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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2,363
추천수 :
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1.05 16:34
조회
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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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9쪽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4)

DUMMY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붉은머리에 뽀얀 피부를 가진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거만한 표정으로 엘리아느가 즐겨 앉던 갈대를 엮어만든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가 뒤에 시립해 있던 한 소년이 루스카를 발견하고 귀뜸을 하자 루스카를 향해 시선을 돌리곤 호기심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의 말에 놀고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루스카에게로 쏟아졌다. 새로운 장난감을 보는듯한 호기심과 흥미가 섞인 눈빛에 귀족이 분명한 아이들을 보자 루스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의 순진한 악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루스카는 몸서리 치도록 잘 알고있었다.

귀족소년의 장난섞인 말 한마디에 빈민가의 어른들도 죽어나갔다. 루스카는 그냥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는데 등 뒤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례하군요. 만났으면 서로 통성명을 하는게 예의 아닌가요?”

“크큭! 운좋게 양자로 들어온 저런 더러운 놈이 예의를 알기나 하겠습니까?”

비아냥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욕지거리도 들여왔다. 아마 납득하기 어려운 거겠지. 태어날때부터 귀족인 자신들과는 다르게 빈민가의 고아가 신족가문의 양자로 들어와 자신들과 동급이 된다는 것이…

“무례한것! 당장 엎드려 용서를 구하지 못할까!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 앞으로 스콜렌가를 이어가실 페이지 휴 스콜렌님이시다!”

“실례했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모건가의 후계자인 루스카 모건이라 합니다.”

루스카가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귀족가의 아이들 뿐이라면 무시할테지만 스콜렌 가는 모건가와 같은 신족가문이었다. 루스카의 인사에 페이지는 의외라는 듯 눈을 살짝 치켜떴다. 소문으론 못배운 무식한 고아가 운좋게 가주의 눈에 들어 양자가 됐다고 들었는데 완벽한 귀족식 예법을 선보였다.

“흥 그래도 배운건 있나보군. 하긴 개도 잘만 교육시키면 재주를 부린다니까.”

유독 루스카를 향해 적의를 들어내는 얄팍한 인상의 소년이 바아냥 거리자 루스카는 일이 나기전에 자리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괜히 분란을 일으켜봤자 아버지인 모레스키 백작에게 폐만 끼칠 뿐이었다.

“이만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후원을 감상하는건 상관없지만 이 테이블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아끼시던 물건입니다.”

루스카가 소년의 말에 화도 안내고 고개를 숙이자 아이들은 씨익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보다 약자라 생각되는 이가 있으면 아이들은 철저히 괴롭힌다. 약자의 소중한 물건은 바로 자신들의 장난감이었다.

“이봐 어디 가려는거야!”

루스카가 도망친다고 생각했는지 얄팍한 인상의 소년이 불러세웠다.

“…무슨 용건이라도?”

루스카의 물음에 얄팍인 인상의 소년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밝혔다.

“난 베넘 공작가의 와그턴 베넘이다. 하찮은 백작가의 양자 주제에 즐겁게 놀던 우리들을 방해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와그턴의 말에 몇몇 아이들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페이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페이지의 뒤에 시립해 있던 한 소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페이지를 향해 말했다.

“페이지님. 이곳은 모건가입니다. 두고만 보실 생각이십니까?”

“흥! 휴의 칭호도 잃어버린 귀족보다 못한 모건가가 스콜렌가와 똑같다고 생각하는건가요 가드렌?”

“페이지님!”

페이지도 와그턴의 말이 약간 심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가드렌이 말리길 종용하자 앳된 고집에 자존심을 세웠다. 가드렌이 다시한번 페이지를 불렀지만 페이지는 들은척 하지 않았고 와그턴은 페이지가 모른척하자 더욱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리로 기어와서 내 신발을 핱아라. 그러면 용서해주지.”

“……”

와그턴의 말에 루스카는 가만히 와그턴을 노려보다가 상대할 가치를 못 느끼곤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려 했다.

“뭐야? 도망치는 거냐? 흥! 그러면 그렇지. 더러운 평민출신이 고귀한 명예따위 알 리가 없지. 역시! 우리 아버지 말이 맞았어!”

“뭐라고 하셨는데?”

