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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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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7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01.1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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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1) 10화.[첫 전투]

DUMMY

“출발이라뇨? 아직 포탄조차 보급을 못 받았는데...”


아르티아군 규정 상 철도 운송시에는 안전을 위해 전차 내 포탄 자체를 적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부득이하게도 주둔지에 도착한 후에 곧 도착할 보급 부대를 통해 포탄과 예비 물자들을 수령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곧 이라고는 해도 실험 기병부 소속의 보급중대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3시간가량이나 더 남아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간다고 해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주포 옆에 붙어있는 포탑 기관총을 가리켰다.


“기총이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사용하는 탄도 저희 것과 같은 스프링필드 탄일 테니 저희에게 있는 걸 유용해드리도록 하죠.”


그녀는 굳이 주포를 쏘지 않아도 전차가 전장에서 보여주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적에게는 위압감이, 그리고 아군에게는 사기가 증진되는 효과가 충분할거라며 나를 설득했고,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이번만 임시로 중대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제 전차랑 정찰소대의 전차들을 투입하도록 하죠. 기총의 구경으로 따지면 차라리 정찰소대의 컴뱃카들이 이 녀석보단 훨씬 나을 테니까요.”


그러자 그녀 역시 동의하며 분대지원화기로 지급된 M2의 12.7mm 탄도 함께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결정되었으면 이제 인원들을 차출해서 빨리 나가야 하는데, 나는 그에 앞서 에린과 비앙카 하사를 불렀다.


“여기 새로 온 부중대장인데, 아직 일이 익숙치 않을 테니 나 없는 동안 중대 통제하는 것 좀 같이 도와주세요. 기본적인 일도 좀 가르쳐 주도록 하시고요.”


솔직히 중대 통제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거니와 아무리 부중대장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무슨 장비를 다루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중대 전체를 맡기기에는 좀 꺼림칙한 면이 있었다.


나는 상황을 설명한 뒤 리스에게 부탁해 4소대, 즉 정찰소대원들을 보두 기상시키고 내 전차로 돌아와 지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체크할 것들을 정비했다.


“여기는 7호차, 리스, 소대 차량 인솔해서 내 차 뒤로 집결시키도록, 이상.”


“여기 4소대장, 수신 완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컴뱃카들이 우렁찬 엔진음을 울리며 소대장의 지휘 아래 내 바로 뒤쪽으로 정렬했다. 불과 여기까지 오는 길에만 해도 장난을 치며 틱틱거리거나 껄렁거리는 병사들이 없지 않아 있는 편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누가 뭐래도 실전이라 그런지 그 누구도 장난을 치거나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인원은 없었다.


“저희 차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럼 출발하죠!”


제니아 중위가 사륜구동차 뒷좌석에서 내게 추월 신호를 보낸 뒤 끼어들며 외쳤다. 그렇게 부대 정문을 나서자마자 멀리에서 들려오던 총성은 확 가까워졌다. 미시시피 강을 잇는 큰 철교라 그런지 그 모습은 멀리서도 확연히 보였고, 이 거리에서 보아도 길이가 약 1km는 가뿐히 넘을 것만 같아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점점 더 본격적으로 전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으윽..”


철교에서 약 700m가량 떨어진 마을에 세워진 임시 주둔지에 진입할 때쯤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마을에서 직접적인 교전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았기에 직접적인 전투 흔적이 남아있는 건 아니었지만, 전투의지를 잃은 주방위군 병사들과 곳곳의 불타는 드럼통, 그리고 신음하는 병사들이 뒤섞인 야전병원 등 복합적인 상황들이 만들어낸 그 우중충한 분위기만으로도 우리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을에 들어옴과 동시에 분위기가 많이 반전되었는데, 건물에서 전차의 궤도 소리를 듣고 나온 주방위군 장병들이 환호하며 우릴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환호에 답할 겨를조차 없이 우리는 바로 하차한 뒤 트럭에 실린 탄을 신속하게 날라 차내에 적재해야 했고, 곧바로 제니아 중위의 재촉과 함께 마치 도망치듯 급히 그 마을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년들 전부 죽여버려!”


“XX를 XX해서 XX해버려!”


떠나가는 우리 뒤에 대고 손을 치켜들거나 입 가까이에 손으로 확성기를 만들며 살벌한 응원을 하는 주방위군 누님들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고속으로 마을을 횡단해 이윽고 마치 검은 거인이 웅크리고 있는 듯한 아치형 철교에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이제 총성은 쏘고 있는 지점을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가까워졌고, 나는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여기 7호차! 모든 차량에 알린다, 전투 준비!”


