, 세종때만 하더라도


"사신은 화포(火砲)를 보여 달라 하기로, 하명하여 화붕(火棚)을 설비케 하고, 어둠녘에 사신과 더불어 관문(館門)에 나가 구경하는데 불이 터지니, 유천은 흥미있게 보다가 놀라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두 번이나 했고, 황엄은 놀라지 않는 체하나, 낯빛은 약간 흔들렸다.


지신사 정흠지(鄭欽之)에게 명하여 사신을 불러다가 근정전에서 잔치를 베풀고, 저물녘에 임금이 사신과 더불어 근정문에 나아가 화포(火砲) 쏘는 것을 구경하였다.


잔치를 파하고 임금이 사신과 더불어 경회루에 나아가서 화포(火砲) 쏘는 것을 구경하였는데, 사신이 감탄하였다.


병선이 분격(奮擊)하여 화포(火砲)를 던져 적선을 태워 버리매, 적이 이에 도망하므로 쫓아서 큰 배 아홉 척을 빼앗으니.."


등등과 같이 화포에 대해 기록된 것이 무려 116건에, 문종과 세조때는 궁궐 후원에서 밤중에 화포를 쏘는 것을 중전과 함께 관람하는 기록도 남아 있었으며, 명나라 칙사 앞에서 화력시범을 보이는 기록도 남아 있을 정도로 조선은 왕부터 병졸까지 화포를 중히 여기는 나라였었다.


이러한 화포에 대한 숭상은 대를 이어 내려오며 화포로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는 믿음까지 발달하게 되었으니, 돈이 없어 화약을 대량으로 찍어내지 못할 뿐 여전히 화포에 대한 믿음은 확고한 것이 조선이었다.


“훈국의 포수 김치운이 병을 물리친다고 사사로이 화포를 쏘아 소리가 왕의 집무실에까지 들렸는데, 정원에서 해당 영의 대장이 파직하라고 명하였다가 얼마 후 유임하게 하였다.”


5군영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훈련도감의 포수가 병을 물리친답시고 귀신을 쫓기 위해 명령도 없이 사사로이 화포를 쏘는 바람에 그 소리가 임금의 처소까지 들린 것이 최근 일이었다. 그로 인해 해당 군영 지휘관을 파직하라는 영이 내려졌다가, 그나마도 영이 거두어들여져 없던 일로 된 것이 현 조선 상황이었다.


"그래, 귀신은 양기에 약하니 화포를 쏘아 귀신을 쫒는 것이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구나."

"그럴 수 있지."


초창기 화포에 대한 관심이 실제 무기 제작이나 개량, 화약의 생산과 공급 및 규격화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후기에는 화포와 소구경 화기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지면서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고, 그것이 조정에까지 널리 퍼져있을 정도로 화포에 대한 믿음이 퍼졌다는 뜻이리라.


이는 비단 군문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삼군문에서 첩보하기를, ‘활과 화살 이외의 군기는 사사로이 만들고 팔 수 없도록 엄격히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화약·탄환·총칼 등을 가게에 벌여놓고 마음대로 팔고 있으며, 심지어 계를 만들어서 도매까지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엄단하지 않는다면 훗날의 폐단이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옛법을 거듭 밝혀서 엄격하게 과조를 제정해야겠습니다.’ 하였습니다. 군기를 사사로이 만들어서 팔고 심지어 계까지 만들고 도매하는 행위는 보통의 난전과 같이 논죄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조선에서 활과 화살을 제외한 병장기는 사사로이 제작, 소유 및 매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화약, 탄환, 총, 소구경 포에 이르기까지 가게에 벌여놓고 마음대로 판매하는 것이 삼군부의 단속에 걸려 임금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화포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져있는 것 또한 조선의 상황이었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심지어는 귀신을 쫒아내는 용도로도 쓰일 정도로 화포에 대한 믿음이 큰 것이 조선의 상황이었으나, 여기에 해전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지면 화포의 위상은 더더욱 올라간다.


바로 그 충무공 이순신의 기록과 기억이 현세까지 전해지는 때문이다. 충무공께서는 무려 250여년 전, 이미 화포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적의 움직임과 숫자를 관측하여 수십여 차례의 전투에서 거의 천여 척에 달하는 적선을 침몰시키거나 중파시키는 위업을 달성하신 바 있다고 한다. 그동안 손실은 아군 2백여명 정도였으니, 화포를 숭상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 조정과 군부의 상황이 개판이 되어 비축해 둔 화약이 없고 화포가 녹슬었으며, 포환은 주조가 시급한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화포에 대해 비교적 친숙한 편이었다. 아니, 친숙한 정도가 아니었다.


조선인들은 화포를 숭상했다.

단지 지금은 돈이 없고 먹고 살기가 바빠 쏘지 못했을 뿐.


