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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아카데미의 E급 회귀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먀상
작품등록일 :
2020.10.17 16:33
최근연재일 :
2021.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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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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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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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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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기억하기 싫은 과거

DUMMY

***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립지만 그립지 않은 장면이다.


“다들 상황은 어때요?”


이곳은 지하 벙커. 2년 전 졸업식 날, 하늘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동통로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빌런들이 무작정 공격을 시작했다.


마법사들이 뒤늦게 막아보기 시작했지만, 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던 상황에서 많은 빌런을 막는 것은 무리 인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죽었다.


살아남은 인류는 우리처럼 지하 벙커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고 있다.


“어, 진우왔냐. 특별한 건 안 보여. 빌런들 이제 포기한 걸까.”


나를 반겨주는 이 수염이 덥수룩하고 산적처럼 생긴 아저씨는 김수현 아저씨. 이 벙커에서 유일하게 마법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벙커에서 은채원 다음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근처에 혹시 숨어있는 녀석이 있을까 둘러보고 왔는데, 보이는 것은 없었어요.”


“그래? 다행이네.”


뒤이어서 벙커 안쪽에서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 은채원이 나왔다.


“왔어? 밥 준비되었으니까 다 같이 먹어요.”


“그거 좋지.”


김수현 아저씨가 먼저 들어가고 나와 은채원도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이 벙커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도 10명 정도의 사람이 같이 살고 있다. 엄청 넓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식량, 침대, 샤워실, 재배시설 등등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있었다. 걸리지만 않으면 식량을 재배해서 여기서 살 수도 있다.


김수현 아저씨가 한탄했다.


“하, 역시나 풀 밖에 없구먼.”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누나가 대답했다.


“어쩔 수 없죠. 이런 상황에서 고기를 구할 수는···. 그보다 그 말 매일 하는 건 알아요?”


“하하하, 밥이나 먹자.”


다 같이 “잘 먹겠습니다.”라고 외친 후 우리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나날도 길게 가지는 않았다.


밥을 다 먹은 뒤 은채원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던 도중 마법 이야기가 나왔다.


“은채원, 너 불 속성 마법 말고 다른 마법은 못 사용하냐?”


“응?”


“보통 아카데미 시절에 하나쯤은 더 만들잖아.”


“그렇긴 한데···. 그냥 배우기 싫었어.”


“어째서?”


“그냥.”


안 그래도 힘든데 분위기까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만 말했다.


“어이, 이진우.”


“아, 김수현 아저씨가 부른다. 갔다 올게. 네!”


“나랑 같이 주위 둘러보러 갈래?”


“상관은 없는데요. 방금전에 갔다 왔는데.”


“그래도, 뭐 할 이야기도 있고. 설마 이 마법도 못 쓰는 아저씨를 혼자 보낼 생각이냐?”


“알았어요. 같이 갔다 와요.”


우리는 사다리를 타고 벙커의 위쪽으로 올라왔다. 아까 확인한 것처럼 주위에는 생명체라고는 비둘기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 걸을까?”


“네.”


아저씨와 나란히 서서 걷는 것은 얼마 만일까···.


“전에도 말했지? 너를 보고 있으면 내 아들이 생각난다고.”


“네.”


김수현 아저씨의 아들은 마찬가지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첫날, 내 친구 김지오와 마찬가지로 사망했다고 들었다.


“그래,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는 2년쯤 지난 거지?”


“그렇죠. 그걸 졸업했다고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렇지.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마법 협회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겠죠. 아니면, 숨겼거나.”


“그렇겠지?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자꾸나.”


“그래요.”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밟고 약간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저길 봐라. 노을 예쁘지?”


“그러네요.”


“사람이 죽어가도 자연은 그대로 예쁘지. 우리는 언제까지 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그러게요. ‘디 엔드’ 그 자식만 쓰러뜨릴 수 있다면···.”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진우, 이것은 아버지로서의 충고라고 생각해라.”


아저씨의 목소리가 방금 전과는 다르게 진지해졌다.


