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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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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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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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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서장


루스카는 고아였다. 황도 시그너스의 더러운 뒷골목 최하층 계급의 빈민들이 모여사는 빈민가에 위치한 고아원이 루스카의 보금자리였다. 포대기에 감싸인채 빈민가의 뒷골목에 버려져있던 루스카를 발견한 노 부부가 루스카를 고아원에 맡겼다. 하루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수십명에 이르는 혼란한 세상에서 살아남았으니 루스카는 운이 좋은 편이라 할수있었다.

루스카는 고아원에서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일곱 살의 나이때까지는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멀건 스프와 손바닥만한 돌멩이보다도 딱따한 빵 한덩어리가 하루에 나오는 배식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하지만 일곱 살이 되자 루스카는 곧 빈민굴의 뒷골목으로 내보내졌다. 고아원이란 간판은 달고 있었지만 실상은 황도를 삼분한 폭력조직중 하나인 검은장미단의 보스 대모님의 조카가 원장으로 있는곳이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빈민 지원금과 재력가들의 기부금은 전부 원장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고아원장은 여자아이들중 반반하게 생긴 아이들은 매음굴로 보내버렸고 남자아이들중 약한 아이들과 불쌍한 아이들에겐 구걸과 동냥을 시켰고 날쌔고 눈치빠른 아이들에겐 소매치기와 사기, 도둑질등을 가르쳤다. 루스카도 일곱 살의 나이에 검은장미단에서 운영하는 소매치기단에 들어갔다. 빈민가의 아이들의 운명은 똑같았다.

여자아이들은 매음굴에서 일하다 사라지고 남자아이들은 조직에 들어가 칼받이로 소모될뿐이었다. 정조나 도덕, 윤리등은 밝은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일뿐이었다. 루스카도 그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살다 사그러질 운명이었다.

“자 쌉니다 싸요! 속이 꽉찬 캘리포산 과일이 단돈 1메가!”

제17종합상가는 거대한 황도 시그너스에 위치한 수십개의 시장중 하나이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으로 서민층이 모여사는 제13구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황도는 총 13구역으로 이루어져 황궁이 자리잡은 1구역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건설되었다. 2구역은 황가의 방계혈족과 대귀족들이, 3구역은 중소 귀족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재산과 혈통, 계급의 차이에 따라 4구역부터 13구역까지 나눠 살고있었다.

서민축에도 못끼는 하루벌어 사루 먹고살기 힘든 빈민들은 13구역의 외곽에 자리잡아 시장의 허드렛일이나 발품팔이로 근근히 삶을 이어갔다. 타지에서 황도로 들어와 처음 접하는 구역이자 시장과 노점상, 주점과 여관등이 즐비한 이곳은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 13구역의 경제 중심지이자 루스카의 작업구역이었다.

“루 루스카? 여기있다. 가지고 가렴.”

루스카가 시장을 제 세상처럼 활보하며 지나가면 많은 상인들이 루스카에게 상납을 하듯 음식과 물건들을 바쳤다. 루스카의 뒤를 따르던 아이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상인들이 건네는 물건들을 받아 챙겼다. 상인들은 루스카를 두려워 하며 악마의 아이라고 수근거렸다.

소매치기단에도 서열이 있어 막 들어온 루스카는 당연히 가장 낮은 서열이었다. 신고식을 명목으로 루스카의 기를 죽이기 위해 소매치기단의 아이들은 루스카를 매일같이 폭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죽을만큼 심하게 린치를 당해 열병을 앓던 루스카가 정확히 삼일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서열에 변화가 생겼다.

끙끙앓던 루스카가 몸을 회복하자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검은 선들이 루스카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거미줄처럼 깔린 검은선이 처음에는 신기하고 무서웠으나 곧 검은선의 유용함을 깨달았다. 검은 선 안으로 들어가면 그 누구도 루스카를 발견할수 없었다.

마치 유령처럼 눈앞에서 사라지는 루스카의 모습에 아이들은 혼비백산하며 두려워했다. 검은 선 안으로 들어가면 어른들조차 자신을 발견할수 없는 다른이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라는걸 깨달은 루스카가 맨 처음 한 일은 소매치기 단에서 아이들의 대장 행세를 하며 루스카를 괴롭히는걸 주도한 페린이란 아이를 죽이는 일이었다. 그 일은 간단했다.

검은선을 타고 페린의 뒤로 은밀히 접근한 루스카는 들고있던 돌맹이로 페린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풀썩 쓰러진 페린의 등 위로 올라타 돌맹이로 페린의 뒤통수를 끊임없이 내려쳤다.

루스카의 첫 살인. 하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원장은 수입만 들어오면 아이들이 죽든 살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루스카는 고아원 아이들의 대장으로 등극했다.

고아원 아이들의 대장이 된뒤 루스카는 아이라는 이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어른든은 일단 아이라는 점에서 방심한다. 루스카는 그 틈을 이용했다. 외지에서 올라온 멋모르는 촌뜨기들은 루스카와 아이들에게 속아 뒷골목으로 끌려와 주머니를 털렸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었다.

