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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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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9.12.23 12:53
최근연재일 :
2009.12.23 12:53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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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47
추천수 :
333
글자수 :
113,354

작성
09.12.1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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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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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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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힘을 기르며 기회를 노린다. (4)

DUMMY

“헉헉헉! 이 자식이! 멀티 스피어!”

낭랑한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 반투명한 푸른색의 창이 대여섯 자루 생성되더니 루스카를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루스카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창의 세례를 피하지도 않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퍽! 퍼퍽! 루스카의 손이 지나갈 때 마다 창은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사라졌다.

“어 어떻게…….”

437번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뒷걸음질치며 중얼거렸다.

모든 힘을 끌어 모아 펼친 마지막 한 수마저 허무하게 무위로 돌아가자 표정엔 절망감만이 가득했다.

더 이상 마나 호흡을 할 수 없게 된 루스카는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상위 넘버에게 도전했다.

그리고 오히려 몸의 수발이 자유로워지고 검은 선과 더불어 마나의 실 또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시야에 담으며 의지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틈틈이 마법을 배운 칠드런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마법의 발현을 위해 모인 마나가 형상을 이룬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어떠한 형상으로 변하든지 뼈대를 이루는 마나의 구조가 있었다.

그 구조를 끊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에 적당한 수준의 넘버에게 도전했고 실험은 성공이었다.

“사, 살려줘 제발…….”

패배한 아이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루스카를 향해 애원했다.

넘버를 빼앗긴 이상 죽는 길밖에 없었다.

언제 자신을 노릴지 모르는 경쟁자를 살려 둘 정도로 이곳은 너그러운 곳이 아니었다.

흘깃 자신을 향해 두려운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는 소년을 바라본 루스카는 발걸음을 돌렸다.

볼일이 끝난 루스카의 머리엔 이미 자신이 번호를 빼앗은 이에 대한 생각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루스카의 넘버 사냥이 시작되었다.


@


루스카는 다양한 칠드런들과 싸웠다.

517번이던 루스카는 516번을 시작으로 순서대로 자신보다 낮은 넘버들에게 도전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각 직업군을 상대하는데 효과적인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나갔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는 지하에서 지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517번이던 루스카의 번호가 어느새 27번으로 변하는 만큼 아이들도 소년에서 청년으로 소녀에서 처녀로 성장했다 골드 넘버1이자 칠드런의 수장격인 베스터드는 여신의 선택을 받은 자라고 수군거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청년으로 자랐다.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흘러넘치고 자신만만한 표정과 당당한 태도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골드 넘버2의 바오렌은 호탕한 성격의 호한으로 자랐다.

베스터드가 왕이라면 바오렌은 기사단장 정도로 여겨졌다.

바오렌은 그게 불만인 듯 사사건건 베스터드와 부딪쳤으나 다른 이들이 보기엔 친한 친구끼리 투닥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골드 넘버4인 스텔라는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로 성장했다.

풍성한 붉은 머리를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며 종횡무진 하는 스텔라는 묘한 색기와 어우러져 남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그니스는 어느새 일반 넘버를 넘어서 골드 넘버 7을 손에 넣었다.

스텔라와는 달리 조용 조용하며 차가운 성격에 사람의 내심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타인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자들이 많은 이그니스는 넘버가 97번이라 호시탐탐 이그니스의 몸을 노리는 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골드 넘버7이 이그니스의 몸을 탐내며 추근거렸다. 이그니스는 당당히 넘버7에게 도전해 넘버7을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산산조각내 버렸다.

지하 도시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이변으로 따로 교육을 받을정도로 칠드런들의 리더로서 길러져 골드 넘버라 불리던 7번이 일반 넘버인 이그니스의 손해 죽어 버린 사건에 기사들도 한동안 당황을 금치 못했다.

여태껏 살아남은 여성 칠드런들에게 스텔라와 이그니스는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곤란해진 건 루스카였다.

루스카도 소년에서 완연한 청년으로 자랐지만 이렇다 할 특이사항 하나 없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칠드런의 양대 미녀 중 한 사람인 이그니스가 루스카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보좌하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주목이라기보단 질투에 가까웠다.

루스카의 번호 사냥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패배라도 알려지면 얕보여 곧 수많은 도전을 불러 오는지라 루스카에게 번호를 빼앗긴 자들은 루스카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어차피 번호의 유동은 흔히 있어 왔는지라 다들 눈치 채지 못했고 루스카가 넘버27을 획득한 것도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루스카에 대한 평판은 항상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다 비열한 기습이나 하며 이그니스가 도와줘서 운 좋게 여지껏 살아남은 자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 루스카가 참석하고 성과를 나타내는 부분이 암살과 은신에 관한 과목이라 신빙성을 더했다.