“너보다 확실히 강한 상대, 그런 상대가 보이면. 도망쳐라.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 그런 건 개나 줘버려. 너는 살아남아라. 알겠지? 절대 싸우려고 하지 마.”


“알았어요.”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아저씨는 어떻게 할 거냐고.


아저씨가 웃으며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있겠어요? 이 난리 통에.”


“그럼 채원이는 어때?‘


“그 녀석은···. 됐어요.”


“시시한 녀석.”


그렇게 말하고 아저씨는 고개를 돌리고 노을을 쳐다보았다.


“슬슬 어두워지겠다. 돌아가자. 어두울 때는 위험해.”


벙커로 돌아오니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밥 준비가 됐어요.”


“오, 구수한 냄새가 나는군. 빨리 가자.”


아저씨는 밥을 보더니, 절망했다.


“콩이었군···.”


“뭐, 만족하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두가 밥을 맛있게 먹은 뒤 잠들기 전 휴식 시간이 생겼다.


“은채원, 잠깐 바깥공기 좀 마실래?”


“그러자.”


벙커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우리에게 김수현 아저씨가 말했다.


“둘이 어디 가는 거야? 고백이라도 하게?”


“아니거든요.”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러냐. 밤이다. 조심해라. 뭐, 너희라면 웬만큼 강한 녀석이 오는 게 아닌 이상 이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금방 돌아와라.”


“알겠어요.”


벙커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근처를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데려온 거야?”


“그냥 바깥 공기 좀 마시자고.”


“진짜 그게 끝?”


은채원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야, 은채원.”


“응?”


“우리끼리 디 엔드랑 싸우러 갈래?”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렇지? 그냥 해본 말이야.”


“장난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 너 혹시 고민 있어?”


그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 뭐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뭔데, 말해봐.”


“됐어.”


“너, 그거 병이야. 혼자서 안고 가려고 하지 마. 가끔은 누군가한테 의지해보는 게 어때? 뭣하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러냐.”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야?”


은채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길봐! 저기 분명 벙커 쪽인데···.”


“설마, 습격인가. 빨리 가자.”


“응.”


우리는 벙커로 달려갔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벙커의 앞에는 빌런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의 시체도 보였다.


“너희 뭐야!”


은채원이 소리치자 그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아직 남은 녀석들이 있었나.”


그들의 등에서 우리에게 날카로운 검은 그림자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이스 실드』”


한 번은 막아내었지만, 계속해서 날아온다.


“안 되겠다. 은채원, 물러서.”


“어, 응.”


이러면 우리 위치는 다 걸리겠군.


“미르! 쓸어버려!”


내 몸 어딘가에 있던 그림자 드래곤이 나타나서 검은색의 레이저를 입에서 발사했다.


절반 정도의 빌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호오, 비스트인가.”


“감탄하고 있을 때냐? 빨리 너희 보스를 불러오는 게 어때.”


하지만, 그때 검은 갑옷과 투구를 쓴 녀석 디 엔드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진짜 데려올 줄이야.”


녀석은 무리다. 어떡해야 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 앞에 김수현 아저씨가 나타났다.


“너희 뭐하냐. 내가 확실히 강한 상대 만나면 도망치라고 했어 안 했어 이진우!”


이때까지 큰 소리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던 아저씨가 내게 소리쳤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아저씨 팔이..”


김수현 아저씨의 한쪽 팔은 이미 잘린 상태였다.


“아, 이건 신경 쓰지 마라. 아무튼, 너흰 도망쳐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팔로 어떻게..”


“아저씨 말 안 들을래!”


그는 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즐거웠다, 꼭 살아남아라.”


우리는 미르의 등에 탔다.


“아저씨 죄송해요···.”


“그럼 꼭 살아남아라.”


우리는 아저씨를 뒤로한 채 도망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의 비명이 들려왔다. 우린 그것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저씨...”