시장 상인들도 처음엔 소매치기를 하는 루스카를 혼쭐을 내줄거라 벼렸지만 몇몇 상인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 거리에 버려진 뒤론 아무도 루스카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경비대는 어짜피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황도의 가장 외곽인 13구역은 경비대의 힘보다는 폭력조직의 힘과 영향력이 강한 곳이었다.

귀족들은 얼씬도 하지않고 그나마 있는 경비대는 뇌물과 상납으로 폭력조직의 뒤를 봐주는 형편이니 상인들이 아무리 하소연해도 돌아오는건 무시와 보복뿐이었다. 사람들은 뒤에서 루스카를 향해 악마의 아이라고 수근거렸지만 이미 검은장미단 조직 내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차기 검은장미단의 간부후보로 꼽히는 루스카였다. 속으로 원한을 삭힐뿐 루스카에게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루스카의 세상은 금세 끝나고 말았다.

“미안하군 루스카. 하지만 말이야. 세상엔 희생양이라는게 필요하거든. 잘가거라.”

루스카가 열살이 된 그해 겨울, 유래가 없을 정도의 혹한이 몰아쳤다, 추위에 강한 북부에서 조차 수천명의 동사자가 나오고 백년에 한번 눈이 올까 말까한 남부는 미비한 월동준비로 인해 전염병에 준하는 사상자를 낸 그해. 온 대륙이 백색의 천에 의해 덮히듯이 눈으로 뒤덮였다.

살을 저미는 추위와 함께 몰아친 눈보라에 물경 십만의 사상자와 천문학적 수치의 재산피해가나 사람들은 겨울마녀의 저주라며 수군거리며 불안해 했다. 시그너스 제국의 황도또한 차가운 겨울마녀의 저주에서 피해갈순 없었다. 가난한 이들이 모인 13구역은 그 피해가 더 극심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추위의 고통을 잊기위해 사람들은 희생양을 찾았다. 그리고 적절한 희생양이 바로 루스카였다.

이전부터 악마의 아이라 불리며 귀신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사람을 죽여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아이였다. 흉흉한 민심에 사나워진 사람들은 단순한 계기로 폭발했다. 군중의 힘은 놀라워 빈민들이 몰려들자 검은장미단은 재빨리 루스카를 버렸다. 아니 오히려 붙잡아 사람들에게 넘기려 했다.

루스카는 원장이 자신을 부를때부터 불길함을 눈치채고 원장의 말을 듣는순간 재빨리 도망쳤다. 혹한의 추위에 동사자가 속출할수록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곳을 향해 움직였다. 태울수 있는 물건은 모조리 태우고 심지어는 시체마저 장작으로 쓰였다.

아군이던 검은장미단의 조직원들 마저 루스카를 찾아다니자 루스카는 더 이상 갈곳이 없었다. 차가운 뒷골목의 구석도 더러운 하수구에도 조직원들의 수색의 손길이 뻗쳤다.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한채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던 루스카의 몸은 동상이 걸린지 오래였고 팔다리는 얼어붙은채 썩어버려 시꺼멓게 변했다.

이미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 팔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루스카는 정처없이 길을 걸었다. 가까스로 13구역에서 도망쳐 황도 안쪽으로 걸어갔다. 좁고 지저분한 빈민가의 뒷골목에서 벗어나 걷다보니 드넓은 대로가 나타났다. 황도에 살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 누구도 걷지않은 순백의 대지. 평소라면 지나가는 행인이나 순찰을 도는 경비원에 의해 두들겨 맞고 내쫒기기 일쑤인 귀족들을 위한 전용 도로가 새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펼쳐진 모습은 입에서 내뱉은 입김조차 얼어붙는 추위를 잠시나마 잊을수 있게 해주는 장관이었다.

어느덧 끊임없이 쏟아지던 눈이 그치고 어두운 먹구름이 갈라지며 시리도록 푸른 창공이 나타났다. 루스카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할 힘을 잃고 눈속에 몸을 눕혔다.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위해 도망치는것도 지쳤다.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루스카의 귓가에 마력차 특유의 엔진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귀족들이 주로 다니는 도로였다. 대로 한가운데 쓰러진 루스카를 위해 귀족의 마력차가 멈춰설리는 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마력차에 깔려 죽을 것이다.

피해야 할까? 루스카는 잠시 생각했지만 어차피 움직일 힘이나 의욕따윈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차에 깔리면 아플까? 피가 날려나? 새빨갛게 물든 눈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죽음만을 기다릴 때 마차는 루스카를 지나치며 사라졌다.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정적만이 귓가를 감돌고 희미해진 의식속에 아 이제야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몸을 흔들다가 들어올리는걸 느꼈다. 안간힘을 다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루스카는 하늘을 보았다. 먹구름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시리도록 푸른 창공의 하늘을.


p.s 이번에 새로 쓰는 글입니다. 코믹물은 아니라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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