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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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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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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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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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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파피루스-제4화

DUMMY

-파피루스-


우리는 다시 언덕 밑 후미진 곳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세다르 숲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 교회로 갔다.


검은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고 있는 교회 앞에 도착했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교회 앞 세미나 건물에서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몸을 낮췄다.

"관리인 같아요."

아일린이 속삭이듯 말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관리인은 세미나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옆에 세워진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그가 굉음을 울리며 교회 앞 언덕길을 따라 내려갈 때까지 숨죽인 채로 그대로 있어야 했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서야 우리는 교회로 다가갈 수 있었다.


교회로 들어온 우리는 다시 그 문 앞에 섰다.

세 개의 봉인을 다시 풀고, 어둠 속으로 난 계단을 따라 붉은색 손전등을 비추며 곧장 마르하르의 묘비 앞으로 갔다. 난 먼저, 묘판에 새겨진 앙크 문양의 십자가 화살표에 손전등의 초점을 맞췄다.


아일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죠?"

"크룩스 안사타, 앙크라고도 하지. 기원전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이야. 교회의 십자가와는 달리 여성을 상징하지. 그런데 지난번 처음 이 문양을 봤을 때부터, 자꾸 이 십자가 밑의 화살표가 눈에 걸렸어"


처음부터 내 궁금증의 출발이 이 문양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난 아일린에게도 이 문양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확실치 않은 나의 생각이 그녀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지금 보니, 저도 이상하군요. 제가 봤던 앙크는 밑에 화살표가 없었던 것 같아요."

"비밀의 방향을 따라가 볼까?


우리는 그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화살표의 방향은 지하 묘역으로 내려온 계단 밑에서 부딪쳤고 그 계단 위의 환기구를 향하고 있었다. 지하 환기구 밖으로,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고 있는 스산한 교회 공동묘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올라가 볼까?"

다시 계단을 올라와 지하실 문에 봉인을 채우고 교회 밖, 묘역으로 갔다. 수많은 성직자들의 무덤들 속에서, 난 지하 환기구를 통해, 화살표의 방향으로 짐작된 지점에서 멈추고, 그곳에 세워져 있는 묘비들을 살펴나갔다.


아일린이 내 곁에 바짝 붙어서 묘비에 적힌 이름들을 읽어 주었고 사니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화살표의 방향엔 모두 16개의 묘지가 있었는데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묘역에서 조금 떨어진 화살표 방향에, 우리가 찾던 것이 있었다.


"갈릴리의 아들 '제레미아"

아일린이 묘판에 새겨진 이름을 읽어주었다.

"여기가 이스라엘 사람 '제레미아'의 무덤이군."

묘지는 퇴화되고 훼손되어 관을 덮은 석판이 반쯤 드러나 있었다.


사니와 나는 석판 위의 흙을 거둬내고 가지고 온 크로우 바를 이용해 석관의 뚜껑을 열었다. 관은 비어 있었다.

"젠장. 아무것도 없군."

"도굴된 것 같아요."

허무했다. 무언가 나올 것 같았는데. 여기까지는 맞았는데......


그렇게 실망하고 관 뚜껑을 다시 덮으려 할 때 구름에 가렸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비어있는 석관의 바닥에서 나는, 희미해진 앙크 문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깐! 이거 봐. 그 십자가야."

아일린이 꺼놓고 있던 손전등을 비추자 붉은빛을 받은 십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도 있었군요. 마르하르가 죽기 전에 새겨 놓았을 거예요."

아일린이 들고 있는 손전등이 떨리고 있었다.


거기에 새겨진 앙크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내가 다시 그 석관의 뚜껑을 덮으려 할때,

"잠깐"

난 사니의 외침에 뚜껑을 닫으려던 손길을 멈췄다. 그는 가져온 노트를 한 장 떼어, "Thank you!"라고 써서 석관 속에 집어넣었다.

아일린과 나, 그리고 사니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십자가의 방향을 따라 몇 발자국 건너에 바윗돌이 하나 있었고 그 뒤로 세다르 숲이 이어지고 있었다. 먼저 간 건 아일린이었고, 그 바위에 손전등을 비추며 그녀가 외쳤다.


"여기에도 십자가가 있어요."

