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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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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2,372
추천수 :
307
글자수 :
113,354

작성
09.10.27 01:09
조회
6,348
추천
16
글자
9쪽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DUMMY

끽! 마력차가 멈춰서자 호위기사중 한명인 가스통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마력차 가까이로 말을 몰았다. 말에서 내려 문을 열자 인자한 인상의 중년인이 밖으로 나왔다. 가스통은 혹시나 하는 우려섞인 불만을 담아 질문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음? 아무래도 누군가 쓰러져 있는거 같아서 말일세.”

모레스키의 말에 가스통은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가까스로 참았다. 기사로서 자신의 주인에게 무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이 사람좋은 양반은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었다. 길가에 쓰러진채 반쯤 눈에 뒤덮인 시체는 자신도 이미 보았다. 하지만 귀족이면 귀족답게 저런 길가의 부랑자 따위는 무시하면 될 것을 자신의 주인은 그냥 보고 넘기지를 않았다.

“이미 죽은 시체입니다. 그냥 가시지요.”

가스통은 통하지 않을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아니다 다를까 모레스키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가스통을 훈계했다.

“어허. 사람이 어찌 그럴수가 있나. 도울수 있으면 도와야지. 안타깝게도 이미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장례를 치러주고 살아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도록 하세.”

역시나 고이 지나가긴 글렀다는 생각에 가스통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살짝 가로젖자 다른 호위기사들도 같은 심정인지 말 위에서 내려오면서도 안색은 별로 좋지않았다. 가뜩이나 시린 혹한에 갑옷은 손을 대면 살가죽이 쩍쩍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한시라도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 따뜻한 벽난로 곁에 모여 독한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쉬고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헌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거지새끼 하나 때문에 갈길이 지체가 되었으니 다들 불만이 가득했다.

“이런 불쌍하게도…”

겉보기에도 더러워 보이는 누더기를 걸친 부랑자의 모습에 호위기사들은 건드리길 꺼려했으나 모레스키는 아랑곳 하지않고 부랑아 소년을 들어올렸다.

“주군! 더럽습니다!”

가스통이 기겁을 하며 소리치자 모레스키는 눈살을 찌푸리며 가스통을 노려보았다.

“어허! 더럽다니! 이 어린 애가 길거리에서 죽어가는데 생사를 살피기 보다 더럽고 깨끗함을 먼저 따지는게 말이 되느냐!”

그깟 거지새끼 하나 죽어가는게 뭔 대수라고 호통을 치는지 가스통의 안색엔 불만이 가득했다.

“음? 아직 살아있는거 같습니다.”

한 기사가 모레스키의 품에 안겨있는 소년의 손이 살짝 움직이자 놀란 듯이 말했다. 기사의 말에 모레스키와 가스통의 시선이 소년에게로 향했다. 모레스키의 온기에 정신을 차렸는지 힙겹게 눈을 뜬 소년이 모레스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오! 살아있었구나! 가스통!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세!”

모레스키가 소년을 안은채 황급히 마력차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가스통이 다급하게 외쳤다.

“주군! 차라리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하지만 모레스키는 들은척도 하지않고 마력차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가스통은 결국 한숨이 터져나왔다.


루스카는 꿈을 꿨다. 검은선을 보게 된 이후부터 매일밤 계속해서 반복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루스카는 한 여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여인은 흔들의자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귀여운 아가야… 사랑스런 아가야… 구슬같은 고운 눈을 가만히 감고 새근새근 엄마품에 편안히 잠들거라… 세상의 풍파에 이리저리 흔들려도 지금은 엄마품에서 잠들려무나. 지금은… 아니 영원히 엄마품에서 잠들려무나…”

갑자기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새빨간 화마가 모든 것을 덮치고 자장가를 부르던 여인은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면서 갑자기 루스카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루스카는 타는듯한 고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끄으윽!”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생각했것만 밖으로 터져나온 소리는 가래가 끓는듯한 쇳소리 뿐이었다.

“어머나? 눈을 떴구나.”