나는 전투 준비를 알리며 중대장실에 짱박혀 있던 걸 챙겨온 쌍안경을 꺼내 눈에 갖다 댔다. 슬슬 저 앞에서 거대한 철교에 쌓인 바리케이드 곳곳에 자리를 잡고 전방을 향해 경계하는 병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긴장한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데 우리가 철교 입구에 다다랐을 즈음, 마침 바리케이드에 쌓인 모래주머니 더미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전방 경계를 하던 한 안경 낀 병사 하나가 나를 돌아보더니, 옆의 사륜구동차에서 내리는 제니아 중사와 나를 번갈아보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녀와는 반대로 제니아 중위의 표정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완전히 일그러졌는데, 화나서 일그러진 게 아니라 걱정으로 인해 일그러진 그런 표정이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듯 안경 낀 병사에게 달려갔다.


“아이리! 팔 다친 건 어쩌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어디 봐봐.”


“아야야... 헤헤, 별 거 아닙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몇 시간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그녀의 왼팔은 깁스를 한 상태였다. 부상을 당했는데도 바리케이드 모래주머니에 총을 거치한 채 비스듬히 몸을 기대 경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투로 그리 말하며 내게 가볍게 목례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학생 아이리 병장입니다. 현재 철교 부근을 가장 오랫동안 담당한 분대장이니 이 친구에게 여러 궁금한 점을 물어보셔도 될 겁니다. 아이리, 간략하게 브리핑해 드려.”


그러자 아이리 병장은 불편한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몸놀림으로 총을 들고 내 전차 위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바로 내 옆에 붙어 익숙하다는 듯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보시는 이 철교는 일리노이와 아이오와를 잇는 가장 큰 유일한 철교입니다. 다른 다리나 철교들은 서부연합과 아르티아의 전쟁이 가시화될 때쯤 대부분 저쪽에서 무단으로 폭파시켜 버렸고, 이 철교 역시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희가 관리하는 부분 외에 나머지 절반은 이미 기둥에 폭약이 설치된 상태입니다.”


뭐, 폭약? 그러니까, 이미 폭약이 설치된 철교를 방어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일 명령 떨어지면 거기로 진격을 해야 한다는 거야? 상대 쪽에서 까딱하면 버튼 누를 준비만 하고 있는데도?


“철교 가장 중간 부분의 60m는 비무장지대로 설정되어 있어서 아직까지 직접적인 백병전이 벌어지거나 하고 있진 않습니다만... 어차피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사상자도 나오고 있어서 솔직히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녀는 총을 포탑 옆에 기대 둔 채 멀쩡한 한쪽 팔로 안경을 고쳐 쓰며 설명을 계속했다.


“방금 전 지휘관님께서 도착하시기 직전에 총격이 잠깐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 잠시 재정비를 위한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총격전의 빈도도 불과 며칠 전에 비해 확연히 많아진 상황이고, 정찰병에 따르면 건너편에 보이는 적군의 숫자 역시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어서 사실 언제 전면전이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바라본 철교의 전경은 뭐랄까, 미로 같았다. 다리 곳곳에 미로처럼 듬성듬성 설치된 바리케이드 때문에 비무장지대 바로 앞까지 가지 않는 이상 그 너머는 전차 위에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고, 곳곳에 비치된 드럼통에서는 시야 확보를 위해 아까의 마을처럼 불을 지펴둔 상태라 꼭 무슨 좀비 영화의 방어시설 같아보였다.


어쨌든 철교 자체가 넓긴 해도 결국 바리케이드 때문에 도무지 한 번에 전차 한 대 이상은 기동이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나는 정찰을 목적으로 나머지 전차들을 모두 뒤에 남기고, 그나마 내 전차보다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좀 작은 리스의 컴뱃카 포탑 뒤에 제니아 중위, 아이리 병장과 함께 편승한 채 바리케이드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비무장지대 코앞까지 전진해 보기로 결정했다.


지나가는 중간 중간에 그녀의 분대원들이 자동소총과 스프링필드 소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를 하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 모두 우리 전차를 보고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표정들이 활짝 펴졌다. 사족이지만 확실히 전차가 아군 보병에게 주는 안도감이 실로 대단한 것 같아보였다.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한계는 전방 500m 지점 정도까지지만, 바리케이드 때문에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거의 20분 가까이 걸린다는 아이리 병장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환경에서 도대체 전차가 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런데 그때,


“영훈, 꽉 잡아!”


