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결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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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나와의 식사를 마치고 난 다음 날이었다.
나는 축제 공연의 기획하고 있는 조그만한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분명 방까지 아직 몇 층을 더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안에 있는 혜지와 반장이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싸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고 잇었다.
"아니... 잘 하시는 거 있잖아요,
근데 왜 갑자기 처음 해보는
마술 공연을 중간에 넣고 싶다는 거에요!?"
"아니 해서 나쁠 거 없잖아,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나쁠 거야 없죠...그쵸 맞아요. 나쁠 거 없어요.
근데 그건 잘하는 사람이 했을 때, 나쁠 게 없는 거지.
본인이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분위기 싸하게
만들 생각이에요?"
"아니 축제 공연까지는 시간도 많이 남았고,
나도 노력할 거야!"
그녀의 말에 반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 노력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일이 아니에요.
이건 좀 다른 문제라고요!"
"너...행운이는 믿어줬잖아, 걔가 이런 바보 같은 일
기획할 때도, 그냥 참가해줬잖아."
"걔는 항상 사경을 헤매는 노력을 했어요.
사람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이미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까, 그 애라면 뭔가 해낼 수 있겠구나
라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그렇게 둘의 대화를 본의아니게 엿들으며,
나는 열려져 있는 방의 문을 닫으면서 들어갔다.
"얘들아, 목소리좀 낮추는 게 좋을 거 같아.
목소리가 너무 커."
혜지는 내 말에 별 관심이 없는지 이내 큰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했다.
"아 그러고보니까, 행운아 너 어제 급하게
누구랑 밥 먹으러 간다고 하던데
누구랑 밥 먹은 거야?"
"유안나.":
내 입에서 나온 이름에 안에 있던
사람 모두가 화들짝 놀랐고,
혜지가 나에게 다급하게 질문했다.
"그...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냐니? 밥 먹었어,
그리고 끝이야."
그 대답에 안이 어이 없어하면서
물었다.
"우리가... 궁금한 게 그게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지 않아?"
"그렇겠지, 그 애를 영입할 수 있나 없나,
이게 궁금한 거 아니야?"
내 질문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차분히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가능할지도 몰라, 근데 안 할 거야."
그 말에 가만히 있었던 여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뭐 갑자기 의욕이 사라져서, 축제 공연을
성공시키고 싶다는 의욕이 사라지기라도 한 거야?"
"그건....아니야, 어제 그 애랑 이야기 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어찌 되었던 이건
내가 이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밀 이야."
내 말에 혜지가 반박했다.
"네가 축제를 성공 시키고, 회장이 된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아."
"그럴지도 몰라, 근데 인생이라는 건 모르는 법이잖아?
가령 축제를 성공시킨다고 해도 내가 질 수도 있는 거야.
내가 회장이 되어서, 이 학교에 온 목적인 그 애를 만나서
원하는 상황을 마주하지 못할 지도 모르고."
내 반응에 안은 코로 한숨을 내쉬며 질문했다.
"그래서 넌 지금 우리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더 이상 이기기 위해서, 이 악물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공연을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럼 뭘 위한 공연을 할 건데?"
"이게 내가 너희와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면, 너희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어."
그 말에 대부분이 혼란스러워 했으나, 혜지는
살짝 신이 난 듯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러면 행운아 넌 그럼 내가 마술 공연하는 거
찬성하는 거야!?"
"...뭐 반대 한다고는 안할게..."
"그게 무슨 뜻이야?"
"단독 마술 공연이 아니라, 누구랑 같이
하라는 거지."
내 말에 혜지는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과 함꼐
질문했다.
"아니... 뭐 근처에 마술 할 줄 아는 사람 있어?"
"우리 면접자 중에 있었어, 마술 잘하는 사람."
내 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질문했다.
"누구..?"
"네 전 남친."
"아...걔가?"
"오늘 어쩌다가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
나한테 묻더라고. 자기 마술도 할 줄
안다고 해서, 뭐 얼마나 잘하냐고 물어보니까.
간단한 마술 몇 개 보여주긴 했는데.
