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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2,364
추천수 :
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0.27 01:09
조회
5,210
추천
14
글자
8쪽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DUMMY

노인의 질책에 루스카는 곧바로 사과했다. 노인은 변명을 늘어놓을줄 알았으나 루스카가 바로 사과하자 살짝 이채를 띈 표정으로 루스카를 바라보다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알면 됐다. 너도 당황했을테지. 어디보자… 흠 목소리가 걸걸한게 성대에 약간 이상이 있는거 같은데 곧 회복될꺼다. 네놈 몸 상태가 어떤지는 옅들어서 알고 있겠지?”

“어차피 죽을 몸이었습니다. 살려주신것만해도 감지덕지거늘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호오?”

노인은 루스카의 말에 살짝 놀란표정을 지었다. 부랑아 치고는 제법 말투에서 배운투가 났다.

“일단 기본적인건 알고 있어야겠지. 난 호프만이라고 한다. 모건가의 마법사지. 네놈도 모건가의 이름정도를 들어 봤겠지?”

호프만의 말에 루스카는 멍하니 호프만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마음씨좋은 귀족의 변덕인줄 알았는데 모건가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일곱가문중 하나인 모건가를 모르는 자는 없다. 귀족을 넘어서 신족으로 불리는 가문이자 그에 걸맞은 신기를 보유한 가문. 아니 보유했던 가문이었다.

모건가의 신기인 창공검을 잃어버린 후 모건가는 신족에서 그 지위가 귀족으로 격하되었다. 그후 대가 이어질수록 공작에서 후작으로 후작에서 백작으로 점점 작위는 내려가기만 했고 벌써부터 모건가의 몰락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었지만 그건 귀족들 사이의 일일뿐 루스카에겐 똑같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루스카의 눈빛을 읽은 호프만이 만족스러운 듯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을 구한건 모건가의 현가주이신 모레스키 가주님이시다. 그러고 보면 네놈도 정말 운이 좋군. 다 죽어가던때에 만난게 우리 가주님이니까 말이야. 다른 귀족들이었으면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을텐데 말이지. 아! 그리고 네놈은 삼일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동안 널 간호하신분이 바로 가모님이신 엘리아느님이시다. 정말 착하신 분이지. 에휴… 너무 착해서 탈이긴 하지만 말이야.”

호프만의 말에 루스카도 공감했다. 배신과 협잡이 당연한 상식인 빈민굴에서 살아온 루스카였다. 버려진 빵 한조각을 얻기위해 등 뒤에서 칼을 찌르고 한푼의 동전을 위해 웃으면서 목을 따는놈들이 비일비재한곳이 바로 뒷골목이었다. 모레스키나 엘리아느같은 호의와 동정은 처음이었다. 그때 다시 문이 열리며 엘리아느가 모락모락 김이나는 따뜻한 스프가 담긴 그릇을 든 한 남자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오! 깨어났구만.”

중년의 남자는 루스카와 눈이 마주치자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루스카는 호프만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중년의 남자가 모건가의 주인임을 눈치챘다. 모레스키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스프를 내려놓고는 의자를 끌고와 루스카를 마주보며 앉았다.

중후하면서도 포근한 인상에 적당히 살집이 붙은 옆집 아저씨같은 인상의 남자가 바로 이 대륙을 지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일곱 가문중 하나인 모건가의 주인 모레스키 모건이었다.

“비천한 부랑아에 불과한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호오?”

루스카의 말에 모레스키는 물론이고 호프만과 엘리아느도 살짝 감탄섞인 표정을 지었다. 빈민가의 사람들은 귀족들을 보면 일단 넢죽 엎드린채 용서부터 비는데 루스카는 그런 자들과는 달랐다. 검은장미단의 간부후보로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정도는 배운 루스카였다.

“그래 이름이 뭔가?”

“루스카라 합니다.”

