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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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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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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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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째

DUMMY

기억을 되찾기 위해 배를 복구하려 하였다.

배를 복구하기 위해 고급 인력이 필요했다.

고급 인력을 키우기 위해 사람을 모았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식량과 주거를 해결하고자 했다.

식량과 주거가 해결되고, 사람이 계속 모여들자 물자의 유통과 생산, 교역이 필요하게 되었다.

교역과 유통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통수단과 항만시설, 그리고 조정의 적절한 허가나 최소 방조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적절한 교통수단으로는 도로를 깔고 자동차나 마차를 이용하기보다는 차라리 철도를 깔고 열차를 굴리는 것이 좀 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자면...본격적으로 중공업을 육성해야 한다.

최소한으로만 따져도 철, 기계, 조선, 화학, 시멘트 공업 및 발전소가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자원, 기술, 자본 중 충족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인력과 발전소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지만, 그것도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고 가느냐에 따라 곧 부족하게 될 것이다.


지금 배에 남아있는 시설과 기기들로 보면, 아마 이 배의 데이터베이스에 적어도 철 가공과 각종 기계의 설계도,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들이 들어있을 텐데, 그걸 복구하자면 결국 먼저 중공업을 어느 정도는 키워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상황인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조선은 산이 많고 기후 변화가 심하여 길을 닦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물산의 유통을 인력과 수운에 의지해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바,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단 준비는 해보아야겠지요.

철을 뽑아 철길을 만들고, 석탄을 캐서 기관을 만들어 보십시다. 비록 쉬운 길은 아니겠으나,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 할 길, 먼저 나서는 편이 좋겠지요. 조만간 시제품을 만들어 자세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철로 길을 만든다는 말씀이시오?”

“네. 철로 길을 만들고, 그 위를 구르는 철로 된 바퀴를 만들어 수레를 끌면,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체를 쉽게 옮길 수 있습니다. 진흙탕에서 나무 바퀴가 빠졌을 때 그것을 꺼내고자 하면 힘이 들고, 흙이나 풀로 되어있는 바닥에 수레를 굴릴 때보다 돌바닥에서 같은 수레를 끄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듭니다. 나무 바퀴나 저러한 바닥은 변형이 어느 정도, 혹은 쉽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굴러가는 과정에서 드는 힘의 일부가 저러한 변형에 쓰이게 되고, 그만큼 힘이 손실되기 때문에 무거운 물체를 옮기기 힘든 것입니다.


변형이 되지 않는, 예를 들어 철과 같은 단단한 물체 위에 역시 단단한 철바퀴를 굴리게 되면, 손실되는 노력이 그만큼 적게 들고, 이러한 것을 가리켜 ‘구름 저항이 적다.’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로를 모두 단단하게 돌이나 석회로 포장하고, 바퀴도 나무 바퀴 대신 철이나 다른 단단한 바퀴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과 품이 너무 많이 들 것이니, 일단 배를 댈 곳부터 마을과 공장 예정지까지만 부순 돌을 깔고, 그 위에 나무를 깔고, 굵고 단단하고 거대한 못으로 철길을 고정해서 시험삼아 철바퀴 수레를 굴려본다면, 그 효용이 어떤지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름 저항이 적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수레 바퀴가 구르다 멈추는 까닭은 굴러가는 과정에서 접촉면의 바닥을 눌러 변형시키고, 마찰에 의해 힘이 열로 바뀌어 허공으로 헛되이 흩어지는 때문이라는 말이겠지요.”


과연 정약용.. 한번에 이해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무슨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정약용은 다른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그 철길에 필요한 철은 어디서 얻으려 하시오? 그리고 그러한 철 수레는 무엇으로 끌게 되는 것이오?”

“제철소도 짓고, 발전소도 추가로 건설하고, 화학 공업도 준비를 해야겠지요. 배를 댈 만한 장소와 제철소를 짓기 위해서는 석회도 공장을 세워 대량으로 뽑아야 할 것입니다. 이왕이면 석회도 개량하여 양회를 만드는 것을 시도해봐야겠지요.”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겠구려.”

“그렇습니다. 광산도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이 잘 풀려 항만과 운송이 쉽게 가능해진다면 교역도 가능해 질 것이고, 교역에서도 서역의 물산에 맞서 팔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 자원, 기술, 자본 모두 매우 부족한 상황이나, 여차하면 교역으로 자본과 자원을 땡기고, 기술이야 다들 지금은 없이 사는 시대이니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고급 인력을 육성하고 테크 트리를 올려야 배도 복구를 하건 뭘 하건 하고, 그래야 사영도 기억을 복구를 해서 본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파악이 가능해 질 것이리라.


“그런데 말이오, 조정에서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겠소이까? 백성들의 집과 밥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야 구휼을 한 것이라 해서 크게 보면 애민하는 일이니 마땅히 지방관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범위 안쪽 일이오만은...”