“강한 상대를 만나면 도망치라면서요. 자신의 목숨을 우선시하라면서요. 근데 왜.. 당신이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는 건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 벙커를 찾았다. 아무도 사용한 흔적이 없던 새 벙커였다.


“은채원, 우린 어떡해야 하냐.”


“살아남아야지···.”


“아저씨.. 전 어떡해야 해요.”


그날 우리는 동료들을 버리고 살아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 엔드에게 위치를 발각당했다.


“『카운트리스 나이프』”


빌런들을 쓰러뜨려도 비스트와 같이 계속해서 몰려든다.


“은채원, 뒤로 빠지자.”


“알았어.”


하지만, 그 뒤 은채원의 신음이 들려왔다.


“크윽..”


“은채원?”


은채원의 복부에 검이 꽂혀있었다.


“아.. 아아..”


나는 재빨리 그 빌런을 죽이고 그녀에게서 검을 뽑아낸 후 미르의 등 뒤에 타려고 했다.


내가 잠깐 신경을 다른 곳에 둔 사이 여럿의 빌런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건 죽었나···.


하지만, 그때 은채원이 자신의 마지막 기력을 사용해서 나를 밀어내었다.


“어?”


“남한테 의지하라니까. 꼭 살아남아···.”


“은채원!”


그것이 그녀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다. 그 뒤 은채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사망했다.


“아.. 아.. 디엔드!”


나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소리쳤다. 그곳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


“허억..”


눈을 뜨니 평소에 보던 천장과는 다른 천장이었다.


“여긴..”


여기가 어딘지는 대충 보면 알 수 있었다. 보건실이다. 그나저나 배 근처가 무겁다.


내 위에서 은채원과 신세라가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은채원의 위치가 조금만 더 아래쪽으로 가면 좀 위험한 위치여서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다.


“나 쓰러진 건가···.”


그나저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꿈으로 꾸었다. 그것도 생생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난다.


그때 커튼이 걷히며 긴 갈색 머리카락의 보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일어났네? 몸은 좀 괜찮고?”


“네, 아까보단 나은 것 같긴 해요.”


“그래? 너 최근에 마력을 한계까지 사용한 적이 많아?”


“몇 번 있는 것 같아요.”


“역시나, 피로 누적, 감기에 마력 고갈까지 같이 오니까 그렇게 되지.”


그랬던 건가.


“대충 치유마법으로 회복시켜뒀으니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는 나보다는 그 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수업 끝날 때마다 찾아오고 붉은 머리 쪽은 ‘죽는 거 아니에요? 살려 주세요. 제발,’ 이런 식으로 거의 울면서 계속 말했고, 은발 쪽은 ‘나 때문에, 내가 감기를···.’ 이런 식으로 자꾸 자기 탓만 하고 있고.”


“그랬어요..?”


이 둘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니 의외다. 은채원은 “뭐야, 안 죽었어? 그냥 죽어버리지.” 이런 반응을 보일 거 같았고 신세라의 경우는 “뭐야, 엄살은.” 이럴 것 같았는데.


“난리도 아니었어. 거기에 남자애도 두 명이랑 그 금발친구도 계속 찾아왔고. 복 받았네.”


“그러게요. 저는 그럴 자격도 없는데.”


나중에 강민우랑 백 교수님한테는 꼭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그때 내 위에 있던 은채원과 신세라가 일어났다.


신세라가 먼저 말했다.


“어? 이진우, 일어났네. 다행이다.”


“휴, 걱정했다고.”


“그래? 고마워.”


그러자 은채원이 먼저 질색했다.


“뭐야, 안 어울리게. 오글거려.”


“됐어, 내가 잘못했다.”


“안 아프다고 했잖아.”


“미안하다 은채원 여러모로.”


“선생님, 얘 아직 아픈 것 같은데요.”


다들 웃음이 터졌다.


나도 남한테 의지해도 되는 걸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지금은 너무나도 비교된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계속될 수 있기를···.


작가의말


벌써 20화를 달성했네요. 그런데 성적은 어째서 눈물이···


20화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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