먹고 사는 문제가 그래도 그럭저럭 해결되었고, 이제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긴 마량진 일대 조선인들의 눈 앞에 어마무시한 크기의 포가 있으니, 여태까지 쏴 보자고 하지 않은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동안 해적과 왜구의 침략이 없었으나, 최근 마을에 사람이 몰리고, 재물이 돌며, 새로운 기물들이 유통되기 시작한 지도 시간이 꽤 지났으니, 불순한 무리들이 소식을 들었을 때도 되었을 것이외다.


배를 도둑맞고, 멀리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사람들이 이 잔잔한 바다에서도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처음 보는 배들이 하나 둘 탐망을 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았을 때, 조만간 노략질을 하려는 무리들이 달려들지 않을까 싶소이다.”


“법도대로라면 각 감영마다 화약을 2천근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나, 유황이 내려오지 않은지가 어언 3년이 넘었소. 화약은 굳었고 새로 구워둔 염초는 유황을 받지 못하여 먼지로 화하고 있소이다. 하여, 혹시 이 배의 화포는 쓸 수 있는 상태인지 감사께서 여쭈어보라고 하셨소.”


두 사람의 말마따나 이 배에도 숫자는 적지만 포는 일단 달려있기는 했다. 본래 전함을 본따 만들어진 실험함이라 자잘한 부포나 다른 화기는 없었으나 실험 목적으로 탑재된 포와 포탑은 있는 상태였다.


선수 포탑에 1문, 선미 포탑에 레일건 1문. 그중 ‘화’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앞에 있는 한 문 뿐이었고, 그나마도 본래 목적은 위성궤도에 단순 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수송용 포에 가까웠다,


'선미 포탑에 있는 레일건은..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할까. 전자가속포? 선형가속포?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전자기력에 대한 것부터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니, 이 시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기란 꽤 길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이것을 쏘아 본 적은 있기는 한 것일까.'


사영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 또한 일단 갖고 있는 것을 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사영은 잠시 인간형 몸의 제어를 관두고, 처음 깨어났을 때와 같이 의식을 배 본체쪽으로 집중해서 옮겼다. 기억을 되살리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억 중, 처음 깨어났을 때는 신경쓰지 않았던 기억 외에 이 배에 남아있는 실험 기억들을 돌려 본 결과, 과거 이 배에서 테스트했었던 데이터 중 포의 발사 기록에 대한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선수포에 들어갈 장약은 현재 기술과 생산 설비로도 충당할 수 있었으나, 레일건의 경우에는 현재 발전 용량과 축전지 상황으로는 쏘기 어려었다. 애초에 지금 만들 수 있는 탄자를 걸고 쏘기에는 위험할 듯 싶기도 했고, 작은 목선이 대부분일 해적선을 상대로는 효과가 없을 법 하기도 했다. 사영은 기억을 돌려본 바를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했다.


“일단 포를 쏘았던 기록은 남아있고, 지금 발사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장약은 만들 수 있으나 장전해서 쏠 발사체가 없군요.”

“저런.. 한 문만 쓸 수 있다니..."

마량진의 군관은 매우 아쉬워했다.

"한번 쏘는데는 얼마나 걸리는 것이오?”

“쏴 보아야 알겠으나, 분당 2발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 전에는 무엇을 넣고 쏘았다고 기록되어있소?”

“앞쪽 네문은 송탄통(Sabot)을 물린 삼백 오십근정도 나가는 발사체를 쏘아올렸더군요. 보자.. 송탄통이 무게가 더 나갔고, 실제 탄체는 백오십근 정도였습니다. 저기 저 고고도까지 포탄을 날려 인공위성이나 고고도 관측 장비를 값싸게 날려보려는 용도였군요.”

“인공위성?”

“달처럼 지구나 행성 주변을 공전, 그러니까 중력으로 서로 이끌리는 두 천체가 일정 주기로, 아니, 이건 천천히 따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송탄통이라는게 무엇입니까?”

“격목같이 화약의 연소 가스가 새지 않도록 탄자와 포 사이를 막아주는 통입니다.”


종이에 그림을 대충 그려 보여주니 다들 쉽게 이해하는 눈치였다.


“발사체가 꼭 대장군전같이 생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대장군전도 현대 날개안정분리철갑탄하고 비슷한 형태에, 격목 역할을 하는 장탄통을 끼우고 발사하는 형식이니 어찌 보면 외형뿐만 아니라 기능과 목적 모두 비슷한 물건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대장군전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포에 재고 쏘는 것은 어떠하오이까?”

“해적이나 왜구, 혹은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오는 이양선이 이 배처럼 철로 만들어져 있다면 대장군전도 효과가 좋을 것이나, 목선에 대고 쓰기에는 너무 거대하오이다. 그냥 관통해서 반대쪽으로 빠져버릴 것이오.”

