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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2,365
추천수 :
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2.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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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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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골드넘버를 얻다 (2)

DUMMY

암묵적인 합의로 밤이라 생각되는 마법등이 꺼지는 시간엔 기습의 위험 없이 모두들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천장에 붙은 발광석의 희미한 빛을 쬐며 루스카는 모두가 잠든 적막이 가득한 거리를 뚜벅뚜벅 걸었다.

지하수가 흐르는 다리 부근에 도착한 루스카는 검은 선 안에서 나와 고개를 들어 발광석의 빛을 맞았다.

세차게 흐르는 지하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루스카의 얼굴을 적셨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변하는 시간 동안 창공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루스카는 점점 초조해졌다.

짝!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루스카는 양손으로 힘껏 양 뺨을 때렸다.

고통을 느낄 수 없어 방어본능조차 작동하지 않아 루스카의 입에선 비릿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루스카는 피가 흐른다는 느낌도 입안이 터져 생기는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킬킬킬,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진 거냐? 그렇다면 내가 기꺼이 도와주지.”

루스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왈칵 짜증이 밀려왔다. 정말이지 죽어가는 감정에 이렇게 불씨를 지피는 놈은 유일했다.

“무슨 일이지, 12번?”

“그러는 네놈은 여기 웬일이지? 쥐새끼라 첩자질이라도 하러 온 거냐? 아니면 암살?”

“…….”

루스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순간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어느새 주위는 포위되어 있었다. 12번의 뒤에서 사일러스가 루스카와 시선이 마주치자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태평스레 손을 흔들었다.

어째서인지 베스터드와 바오렌을 비롯한 골드 넘버들이 전부 나와 루스카를 주시하고 있었다.

스텔라는 눈을 반짝이며 루스카를 바라보았고 그 곁에는 이그니스가 서 있었다.

루스카는 쉽게 자리를 뜰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칠드런들은 물론 골드 넘버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암살을 시도했다는 구실은 좋은 건수였다.

칠드런들이 루스카를 꺼려하는 이유는 암살의 위협 때문이었고 그건 골드 넘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리 없이 다가와 기습을 하면 아무리 골드 넘버들이라도 맥없이 당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루스카의 실력을 확인하고 죽이든 끌어들이든 둘 중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 작정을 하고 모인 듯했다.

루스카를 상대하는 건 당연히 12번이 맡은 듯했다.

“흐흐흐 왜? 도망칠 곳을 찾고 있나?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키키키, 어디 도망쳐 봐라 내가 널 찾아서 육포를 뜰…….”

퍽!

12번의 미간에 루스카가 던진 단검이 틀어박혔다.

전광석화와 같은 솜씨였다.

루스카가 난데없이 단검을 던질 줄을 몰랐는지 모두들 흠칫거렸다.

단검의 기세에 목이 꺾였던 12번의 머리가 천천히 제 자리로 돌아왔다.

12번은 눈을 부릅뜬 채 루스카를 노려보았다.

스멀스멀 12번의 미간에 박혀 있던 단검이 밀려나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너 이자식……!”

미간에 단검이 박혔는데도 살아 있는 12번의 모습에 칠드런들은 질린 듯이 12번을 바라보았다.

루스카는 말없이 12번을 향해 한 손을 들어 올려 덤비라는 듯이 까닥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싸우기로 결심했다.

일반 넘버를 가진 칠드런들 중 루스카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모건 가로 돌아가려는 자신을 막는다면 어차피 싸워야 할 상대였다.

그런 의미로 보면 12번은 좋은 연습 상대였다.

“크아악!”

12번의 몸이 포탄처럼 루스카를 향해 쏘아졌다.

다리 근력을 강화시켜 순간 속도를 높이고 상체를 단단하게 만든 몸통 치기에 당하면 두꺼운 갑옷을 입어도 박살이 난다.

슥!

루스카가 일직선으로 쏘아져 오는 12번의 공격을 한 발짝 옆으로 물러서는 것으로 간단하게 피했다.

루스카가 피하자마자 12번의 왼발이 딱딱한 돌바닥 깊숙이 기둥처럼 박혀 들고 날아가던 기세를 그대로 실은 오른발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루스카의 옆구리를 노렸다.

