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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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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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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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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째 -2-

DUMMY

황제는 그 사영이라는 자를 반드시 포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빠른 시일 내로.


그래서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 조선을 압박하여 배를 나포하게 한 후, 청으로 끌고 와 좋게 회유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조선에서 온 답서는, 그 형식은 정중했으나 내용은 결국 “직접 끌고 가 보던가.”였다. 사실 황제도 조선이 백여년 후에나 나타날 법한 전함을 나포해서 끌고 오리라는 기대는 없긴 했다.


“쉽게 풀리지는 않는군.”


그래도 음지와 양지를 통해 수집한 정보 모두, 최소한 미국이 이 시대에 와서 조선의 뒷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장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 사라지자, 청 황제의 마음에는 다시 뽕이 차올랐다. 이 시대에 온 것이 자신 혼자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황제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꽤나 재밌는 것이었다. 밑바닥부터 목숨 걸고 다시 올라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천명은 나에게 있다.”


빠르게 그 배의 포섭을 완료하고, 기술을 뽑아내어 영국, 나아가서는 청을 침범하고자 할 모든 잠재적 적국, 즉 미, 영, 프, 러,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일본까지 막아내야 할 것이었다.


곧 있을 아편전쟁, 그 전쟁에서 고작 5천여명도 되지 않는 영국에 무참하게 패함으로서 청의 멸망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 거의 1백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청은 세계의 중심에서 덩치만 큰 맛있는 먹잇감으로 뜯어 먹히는 신세가 되었었다.


그 난세를 극복하고 인민들의 정신 무장과 각성을 유도하여 나라의 혼란을 잠재우고, 여럿으로 쪼개져 저 왜적의 침략 아래 신음하던 인민들을 구원하였으며, 수백만명의 병력을 이끌던 정적을 일개 작은 섬으로 쫒아내고 마침내 나라를 세우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겪어냈던 기억이 황제에게는 있었다. 또한, 그렇게 얻은 나라를 서양 열강들과 대등한 나라로 세우기 위해 세웠던 경제성장 계획이자 농촌 혁명인 대약진 운동과 그 운동의 실패로 이어진 실각, 그리고 다시 혁명을 통해 재집권했던 기억 또한 황제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주어진 기회, 그 소중한 기회를 황제는 결코 놓칠 수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천명! 천명이리라.


황제는 마침내 대소 신료들을 모아 교시를 내렸다.


”우리 청은 천명을 받들어 천하를 다스리는 대국이었다. 허나, 우리 청과 자웅을 겨룰 만한 나라들이 천하에는 여럿 있다는 것을 짐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저 영국은 배를 찍어나고 병사를 조련하여 그 강대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아편을 팔고 은을 빼앗아 가고 있으며, 반대쪽 바다에는 영국과 비견할 만한 강국, 미국이 곧 짐의 나라를 범하려 할 것이며, 저 왜구들조차 수십년 내로 우리 대청을 범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바로 혁명! 혁명을 통해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곧 우리는 갈기갈기 찢어져 저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혁명의 주체는 도시의 선비들이 아닌 농촌의 농민들이며, 서양의 산업 혁명을 비롯한 여태까지의 혁명은 모두 도시에서 주도했으니, 이제 우리 동양에서는 농촌에서부터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특히, 저 조선에 당도한 이양선과 농어촌에서 일어난 일들은 참으로 배우고 본받을 만하다.


비록 작은 마을 하나이기는 하나, 그 이양선이 당도한 마을은 후진적이고 가난한, 농업마을에서 이제 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증기로 움직이는 철마를 만들어내는 선진 공업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단지 마을 하나, 마을 하나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 대청은 저 조선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땅은 넓고 비옥하며, 자원은 풍부하고, 수십만 개의 마을과 수억 명의 사람이 있다. 우리가 저 조선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배우고 익혀,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뛰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리는 마을마다 토법 고로를 세워 양이들의 대형 공장을 대체할 것이다.

우리는 마을마다 새로운 기술로 식량을 증산하여 모든 인민이 쌀밥과 고깃국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7년 안에 영국을 따라잡고,


15년 안에 세계를 정복할 것이다.”


