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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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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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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54

작성
09.1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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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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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골드넘버를 얻다 (4)

DUMMY

“이봐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그 왜 대장간에서 일하는 한스가 얼마 전에 배달을 갔다 왔잖아.”

“근데 그게 왜?”

“아 답답하긴! 그 뒤로 한스 녀석 본 적 있어?”

“그러고 보니 못 본 지도 꽤 됐군.”

“그게 문제가 아냐! 한스 녀석이 뭘 보고 왔는지 완전히 공포에 질려가지고 집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는 거야.”

“재수 없이 강도라도 만났나 보지.”

“아니라니까! 어제 상단이 지나갔잖아! 그 사람들이 얼핏 말하는 걸 들었는데 요즘 도적떼들이 극성을 부린대! 세란마을 알지?”

“알기야 알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왕래는 별로 없는 곳이지만.”

“거기가 도적떼의 공격을 받았다나 봐! 얼마나 잔인한지 살아남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데라니! 이 사람아! 그 도적떼들이 우리 마을에 쳐들어올지 누가 아나! 그리고 한스를 봐. 분명 한스가 배달을 갔던 곳이 바로 그 세란 마을이라고! 한스는 그 도적떼들을 보고 무서워서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걸 거야!”

“걸리면 살아남은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면서?”

“그렇지!”

“그런데 한스는 무슨 재주로 살아 돌아온 건데?”

“그 그거야……. 운 좋게…….”

“운 좋기는 개뿔! 쓸데없는 소리로 마을사람들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일이나 하러 가. 그리고 도적떼가 그렇게 기승을 부리면 진작 영주님이 토벌대를 보내겠지 가만두겠나? 도적떼가 진짜 있다면 재수 없는 몇몇 마을은 당할 수 있겠지만 영지군이 출동하면 그놈들은 상대가 안 돼, 우리 영주님이 다른 귀족들과는 달리 영지민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서 그러나?”

“그, 그런가?”

알패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일터로 향하는 바르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기승을 부리는 도적떼에 대한 소문은 알패오도 들었다.

여관을 운영하다 보면 싫든 좋든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오게 마련이었다.

아마 바르톨도 뒤숭숭한 소문에 불안해져 자신을 찾아온 것 같았다. 알패오는 전직 용병으로 전쟁터를 전전하며 떠돌아다녔었다.

그러다 자신의 아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미친 듯이 아들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들을 찾을 수는 없었고 알패오는 혹시나 아들이 찾아올까 싶어 고향 마을에 여관을 차렸다. 아들만 생각하면 괴롭기는 했지만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이제는 아련하기만 했다.

그리고 부인과의 사이에서 나은 둘째 딸이 알패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음?”

점심장사 준비를 위해 식기들을 정리하던 알패오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콧속으로 스며드는 한줄기 희미한 향기가 전장을 전전하며 살아왔던 알패오의 본능을 두들겼다.

‘피 냄새다!’

알패오는 조심스레 취객들을 위한 과시용으로 걸어둔 자신의 애병을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손에든 두꺼운 도끼는 손에 박힌 굳을 살이 풀어질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착 감겨왔다.

“에리나. 리카!”

알패오는 자신의 부인과 딸을 불렀다.

“아빠?”

“여, 여보 그건 갑자기 왜?”

주방에서 식자재를 다듬고 있던 에리나와 엄마를 따라 아장거리며 나타난 리카는 알패오가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던 애병을 손에 쥐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자 놀라 물었다.

“지하실로 지금 당장!”

알패오의 말에 에리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리카를 안은 채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용병의 부인으로 살아오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챈 에리나가 황급히 지하실로 달려갈 때 갑자기 날아온 단검이 지하실로 향하던 에리나와 리카의 몸에 틀어박혔다.

“에리나! 리카!”

알패오는 자신의 부인과 딸의 목에 틀어박힌 단검을 보며 비통한 표정으로 외쳤다.

언제 어디서 날아왔는지 기척조차 없었다.

“크윽!”

갑자기 돋아 오르는 소름에 알패오는 본능적으로 도끼를 들어 목 뒤를 방어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알패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알패오가 있던 자리에는 한 자루 단검이 떨어져 있었다.