“조란환이나 석환, 연환, 철환같은 것을 재어 쏘는 것은 어떠하겠소이까?”

“포신의 길이만 삼백여 자(90m)에 달하오이다. 그것을 채우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이오.”


조선의 경우, 총통에 조란환이나 그 비슷한 산탄 종류를 넣고 쏠 때에는, 흙과 산탄을 차례대로 여러 겹을 채워 포 입구까지 가득 넣고, 마지막에 대연자와 같은 큰 탄환을 채운 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90미터에 달하는 포를 입구까지 촘촘하게 화약을 채운 후 발포한다고 생각한다면..


“일발다전법을 써보는 것은 어떻소이까?”


400mm가 넘는 구경을 가진 포에다 화살을 잔뜩 채워 쏜다니.. 화살은 많이 들어가겠지만, 역시 90m에 달하는 포신이 문제다. 과연 화살이 90m가 넘는 거리를 화약 압력을 받으며 이동하는 동안 버텨낼 수 있을까. 아니면 틀에다가 작은 화살모양을 찍고 쇳물을 부어 대못 크기의 플레셰트를 만들어 뿌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까.

하긴, 화살 모양으로 정밀하게 만들지 않더라도 송탄통 안에 잡쇠와 파편을 가득 채우고, 포구를 떠나는 순간 송탄통이 벗겨지게 만들면 꽤 쓸만하면서도 간편한 급조 산탄이 될 듯 싶었다. 원본 전함과는 다르게, 지금 함포는 활강포였으니 제작 난이도도 크게 어렵지는 않을 듯 싶었다.


“일단 사거리가 아주 길 필요는 없으니, 장약을 줄여 말씀하신 것 중 몇 가지를 실험해봅시다.”


가용한 포는 두 문. 장약과 포탄이 원래 쓰던 종류와 같고, 배의 상태가 최상이며, 포탄이 충분히 준비되어 모든 것이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30초에 한발꼴로 쏠 수 있겠으나 지금은 일단 시험 사격을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위력이 생각보다 약하거나 너무 세거나, 포가 고장나거나, 포각이 나오지 않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외에도 추가적인 방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들 공감하는 바였던 것이다.


차라리 소구경 속사포 다수가 있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훨씬 유리했을텐데.. 쓸데없이 포가 컸다. 그러나 원거리에서 적선을 제압하기에는 지금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는지라, 일단 초대형 산탄총처럼 운용하는 식으로 시험해 보기로 하고 각기 다른 3종의 발사체를 준비해 사격해보기로 했다.


청국 밀사단이 본 포연은 바로 이 시험 사격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적과학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후 내용은 이기적 과학자-개정판-의 1년 6개월 2주차로 이어집니다. 23.06.20 15 0 -
30 1년 6개월차 23.06.15 28 1 17쪽
29 1년 5개월차 23.06.15 22 1 12쪽
28 1년 4개월차 -2- 23.06.14 22 0 12쪽
27 1년 4개월차 23.06.13 28 0 17쪽
26 1년 2개월째 -12- 23.06.09 30 0 13쪽
25 1년 2개월째 -11- 23.06.09 25 0 10쪽
24 1년 2개월째 -10- 23.06.09 23 0 14쪽
23 1년 2개월째 -9- 23.06.09 22 0 11쪽
22 1년 2개월째 -8- 23.06.09 24 0 10쪽
21 1년 2개월째 -7- 23.06.07 27 0 10쪽
20 1년 2개월째 -6- 23.06.06 27 0 11쪽
19 1년 2개월째 -5- +1 23.06.05 28 0 14쪽
» 1년 2개월째 -4- 23.06.02 34 2 12쪽
17 1년 2개월째 -3- 23.06.02 29 2 10쪽
16 1년 2개월째 -2- +2 23.05.31 32 2 10쪽
15 1년 2개월째 +1 23.05.30 31 2 16쪽
14 11개월째 +2 23.05.29 39 2 18쪽
13 10개월째 -2- +2 23.05.26 39 4 15쪽
12 10개월째 23.05.26 35 4 14쪽
11 9개월째 23.05.25 33 3 15쪽
10 8개월째 23.05.24 40 5 15쪽
9 일곱달째 23.05.22 46 3 15쪽
8 여섯달 후 23.05.22 40 2 12쪽
7 넉달 후 -3- 23.05.16 46 2 18쪽
6 넉달 후-2- 23.05.15 43 5 22쪽
5 넉달 후 23.05.13 48 3 16쪽
4 백일 무렵 23.05.11 56 4 19쪽
3 공충도 마량진 앞 바다, 석달 후. 23.05.10 67 4 21쪽
2 4달, 조선 23.05.10 90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