파아악!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오른발을 루스카는 예상한 듯이 제자리에서 살짝 뛰어오르며 오히려 도움닫기로 디디며 뒤로 몸을 날렸다.

루스카와 12번이 서 있던 자리가 서로 뒤바뀌었다.

12번은 살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바닥 깊숙이 박힌 왼발을 뽑았다.

“키키키, 그러니까 한 수는 가지고 있다 이 말이지…….”

12번의 왼발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꽈배기처럼 비틀려 있었는데 12번이 대수롭지 않게 몇 번 털자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루스카는 조용히 12번의 몸 안을 관찰했다.

전사 타입의 칠드런과는 많이 싸워 봤다.

12번이 특이 능력자라 하더라도 대응방법은 비슷했다.

전사 타입은 몸속에 품은 마나를 이용해 근력과 반사 신경을 강화시킨다.

그렇다면 그 중추를 이루는 핵을 찾아내 끊어버리면 그뿐이었다.

12번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일반 번호보다 막대한 양의 마나가 활발하게 돌아다녀 몸 전체가 빛으로 뒤덮여 있어 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루스카는 땅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단검을 발로 차 올려 오른손으로 쥐었다.

핵을 찾기 어려우면 일일이 찔러보면 될 일이었다.

“이그니스.”

“예.”

루스카가 부르자 이그니스는 앞으로 나오며 공손히 답했다. 그 모습에 12번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씩씩거렸다.

“무기가 필요하다.”

“준비하겠습니다.”

이그니스는 어떤 무기가 필요한지 묻지도 않은 채 사라졌다. 루스카는 천천히 12번을 향해 걸어갔다.

자존심이 상한 듯 12번은 괴성을 지르며 다시 한 번 루스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르륵 루스카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놀란 표정으로 몸을 단단하게 만들며 주위를 경계했다.

암살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루스카가 갑자기 사라지면 반드시 한 명은 죽어 나갔다는 걸 칠드런들에게 들었기에 방비를 단단히 했다.

푹!

왼쪽 허벅지에 따끔함을 느껴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이번에 목의 경동맥 부근이 서걱하며 잘려나갔다.

“이자식이!”

푹! 푹! 소리와 함께 12번의 몸 곳곳이 단검에 찔렸다.

강철과도 같은 자신의 몸에 루스카는 쉽사리 두부를 찌르듯 공격했다.

순간적으로 상처가 회복되기는 하지만 12번은 분한 듯 고래고래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보이냐?”

“아니.”

바오렌의 질문에 베스터드는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말했다.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자신조차 루스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을지는 몰랐다.

“젠장! 눈앞에 있는 건 확실하지?”

“12번 몸에 상처 나는 거 보면 몰라?”

“무슨 수법이지? 투명마법인가?”

“아냐 마법이면 내가 감지했을 거야. 은신과 암살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만하군. 루스카가 작정하면 우리도 위험하겠어.”

바오렌의 중얼거림에 어느새 다가온 사일러스가 말했다.

그 말에 베스터드는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곱씹으며 12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마법을 이용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은신만 하고 있다 이 소리지? 이렇게 텅 빈 공간에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그것도 일반 넘버가 아니라 우리 골드 넘버들도 다 모여 있는데 놈의 옷자락 하나 못 보고 있다는 거군.”

“역시 한 수 가지고 있는 놈이었어. 휘유……. 안 건드리길 잘했다.”

“호호호 아주 그냥 가지고 노는 구나…….”

다행이라는 듯한 바오렌의 중얼거림에 스텔라가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이그니스는?”

베스터드의 말에 스텔라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12번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이지 않는 낭군님이 시키신 일을 수행하러 갔잖아. 아 저기 오네!”

스텔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서 이그니스가 나타났다. 이그니스의 뒤에는 두 명의 칠드런이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품에 들고 낑낑거리며 뒤 따라왔다.

이그니스는 발광하는 12번의 모습만 보일 뿐 루스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냅다 12번을 향해 무기들을 집어 던졌다.

“이 빌어먹을 년!”

루스카 때문에 약이 올라 있는 상태에서 이그니스가 자신을 향해 무기들을 집어던지자 12번의 분노는 극에 달해 보이지 않는 루스카 대신 이그니스에게 달려갔다.