‘누구지? 나를 노릴 만한 자들이? 이런 실력을 가진 자들이 날 노리는 이유가 대체 뭐지?’

알패오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용병으로서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할 뻔했다.

알패오는 흘깃 식어가는 에리나와 리카의 시체를 고통스럽게 바라보곤 여관 밖으로 몸을 날렸다.

일단 살아남아 자신을 노리는 적이 누군지 알아내 복수를 해야 했다.

슬픔은 그 다음이었다.

와장창!

창문을 부수며 알패오는 요란스레 거리 밖으로 나왔다.

여관 안에는 암살자들이 은신할 공간이 많지만 밖이라면 사정이 달랐다.

사방이 트여 있으니 기습은 쉽사리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소란을 듣고 자경단이 나타나면 암살자들은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 알패오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우두커니 설 수밖에 없었다.

툭!

알패오의 손에서 도끼가 떨어졌지만 주울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리엔 이미 비릿한 피 냄새가 가득했다.

소일거리로 거리를 청소하던 한스 노인도, 농지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려던 마리나도, 짓궂은 장난을 치며 활개를 치던 꼬맹이들도 전부 싸늘한 시체로 변한 채 차가운 대지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이럴 수가…….”

털썩!

다리에 힘이 빠진 알패오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철석!

촉촉하게 피를 머금은 땅이 알패오의 무릎을 적셨다.

거리와 건물의 지붕위에는 처음 보는 이십대 남녀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알패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름 알패오. 십년전 브라운 용병단에서 활동하다 탈퇴 부인은 에리카. 딸은 리카. 17년전 로키오라는 열 살 난 아들을 잃어버린 뒤 용병 일을 그만두고 고향마을에 정착하여 여관을 운영. 맞나?”

책을 읽는 듯한 무덤덤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평범한 인상의 한 청년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차가운 인상의 여인이 서 있었다.

“너, 너희들은 누구냐?”

알패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란스럽고 활기에 가득 차야할 마을은 싸늘한 죽음만이 감돌고 있었다.

수백 명의 마을사람들이 전부 죽어나가는데 알패오는 아무런 눈치도 챌 수 없었다.

알패오의 질문에 청년은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푹!

청년의 손에서 빠져나온 단검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다.

알패오는 원한에 가득 찬 시선으로 청년을 노려보다 풀썩 힘을 잃고 쓰러졌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죽음의 기운이 알패오의 몸을 잠식해 들어갈 때 마을 외곽에서 한 남자가 황급히 뛰어왔다.

“아버지!”

남자는 쓰러진 알패오를 안아들고는 싸늘히 식어 들어가는 알패오를 흔들었다.

“아버지! 저예요! 로키오예요!”

“누구지?”

루스카의 물음에 이그니스는 흘깃 로키오를 보며 말했다.

“넘버879. 3번 그룹에 속해 있는 중견급 마도삽니다.”

“크아악! 12번! 죽여 버리겠어!”

싸늘하게 시체로 변한 알패오를 붙잡고 흐느끼던 로키오가 괴성을 지르며 루스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12번 그룹원들이 던진 단검에 고슴도치처럼 온 몸이 단검에 꽂힌 모습으로 아버지인 알패오 곁에 쓰러졌다.

루스카는 쓰러진 로키오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알패오의 손을 잡으려는 모습을 무심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풀석!

힘이 모자랐는지 로키오의 손길은 미처 알패오의 손에 닿지 못했고 그제야 루스카는 미련 없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철수한다. 지워 버리도록.”

“알겠습니다.”

이그니스가 고개를 끄덕이곤 그룹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루스카는 시체로 변한 부자에게로 다가가더니 슬쩍 두 사람의 손을 맞잡아 주고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을 곳곳에서 연기가 피워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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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오펀 하우스 +3 09.11.14 4,253 10 9쪽
11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3 09.11.10 4,435 9 11쪽
10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4) +5 09.11.05 4,329 13 9쪽
9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3) +3 09.11.01 4,605 11 9쪽
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0 9 13쪽
7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12 16 6쪽
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57 13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17 12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4 14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10 14 8쪽
2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4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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