이미 늙고 경험 많은 신하들은 숙청당한지 오래, 능력보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발탁된 자가 태반인 청 조정은 황제의 연설에 크게 열광하며 지지를 보냈고, 곧 조선의 한 시골 앞바다에 왔다는 이양선을 포섭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국가 대 국가의 일이 아니었으므로 사신을 보내기에는 격이 너무 차이가 나기도 했으려니와, 상대는 육로로 이어진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닌, 배에 머무는 존재였다. 기존의 사신단처럼 인원을 대대적으로 꾸려 보내기에는 시간도, 이동 방법도 애매했다. 거기에다, 황제의 명에 따라 현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여러 신기술들을 보고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반드시 가야만 했다. 가장 큰 목적이 포섭과 회유인 만큼, 포섭과 회유에 능한 관리가 필요하기도 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기존 신료들이 숙청당한 탓에 경험 많고 노련한 자가 조정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청 전체를 탈탈 털어 포섭과 회유에 경험 많은 자를 찾아 보려 해봤지만, 그런 경험이 있는 자들 중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들은 이미 은퇴하여 꽁꽁 숨었거나 어떤 식으로건 접촉을 거부했고, 감각이 떨어지는 자들은 애초에 목이 잘렸거나 머리에 총알을 맞은 지 오래였다.


결국, 청 황제는 충성스러우면서도 포섭에 능하면서 어느 정도 새로운 문물에 관한 눈썰미가 있는 자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황제의 선택은 포섭에 능한 자 몇몇, 현지 문물을 보고 기술을 빼올 수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을만한 학자들을 섞어 밀사단을 꾸리고, 여기에 황제에 충성을 바치는 젊고 혈기 넘치는 장교들을 배치해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사람을 다루는 능력과 경험이 있는 늙은 신하와 상인, 혹은 그 외 직종에 있는 자들을 보내 포섭을 시도하고,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젊은 장교단을 같이 보내 포섭 과정을 감시하게 한 것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커미사르, 혹은 정치지도원, 정치장교라고 불리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황제의 아편 금령과 대대적인 숙청을 거치면서 인력 부족이 심해졌고, 황제 아래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는 사상은 대숙청과 겹쳐 기존 지배 계층에 어마어마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게 고작 몇 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도 소소하게 숙청과 실종이 일어나는 중이니 어느정도 눈치가 있는 자들은 다들 몸을 사리거나 아니면 황제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거나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밀사단 사이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로 퍼져있었고, 실질적으로 밀사단의 지휘권도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거기에다 포섭을 맡은 자와 기술을 아는 자는 거의 대부분 대숙청 이전부터 살아남은 자들이라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의욕적으로 일에 달려들지도 않고 그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황제는 혹시 나올 수 있는 배신행위를 방지하고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한 ‘지도원’들을 중간중간 심어야 그나마 일이 돌아가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이들은 전문 지식은 없었으나,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젊은 나이에서 오는 열정을 가득 가지고 있었고, 사실상 이번 밀사단의 지휘권도 가지고 있었다. 황제 스스로가 인민 개개인의 정신 무장과 의지를 중시했던 만큼, 이러한 지도원들은 밀사단의 이동 내내 밀사단 개개인의 사상을 무장시키고 황제의 가르침을 교육시키며 이번 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기를 진작시키려 애썼다. 물론, 황제의 가르침을 전하며 황제의 충성심으로 뭉친 자들이 이들이었던 만큼, 이들의 권한도 막강하여 최악의 경우, 이들은 배반자들이나 반동분자에 대한 ‘숙청’권한도 지니고 있었기에 사기가 그렇게 진작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밀사단은 이동하는 동안 황제가 어떤 이유로 이번 임무를 내렸는지 그 이유와 내막을 나름대로 잘 알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지도원’들도 황제의 명을 정확하게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울러, 조선에서 자신에게 줄을 댄 조선 내 유력자에게도 연락을 취해 이들을 지원하게 지시했다.


그렇게 밀사단의 인선이 어느 정도 결정이 된 후, 그들은 황제와 직접 만나 명령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밀사단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북경에서 산둥성 동부 위해를 거쳐 공충도로 향했다. 위해는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고, 산둥 반도보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더 크고 잘 만들어진 항구들도 많았으나, 청 황제는 지나가던 영국 함선이 무언가 눈치를 챌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조선하고 가깝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위해를 통해 밀사단을 보낸 것이었다.


황제의 그렇게 밀사단이 위해를 떠나 공충도에 가까워졌을 때는 이미 가을 수확철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공충도 근처까지 온 밀사단은, 저 멀리 수평선에서 올라가고 있는 연기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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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개월째 23.05.26 35 4 14쪽
11 9개월째 23.05.25 33 3 15쪽
10 8개월째 23.05.24 40 5 15쪽
9 일곱달째 23.05.22 46 3 15쪽
8 여섯달 후 23.05.22 40 2 12쪽
7 넉달 후 -3- 23.05.16 46 2 18쪽
6 넉달 후-2- 23.05.15 43 5 22쪽
5 넉달 후 23.05.13 48 3 16쪽
4 백일 무렵 23.05.11 56 4 19쪽
3 공충도 마량진 앞 바다, 석달 후. 23.05.10 67 4 21쪽
2 4달, 조선 23.05.10 91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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