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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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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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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0.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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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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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DUMMY

장례식은 조촐하게 진행되었다. 엘리아느의 시신은 모건가의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양자가 되었다지만 아직 공표하지 않은 루스카는 모건가의 고용인자격으로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가 끝난뒤 모레스키는 침통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저택으로 돌아와 루스카는 고용인들의 시선속에 섞인 질시와 부러움의 감정을 읽었다. 어느새 소문이 난걸까? 루스카가 모레스키의 양자가 되었음을 다들 알고있는 듯 했다. 똑똑! 루스카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자 살짝 울음기 섞인 모레스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루스카입니다. 가주님.”

“…들어오너라.”

모레스키는 급하게 눈매를 닦았는지 아직 충혈된 눈으로 애써 미소지으며 루스카를 혼내는 듯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주님이라니. 넌 내 아들이다. 아버지라고 불러야지.”

“…예. …아버지.”

아아 어찌도 이리 다르단 말인가… 이전엔 몰랐지만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지식을 싾을수록 루스카는 자신과 같은 빈민은 구경꺼리이자 장난감이고 쓰레기일 뿐이란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게 빈민의 위치였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었다. 루스카는 그걸 몸으로 경험했고 머리로 깨달았다.

하지만 모레스키와 엘리아느는 달랐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을뿐만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었다. 죽어가는 엘리아느를 위해 거짓으로 꾸민 일로 치부할수 있음에도 모레스키는 루스카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했다. 빈민가에선 죽거나 죽이거나 둘중 하나였다.

가족도 없고 타인의 죽음에 슬퍼할 이유따윈 없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죽음으로서 생긴 잉여물품을 가지기 위해 싸웠다. 그런데 더 이상 엘리아느의 품에 안길수 없다고 생각하자 주르륵 루스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루스카의 눈물을 본 모레스키는 말없이 엘리아느가 그랬던것처럼 루스카를 꼬옥 끌어앉았다. 모레스키의 품 안에서 루스카는 시원하게 울고싶었다. 엉엉! 통곡을 하며 엘리아느의 죽음을 슬퍼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스카의 얼굴은 루스카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부드럽게 자신을 감싸안는 모레스키의 품안에서 루스카는 그저 끅끅거릴 뿐이었다.


@


엘리아느가 떠난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모레스키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인지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저택내에 칩거했다. 가주의 자리가 빠지면 가장 상급자는 양자가 된 루스카였다. 하지만 고용인들과 기사들은 루스카를 자신들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동정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는건 자신보다 못하다는 우월감을 동반한 비슷한 신분일때의 얘기였다. 비천한 평민 주제에 운좋게 모건가에 들어와 양자가 됐다고 온갖 험담과 악담이 난무했고 심지어는 루스카가 처음부터 계획을 가지고 모건가로 들어온거라는 추측과 함께 엘리아느의 죽음도 루스카의 의도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질시와 부러움에 휩싸인 사람들은 그런 소문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다.

집사장과 시녀장이 수군거리는 고용인들을 발견할때마다 혼줄을 내고 호프만이 루스카를 돌봤지만 한번 믿기시작한 고용인들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루스카는 모건가 내에서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엘리아느를 잊기 위해선지 모레스키는 새로운 사업을 한다며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집사장과 시녀장의 힘만으론 집안을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었고 기사들은 고용인들 사이의 일엔 신경쓰지도 않았으며 가장 큰 후견인인 호프만은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이 서재에만 틀어박혀버려 루스카를 신경쓰는 이가 없어졌다. 그 틈을 타 미신을 맹신하는 몇몇 고용인들이 암암리에 루스카에게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쯔쯔 노예도 아닌놈이 왜 모건가에 붙어 있으려는 거냐? 설마 네놈이 정말로 모건가를 이어받을수 잇다고 생각하는거냐?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거다.”

홀린은 모레스키가 없는사이 갖가지 트집을 잡으며 가해지는 폭행을 꾿꾿이 감수하면서도 모건가에 붙어있는 루스카가 향해 혀를 차며 말했다. 루스카의 몰골은 엉망으로 변해 옷은 찢어지고 한쪽 눈은 퉁퉁 부어올랐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루스카는 무덤덤할 뿐이었다. 모건가의 양자가 됐음에도 루스카의 일과는 똑같았다. 서재에서 고서적만 파고있는 호프만을 방해하지 않게 조용히 책을 읽으며 홀로 공부하고 저녁엔 홀린을 도와 마굿간을 청소했다.

“루스카 이놈은 또 어디로 사라진거야?”