잠시 한눈을 판 나를 리스가 급히 불렀다. 뭔가 해서 반응했을 땐 이미 바닥에 높게 쌓인 모래주머니 더미를 전차 궤도가 넘어가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순식간에 전차가 출렁거리며 그 반동으로 내 몸이 뒤쪽으로 확 튕겨져 나갔다.


아, 이거 떨어지면 100퍼센트 머리 깨질텐데...!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엇차, 조심하십시오.”

그러나 다행히도 나와는 달리 포탑 뒤쪽에 단단히 손을 고정하고 있던 아이리 병장과 제니아 중위가 몸을 기울여 그들의 중간에 위치해 있던 나를 받아주었다.


어우, 더블 흉부 쿠션이 부드럽긴 하구나... 가 아니라, 한순간이긴 했지만 전차장교란 놈이 보병 중대장과 병사 앞에서 그런 꼴을 보인 게 조금 창피했다.


“고, 고맙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꾸벅 인사하며 헛기침을 했다. 최대한 그들의 얼굴을 안 보려고 했지만, 내 귀가 빨개진 걸 아이리 병장이 알아챈 모양이었다.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저도 뭐 종종 실수하니 너무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은근히 귀여운 면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제 동생 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귀여워해 드릴 자신 있는데 말입니다.”


주방위군이라 그런지 제니아 중위와 아이리 병장은 내게 실없이 농담을 던졌고, 나는 쓸데없는 한마디가 많은 그들에게 무어라 대꾸도 못한 채 낭패했다는 표정으로 계속 전방을 주시했다.


그로부터 약 5분 정도가 흘러, 이제 체감상 슬슬 중간 지점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어 갈 무렵, 아까처럼 농담을 하던 아이리 병장이나 제니아 중위도 입을 다물고 손에 쥔 개인 화기를 틀어쥐면서 분위기는 갑자기 급변하여 긴장감이 상당히 고조되었고, 이윽고 마지막 바리케이드를 돌자 순식간에 전방의 시야가 탁 트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고, 회전수가 낮아진 엔진음과 옆쪽 드럼통에서 기름이 타는 소리만 타닥 타닥하고 들려오는 가운데 잠시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보니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 있던 나무로 만든 임시 초소가 군데군데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채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한 60m 정도 너머로는 또 상대측 바리케이드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고, 우리 전차는 그쪽에서 훤히 보이는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래, 생각보다 차체가 바리케이드에서 너무 나와 버린 것이었다.


잠시 흐르는 이상한 정적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고 리스에게 후진을 명령하려던 그 순간!


-까강!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 한 발이 포탑 상면을 때리고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엎드려!!”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아이리 병장과 제니아 중위는 급히 전차에서 뛰어내려 엄폐를 실시했고, 나 역시 포탑 아래로 몸을 낮추며 리스에게 급히 소리쳤다.


“리스, 빨리 후진!”


“알고 있어!”


하지만 당황해서 너무 급하게 후진을 했는지 좌측 궤도받이가 바리케이드에 쾅 하고 부딪히고 말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후부터 한쪽 궤도만 마치 무언가에 걸린 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전차는 이리저리 제자리선회만을 반복했다.


뭔가 해서 슬쩍 고개만 빼꼼 내밀어 쳐다보았더니, 파손되어 떨어진 유자철선 십 수 가닥이 기동하던 우리 전차 궤도에 감겨 그대로 꼬여 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보아하니 왼쪽 유도륜 부근에 아주 제대로 엉켜버린 상태라 절단해내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았고, 그 때문에 불가피하게도 만약 적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다면 우리 전차는 적에게 반 이상 노출된 채 그대로 총알 세례를 받아 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리스, 다른 단차들에 연락해서 진입하라고 하고, 궤도에 걸린 철조망 절단해야 할 것 같으니까 최대한 측면을 보이지 않게 방향을 틀어봐!”


“알았어!”


리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전차는 다시 우측으로 살짝 제자리선회를 했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는 경사장갑 효과를 볼 수 있는 티타임 각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전차가 총알을 얻어맞고도 후퇴할 생각을 하지 않자 자극을 받은 건지, 이윽고 건너편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총알 세례가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온갖 소총탄이 차체에 부딪히며 내는 날카로운 굉음이 내 귓전을 때렸고, 그 소리에 귀가 멍해진 나는 정신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이에 리스는 곧바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은 채 포탑을 돌려 응사를 시작했고, 나 역시 곧바로 정신을 차린 뒤 포탑 상부에 설치된 M1919를 붙잡고는 옆에 튀어나온 뭉툭한 장전바를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겨 사격을 개시했다.