한 소년이 궁금한 듯 묻자 와그턴은 루스카의 등을 향해 들으란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저 놈이 가모라는 여자의 양자가 아니라 친아들이래! 난잡하게 음행을 벌여서 밖에서 다른 더러운 평민들이랑 배가 맞아서 난 자식이라고 그랬어! 귀족이 평민이랑 결혼하니까 그 씨를 못얻어서 다른 남자를 끌어들였다고 하는걸 내가 분명히 들었다고.”

와그턴의 말에 페이지는 불쾌한 듯 와그턴을 노려보았다.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한채 어른들이 수군거리며 하던 말을 듣고는 진실인양 공공연하게 떠들어대는 와그턴의 모습에 페이지가 경고를 하려 할 때 루스카가 먼저 말했다.

“…넌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자신을 향해선 무슨 모욕과 욕설이 쏟아지더라도 충분히 감수할수 있었지만 엘리아느를 모욕하는 듣자 루스카는 참을수 없었다.

“흥! 네까짓 놈이 어쩌려고 결투라도 신청 할꺼냐?”

와그턴이 비웃듯이 말하자 루스카는 천천히 와그턴을 향해 걸어갔다.

“너 따위 놈한테 결투따윈 필요없어.”

“응?”

갑자기 루스카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와그턴의 눈이 부릅떠 질 때 루스카의 주먹이 눈앞에 나타났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와그턴의 얼굴이 함몰되었다.

“끄에엑!”

와그턴은 얼굴을 부여잡은채 바닥을 뒹굴었다. 푹 들어간 코에선 피가 철철 흘러나왔고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에 와그턴의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 했다. 루스카는 그런 와그턴을 향해 다가가 짖밟았다. 퍽!퍽! 바둥거리는 와그턴의 양 팔을 무릎으로 고정시키고 와그턴의 얼굴을 두 주먹으로 계속해서 내려쳤다.

한번 시작하면 두 번다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짖밟아라! 빈민가의 절대 진리였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게만 자라온 아이들에게 잔인한 루스카의 모습은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어서 질린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미 기절한 듯 바둥거리던 움직임마저 없어졌는데도 루스카는 끊임없이 와그턴을 내려쳤다. 그때 루스카의 눈 앞으로 발길질이 날아왔고 루스카는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 막았으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한바퀴 뒹굴며 벌떡 일어서며 발길질의 주인공을 노려보았다. 가드렌은 자신을 노려보는 루스카의 시선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봐. 적당히 하라고 그러다 진짜 죽겠어. 지금도 큰일 난거지만 죽기라도 하면 정말 빼도박도 못한다고.”

“……”

가드렌의 말에 루스카는 말없이 가드렌을 노려보았다. 가드렌은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상당히 긴장하며 페이지를 보호하는 위치에 서서 루스카를 경계했다. 스콜렌가에 종속된 작위기사가문중 하나인 자펜스 가문의 장남이자 최연소 기사서임을 받은 소년이었다. 황궁의 근위기사대장마저 가드렌의 자질을 탐낼정도로 천재소리를 듣는 가드렌조차도 루스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흔적을 찾지 못했다.

“으아앙!”

“아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몇몇 아이들이 울면서 연회장을 향해 뛰어갔다. 가드렌은 루스카의 손을 보곤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독한놈…”

보통 사람을 때리면 자신의 손도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루스카의 양손은 부러지고 와그턴의 이빨에 찢어져 피가 뚝뚝 흘렀는데도 루스카는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루스카가 고통을 못 느낀다는걸 모르는 가드렌으로선 루스카가 독하게만 느껴졌다.

“후… 와그턴이 망언을 하기는 했지만 그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군요. 베넘공작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페이지도 안색이 창백해진채 기절한 와그턴을 보다 루스카를 향해 짐짓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스콜렌가의 소가주라는 자존심 때문에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지만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고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려왔다.

“상관없다. 모건가와 어머니를 모욕하는자는 그 누구든 죽인다.”

싸늘한 비수처럼 루스카의 살기어린 차가운 목소리가 아이들의 가슴에 날아와 틀어박혔다. 이미 사람을 몇 번이나 필요에 의해 죽여온 루스카의 말이었다. 곱게만 자라온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그 살기가 너무 짙었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루스카의 모습이 페이지의 가슴 한켠에 깊게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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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3) +3 09.11.01 4,606 11 9쪽
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2 9 13쪽
7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13 16 6쪽
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60 13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20 12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9 14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10 14 8쪽
2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48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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