“그러고 보니 조정에서 무언가 이야기 나온 것은 없습니까? 여기에 온지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감사 영감님이 전해주시는 이야기나 서신 외에는 조정에서 직접 무언가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참... 이런 말을 외인에게 하기는 민망하오이다만, 현재 조정은 상께서 윤음을 내리시거나 비답을 하신 지 오래되었다오. 사실상 비국에서 나랏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 비국에서도 요즘 한양에서 일어났던 난 때문인지 통 답이 없는 마당이고..”

“그렇군요. 조정은 교역을 금하는 분위기 같기는 한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이양선이 오면 돌려보내는 편이고, 배가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수리할 자재와 시간을 주고 역시 돌려보내는 편이었으며, 혹은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우도 있었소. 우리 조선은 농업을 중시하며, 어지간한 것은 자급자족 하는 편이니 여태까지 교역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아 따로 금령을 내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소.

교역을 규제하기보다는 상업에 종사하는 자를 규제하는 법규는 많소만.”

“그럼 제 경우가 특이한 편이군요.”

“애초에 고장난 수천만 관의 철선이 도래하는 경우 자체가 전례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이오. 듣기로는 청국 예부에 어찌할지 문의를 넣었다가 일이 꼬여 아직까지 처리 방안을 결론내지 못하였다 하오.”

“반년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말입니까?”

“그러게 말이오. 내가 좀 더 초기 장계를 잘 썼어야 했는데.. 면목이 없소이다.”


홍희근이 사과했지만, 중앙 의사 결정이 늦는 것을 지방관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지 싶다. 어쨌거나 조정의 의사 결정이 매우매우 늦고, 조선 국왕은 업무에 손을 거의 놓은 상태이니 일단 일을 지르고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어차피 이쪽 지방관들도 아직까지는 호의적이기도 하고..


“일단 지금 만들 수 있는 것부터 만들면서 하나씩 준비해보죠. 제철소를 본격적으로 돌리기에는 철광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이니.. 이 배의 장갑 일부를 뜯어서 녹입시다. 일단 보령에 탄광이 있다고 들었으니 그쪽까지 선로를 연결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도록 석회를 개량해서 양회-시멘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실험해보십시다.

아까 말씀드린 철도는 제가 시제품을 만들어서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발전소를 추가로 짓기 위해서라도 일단 철과 구리의 확보는 필수가 될 것이고...해야 할 일이 많네요.”


그렇게 다음 목표는 제철 실험과 철도, 항만 건설을 위한 바탕 기술 개발과 실험이 되었다.


사영의 기억을 날려버리고 배에 심어놓은 존재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존재가 유독 에너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만은 신경을 많이 쓴 것만은 알겠다.


제철, 철도 건설, 항만 건설, 석회를 개량한 시멘트 제작 등에 대해 생각하며 관련 장인들을 불러 모으고 의견을 듣다 보니, 석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리고 석탄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머리에 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즉 석탄-가스화 복합 공정이 떠오른 것이다.


석탄을 그냥 태워 연료로 쓰는 것이 아니라, 고온 고압을 걸고, 여기에 공기와 물을 주입해주면 일산화탄소와 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이 나오는데, 고온 고압으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는 바로 연소시켜 가스 터빈을 돌리는 연료로 쓰고,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는 따로 황산과 질소 비료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가스 터빈을 돌리고 나왔지만 아직 상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고온 고압의 가스는 추가 터빈을 거쳐 에너지를 더 뽑아내고, 그러고도 남는 열은 냉각수로 냉각시키는데, 이때 나오는 증기로 다시 증기 터빈을 거쳐 에너지를 뽑아먹을 수 있는 한계까지 뽑아먹는 기술이었다.


문제는 역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대형 가스터빈을 만들기 위한 기술과 재료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작은 배를 해체할 때 나오는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은 그대로 살려 쓰고,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는 냉각 후 황세균이나 간단한 촉매로 고정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환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어찌어찌 해결은 될 것 같았다.


소형 가스터빈이나 증기터빈으로 가자면, 오히려 피스톤이 필요한 왕복 기관보다 차라리 제작 난이도가 낮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큰 금속제 바람개비이니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효율도 피스톤 엔진보다는 좀 더 난이도가 낮을 것이며, 구조가 간단한 만큼 신뢰성과 정비도 쉬울 것이다. 뜯어볼 수 있는 피스톤 엔진은 현재 자체 생산 가능한 단기통 디젤 엔진-경운기 엔진-밖에 없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없지만, 가스 터빈과 증기 터빈이라면 몇 대 있기도 하니 참고에도 수월할 것이고.