화풀이도 하고 인질로 삼을 요량이었는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풀썩 땅에 쓰러졌다.

“크윽! 뭐 뭐지?”

고개를 돌려 다리를 바라보니 양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있었다.

어째서인지 회복이 되지 않고 있었다.

루스카는 내심 상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넘버들만 상대할 때는 몰랐던 사실을 12번 덕분에 알 수 있었다.

12번의 몸 안에 돌고 있는 마나 중 중심을 이루는 핵을 찾는 건 정말 요원한 일이었고 마치 연못 속에 비친 달을 베는 헛된 일이 계속되자 루스카는 짜증이나 중얼거렸다.

‘성가시군. 마나의 실만 없으면 찾기 쉬울 텐데……..’

그러자 일순간 진짜 12번의 몸을 뒤덮은 마나의 실들이 사라지며 언뜻 12번의 몸 곳곳에 자리 잡은 마나 핵들이 나타났다.

당사자인 12번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마나핵은 찰나의 시간 동안 다시 몸 전체를 감싸는 마나의 실을 내뿜어 자신의 위치를 가렸지만 루스카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실을 조종할 수는 없지만 지워 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루스카는 12번이 눈치 채지 못하게 12번의 마나들을 지우면서 새로이 깨달은 자신의 능력을 연습했다.

그 와중 이그니스가 무기를 던지고 12번이 이그니스를 향해 달려들자 루스카는 아쉽지만 이만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즐겨했지……. 배웠으면 좀 써먹으라고.”

그 말과 동시에 루스카는 이그니스가 던진 무기 중 창을 잡아들고는 12번의 척추에 박았다.

“끄아아악!”

12번은 척추가 끊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육체는 끊임없이 상처를 회복하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상처가 파괴되어 회복과 부상이 반복되며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보내왔다.

루스카는 12번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본래 척추에 위치한 핵을 단숨에 끊으려 했는데 단단한 뼈에 부딪혀 창날이 비틀리며 핵을 절반만 잘라냈다.

그 때문에 12번은 상처의 회복과 악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오히려 절반이 갈라진 마나핵이 어떠한 반응을 하는지 궁금해진 루스카는 다른 곳에 위치한 핵에도 실험했다.

무릎과 팔꿈치, 양 날개뼈, 간장과 심장에 창과 검 도, 등 손에 잡히는 무기는 아무거나 찔러 넣었다.

루스카가 무기를 찔러 넣을 때마다 12번은 몸을 파닥거렸다. 극심한 고통에 손으로 바닥을 긁어내다 손톱이 다 빠져 버리고 용서해 달라 애원했지만 12번은 루스카에게 좋은 교재였다.

상처가 자동적으로 회복되니 그동안 실험해 보고 싶었던 인체의 약점과 반응 등에 대해 실컷 조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도끼를 들어 12번의 머리를 박살냈다.

이번엔 일부러 핵을 피해 머리를 단숨에 잘랐다.

12번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쩍 벌어졌지만 머리 부분에 위치한 핵은 놀라운 회복력으로 박살난 머리를 순식간에 복구시켰다.

부수고 자르고 짓이기는 루스카의 실험이 끌날 때쯤 주위는 이미 싸늘한 적막에 잠식되어 있었다.

머리를 부수고 잘라도 되살아나는 12번의 모습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였고 소를 해체하는 백정처럼 눈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12번의 몸을 조각내는 루스카도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죽음에 익숙한 칠드런들도 부르르 몸을 떨 정도였다.

만족했는지 루스카가 12번의 몸에 있는 모든 핵을 부숴버리자 12번은 더 이상의 회복 없이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

실험을 마친 루스카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루스카의 주위엔 비명소리를 듣고 몰려온 칠드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반 넘버는 물론이고 골드 넘버들마저 루스카의 시선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루스카의 왼손에 차인 팔찌에서 빛이 나더니 황금색으로 변하며 12번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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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힘을 기르며 기회를 노린다. (3) +6 09.12.07 3,56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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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힘을 기르며 기회를 노린다. +4 09.11.27 4,034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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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오펀 하우스 +3 09.11.14 4,254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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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3) +3 09.11.01 4,606 11 9쪽
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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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6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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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9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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