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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2,407
추천수 :
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0.27 17:23
조회
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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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6쪽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DUMMY

루스카가 모건가에서 지낸뒤로 세 번째 겨울이 찾아왔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거리를 뒤덮기 시작하는 눈보라에 사람들은 삼년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겨울이 깊어짐과 동시에 갑자기 엘리아느가 쓰러졌다.

엘리아느의 병 치료를 위해 고명한 성법사나 치료신관을 부르는등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엘리아느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져만 갔고 그 누구도 엘리아느의 정확한 병명을 알수 없었다. 루스카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눈치 하나만으로 뒷골목을 살아온 루스카였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시선과 적대적인 시선쯤은 보지 않아도 알아챌수 있었다. 모건가의 고용인들은 삼년전의 혹한을 떠올리며 죽음의 사신이 그때 죽었어야 할 루스카대신 엘리아느를 데려가는 거라며 수근거렸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무지에서 오는 미신은 사람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따뜻한 스프를 들고 엘리아느가 누워있는 침실로 들어가자 연신 땀을 흘리는 엘리아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해진 안색에 초췌해질대로 초췌해져 볼이 음푹 들어간 죽음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엘리아느의 두 눈엔 검은색 기미가 끼었고 검버섯이 피어 오른 얼굴로 연신 폐부를 쥐어짜는듯한 기침을 토해냈다.

“콜록 콜록. 루스카로구나. 어디 아픈데는 없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엘리아느는 루스카를 보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탁한 목소리엔 가래가 들끓었다.

“엘리아느님. 어서 빨리 나으십시오.”

“호호호 내가 루스카가 걱정하게 만들었구나. 콜록 콜록!”

루스카가 들고있던 스튜그릇을 시녀장 마지가 건네받으며 무언의 눈짓으로 어서 나가란 듯이 재촉했다. 시녀장인 마지가 입단속을 시켰지만 시녀들 사이에선 루스카가 원흉이란 미신이 소리없이 퍼지고 있었다. 차가운 시녀들의 눈빛에 루스카는 말없이 엘리아느의 방을 나왔다. 모레스키와 호프만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엘리아느의 병은 갈수록 심해져 어느덧 모두들 엘리아느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새 내리던 눈이 그치고 어두운 먹구름이 물러간 하늘엔 화사한 햇볕과 함께 푸르른 창공이 오래간만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루스카는 엘리아느가 찾는단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엘리아느에게로 달려갔다. 병세가 호전 되었는지 엘리아느는 모레스키와 함께 항상 거닐던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 순백색의 천으로 덮인 정경을 감상하며 모레스키와 사랑이 듬뿍 담긴 미소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암울한 분위기의 모건가에 미소가 돌아왔다.

“루스카구나 이리 가까이 오렴…”

엘리아느는 머뭇거리며 가까이 오기를 꺼리는 루스카를 발견하곤 손짓했다.

“우리 루스카… 나 때문에 네가 곤욕을 치뤘구나…”

“아닙니다. 엘리아느님.”

아무런 감각도 느낄수 없는 루스카였지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엘리아느의 손길에 따뜻함을 느꼈다.

“루스카 내가 부탁하나만 해도 되겠니?”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날 엄마라고 한번 불러줄수 있겠니?”

“에 엘리아느님!”

갑작스런 엘리아느의 말에 루스카의 음성이 떨렸다.

“이미 얘기가 끝났단다. 우리는 너를 양자로 들이고 싶구나.”

루스카가 모레스키를 바라보자 모레스키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뜨덕였다.

“죄송합니다. 받아들이수 없습니다. 저는 비천한 평민에 불과합니다. 지금껏 절 보살펴 주신 은혜도 과분합니다.”

루스카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었다. 너무나… 너무나 커서 감당할수 없는 은혜였다. 루스카가 거절하자 엘리아느는 미소를 지으며 저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루스카 난 한번 유산한 이후로 아이를 가질수 없는 몸이란다. 그래서 절망과 슬픔속에 하루하루를 지낼 때 바로 네가 우리 모건가에 들어왔었지. 처음 널 보는순간 난 깨달았단다. 네가 바로 우리의 아이라는걸. 그리고 네 눈깊숙한 곳에 담겨있는 차가움과 경계를 봤을땐 가슴이 아팠단다. 어째서 이 어린나이에 세상의 차가움을 알아버렸을까? 세상의 밝음과 아름다움만을 봐도 모자랄 나이에 어째서 저리도 차가운 어둠만이 보일까…”

“하지만… 하지만…”

“루스카 나도 평민 출신이란다. 꽃다운 처녀시절 이 양반을 만나 모건가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시아버지께서 해주시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는구나. 평민주제게 신족가문에 시집온 내가 긴장해 실수를 연발할 때 그분께선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단다. 저 하늘을 봐라. 창공은 모든 것을 품는다. 신분의 고하든. 빈부의격차든, 창공 아래선 모두 평등하다고. 루스카 날 엄마로 받아들여 주렴.”

엘리아느의 말에 루스카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몇 번 입만 벙긋거리다가 겨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다시한번 말해주겠니?”

“어머니… 엄마.”

“그래 루스카. 내가 네 엄마란다.”

엘리아느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스카를 꽉 껴안았다. 루스카는 엘리아느의 품에안겨 계속해서 엄마라는 말만 반복했다. 따뜻했다. 어느새 루스카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엘리아느는 두 번 다시 놓지 않겠다는 듯 루스카를 꼭 껴안은채 아름다운 목소리로 루스카를 위해. 그리고 세상을 보지 못하고 죽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자장가를 불렀다.


귀여운 아가야 사랑스런 아가야

구슬같은 고운눈을 감고

새근새근 엄마품에 잠들거라.


하늘에 계신 신이시여

아가에게 축복을. 모두에게 축복을.

밝은세상 영원히. 행복하게 살도록 영원히… 영원히…


엘리아느의 자장가를 들으며 루스카는 잠이 들면서 더러운 시궁창을 뒹굴고 차가운 뒷골목을 헤메며 가슴 한쪽에 단단한 강철처럼 새겨진 불신과 경계의 벽이 사르르 녹아 없어 지는걸 느꼈다. 가면처럼 굳어져 버린 얼굴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루스카는 자신이 미소짖고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엘리아느는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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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3) +3 09.11.01 4,607 11 9쪽
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2 9 13쪽
»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15 16 6쪽
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62 13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21 12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61 14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11 14 8쪽
2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50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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