조선에서 나오는 석탄은 코크스로 구울 수 없고, 석탄 액화도 어렵지만, 저렇게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일단 뽑아낸 후 적절한 촉매로 열합성을 한다면 지금 이 배에서 물을 전기 분해 후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합성연료를 만드는 것처럼, 휘발유나 경유에 가까운 연료를 뽑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혹은 고온 고압의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바로 용광로에 연결하여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기에도 좋을 것이고, 그 외에도 고온고압의 연소 가능한 가스라는 것은 산업에서 용도가 무궁무진하니 일단 기술부터 실증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기술 실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제품을 제작하고 돌려봐야 했다. 그러자면 역시 철이 대량으로 필요했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이 있었다.


“철도를 깔고자 한다면, 조정의 승인이 필요하오이까? 아니면 지방 수령의 관할 하에 있소이까?”

“조정에서 관리하는 길이라면 도성 안쪽의 길과 지방까지 이어지는 길 9개이고, 나머지는 각 고을 수령이 관리해야 할 것이오이다.”

“그 9개의 길은 무엇입니까?”

“한양에서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가는 길, 덕원(지금의 원산)을 거쳐 경흥(아오지로 유명한 그곳 근처)으로 가는 길, 강릉을 거쳐 평해(울진)까지 이어지는 길, 대구를 거쳐 동래까지 이어지는 길, 상주를 거쳐 통영까지 이어지는 길, 공주를 거쳐 진주와 통영, 그리고 공주를 거쳐 장성과 광주를 지나 제주까지 이어지는 길, 수원을 거쳐 공충 수영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강화로 가는 길 해서 총 9개는 진도라 하여 조정에서 직접 관리하는 길이오.”

“관리라 하면...?”

“별감을 파견하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호패를 조사하거나 인구 이동을 파악하거나 하곤 했었으나, 지금은 예전과 같이 명령이 추상같지 못하고 느슨해지긴 하였다오.”

“느슨해졌다는 것이 어떤 뜻입니까?”

“진도의 책임자에게는 전답이 지급되며, 운영 비용을 대기 위한 진척위전이라는 것도 10~20결정도 지급되는데다 일꾼도 대 주니 유력가 집안 한량들이 내려와 무위도식하는 자리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오.”


‘땡보직에 급료도 괜찮은 일이라 꿀빨러 내려오는 한량들이 많다는 뜻이군. 관리는 느슨하겠지만 뒷돈 땡기려고 시비거는 경우도 고려해야 할 수 있겠다.’


“그렇군요. 그 외의 도로는 그럼 조정에서 관여하지 않습니까?”

“선대왕 중 한분께서는 ‘치도병가지대기’라, ‘길을 고쳐 닦는 일은 군에서 아주 크게 싫어하는 일이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도로를 잘 닦으면 곧 그 길이 적병의 침략로가 된다고 여기셨소이다. 도로를 닦는 일에 적극적인 자라면 나처럼 청국에 다녀와 본 자 아니면 저기 다산과 같은 실학하시는 선비들 외에는 극히 드물것이오.”


“그럼 혹시 마량진에서 보령까지 시험삼아 철도를 놓아보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

“그 정도는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니, 허락하여 드리겠소이다.”


이제 하나만 해결하면 실증기 제작에 들어가 볼 수 있겠다.

바로 철, 철을 생산하는 문제였다.


일단 현재 쓰는 제철 방법을 직접 가서 볼 수 있으면 좋겠으나, 사영은 배에서 멀리 갈 수가 없었다. 마침, 마을 사람 장돌석이 아는 야장이 몇몇 있다고 하여 그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야장 몇 명을 불러올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특이하게도, 조선 제철로는 상식과는 다르게 산 깊숙한 곳, 그것도 경사가 가파르고 돌이 많은 곳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연료를 주로 목탄을 쓰고, 철광석을 산에서 캐기 때문인 것일까.


“공납때문이라는데유?”

“예?”


알고 보니 국가에서 운영하는 광업은 나름 기밀시설에다 한양 근처에 몰려있어 조사하기 힘든 까닭에, 근처 민간 광업소, 즉 잠채를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조사해 온 모양이었다. 문제는 철의 경우,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철소만으로는 필요량 충당이 어려웠던 탓에 각 지방에서 바쳐야 할 공납품에 들어갔는데, 바칠 양을 정하는 기준도 분명하지 않았고, 납부 후 중앙으로 올리는 과정도 완전히 지방관과 향리에게 맡겨져 있었다. 즉, 제철을 하면 뜯기는 것은 당연한데, 그 뜯기는 양도 복불복이라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운반과 수송도 백성이 직접 맡아야 되다 보니, 아예 산 속으로 들어가 몰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제철소가 산속에 몰래 들어가 있다니.. 상상치도 못했지만, 생각해 보면 연료도 목탄에 채광도 산에서 했을 것이고, 그렇게 생산한 철의 양이 많아봤자 또 얼마나 많겠는가. 수송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 산속에서 어떻게 철을 뽑아내던가요?”