나쁘지 않더라고."
그 말에 혜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래서 우리랑... 상의도 안하고 합격 시켰어...?"
"아니 보류라고 했어, 만약에 진짜 합격 시키게
된다면 나중에 우리 쪽 사람이 갈 거라고 전해뒀어."
"...으음, 아니 걔는 왜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너랑 좀 대화를 하고 싶은 거 같아.
연인으로 못 돌아가더라도, 같이 웃으면서 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내 말에 혜지는 스스로의 이마를 붙잡으며 괴로워하며
고민을 하는 듯 했고, 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조롱하듯이 말했다.
"야~ 역시 내가 맞았네, 너희들은 왜 도대체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 놓고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거야?"
그렇게 그들을 조롱하는 그에게도 나는 한마디를 했다.
"그러고 보니까, 네 친구도 나한테 왔었어.
공연을 할 거면, 자기도 끼워줄 수 없겠냐고."
"...친구?"
"콩쿠르를 기점으로 멀어졌던 애 있잖아.
우승까지 갔던 긴 머리를 가진 남자애."
내 말에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
물었다.
"네...가 그 애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만났었어, 그리고 나한테 피아노를 좀
가르쳐주기도 했었고."
"...그래서 그 놈이 정확히 뭘 원했는데?"
"네가 작곡한 곡으로 어렸을 때 처럼,
같이 연주할 수 없겠냐고."
내 말에 그의 표정이 경직되며,
꽤나 복잡한 감정이 엿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이내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 내 시선은 곧바로 반장을 향했다.
"...나는 뭐... 없어."
"있잖아, 이미 알고 있어."
"미안한데... 그건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럴 생각도 없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눈을
바라보며 깨달으며 질문했다.
"이건 네가 지금까지 바라던 일이잖아,
반 애들로부터 일원으로서 인정 받아서
그 애들이랑 뭔가를 같이 하는 거."
"..."
"반장으로서 아니라, 사람 이재훈으로."
"...그 애들은 내가 같이... 뭐 댄스팀을 꾸리자고
했었는데... 난 몸치에... 애초에 춤추는 일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고."
그가 내 눈을 피하면서, 말하는 모습에
나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니 너한테 재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기본적으로 춤추는 건 운동 신경이 있는
애들이 잘하더라고. 빠릿빠릿하고."
"...아니 그 애들도 다 아마추어 라서...
괜히 했다가... 공연이 망가지면."
그가 걱정하는 모습에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우리 공연의 실패는 참가해준 사람들이
즐겁지 않은 거야, 관객들이 어떻게 보던
어떤 걸 느끼던 간에 상관 없어. 공연하는
사람이 즐거웠으면 우리 공연은 성공하는 거야."
내 말에 그는 놀란 듯한 눈치를 보였고,
잠시뒤 혜지, 안, 그리고 재훈이(반장)의 순서로
차례로 자신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 방을 나갔고.
그 안에는 여학생과 나 단 둘 만이 남았다.
그녀는 악의적인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며 물었다.
"... 난 당연히 네가 그 애를 데려 올 줄 알았는데.
이런 선택을 할 줄이야..."
"좀 생각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다 보니까,
이렇게 되더라고."
"그래서... 뭐 이렇게 공연자들이 많이 생겨났고,
나한테는 뭐 할 말 없어?"
"좀 미안하긴 한데... 아마 네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거 같아."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공연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어줬으면 해."
"흐음~ 그 서로 뒤죽박죽인 공연들을
이어지게 하려면, 거래가 필요 할 거 같은데?"
"내가 학생회장이 된다면, 너한테 학생회
자리를 내줄게."
그녀는내 질문에 곰곰히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차분히 물었다.
"괜찮은 제안이야, 근데 말이야. 만약에
네가 실패한다면 나는 뭘 얻게 되는 거지?"
"그럼 그때는 뭐 내 목숨이라도 가져 가래?"
"...나한테 그 말을 농담으로 하면 안된다는 건
알지?"
"당연히 알지."
"자신 있나 보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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