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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아카데미의 E급 회귀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먀상
작품등록일 :
2020.10.17 16:33
최근연재일 :
2021.03.30 19: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65,400
추천수 :
733
글자수 :
396,052

작성
20.11.01 19:30
조회
951
추천
11
글자
12쪽

정신

DUMMY

하아.. 뛰어왔더니 힘들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세라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던 상태였다.


“야, 이거 먹어.”


“웅..?”


내가 들고 있던 죽을 본 신세라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뭘 이런 거를.. 고마워.”


“됐어, 많이 아프냐?”


아까 전 그녀에게서 열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놀랐다. 급한 대로 지오를 혼자 밥 먹게 두고 죽만 들고 바로 왔다.


“근데,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식당 아주머니께 부탁하니까 만들어 주셨어.”


“잘 먹을게.”


오늘 아침에 못 일어난 이유는 이거였나···.


신세라가 죽을 한 숟가락 떠서 내게 내밀었다.


“자.”


“응? 괜찮은데···.”


“너도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을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오늘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네.


“나중에 매점에서 사 먹으면 돼.”


“잔말 말고 빨리.”


어쩔 수 없이 죽을 한입 받아먹었다.


“응, 그렇지.”


그녀가 생긋 웃었다.


“먹고 쉬어.”


“응, 고마워···.”


“됐어, 아프면 미리미리 말해라.”


“헤헤, 응.”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그녀는 죽을 다 먹고 자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나는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에는 금색의 뒷머리를 묶은 한 소녀가 있었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긴가민가했지만, 얼굴을 보니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엘핀, 뭐 사러 왔냐?”


“어?”


그녀가 깜짝 놀라서 뒤돌아본 후 나인 것을 확인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냥, 필요한 게 좀 있어서.”


“그래? 머리 묶었네.”


“아, 기숙사에 있을 때는 이렇게 있거든.”


이어서 그녀가 내게 작게 말했다.


“묶은 거랑 푼 거 둘 중에 뭐가 더 좋아..?”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대충 먹을 것 몇 개를 집어서 계산을 한 후 매점에서 나왔다.


“엘핀, 기숙사로 갈 거야?”


“아, 응···.”


“그래? 데려다줄까?”


“아.. 아니, 괜찮아.”


“알았어, 그럼 가서 쉬어.”


엘핀이 손을 흔들었다.


“응, 잘 자.”


조금 걷다가 들어가야겠다.


오랜만에 저녁의 찬 공기를 맞으며 걷는 동안 기억을 정리했다. 1학년 때는 큰 사건은 단 하나. 2학기 때 일어날 사건, 2학년은···. 너무 많잖아. 그리고 3학년은 졸업식이 가장 큰 문제겠네.


“하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미래를 생각하면 어두운 미래밖에 남지 않았으니.


벤치에 앉았으니 손을 펴서 인벤토리를 사용한 뒤 미르의 알을 꺼냈다.


“미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너라도 있었다면.”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상대에게 나는 말을 건넨다. 미르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차원에서 쉬는 것이 아닌 내 몸 근처에서 있었다. 그림자 드래곤이라서 가능한 방법이지만.


미르와 계약하고 난 뒤에는 언제나 미르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미르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인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소환수의 알을 부화시키는 법은 잘 모르겠다. 신세라에게 걸리지 않게 몰래 따뜻하게 둬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다 시도해보았지만, 미동도 없었다.


“미르, 나 한편으로는 두렵다? 혹시, 너를 부화시켜도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면 어떡해?”


오랜만에 혼자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든다.


“나는 막을 수 없는 미래를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 차라리 나를 회귀시킨 것이 신이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게 해주는 것이 더 편했을 건데···.”


앞으로 또 사람들이 죽고, 결국은 인류가 멸망하는 것을 지켜볼 생각을 하니, 힘들다···.


그때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미르의 알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한눈에 들어와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은채원이냐.”


“응? 네가 왜 거기 앉아있냐.”


은채원이 모자를 쓴 채 운동복 차림으로 내 앞에 있었다.