루스카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책을 읽던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빨려들것만 같은 푸른색의 깊은 눈동자가 인상 깊은 약간 창백한 안색의 중년 여인은 루스카가 깨어나자 다행이라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여인의 미소에 루스카는 꿈속에서 보았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의 향기를 느끼곤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으려 했지만 얼굴을 움직여 표정을 지을수가 없었다. 목소리 또한 제대로 나오지않자 루스카는 당황해서 몸부림을 쳤다.

“자자 진정하렴…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약간은 강압적인 태도로 루스카를 진정시킨 여인은 루스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가 고프겠구나. 조금만 기다리렴.”

여인은 음식을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갔고 루스카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의 정면엔 벽 전채가 채광창으로 되어있어서 밝은 빛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채광창 너머엔 테라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전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우측에는 고풍스러운 형태의 가구와 책장이 정갈하게 배치돼어 있었다.

루스카는 자신이 있는곳이 귀족의 방임을 직감하며 동시에 의아해했다. 어째서 귀족이 한같 부랑아에 불과한 자신을 구했는지 그리고 구했다 하더라도 이런 좋은방과 침대를 제공한건지 아무리 궁리해도 귀족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할 이유가 없었다.

널리고 널린게 루스카 같은 부랑아였고 귀족가에서 원하면 동전 한닢에 기꺼이 달려들 아이들이 넘쳐났으니 굳이 자신처럼 다죽어가던 목숨을 애써 구할 필요가 없었다. 의문을 뒤로 하고 루스카는 일단 자신의 몸상태부터 확인했다.

사소한 상처나 질병, 힘있는 자들의 심심풀이에 죽어나가는 이들을 수없이 봐왔다. 무었을 바라고 자신을 구했는지 모르지만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사지가 멀쩡하고 움직임에 제약은 없었다. 다만 몸에 감각이 없었다. 그때 덜컹! 방문이 열리자 루스카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자는척을 했다.

“어머나? 다시 잠들었네?”


여인의 목소리에 루스카는 눈을 뜰뻔했으나 가까스로 참을수 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목소리에 이어 처음 들어보는 걸걸한 음성이 들려왔다.

“흠… 깨어난게 맞습니까?”

“그럼요 장로님.”

“그래도 그렇지… 시녀를 시키면 될 일을 가모님이 직접 오실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간호만 해도 그렇습니다. 가모님께서 이렇게 삼일밤낮으로 매달릴 필요가 있습니까? 제발 가모님의 몸상태도 생각해 주세요.”

쫑알쫑알 시끄러운 잔소리가 계속 이어졌지만 그 말투에는 여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들어있었다.

“예. 주의할께요 그보다 다시한번 부탁드릴께요.”

“회복마법을 시전하는건 간단한 일이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더 이상의 회복이 불가능 합니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에요. 동상이 너무 심해 썩어가던 팔다리의 신경을 되살린것도 천만다행입니다.

얼굴의 근육이 마비됐지만 살아가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겁니다. 주의해야 할건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 손상돼 고통을 느낄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 사람이 느껴야할 뜨거움이나 차가움, 아픔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중병에 걸려도 쓰러지기 전까진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돌아다닐겁니다.”

“아아 불쌍한 것…”

여인의 탄식에는 루스카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나왔다. 그 목소리에 루스카는 저도 모르게 눈을 뜨고 말았다.

“어머나! 미안. 나 때문에 깼니?”

자신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듯 짐짓 애써 활짝웃는 여인의 모습에 루스카는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이런 귀족도 있구나 생각할 때 여인의 등 뒤에서 뚱한 표정의 노인이 루스카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아참!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장로님. 시녀장에게 스프를 만들라고 했는데 다 됐는지 보고올게요 그동안 이 아이를 봐주세요.”

여인은 호들갑을 떨며 황급히 밖으로 나가고 방안에는 루스카와 노인만 남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루스카는 딱히 할말도 없어 가만히 있는데 노인이 먼저 입을열었다.

“길가에서 죽을뻔한 네놈을 살려준 은혜를 모른다 하진 않겠지?”

노인의 말에 루스카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대를 다친 듯 쇠를 긁는듯한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와 당황하는 루스카에게 노인은 약간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감사할줄 아는놈이 자는척을 한거냐? 순진하신 가모님은 속여 넘기더라도 나는 어림없다 이놈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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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4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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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660 13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21 12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59 14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11 14 8쪽
»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09.10.27 6,349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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