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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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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0,141
추천수 :
609
글자수 :
158,842

작성
16.07.31 22:31
조회
686
추천
27
글자
7쪽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DUMMY

십자가 뒷면에 새겨진 이니셜 “M’이 정말 마르하르를 뜻하는 걸까?

하지만 분명히 이 목걸이를 팔던 그 남자의 얼굴은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울고 있는 남자의 얼굴 이었어. 그 교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 같잖아?

아직 뭐가 또 남아있단 말인가? 마르하르는 아직도 내게 무엇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난 앙크 목걸이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마르하르에게 독백을 던졌다.

“그래, 내가 너를 처음 방문했을 때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넌 이천 년 동안 제레미아의 비밀을 지키고 있었지. 이젠 내 차례야. 내가 그의 비밀을 지켜줄 거야.”


다음날 오후, 난 다시 세네마시 광장으로 갔다. 내게 십자가를 팔던 그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같은 장소에 노점상이 있었고,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 대신 어린 소년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난 소년에게 다가가 어젯밤에 산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주고, 그것을 팔던 남자에 대해 물었다.

“우리 아빠예요. 오늘은 몸이 아프셔서 제가 대신 나왔어요.”

“아, 그래, 네 이름이 뭐야?”

“오즈예요. 열 살이고요.”

소년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나이를 말했다. 아마 많은 어른들이 이름 다음엔 나이를 묻는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후득, 후드득,......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이, 오늘 장사는 글렀어요. “

소년은 서둘러 펼쳐놓았던 좌판을 반으로 접어 어깨에 멘 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난 소년이 앉아있던 접이식 의자를 들어주고 비를 맞으며 소년을 따라갔다.

“집으로 가니?”

“가야지요. 비가 오는데. 됐어요, 의자 주세요.”

“아니야 집까지 바래다줄게. 아빠를 만나고 싶어.”

“우리 아빠는 한번 판 물건은 물려주지 않아요. “

“아, 목걸이를 물리려는 게 아니야. 아빠한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그럼 따라오세요. 그리 멀지 않으니.”

소년은 자기만 한 좌판을 어깨에 메고 앞장서서 걸었다.


소년의 집은 세네마시 광장에서 멀지 않은 빈민가에 있었다. 철공소 옆의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좁은 공간에 작업 테이블과 액세서리를 만들 때 쓰는 작업공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안쪽 칸막이 뒤로 반쯤 보이는 침대 위에 남자가 누워있었다. 소년은 메고 있던 좌판을 내려놓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어떤 손님이 아빠를 만나고 싶다고 해요.”

돌아 누워있던 남자는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역시 그의 얼굴은 내가 꿈에서 보았던 마르하르의 얼굴이었다.

난 그 남자 앞으로 다가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몸을 일으킨 남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빠는 장님이에요.”

난 예의를 갖춰 그에게 말했다.

“어제 십자가 목걸이를 샀던 사람입니다. 몸이 불편하신 것 같은데 예고 없이 찾아와서 실례를 범했군요”

그리고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들어 그 남자의 손에 쥐어줬다.

그 남자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시리라고 생각했지요.”

“예? 어떻게 제가 올 것을 아셨나요?”

남자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전 어려서 사고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 목걸이는 작년에 돌아가신 제 아버님이 만든 겁니다. 저는 시력을 잃고부터 장신구 만드는 일을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아버님은 돌아가시면서 그 목걸이를 제게 주시며 말씀하셨지요.”

'넌 앞을 못 보니 장신구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라. 장신구를 만들어 팔되 이 십자가만은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누군가 이 십자가 목걸이를 살 것이니 그에게 이것을 팔거라. 그가 이 십자가를 알아본다면 반듯이 네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그에게 이 말을 전해라.'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아버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 무엇이었습니까?”

“이 십자가는 사탄의 인장이니 이 목걸이를 가진 자가 궁전 안에서 인장을 볼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그 궁전이 666개이며, 그것을 찾아 소상히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라고 하셨어요.”

“666이라면 계시록에 나오는 숫자군요.”

“맞아요. 아버님은 카톨릭 성경을 자주 읽으셨지요. 아버님이 제게 남긴 이 말씀은 제 할아버지한테 들으신 얘기라고 하셨어요.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제가 그것을 샀고, 제가 다시 찾아온 것이군요. 그래서 당신께서는 제가 올 것을 알고 계셨고요.”

“그런 셈이지요. 전 이제 당신께 말씀을 전했으니 아버님의 유언을 지킨 셈이에요.”

“혹시 아버님께선 카톨릭 신자셨나요?”

“예, 아버님은 카톨릭 신자셨지만 교회에 나가시지 않으셨어요. 항상 기도만 하셨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이 십자가 뒷면에 새겨진 ‘M’이 무슨 뜻인가요?”

“제 아버님 이름이지요”

“아버님 성함이......”

“마르하르입니다.”

난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며 남자의 손을 잡았다.

“몸도 불편하신데 제가 너무 오랫동안 실례를 했군요. 말씀 감사했습니다. 똑똑한 아드님을 두셨더군요.”

“예. 감사합니다. 전 좀 쉬어야겠습니다.”


난 그의 집을 나오며 따라 나온 소년에게 물었다.

“오즈라고 했지? 아버님 약은 드셨니?”

“약이 떨어져서 또 사러가야 돼요.”

난 지갑에서 100리라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오즈에게 주었다.

“아빠 약 사드려.”

소년은 양손을 뒤로 돌린 채 고개를 저었다.

남의 돈을 대가 없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서 받아. 그리고 아빠 잘 보살펴 드려야 한다.”

그제야 소년은 지폐를 받았다.


난 소년의 집을 나와 골목길을 걸었다. 그때까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년은 아직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나에게 소년은 미소를 보냈다. 골목길을 나온 나는 한동안 비를 맞으며 걸었다.

알지 못하는 운명이, 이미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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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1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1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8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7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2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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