“그냥 바깥공기 좀 맡고 싶어서.”


“그래? 근데 너 표정이 왜 그래?”


“왜?”


“아니, 어딘가 좀 슬픈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인생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평소에 너 같지는 않아.”


“그러냐.”


은채원은 평소에는 눈치가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것은 잘 파악한다. 졸업하고도 2년을 같이 다녔으니, 그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뭐, 힘든 일이라도 있어?”


“아니.”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닌데? 어디 이 누나한테 말해 봐.”


“누나는 무슨···.”


은채원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너는 보면 뭐든지 혼자서 하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저번에 한민재 때도 그랬고 기념공원에서도 그래.”


“위험하잖아.”


“너는? 위험한 건 너도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한테 의지해 보는 게 어때?”


그 말을 들은 순간,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전생에 은채원이 죽기 직전에 내게 남겼던 말···.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아니, 생각하지도 않았다. 전생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죽었던 사람을 다시 보고, 내 눈앞에서 처참히 죽었던 사람을 보고, 막을 수 없는 미래를 또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 정신은 이미 무너져있던 게 아니었을까?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뭐야, 너 울어? 자, 이걸로 닦아.”


그녀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고마워···.”


“됐어. 나도 너한테 폐 많이 끼쳤으니까 이걸로 끝.”


폐를 많이 끼치긴,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더 많이 끼쳤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대충 진정된 느낌이다. 그리고 부끄럽다. 입학식 날 엘핀을 보고 길거리에서 눈물을 터뜨린 것보다 지금이 더 부끄럽다.


은채원도 평소랑은 다르게 다정하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


“응, 여러 가지로 고맙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 뭐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들어주긴 할 테니까···.”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힘들어서인지 그녀의 얼굴도 약간은 붉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아, 맞다. 너 지금 내방 올래?”


갑자기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나며 내게서 떨어졌다.


“뭐?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또 무슨 착각을, 내 방에 누가 한 명 더 있지 않냐?”


“아, 세라가 있구나. 근데 그게 어때서?”


“그 녀석 지금 열나서 누워있어.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그러자 그녀가 놀라며 말했다.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너를 위로할 게 아니라 세라한테 가야 했네. 그나저나 너 설마 운 이유가 세라 때문이야?”


“그럴 리가 있겠냐.”


스마트 워치를 잠깐 확인해보니, 시간은 통금시간 10분 전이었다.


“은채원, 근데 시간이 조금 애매하다. 그냥 돌아가고 내일 오는 건..”


“그런 거 따질 때야? 얼른 가.”


결국 은채원을 데리고 방으로 왔다.


“세라, 괜찮아?”


신세라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으응, 괜찮아.”


“괜찮기는 아파 보이는데.”


“아니야,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거야.”


“그래?”


은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야, 은채원. 통금시간 됐어.”


“뭐?”


“어떡할래, 안 걸리게 돌아갈 수 있어?”


걸리게 될 경우, 교내봉사와 같은 벌이 있긴 한데, 그게 하필 체육대회 기간이라 팀 대전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말린 건데.


“으음···. 그럼 나도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지 뭐.”


그녀의 말에 신세라도 맞장구쳤다.


“응, 내 옆에서 자.”


“아니야, 아픈 사람 힘들게 할 수는 없지. 그냥 대충 아무 데나 기대서 잘게.”


에휴···.


“은채원, 내 침대에서 자라 그냥.”


“뭐? 그럼 너는?”


“그냥 바닥에서 자든지 할게.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자.”


“아···, 아니 그럴 수는.”


내가 대충 포기한 듯 바닥에 누우니까 그녀가 말했다.


“그럼 너, 그냥 나랑 같이 자자.”


“뭐?”


귀가 의심되는 소리다.


“괜찮으니까, 허튼짓 하면 죽여버릴 거야.”


계속 거절했지만, 결국은 진짜 같이 자게 되었다.


“여기 넘어오면 안 된다.”


은채원이 가운데에 선을 긋는 듯한 시늉을 했지만, 애초에 1인용 사이즈여서 의미 없다.