“일단 돌 산을 까서 길이 20m, 너비 2m, 높이 2m정도로 방 모양을 만들어 돌벽을 쌓고, 안쪽에 잡석과 흙을 채우고 점토를 바릅니다. 뒤쪽에 바람구멍, 앞쪽 낮은 곳에 쇳물구멍, 그 위에 잡쇠구멍을 내고, 뒤쪽 바람구멍에는 풀무를 설치하는구먼유.”


인력만 써서 산 속에 작업하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하긴, 현대적인 제철소가 40~60층 높이로 용광로를 만드는 것도 크고 높을수록 낭비되는 에너지가 적어지는 때문이니, 제어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크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 다음에는요?”

“솔잎, 낙엽, 송진, 노끈, 짚더미같은 것을 깔고, 방의 절반을 참숯을 채운 후 불을 댕기고, 풀무질을 해서 불이 제대로 붙으면, 앞창에 철광, 사철, 송진, 점토, 숯가루같은 것을 섞어 빛은 덩어리를 집어넣고 10시간 이상 계속 풀무질을 하지유. 그렇게 첫 쇳물이 녹아내라고, 잡쇠구멍에 잡쇠가 모이면 잡쇠부터 빼고, 그 다음에 쇳물을 뽑아내는구먼유.”

“10시간...”


목탄을 연료로 쓰는 것 치고는 빠르지만, 인력으로 하기에는 가혹하다 싶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쇳물이 풀무구멍까지 찰 때까지 위 과정을 계속 하기도 하는데, 그럼 보통 사나흘쯤 밤낮으로 바람을 집어넣고, 다시 2~3일쯤 식게 내버려뒀다가 가마를 부수고 잡쇠덩이를 가져다 쓰기도 하는구먼유.”


폭을 좁히고 높이를 한참 높이면 열효율이 증가하고 생산량도 크게 늘릴 수 있겠지만, 점토와 돌로 벽을 쌓고 인력으로 바람을 대는 구조에서는 저 정도 높이가 가장 다루기 쉬웠으리라.

그들은 샘플로 철 조각도 몇가지 가지고 왔다. 시커멓고 구멍이 숭숭 뚫린 철조각과 두꺼운 판 모양의 무쇠 덩어리, 그리고 두들긴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쇠막대였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조각을 무쇠 덩어리에 두들기자 조각이 바사삭 깨져나갔다. 그것을 보자 야장 중 하나가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이 구멍 뚫린 놈을 다시 한번 가마에 구우면 두 번째 보이는 무쇠 덩어리가 되고, 이것에 불을 먹여 두들기면 세 번째 쇠가 되는구먼유.”


목탄으로 녹인 쇠를 다시 한번 용융시켜 정련하고, 일부는 주철로 쓰고, 일부는 그것을 다시 목탄에 가열해가며 두들겨 불순물을 빼고 탄소양을 조절하여 무쇠와 강철, 연철을 나누어 생산하는 듯 싶었다.


“들어가는 재료와 나오는 쇠의 양은 얼마나 됩니까?”

“보통 한번에 철광이나 쇳가루 오백근에 숯 4백근정도 들어가구, 그럼 잡철 무쇠 다 해서 백오십근정도 나오는구먼유.”


“백오십근이라...”


대략 철광 3백kg에 숯 240kg로 철 90kg정도를 얻는 듯 싶었다. 여기에 불순물 정련 과정을 또 거쳐야 하는데, 사실상 인력으로 두들기는 방식이라 인력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 까지 고려하면... 기존 방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으니 역시 이것도 효율적인 방식을 새로 찾아야 할 듯 싶었다.


결국 이것도 다시 사영의 머릿속에 있는 근대 용광로의 자료를 기초로 맨땅에 헤딩해보는 수 밖에는 없었다. 사영은 야장들과 실학하는 선비들, 그리고 경작할 땅도 일도 없어 놀고있는 유민들과 함께 배를 뜯어 녹일 준비를 하고, 탄광을 찾아 탄을 캐고, 석탄을 가스화시키고, 터빈과 제철소의 작은 실험용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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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곱달째 23.05.22 46 3 15쪽
8 여섯달 후 23.05.22 40 2 12쪽
7 넉달 후 -3- 23.05.16 46 2 18쪽
6 넉달 후-2- 23.05.15 43 5 22쪽
5 넉달 후 23.05.13 48 3 16쪽
4 백일 무렵 23.05.11 56 4 19쪽
3 공충도 마량진 앞 바다, 석달 후. 23.05.10 67 4 21쪽
2 4달, 조선 23.05.10 90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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