사니와 나는 그곳으로 뛰어가 바위에 새겨진 십자가를 살폈다. 십자가는 똑바로 서 있었고, 십자가 밑에 달린 화살표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바위돌을 밀어 올려 보려고 했지만 바위는 꿈쩍도 안 했다. 아일린과 사니가 힘을 합쳐 간신히 바위를 밀어낼 수 있었다.

"파보자."

난 사니와 함께 죽어라고 그곳을 팠다. 이 천년을 덮고 있던 바닥은 단단했다. 난 크로우바를 들고 곡괭이질을 했고 사니는 파헤쳐진 흙을 거궈냈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고 땀에 옷이 저젔다.

'퉁'

반시간쯤 파내려 갔을까, 내려 찍히던 크로우바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밑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였다.

"그래, 뭔가가 있는 거야"

갑자기 힘이 솟았고 땅바닥을 내려찍는 나의 손길이 빨라졌다.

그리고 그 밑엔 작은 석함이, 이 천년의 세월 동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셋의 눈길이 마주쳤다. 지체 없이 뚜껑을 들어 올렸고, 드디어 그 안에 퇴색된 종이 뭉치가, 아일린이 비추는 손전등의 불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어, 이거였어!"

내 호기심이 빚어낸 상상력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버젓이 나타난 순간 이었다.

한동안 내 눈은 이제 일그러져 가기 시작하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달빛 속에서 마르하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그 종이 뭉치를 배낭 속에 집어넣고 석함의 뚜껑을 다시 닫았다.

그리고 석함의 뚜껑을 덮고, 파낸 흙을 다시 덮어 주변을 정리했다.

손목에 찬 시계가 4시를 지나고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뒷좌석에 앉은 사니를 보고 말했다.

"Thank you?"

우리 셋은 다시 한번 큰소리로 웃었고, 그 웃음은, 우리의 작은 상상력이 결실을 맺은 행복감에서 터져나온 승리의 외침 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왔을 때 아일린은 나와 사니의 볼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

"피곤하실 테니 올라가 주무세요. 아침에 봐요."

스쳐가는 그녀의 머릿결에서 샤프론(사막에서 피는 꽃) 향기가 났다.


방으로 들어오자 난 무의식적으로 방문을 걸어 잠갔다. 비행기 시간을 놓쳤지만 사니는 불평하지 않았다.

"자. 소원을 풀었는데, 도둑질한 기분이 어때?"

사니는 결과에 만족했지만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회교국가에서 도둑질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잖아. 사우디에선 손목을 자른다고. 난 그 물건에 관심이 없어. 난 아침에 공항으로 갈 거야. 이스탄불엔 하루만 있다가 고향으로 갈 거야. 알아서 하겠지만 혹여라도 그 물건 갖고 비행기 탈 생각은 않는 게 좋아. 공항에서 걸릴 수 있어. 혹시 걸리더라도 내 이름은 대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웠고, 난 그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종이를 묶은 끈을 풀었고, 종이는 9장이었다. 오랜 세월에 누렇게 변색되고 훼손되었지만 생각보다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파피루스야. 여기에 무슨 비밀이 쓰여 있는 걸까?"

몸은 피곤했지만 좀처럼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나는 세나르 숲 속을 걷고 있었다. 길모퉁이에 한 터키 남자가 울고 있었다. 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나요?"

내가 묻자, 터키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고 감고있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얼굴을 들었을 때 터키 남자의 얼굴이 사니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너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왜 그래?"

그의 얼굴이 다시 터키 남자로 변했다. 그는 대답 없이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를 풀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내 손바닥 위엔 앙크 문양의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야. 일어나 아침 먹자."

사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테이블 위엔 아일린이 가져다 놓은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사니는 떠날 준비를 끝내 놓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난 일어나서 어제 낮에 준비해 놓은 작은 봉투를 가방에서 꺼내 그에게 주었다.

" 전자 담배야. 담배 끊기 어려우면 이걸로 대신해봐. 담배보다 낫다고들 하더라. 그동안 고마웠다."

사니는 씩 웃으며 봉투를 받아 넣었다.

"고맙다. 세부에 오면 연락해라.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얘긴데, 그 물건 조심해라."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아일린과 작별인사를 나눈 사니는 그렇게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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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3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70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5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3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2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9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2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3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4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8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7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4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9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8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9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3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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