뒤이어 갑작스러운 전투 소리에 놀란 아이리 병장의 분대원들도 곧바로 달려와 사격 자세를 잡았고, 나는 리스에게 더 이상 전차 궤도를 움직이지 말라는 말과 함께 우선 눈앞에 보이는 목표들에 집중하라고 했다.


하지만 적들이 바리케이드에 숨어있던 데다 사방에 놓여 있던 드럼통의 불길이 일렁거리는 바람에 실루엣이 흐트러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나는 먼저 상대측에 있는 가장 약한 장애물인 초소를 향해 사격을 가한 뒤 총구 불빛이 반짝이는 곳을 향해 집중적으로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대가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내가 지금 사람을 죽인다는 그런 죄책감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럴 겨를조차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최대한 리스가 열어둔 반원형 해치에 몸이 가려지도록 숨어 미친 듯이 총을 갈겨댔다. 어느새 순식간에 과열된 총열에서 나온 후끈한 열기가 나를 덮쳐 땀은 비 오듯이 흘렀고, 긴장 때문인지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에 숨이 거칠어져 입으로는 계속 헉헉대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1분쯤 지났을까, 쿡 오프에 대비해 최대한 끊어서 쏘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을 무렵, 한순간 내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 튀며 마치 게임에서 섬광탄이 터진 것마냥 눈앞이 번쩍 했다.


“으아악!”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뭐야? 내가 총에 맞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어 바로 몸을 더듬어 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조금씩 시야가 돌아와 눈앞의 기관총을 쳐다보았더니, 기관총의 총신이 반쯤 갈라진 채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아무래도 눈 먼 총알에 맞아 파손된 것 같았다.


혀를 차며 권총이라도 꺼내려고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려는데, 그 순간 무전기를 잡고 있던 제니아 중위가 20분 내로 증원이 올 거라며 내게 소리쳤고 반대로 리스는 장애물 때문에 다른 전차들의 진입이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컴뱃카의 맹렬한 공격에 어느 정도 적의 공세는 잠시 주춤해졌고, 어느새 총격전 역시 잠깐이지만 멈추면서 곧 또다시 주위는 마치 거짓말처럼 고요에 휩싸였다.


나는 이 틈을 타 차내에 적재되어 있던 와이어 커터를 꺼내들어 엉켜있는 철선을 조금이나마 잘라내 보려고 했는데, 그걸 본 아이리 병장이 자신이 하겠다며 내게서 와이어 커터를 뺏어든 뒤 자신의 소총을 떠밀듯 넘겨주었다.


졸지에 전차장에서 소총수가 된 나는 어절 수 없이 기관총 대신 익숙치 않은 스프링필드 소총을 들고 전차 상판 위에서 경계를 시작했는데, 적정의 움직임이 전과는 달리 어딘가 어수선해 보였다.


무슨 일인가 해서 얼굴을 찡그리며 쌍안경으로 보았더니, 한 병사의 빨리 하라는 듯 재촉하는 손짓과 함께 저쪽 바리케이드 사이로 사람 몇 명이서 무언가 커다란 바퀴 달린 걸 밀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본 나는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이런...젠장!”


그것은, 전간기 전차 저지력의 최강자 중 하나였던 독일제 PaK36 대전차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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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12화.[너네 이거 성군기 위반이야!(...)] +4 21.01.19 238 3 15쪽
12 (12) 11화.[적 대전차포, 그리고...] +2 21.01.13 229 3 15쪽
» (11) 10화.[첫 전투] +2 21.01.10 235 3 17쪽
10 (10) 9화.[드리우는 전운] +4 20.12.31 237 3 22쪽
9 (9) 8화.[무너지는 의지] +4 20.12.21 251 3 21쪽
8 (8) 7화.[정비반과 35(t) 전차] 20.12.11 277 4 23쪽
7 (7) 6화.[상처입은 여자들] +1 20.12.03 294 5 25쪽
6 (6) 5화.[심상찮은 부대] 20.11.22 327 3 14쪽
5 (5) 4화.[여왕의 선물] 20.10.25 361 3 14쪽
4 (4) 3화.[너희가 내 부관이라고?] 20.10.23 446 3 12쪽
3 (3) 2화.[큰누나의 결심] 20.10.20 608 3 22쪽
2 (2) 1화.[사람 목숨이 장난도 아니고] +3 20.06.07 1,184 9 37쪽
1 (1) 프롤로그.[소환, 그리고 두 엘프 해병대원] +4 20.04.22 1,923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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