“그러게 말이야 요즘은 그놈 낯짝 보기가 힘들구만 그래.”

“좋게 생각하자고 재수없는놈 얼굴 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

“그런데 가주님은 정말 루스카를 양자로 들이실 생각이신건가?”

“흥! 절대 그럴리 없어. 사실 가주님도 우리가 그놈을 쫒아내기를 바라고 계실걸? 생각해봐. 엘리아느님이 유산된 뒤에 얼마나 슬퍼하셨어 그러다가 웬 꼬맹이가 집안에 들어오니까 자식처럼 느껴져서 양자로 들이자고 가주님께 말한거겠지. 가주님은 얼마남지않은 엘리아느님을 위해 어쩔수 없이 허락한거고 말이야.”

“크크크 그런가?”

루스카는 이를 악물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건 루스카 본인 스스로가 더 잘알고 있었다. 모레스키는 진실로 자신을 아들로 받아들였다. 귀족인 모레스키는 고용인들이 이미 루스카가 자신의 양자가 되었음을 공표하기도 전에 알고있음을 알고 굳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뿐이었다.

귀족으로 살아온 모레스키는 설마 자신의 결정에 고용인들이 반발하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집안의 대소사를 보고해야 하는 집사장과 시녀장도 차마 밑사람들이 가주의 결정에 불복하고 있다고 보고할수 없어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힘으로 고쳐나가려고 해 모레스키는 루스카가 괴롭힘당하고 있다는걸 모르고 있었다.

두런두런 잡담을 나누며 걸어가는 모건가의 고용인들은 루스카가 바로 곁에서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루스카는 고용인들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쳐 가자 아직 자신의 능력이 멀쩡함을 깨달았다.

모건가에 들어온 뒤론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던 능력이었다. 서재에서 싾은 지식으로 루스카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검은선의 정체를 알수있었다. 섀도우 워커. 그림자를 걷는다는 말뜻 그대로 암흑가의 전설로 속하는 유명한 대도나 암살자들의 일화속에 나오는 능력이었다.

“음? 누구냐!”

“무슨일이십니까?”

“아니… 뭔가 기척이 느껴져서…”

모레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별일 아니란 듯 어깨를 으슥였다. 루스카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역시 기사는 일반 고용인들과 달랐다. 선안에 한발짝만 밖으로 나갔을 뿐인데 모레인의 예민한 감각은 루스카의 기척을 느꼈다. 하지만 놀란 루스카가 다시 선 안으로 들어가자 루스카를 발견하지 못한 듯 했다.

루스카는 살짝 몸을 움직여 모레인과 기사들이 훈련하는 연병장과 거리를 벌렸다. 훈련시 일반 고용인들은 얼씬도 못할 정도로 기사들의 훈련은 극비에 속했다. 보편적이고 널리 알려진 검술을 수련하는 직업기사들과는 다르게 작위 기사들은 그들의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전검법이 있었다. 모레인 연병장 한가운데에 서자 동료기사들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모레인과의 거리를 벌렸다. 루스카도 연병장 구석에 몸을 숨긴채 모레인을 주시했다. 모레인은 허리춤의 검집에서 장검을 빼들고는 두 손으로 검을 꽉 잡아 전방을 노려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역시!’

루스카는 재차 눈을 껌벅이며 잘못본게 아닌가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기사들의 훈련장에 들어온건 갑자기 눈에 보이는 이상현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엘리아느가 죽은뒤 언제부터인가 루스카의 눈에 실밥같은것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먼지인가 싶어 손으로 휘휘 저어봐도 실밥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뚜렸해져 이제는 수십, 수백갈래의 실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루스카가 한 장면도 농치지 않겠다는 듯 허공을 떠돌다가 모레인의 검 주위로 모여드는 형형색색의 가는 실들을 노려보았다. 검을 중심으로 찬란한 빛을 뿌리며 실타래가 감기듯이 검속으로 감겨들어가는 실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루스카는 넋을 잃었다.

“하압! 불꽃의 채찍!”

모레인이 일갈과 함께 한바탕 검무를 추기시작하자 검속으로 감겨들어가던 실들이 붉은색으로 통일되더니 감았던 힘줄이 풀리듯 차르르 풀리며 검끝을 통해 다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화끈한 열기가 멀리서도 느껴질정도로 강렬한 화염의 불줄기들이 채찍처럼 모레인의 검끝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하지만 루스카는 불꽃의 채찍보다는 검속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실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았겼다. 마치 담배연기기같은 그 끊임없는 움직임은 역동적이고 관능적이었다. 투둑! 갑자기 조각조각 실들의 움직임이 끊기면서 사라지자 루스카는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만 더 보고싶었는데 사라져 버리니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것처럼 허전했다.

