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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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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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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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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DUMMY

아침 식사를 하시면서 이모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도 이제 교회에 등록했으니 교회일 좀 해보지 않겠니?”

“예? 교회 일이라니요? “

“응 어제저녁에 당회장 목사님께서 전화하셨다. 네가 건축사라는 걸 등록 서류에서 보시고, 널 좀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구나. “

“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신데요?”

“알다시피 성화궁 건축이 시작됐으니 교회에도 건축 일을 아는 사람이 필요한가 보더라. 아침 먹고 나하고 교회에 가 봐야겠다. “

난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잠시 후 자세를 고쳐 앉으며,

“예, 그러지요. 저도 어제 교회에 다녀온 후로 교회 일에 참여해 보고 싶었어요.”

성화는 의외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난 성화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이 교회의 당회장인 차범석 목사는, 여비서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이모님과 나를 반갑게 맞았다. 목사의 집무실은 교회의 6층 꼭대기에 있었는데, 60여 평의 사무실이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아이고 목사님, 제 조카 아이예요. 중동에서 일 마치고 어제 돌아온걸 제가 끌고 나왔지요.”

이모님께서는 쓸만한 신도 하나를 데리고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아, 그래요? 중동 어디에 있었지요?“

“예, 이집트와 두바이에서, 설계 감리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것참 반가운 얘기군요. 그래 건축사라고 들었는데.”

“예, 송구스럽습니다.”

“음, 본론으로 들어가지. 만나자고 한 것은,

우리 교회가 주축이 돼서 작년에 시작한 성화궁 건축 사업 때문이야.

작년 말까지 설계가 끝났고 올 초에 건축 공사가 시작되었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자체 감리 팀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일을 맞고 있는 최일권 장로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아직 팀도 꾸리지 못했어.

최 장로 요청 있었고, 팀을 운영할 만한 사람을 찾던 중 자네를 지목하게 된 거지.

어때? 일을 맡아 보겠나?“


“예, 목사님. 맡겨 주시면 힘 닫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됐네. 오늘부터 집사 직분을 줄 테니 Q.C(품질관리)팀을 만들어 보시게.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 할 테니, 너덧 명 정도로 시작해봐.

비서가 신도들 중 건축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줄 거야.

그중에서 같이 일할 사람들을 추려보고, 아래층 사무실 하나를 비워 놨으니,

필요한 집기를 말해주면 비서가 준비해 줄 것이네.

교회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야. 최선을 다해주게.“

목사는 대기업 회장과 같은 풍채를 풍기며 권위와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다.


목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비서가 안내해주는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갔다.

40여 평이 넘는 공간은 너덧 명이 일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난 목사의 여비서에게 업무에 필요한 집기와 도구들을 적어주고 그녀가 건네주는 신도들의 명단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님께서는 대견해 하시며,

“우리 준수가 하루 만에 집사가 됐네. 중책을 맡았으니 열심히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지.”

“예, 이모님. 잘 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웠다.

먼저, 교회에서 받은 신도들 명단에서, 그들의 이력을 기준으로 3명을 추렸다.

그리고 한 명, 송선화의 이름을 추가했다.


‘이제 싫든 좋든 괴물의 집 안으로 들어온 거야. 먼저 그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해.

그래야 그들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난 외출 준비를 하는 선화를 불렀다.

“선화야, 나 좀 보자.“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고, 난 선화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다.

“오빠가 왜 교회 일을 맡았다고 생각해?”

“그야, 오빠 맘이지. 하지만 좀 이상했어.”

“난 말이야, 한국에 오기 전 터키에서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

교회와 관련된 고문서야. 그리고 그 비밀을 알게 된 거야.”

난 선화에게 파피루스와 관련되어 내게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상대를 설득시켜 그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은 먼저 자신이 솔직해 져야 한다.

난 그걸 알고 있었고 그녀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날 신뢰했고, 나의 일에 동참하길 원했다.


“성화궁 안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나도 궁금해지네.

“그래, 오빠와 교회일 한번 해보지 않을래?

“와! 오빠 정말 끝내준다!. 좋아. 호랑이를 잡으러 오빠와 함께 호랑이 굴로 들어 가는 거야.”

그녀는 한 손을 들어 내 손뼉을 마주쳤다.


다음날 오후 8시에 연락을 받고 모인 성화궁 건축팀의 첫 번째 회의가 있었다.

처음 같이한 사람들끼리의 상견례가 있었고, 난 그들에게 각자 당당해야 할 직분을 정해 주었다. 이렇게 성화궁 건축관리팀이 만들어졌고, 난 팀의 관리자가 되었다.


팀장: 정준수.

행정업무: 송선화.