“멈춰! 명령이다!”

루스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곤 귀찮은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일곱 명의 남자들이 루스카를 향해 적의 섞인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왜 항상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니는 거지?”

“귀찮으니까.”

“이놈! 상급자에게 예의를 갖춰라!”

한 청년이 루스카를 향해 소리쳤다.

중앙에 위치한 남자는 팔짱을 낀 채 루스카를 노려보았다.

남자의 왼손 팔목에 채워진 팔찌는 황금색으로 12번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작정을 한 듯한 기색에 루스카는 지금 저들과 싸워야 하나 망설여졌다.

다른 놈들이야 쉽게 상대할 수 있다지만 12번만은 루스카도 단번에 처리할 수 없는 상대였다.

칠드런 중에는 마법이나 성법, 오러가 아닌 특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골드 넘버들이었다.

루스카는 우연찮은 기회로 11번과 12번이 다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오렌의 제지로 금세 끝나긴 했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12번은 자신의 신체를 단단한 강철과도 같이 변화시킬 수 있었고 11번은 손에 잡히는 모든 물질을 원하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싸워 이길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여지없이 주목을 받게 된다.

이그니스가 골드 넘버7을 쓰러트린 뒤 한동안 기사들에게 철저한 조사를 받으며 시달리는 걸 곁에서 똑똑히 보았다.

12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있을 조사가 문제였다.

“뭐하는 거지?”

루스카가 고민하는 사이 사일러스가 나타났다.

사일러스도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골드 넘버3인 사일러스에게서는 은연 중 좌중을 압도하는 위압감이 자연스레 풍겨 나왔다.

칠드런 중 마법을 수련한 이들로 그룹을 구성한 사일러스의 그룹은 베스터드와 바오렌에게는 약간 못 미치는 강한 그룹 중 하나였다.

사일러스의 등장에 12번은 쳇! 혀를 한번 차고는 루스카를 노려보며 말했다.

“언제까지 다른 놈들이 널 보호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언젠가 널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12번은 사일러스와는 싸우기 싫은지 코웃음을 한 번 치며 뒤돌아 사라져갔다. 루스카는 12번에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사일러스를 바라보았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는군.”

“…별로 고맙지도 않으니까.”

“하긴 넌 나보다 더 심하게 혼자 노는 놈이니까. 너 12번이 왜 그리 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알고나 있냐?”

“…아니.”

“넘버7 때문이다. 넘버7이 좀 예뻐야 말이지. 12번이 흑심을 품고 집적거리다가 넘버7한테 밟히고 넘버4한테도 왕창 깨졌거든. 흔히 말하는 동쪽에서 뺨맞고 서쪽에다 화풀이 하는 꼴이지. 그러니까 너도 슬슬 순위를 높이는 게 어때?”

“…….”

사일러스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루스카를 바라보았다.

루스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사일러스는 어깨를 으쓱이곤 사라졌다.

루스카는 멀어지는 사일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일러스였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연 건 아니었다.

친구라 할지라도 모건 가에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면 루스카는 망설임없이 사일러스를 죽일 수 있었다.

모건 가의 안위에 비하면 친구 따윈 사치에 불과했다.

골드 넘버들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려해 루스카는 겨우 다섯 명의 특이 능력만 알아낼 수 있었다.

몸을 강철과도 같이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12번, 원하는 물질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11번, 넘버7 이그니스는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능력, 도대체 언제 그런 힘을 얻었는지 의문이었다. 이미지에 걸맞게 원소계중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넘버4 스텔라의 능력, 그리고 넘버3인 사일러스가 어떤 힘을 얻었는지는 우연히 알았다.

마나가 눈에 보이는 게 다인 루스카와는 다르게 주위의 마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가능한 사일러스였다.

칠드런들은 사일러스가 마법 쪽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걸로 알고 있으나 그건 눈속임일 뿐 사일러스는 자유자재로 마나를 움직이고 조종했다.

자신에게 상당한 도움을 준 연구 논문의 마지막 구절에 나와 있던 선천적으로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높으며 훈련을 통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고 극에 다다르면 마나를 지배하는 게 가능하다고 기록된 일명 마나 마스터.

사일러스는 바로 그 마나 마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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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타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3) +3 09.11.01 4,644 12 9쪽
8 타인의 죽음에서 슬픔을 느끼다.(2) +5 09.10.28 4,463 10 13쪽
7 타인의죽음에 슬픔을 느끼다. +5 09.10.27 4,840 17 6쪽
6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5) +2 09.10.27 4,707 14 8쪽
5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4) +3 09.10.27 4,755 13 11쪽
4 시궁창 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3) +3 09.10.27 4,797 15 8쪽
3 시궁창속에서 창공을 만나다 (2) +3 09.10.27 5,253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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