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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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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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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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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842

작성
16.08.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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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DUMMY

전화기가 울렸다. 사니였다.

“나야, 잘 지내니? 난 죽다 살아났어.

결론부터 말하면, 네가 말한 은행 서류, 방금 DHL로 부쳤다.

그거 구하느라고 애 먹었어. “

“그래? 어떻게 구했니?”

“말도 마라. 미인계를 썼지.”

“미인계를 써?”

“그래, 미인계는 이럴 때 쓰는 거야.

너, 기억 나냐? 네가 처음 세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갔던 클럽 말이야.

거기 내 파트너였던 애, 걔를 찾아가 꼬셨지. 사정을 둘러 대느라 애먹었어.

걔가 은행 담당자들과 이틀 밤을 잤어. 돈도 수월찮게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거야. 원래 은행 애들은 여자에 약해.

돈과 여자는 원래 따라다니는 거 아니냐? “


난 어이가 없었다. 사니는 내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일을 해결해 냈다.

“아무튼 수고했다.”

“자식, 말로만 때우지 말고, 만나면 거하게 한잔 사야 해. 알겠냐?”

“그래, 물론이지. 여부가 있겠니.”

“참, 김 이사한테서 연락 받았다. 난 다음주, 사우디 제다로 가게 됐어. 다 네덕이야.”

“그래 그거 잘 됐구나! 떠나는 날 연락 한번 해라.”


팀원들은 일을 깔끔하게 해주었고, 특히 선화는 열심이었다.

어느새 시공사와 현장에 라인을 구축해 놨고. 시행 사인 교회 측과 관련된 행정 서류들을 모아 꼼꼼히 정리해 놓았다.


그날 아일린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제 일을 마치고, 제 고향 안탈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어제까지 앙카라에 있었어요.

강림원에서 어렵게 구한 정보들을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명단 이예요. 기증 날짜와 기증자 이름, 연락처······.

그리고 수혜자들의 상세 기록 들이예요. 대부분 기증자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들이었고 수혜자는 아랍 부호들입니다.


왜, 신은 그리움이란 감정을 사람에게 주었을까요?

그건 실제가 아니고 허공에만 있는 건데······.

그것이 견디기 힘들만큼 사무칠 때, 난 이스탄불의 피오나를 생각해요.

만난 지 얼마 안됐지만, 난 그녀가 친동생처럼 느껴져요.

이제 그녀도 없고, 전 엄마와 함께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아일린-


난 교회 일에 집중했다.

이제 성화궁 공사의 공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나갔다.

현재 공정률 12프로.

예산만 적시에 투입되면 공기 안에 완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건축팀 회의가 끝났을 때 최일권 장로가 사무실로 왔다.

이제 그와는 많이 친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는 날 신뢰하고 있었다.


“나하고 잠시 얘기 좀 나눌까?”

나는 그와 함께, 주차장에 세워 놓은 그의 차안에 나란히 앉았다.

“중요한 얘기라, 여기서 하는 게 좋겠어. “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고 있었다.

“예, 말씀 하시지요.”

“자네, 이 일에 본격적으로 관여해 보고 싶지 않나?”

“이 일이라니요? 성화궁 프로젝트라면 이미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네를 믿기에 하는 말인데······.

자네는 아직 몰라. 이 사업은 규모가 2조원이 넘어. 그것도 완공까지 만이야.

공사가 완공되면 그때 가서 성와궁 사업이 정식으로 시작되는 거야.

그땐 사업 규모가 천문학적이 돼.

앞으로 성화궁이 몇 개가 더 생길지 아무도 몰라. 이건 시작에 불과 한거야. “

그는 말을 이었고, 난 듣고만 있었다.

“사업자금의 대부분이, 스페인 마드리드의 L.O.P. 재단에서 들어온다.

교회 신도들의 헌금만으론 어림도 없지.

누군가 다음 주에 마드리드, L.O.P. 재단으로 가서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 자금을 받아 내야 한다. 난 자네가 적임 이라고 생각해. “

난 최일권 장로에게 물었다.

“왜 그게 저라고 생각하십니까? “

“일단 영어가 능숙하고 건축적 지식이 풍부하니까 그들과의 대화를 풀어 나가는데 막힘이 없을 거야. 그리고 더 중요 한건 신뢰야. 당회장 목사님도 자네를 신뢰하고 계시고······. 자네만 오케이 하면 다음 주 마드리드로 가야 하네.”

“L.O.P.재단은 어떤 곳입니까?”

“그건 아직까지 말해 줄 수 없지만, 마드리드로 가기 전 터키 이스탄불에 들려, 그곳 강림 교회 신경식 목사를 만나면 자세한 얘기를 해줄 거야. 우리에게 들어오는 L.O.P. 재단의 자금은 그를 통해 들어온다. 돈세탁을 위한 방편이지.

어때? 해보겠나?”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단호히 말했다.