불을 끄고 누우니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닿을 거리에서 새근새근하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이미 잠이 든 것 같다.


신경 안 쓸 수가 있겠냐고···.


결국 조금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


누군가가 내 앞머리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난다.


“으으···.”


잠이 덜 깬 상태라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뭔가 좋은 냄새가 났던 느낌이다.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오늘도 여전히 신세라가 깨워주지는 않았다. 옆에 은채원은 없는 것을 보아 아마 일찍 돌아간 건가.


조심스럽게 내 위층을 확인했더니 신세라는 아직 자고 있었다.


“신세라, 몸 상태는 어떠냐?”


그녀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괜찮은 것 같아.”


혹시 몰라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


“아..? 뭐 하는 거야.”


“왜? 확인해봐야지.”


“그.. 그건 그렇지만.”


어쩐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조금 뜨거워진 느낌이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쉬어라. 교수님께는 내가 말해줄게.”


“뭐? 괜찮은데.”


“됐어, 점심시간에 한 번 올 테니까.”


“으.. 알았어.”


그녀를 뒤로한 채 나는 교실로 향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다른 학생들은 거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마침 은채원이 눈에 띄었다.


“야, 은채원 언제 갔냐.”


“어? 그.. 아침에.”


“그래?”


어째서인지 얼굴이 좀 붉어 보인다.


“너도 아프냐?”


“아니거든!”


“그래? 그럼 됐어.”


-띵띵띵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백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옆자리가 비어있으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다.


*


-띵띵띵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보통 월요일에 오후수업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오늘은 오후수업이 있다.


나는 은채원과 김지오, 엘핀을 모두 뒤로한 채 종이 울리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식당에는 사람이 없었다.


“저, 혹시 오늘도 죽 될까요..?”


식당 아주머니께 조심스럽게 묻자 아주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괜찮단다. 그 친구 아직 아프니?”


“열은 내렸는데, 몸 상태는 별로 안 좋아 보여서 지금 방에 있어요.”


“다행이네, 그 친구를 많이 아끼나 봐?”


“네?”


아주머니가 미소 지으셨다.


“어제 밥도 안 먹고 엄청 다급하게 말했잖냐. 받자마자 또 달려갔고.”


“뭐, 친한 친구에요.”


“그러니?”


아주머니가 죽을 건네주셨다.


“여기 있단다. 가져다주고 너도 밥 먹으러 오렴. 준비해둘 테니까.”


“감사합니다.”


죽을 받은 뒤 내 방으로 향했다.


“신세라, 여기 죽 받아왔어.”


그녀가 힘든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응, 고마워. 또 폐 끼쳐버렸네.”


“뭘, 폐 끼친 거 아니라니까.”


내게 받은 죽을 먹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나, 가볼게.”


“어, 응. 오늘 오후수업 있었어?”


“응, 2개 있네.”


“알았어, 다녀와.”


다시 식당으로 향했더니 학생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아주머니께 밥을 받았을 때 은채원과 마주쳤다.


“뭐야, 너 이제 밥 받는 거야?”


“넌 다 먹었냐?”


“아, 응 그렇지···.”


내가 자리에 앉자 그녀도 내 옆에 앉았다.


“왜?”


“그냥 기다려줄게.”


밥을 먹기 시작하자 은채원이 말했다.


“그래서 세라 상태는 괜찮아?”


“응, 열은 내렸어.”


“그래? 다행이네.”


“아침에 언제 간 거야? 몰랐는데.”


“6시쯤.”


“그래? 뭐 불편하지는 않았어?”


내 질문에 그녀가 약간 뜸을 들인 후 아까보단 작게 말했다.


“너, 나 껴안고 잤잖아.”


“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약간 분위기가 많이 어두웠네요. 사실 주인공과 가장 오래 있던 게 은채원이라 그녀에 대해서 주인공이 다른 둘보단 그녀를 막대하는 것은 느끼셨을 겁니다. 은채원이 중심인 에피소드를 적었는데 조금 뇌절까지 간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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