“쳇! 새로산 마법검인가?.”

부러운 표정을 애써 숨긴채 가스통이 모레인에게로 다가왔다. 곰같은 덩치에 산적같은 인상의 가스통과 호리호리한 몸매에 눈빛이 강렬한 준수한 얼굴의 남자는 서로 다른 남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크크크 부럽지? 백색의 탑 부탑주님이 직접 새긴 마법이 담겨져 있지.”

모레인의 말에 가스통은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무인답게 연신 모레인의 손에 들인 명검을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가스통과 더불어 모건가에 단 둘밖에 없는 작위기사중 한명인 모레인은 성격이 불같고 귀족주의에 물들어있는 권위적인 가스통과는 정반대로 고용인들에게도 잘 대해주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녀 황도의 사교계에서도 연일 초청장이 날라오는 어찌 보면 모건가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기도 했다. 다만 가스통과는 태생적으로 안맞는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다.

“흥! 기사가 무기만 좋으면 뭐해! 실력이 있어야지!”

“호오? 그러는 놈이 나한테 70전 320승밖에 못한건가?”

“네 네놈이 마법검을 사용하니까 그런거잖아! 그냥 검만 가지고 싸우면 5분도 못버틸 놈이!”

“꼬우면 네놈도 마법검 쓰던가. 아! 넌 형편이 좀 어려워서 안되겠다?”

“크윽! 한판 붙어 썅!”

수도에서 대대로 작위기사 가문으로 지내오던 모레인의 가문은 인맥과 친분이 많았고 재력도 빵빵했으나 가스통은 시대에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집안이 망한거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성격마저 정반대라 가스통과 모레인은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었다.

루스카는 두사람이 한판 붙자고 티격태격댈 때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두사람 가까이로 다가갔다. 아까 보았던 실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검은색 선은 봤지만 허공에 떠 다니는 실들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때 루스카의 눈에 꿈틀거리는 에벌래와도 같은 실의 파편이 눈에 띄었다.

실밥처럼 작은 형태로 공기중에 떠다니던 실들은 금새 사라졌고 루스카는 다시금 실을 보기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다양한 색깔의 실들이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공기중에 떠다니는 실들은 금새 생겼다가도 사라졌다. 하지만 기사들 주위에는 조금더 많은 실들이 더 오랜시간 머물렀다.

루스카는 더욱 자세히 보기위해 집중했고 실들이 기사들의 몸에 닿자 스르르 자라지는게 보였다. 아니 사라지기 보다는 마치 기사의 몸에 흡수되는것 같았다. 퍽! 루스카는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갑작스런 일에 어리둥절하는 루스카의 귀에 모레인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이새끼! 너 뭐야!”

그때서야 루스카는 아차 싶었다. 처음 보는 실의 존재 때문에 너무 나섰나 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검은 선안에서 밖으로 몸을 내밀었고 예민한 기사들은 금새 루스카를 눈치챘다. 모레인은 쓰러진 루스카의 복부를 공을 차듯 발로 뻥 찼다. 퍼억! 하는 격타음과 함께 루스카는 숨이 턱 막힘을 느끼며 격한 기침을 내뱉었다.

쓰러진 루스카가 신음을 흘리기는커녕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더욱 화가 모레인은 씩씩거리며 루스카를 연신 밟아대기 시작했다. 가스통과 동료 기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서도 눈살을 찌푸릴뿐 막지는 않았다.

루스카는 몰랐지만 기사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니… 만약 나쁜 맘으로 다가왔다면 절대 막지못했으리란 생각에 가슴이 서늘해지며 그 범인이 루스카였단 사실에 더욱 불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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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작성일
    09.10.28 11:24
    No. 1

    서장부터 흥미진진하게 잘보고 갑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다보니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검은 선 안에만 있다면 들키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처음 서장에서는 왜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쫒겨다녔던 것일까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고 검은 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요
    그때도 그냥 검은 선 안에 숨어있다가
    배고프면 살짝 먹을 것 훔치고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요
    설정상에서 초기에 죽을 지경까지 갔다는 것이 조금 거슬립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 에베레스트
    작성일
    09.10.31 16:55
    No. 2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술회
    작성일
    09.10.31 22:19
    No. 3

    타이틀만보고 '대체 카페엔 언제가는거야!'라고 투덜거렸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작성일
    09.11.14 11:06
    No. 4

    70전 320승 ,<<<< 오타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09.12.16 21:49
    No. 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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