“장로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이 일은 자네와 나, 그리고 당회장이신 차범석 목사님만 알고 있는 기밀 사항이야. 표면상의 L.O.P. 재단에 관해서는 대부분 장로들도 알고 있지만 그들과의 내부 거래는 아무도 몰라. 나머지 다섯 개 교회들도 우리가 관리하고 있지.

알아들었으리라 믿네.”


이틀 후, 난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비행시간 11시간 반. 19시 30분,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비밀을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풀어야 하는 걸까?’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미, 내친김에 하는 수 없는 일이란 식의 강도를 훨씬 넘어 서 있었다.

난 어느새,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목숨을 건 게임을 하고 있었고,

상대는 수천, 수만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난, 혼자다.

그리고 내 눈앞에 사니와 선화, 아일린과 피오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은 나에게 대가도 묻지 않은 채 내가 만들어 놓은 가련한 게임 속으로 들어와 내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비행시간을 채웠을 때 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30분 후면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미리 전화를 해 두었으니 아일린이 공항에 나와 있을 것이다. 아일린은 내 전화를 받고 안탈리아에서 1,000킬로가 떨어진 이스탄불까지 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육중한 항공기의 동체가 활주로 바닥을 두어 번 튕기며 하늘로부터 땅에 안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보세구역을 빠져 나왔을 때,

난 청바지에 파란 재킷을 걸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그저 미소만 지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반쯤 가린 그녀의 깁고 푸른 눈동자는,

닫쳐져 있던 문이 열리고 걸어 나오는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달려가 안지도 않았고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남자가 자기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모습을 음미하고 있었다.

남자가 그 여인의 앞에 섰다. 두 남녀는 한동안 서로를 마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여인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남자의 가슴에 묻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고 남자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힘껏 당겼다.


아일린은 몸을 떼며 그녀 옆에 서 있던 한 여자를 나에게 소개시켰다.

“피오나예요. 당신을 만나보고 싶어 했지요.”

그녀는 손을 내밀며,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아, 피오나, 저도 말로만 들었는데 이제 보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우리는 시내로 들어와 저녁 식사를 했다.

아일린이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

“어쩐 일이세요? 갑자기 터키로 돌아오시고.”

“네가 보고 싶어 왔지.”

그녀 옆에 앉아 있던 피오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일린 앞에 엄지를 세워 보였다.

피오나는 아일린과 같은 쿠르드족 혈통 이었고, 가늘고 작은 몸을 갖고 있었지만 어딘지 당차 보였다.

난 아일린에게 이곳, 이스탄불로 오게 된 동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옆에 앉은 피오나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일 강림 교회 신경식 목사를 만나면 L.O.P. 재단의 내막을 알게 될 거야.”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그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난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다음날 스페인 마드리드로 건너가, L.O.P. 재단의 수장과 만나기로 되어 있어. 나는, 이 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탄의 우두머리와 마주 앉게 되는 거지. “


난 피오나에게 말했다.

“피오나, 내일 내가 강림 교회 사무실을 방문하면, 절대 나를 아는 척해서는 안 돼.”

“그 정도는 저도 잘 알아요. 아일린 언니와 만나는 것도 그들은 모르고 있어요. 제 가족들 에게도 아일린 언니와의 관계는 비밀로 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식당도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잡은 거예요.”

아일린이 거들었다.

“걱정 마세요. 피오나는 사려 깊은 여자예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피오나와 헤어진 우리는 강림 교회가 있는 알렘다르 거리에 호텔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몸을 옆으로 세운 채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고만 있었다.

난 그녀의 깊고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 나의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아일린은 말했다.

“전 요즈음, 가끔씩 당신 꿈을 꿔요.

꿈속의 당신은 언제나 안탈리아의 야부스 언덕에 홀로 서서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지요. 난 그에게 다가서기가 겸연쩍어 언덕 주변의 들꽃을 따서 그에게 내밀어요

하얗고 예쁜 꽃이 예요. 이름은 모르겠어요.

그가 고개를 돌려 내가 준 꽃을 받고 달콤한 미소를 지어요.

그는 한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다시 지중해를 바라보지요. 그리고 저도 그와 합께 지중해를 바라봐요.

시간을 잡아 놓을 수만 있다면, 참 아름다운 꿈이지요? “


난 그녀의 속삭임 속에서, 들려오는 슈벨트의 밤과 꿈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았다.

난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내 머릿결을 파고들었고,

난 그녀의 거칠어지는 호흡 속에서 샤프론의 향기를 맡았다.


이스탄불의 밤은 그렇게 찾아오고 그렇게 흘러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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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3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70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5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3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10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7 6 12쪽
28 피오나의 복수 -제 28화 +2 16.08.19 412 9 12쪽
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2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1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3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4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8 11 11쪽
»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7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9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1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2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8 17 11쪽
15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4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7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3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5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7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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