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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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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92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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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른 도시 (1)

DUMMY

비밀 지도의 의뢰로부터 며칠 뒤.

길잡이는 다행히도 평소와 같았다.

파리 한 마리 날리지 않는, 손님이 없는 상황인 것도 말이다.


“흐음······.”


김윤이 팔짱을 낀 채 가게에 전시된 지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주은서가 질문을 던졌다.


“이제 몸은 괜찮으신가 봐요?”

“하하, 다행히도 말이야. 그땐 신세 좀 졌어.”

“한두 번인가요. 그나저나 오늘 정부 쪽에서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 슬슬 가봐야지.”


김윤이 장갑을 낀 손으로 자신의 반대 손을 매만졌다.

며칠 전 장갑이 찢어지고 상처를 입었던 손이었다.


물론 상처는 모두 나았다.

마력이 생기고 나서 인간들의 자연치유력은 과거와 다르니 말이다.


“다녀올게.”


김윤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빠져나갔다.


길잡이를 벗어나자 평소와 같은 따가운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 역시 평소처럼 신경 쓰지 않으며 시청으로 향했다.


일대에 단 하나만 있는 도시 아름의 중심.

김윤은 거리낌 없이 그 내부로 들어섰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부에 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를 안내했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

김윤은 문에 붙어 있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의 팻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사이 그를 안내했던 직원은 잠금장치를 풀고 먼저 내부로 들어섰다.


“이쪽입니다.”


김윤도 이내 내부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했다.


“이대로 쭉 내려가시면 됩니다.”


김윤이 계단에 들어서자 그를 안내했던 이는 뒤로 빠지며 문을 닫았다.


“흠.”


문이 닫히자 계단은 상당히 어두웠다.

군데군데 박혀 있는 불빛 조차 그리 밝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익숙하다는 듯 신경 쓰지 않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통해 두 개의 층 정도를 내려왔을 때였다.

이제 이 이상 내려갈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김윤은 자신의 앞에 놓인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그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 후 그 내부로 향했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무슨 냄새인지는 아나 결코 정체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이었다.


“저 왔어요!”


김윤은 문만 열고 내부에 들어서지 않은 채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안쪽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래. 곧 나가마.”


그러자 이내 내부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부 측의 리터너 신민우였다.


“장소를 옮기지.”


신민우가 문을 도로 닫으며 김윤의 뒤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계단 바로 옆에 있음은 물론 색 또한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문이었다.


“그래요.”


신민우가 다른 문을 열고 그곳으로 향하자 김윤 역시 그를 따랐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방.

그러나 이내 그곳을 가득 채우는 빛이 들어찼다.

마력 램프였다.

멸망 이후 전등 대신 방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이었다.


따스한 색의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방의 정경이 드러났다.


테이블 하나, 의자 둘, 냉장고 하나와 싱크대.

그리고 그 옆에 여러 가지를 수납해둔 수납함.


“차라도 주마.”


신민우는 그곳에서 티백을 꺼내 김윤에게 차를 우려주었다.

김윤은 그가 준 차를 한 입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뭔가 알아낸 게 있나요?”

“아직은. 입이 무겁더군.”


신민우 역시 차를 홀짝인 후 말을 이었다.


“도시 바깥에 생긴 건 확인해봤나?”

“아직이요. 그동안 아름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군. 너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해놨으니 편할 때 가봐라. 그건 네 능력이 이루어낸 거니까.”

“은서한테 듣긴 했는데 제 능력으로요?”

“그래, 그렇게 볼 수밖에 없어. 이 도시에서 그것과 유사한 능력은 네 것밖에 없으니까. 그날에 대해 뭔가 기억나는 건 없나?”


신민우의 질문에 김윤은 팔짱을 끼며 머리를 굴렸다.

그날을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글쎄요······. 노호수와 함께 도시 바깥으로 나간 게 끝으로 끊겨버려서. 하지만 확실히 지금과 같은 현상은 처음이네요.”


김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작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가 최초에 리터너를 택하려 했을 때에도, 장갑이 없이 맨손으로 누군가의 체온에 닿았을 때도.

그의 손에 피가 묻었을 때도.

그는 꽤 자주 발작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은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렇군. 능력은 실험해봤나?”

“네, 예전과 같아요. 기억 추출, 저장, 재현. 하지만 형상과 같은 단순한 게 아닌 이상 실체는 없고요.”


김윤이 품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날 행사는 잘 마무리됐나요?”

“그래, 네 지도 덕분에 다들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매번 그 조금을 연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마석 대재해로부터 8년.

사람들은 이 새하얀 공간 속에서 살아가느라 점점 지쳐갔고, 미쳐갔다.


“역시 제 능력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니, 과거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뿐이야. 네 능력은 지금의 사람들에게 마약과도 같다.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만 바라고 현재와 미래를 보지 않게 될 뿐이야.”


또한 지금과 같은 공공의 적은 한 집단을 더욱 단합하게 만든다.

그리고 정부에서 만들어낸 도시의 공공의 적은 지금의 김윤이었다.


-미안하지만 부탁한다.

-알겠어요. 대신 길잡이에 이들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해주세요.


신민우는 과거를 회상했다.

김윤이 리터너를 택했음에도 포탈을 타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던 날.