공정관리: 김요한.

예산정책: 이인철.

기술관리: 심철호.


이중 두 명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업무시간을 매일 오후 7시에서 11시까지로 정했다. 난 선화에게 비서실로 가 설계도면과 내역서, 시방서등 관련 서류를 받아 오라고 지시했고 당회장인 차 목사와 대면 보고를 가졌다.


보고를 마치고 나올 때, 차범석 목사는 나에게 봉투 한 개를 건넸다.

“일 끝나면 팀원들하고 회식이나 하게. 생각보다 팀이 잘 꾸려진 거 같아. 주일에 성화궁 건축 사업에 관련한 장로 회의가 있으니 자네도 팀장 이름으로 참석해야 할 거야. 관련 자료들을 잘 정리해서 장로님들께 보고해야 하네.”


차 목사와의 대면보고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 왔을 땐 팀원들이 선화가 받아온 설계도를 앞에 놓고 검토하고 있었다.

설계도의 표지엔 ‘성화궁-하나님의 성전 건축공사 마스터 플랜’이라고 쓰여 있었다. 표지를 넘기자 지적도가 있었고, 다음 장을 넘기자 Site Plan(단지 계획도)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난 호흡을 멈춰야 했다.


140여만 평의 부지는 정 중앙 입구를 따라 6차선 도로가 이어지고 단지의 중심에 도달했을 때 도로는 십자로 갈라진다. 십자 차로를 지나면서 도로는 타원을 그리며 중앙에 광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앙크였다.

그리고 앙크의 머리 부분에 거대한 교회가 자리 잡고 도로를 따라 수없이 늘어선 부속 건물들을 품에 안고 있는 형상이었다.

악마의 궁전은 여기서 정점을 찍고 있었다. 수많은 신도를 이곳에 가두고 그들의 머리에 군림하여 뱀 같은 혀고 그들을 부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으면 그들의 장기를 꺼내 또 다른 궁전을 지어 세력을 확장하고 영위해 갈 것이다. 이 거대한 악마의 음모 안에, 난, 홀로 서 있다.


그렇게 성화궁 일이 시작되었다.


난, 다음날도 차 목사와 대면 보고를 했다.

그만큼 이 일은 차 목사에게 중요한 사업이었다.

“오늘 오전에 용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설계도와 공정도 검토가 끝났습니다.”

“그래? 벌써 현장엘 다녀오고 검토가 끝났다니, 자네 적극성과 순발력이 대단하군. 그래, 검토해보니 자네 의견은 어떻던가?”

“예, 다른 건 큰 문제가 없는데, 공정이 너무 빡빡하게 잡혀 있더군요.”

“잘 봤어. 공정이 문제야. 올 초에 시작한 공사가 4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진척이 없으니 큰일 아닌가?”

“그렇습니다. 공정은 자금투입과 맞물려있습니다. 자금을 얼마만큼 적시에 투입하느냐가 관건이지요. 공정 관리는 자금계획과 연관 되어야 합니다.”

“흠, 자네 말이 맞아. 건축팀 담당인 최일권 장로와 상의해서 자금계획을 자네와 상의하라고 하겠네.”


난 보고를 마치고 일어서며, 목사의 책상에 놓여있는 앙크 십자가를 보았다.


일요일.

주일 예배가 끝나고 성화궁 건축과 관련한 장로 회의가 있었다.

난 집사의 신분이었지만 건축팀장의 자격으로 장로회의에 참석하여 업무 브리핑을 할 수 있었다.

내 브리핑이 끝나고도 2시간 가까이 회의는 지속됐다.

지루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난 간간이 장로들로부터 L.O.P.재단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L.O.P.재단의 자금지원이 처음에 얘기 됐던 것보다 많이 늦습니다.”

차 목사가 대답했다.

“”제가 재단 본부에 독촉해 보지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의 건축헌금 목표가 달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강하게 얘기할 수 있지요.“

그때 한 장로가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가능한 권, 집사들과 지역장들을 총동원해서 쥐어 짜야 합니다.”

회의는 두 시간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우리 건축팀의 담당 장로인 최일권 장로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 사장이었다.

그는 회의가 끝난 후 우리 사무실로 와 팀원들을 격려했다.

그와는 두바이 현장에 있을 때 잠시 안면이 있었던 터였다.

"자네 같은 인재가 우리 교회의 건축팀을 맡게 돼서 마음이 놓이네. 성화궁 프로젝트는 내가 사실상 담당이지만 워낙 회사일로 바쁘다 보니 전념할 수가 없어. 자네 책임이 커.“


난 서서히 그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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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2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69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3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1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09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6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1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0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0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8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0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1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6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4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3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6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1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4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6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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