“호오? 루스카라…”

모레스키는 자신을 루스카라 밝힌 소년을 새삼스레 다시 쳐다보았다. 루스카는 고대어로 섬광이란 뜻이었다. 우연으로라도 빈민가의 아이가 가질 이름은 아니었다.

“그 이름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적 제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에 그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그 목걸이는 당연히 고아원장의 손에 들어갔다. 루스카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놓았다. 강보에 싸여 뒷골목에 버려졌고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자신의 나이가 10살이라는 것, 강보에 함께있던 목걸이에 새겨진 루스카라는 글귀를 이름으로 얻었다는 것, 겨울마녀의 저주에 의해 일어난 폭동에 고아원에서 도망쳐 길거리에서 지내다 모레스키와 만났다는것까지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소매치기단에 들어가 강도와 살인을 저지르고 악마의 아이라며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자신에게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숨겼다. 루스카가 자신이 살아온 날을 담담히 말하자 엘리아느는 루스카의 처지가 딱한지 눈시울을 붉힌채 훌쩍였다. 그 모습에 루스카가 난처해 하는 듯 하자 모레스키가 루스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험험 마누라가 감수성이 좀 풍부해서 그러니 이해하거라. 13구역의 소요사태에 대해선 나도 들었단다. 지금은 구역 자체가 폐쇄돼 출입이 불가능하고 공안국이 개입한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전에 빠져나와서 다행이구나.”

모레스키의 말에 루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공안국이요?”

“그렇단다. …아마도 사실이겠지.”

모레스키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안국은 공공의 안녕과 치안의 확립을 위해 설립된 황제 직속의 특별기관이었다. 경비대는 물론, 군부조차 함부도 대하지 못하는 절대권력을 자랑하는 공안국은 독자적인 입법권과 사법권, 그리고 백작이하의 귀족들에 대한 수사권마저 가진 정부의 실세였다.

13구역의 빈민들은 땔깜과 식량이 떨어지자 관청에 대책을 요구하였으나 무시로 일관하는 관청에 태도에 분노해 상가와 민가를 약탈하는 일이 벌어졌고 관청은 곧 경비대를 투입하여 소요사태를 집압하고자 했으나 폭동은 점점더 크게 번져갔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패한 관리들 때문에 구제책이 제대로 시행돼지 않았다는군요.”

“그러게 말일세. 공안국에서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무시하더니 쯔쯔 죄없는 사람들이 많이 다치겠어.”

모레스키는 호프만과 대화를 나누다 곧 멍하니 바라보는 루스카를 깨닫고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곤 잠시 고민하다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 이렇게 하면 돼겠군. 루스카군. 우리 집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나? 내 보수는 넉넉하게 쳐주지. 물론 평생 일하라는건 아니고 13구역의 봉쇄가 불릴때까지만이라도 여기서 일하게. 그게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떠나도 되네. 어떤가?”

“가주님!”

모레스키의 말에 호프만이 놀라 소리쳤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빈민가의 아이를 데려와 키운다는건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았다. 호프만의 외침에 찔끔한 모레스키는 황급히 일어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며 호프만에게 말했다.

“이런! 중요한 일을 하다가 왔는데 깜빡했구만. 어서 일하러 가봐야지. 아. 호프만 장로. 루스카군에게 스프좀 먹여주게나. 이건 명령일세. 명령.”

“가 가주님!”

당황한 호프만을 무시하며 방문은 냉정하게 닫겨버렸다. 단 둘만 남은 방안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흠흠. 혼자 먹을수 있지? 굳이 내가 떠 먹여줄 필요는 없지? 난 이런거 처음 해봐서 말이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나도 잘 모르는 수가 있거든.”

“……”

은근히 물어오는 호프만의 말에 루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여기서 고개를 저었다간 진짜 콧구멍으로 스프를 먹는 사태가 벌어질것만 같았다. 그만큼 호프만의 표정은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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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2 9 13쪽
7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13 16 6쪽
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60 13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20 12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9 14 8쪽
»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11 14 8쪽
2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48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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