그로 인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정부는 한 가지 선택을 내렸다.


당장 혼란스러워 서로 다투는 이들을 억누르기 위한 선택이었다.

리터너를 더욱 치켜세울 수 있으며 하나의 적을 만들어 도시의 단합을 꾀어낼 수 있는 그러한 선택 말이다.


소문을 뒤틀었다.

그저 겁에 질려 나가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그의 능력을 숨겼다.

그것은 지금의 그들에게 헛된 희망에 불과했으므로.


“그러고 보니 노호수가 그런 말을 했었어요. 1차 원정 때 마석 던전을 클리어하기 직전 누군가 자신들을 습격했다고.”

“나한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우리가 세상의 재건을 저지했다더군.”

“그들이 정부의 리터너였던 걸까요.”

“아니, 1차 원정에 참여한 정부 측 리터너는 단둘이다. 그마저도 거점의 확보를 위해 나갔을 뿐이고.”

“그래서 더욱 의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맞는 말이었다.

정부는 아름 도시의 설립과 내부의 안정을 위해 인력을 사용하느라 1차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외부로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원정대를 습격한 의문의 이들.

당연히 정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할만하긴 하다만. 정부는 아니다. 나는 쭉 정부 측 리터너였으니 우리 측 리터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부 파악 가능했지. 일부는 포탈의 수호, 일부는 리터너가 대량으로 빠진 사이 도시를 위협하는 이들을 막기 위한 치안 유지로 사용했다.”

“흐음······.”


김윤이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3차 원정에서도 로브를 뒤집어쓴 인간형 몬스터가 공격을 했었죠.”

“3차 원정의 생존자라도 손님으로 찾아왔었나 보군.”


이 정보는 정부와 길드 측에서 밝힌 적이 없는 정보였다.


“맞아요. 어눌하긴 하지만 확실히 인간의 말을 사용하기도 했고요.”


김윤의 능력 기억 추출은 사용하기 위해서 대상의 기억 속을 뒤져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기억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때문에 그로 인해 다른 기억에 대한 접촉을 피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다른 기억도 읽히는 것이다.


물론 지도를 판매하기 전 모두 설명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럼 1차 원정에 나타난 것도 그런 종류인가? 그렇다기엔 2차 원정에서는 전혀 없었다만.”

“1차 원정 생존자 중 아무나 기억을 읽을 수 있다면 확실하게 알 수 있긴 할 텐데······.”

“한 번 알아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부른 이유는 이게 전부인가요?”

“네가 능력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면.”


신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것도 있었군. 아공간 지도 제작은 계속 진행 중인가?”

“네, 여전히 알아낸 건 없지만요.”

“그렇군······. 알겠다. 그대로 전해주마. 이제 가봐도 좋다. 당분간은 지내던 대로 지내면 될 거다.”

“알겠습니다. 차는 잘 마셨습니다.”


김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으로 향했다.

방을 빠져나와 계단을 오른 그.

그는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노크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도로 열리며 아공간이 내뿜는 빛이 그를 반겼다.


“감사합니다.”


김윤은 시청을 빠져나온 후, 마력을 일으켰다.

신민우가 말했던 그 장소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바닥을 크게 박차는 그.

그러자 그의 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김윤은 곧장 스킬을 발동했다.

C급 스킬 마력 방패.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패가 허공에 비스듬하게 만들어졌다.

김윤은 그것을 발판 삼아 한 번 더 도약하며 도시를 빠져나갔다.


저 멀리 보이던 새카만 하늘과 대지가 점점 다가왔다.

새하얀 아공간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질적인 곳.


“정지! 정지!”


누군가 상공을 가르는 그의 모습에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정부 측 리터너인가.’


김윤은 그 외침에 근처에 착지했다. 그리고 두 손을 들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길잡이의 김윤입니다.”


이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그를 향해 겨누어졌던 총구를 치웠다.

김윤은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변화한 공간을 향해 다가갔다.


섬광의 비가 떨어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기에 땅에 품고 있던 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카맣게 물들고 식어버린 땅.


김윤은 그 땅을 장갑 낀 손을 통해 매만졌다.

장갑의 겉면을 통해 흙의 감각이 느껴졌다.

이건 정말로 흙이었다.

지구에서 가져온 것 같은 생생한 흙 말이다.


이어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내 능력으로 한 거라고?’


그는 품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은 할 수 없는 것일까.


김윤은 마력을 일으켜 일대의 마력을 감지했다.

마력은 공급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공간은 유지가 되고 있었다.


‘확실한 건 한 번 새겨지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겠군.’


확실히 지금까지의 아공간의 삶을 변화시킬만한 일이었다.

온통 새하얗기만 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도는 조금 고쳐야겠네.”


김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길잡이로 향했다.


“다녀오셨나요? 뭐래요?”

“사, 사장님. 오셨어요.”


길잡이에 들어서자 주은서와 최현민, 그리고 이서준이 그를 반겼다.


“별 이야기 아니었어. 그냥 저 공간을 또 만들 수 있냐 하는 이야기 정도.”

“그래요? 그럼 창고 쪽으로 가보세요.”

“창고? 왜?”


질문의 답은 최현민이 대신했다.


“우, 우진이 형이 돌아왔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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