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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파피루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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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7.28 14:51
최근연재일 :
2016.08.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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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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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8.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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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DUMMY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떨고 있던 다리에 힘이 빠지며, 내 몸은 스르르 침대 위로 무너졌다.

잠시 후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무거워진 손을 들어, 목에 걸린 앙크 십자가를 풀고 그것을 드려다 봤다.

“이게 뭐길래 그 신부가 사력을 다해 뺏으려고 했을까?

또, 그 신부는 누구일까? 수많은 앙크로 뒤덮여있던 그 교회는 뭔가? “

끝도 없는 의문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난 일어나서 지도 위에 네 번째 동그라미를 그렸다.

피곤이 몰려왔다.

난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핸드폰의 진동이 잠든 나를 깨운다. 문자가 와 있었다.

“바울의 사자가 곧, 너에게 간다. 순순히 목걸이를 내주기 바란다. 그것은 네게 단순한 악세사리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물건이야. 부디 사건을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

-------L.O.P.-------“

내 눈은, 들고 있던 핸드폰이 절전 모드로 액정을 닫을 때까지 그 메시지에 고정되어 있어야했다.

“바울의 사자, 바울의 사자....... 마지막 이니셜, LOP. 롭? 뭘까? Lions Of Paul......”

눈을 감았다. 이제 난 빠른 속도로 사건 속으로 빨려 들고 있었다.

파피루스와 함께 일어났던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눈앞에 흘러 지나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앙크가 있다.

앙크에 박혀있는 검은색 흑요석이 블랙홀이 되어 내 몸을 빨아드린다.

내 몸은 이미 사상의 지평선을 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난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사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오랜만의 한국음식이었다.

사니가 물었다.

“너 오늘 릴로안에 갔었니?”

“그래, 어떻게 알았어?”

“오후에 스테파니 신부님께서 전화를 하셨어. 네 번호를 물으시더군.

릴로안 성요한 교회 신부님이 네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하셨대.

그래서 가르쳐 드렸다.”

“흠, 그랬었구나.”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릴로안에 가서 교회 사진을 찍었어. 거기 신부님도 만나고.”

난 이 일에 사니를 끌어드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정담을 나눴다.

나는 사니의 차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간격을 유지하며 한 대의 검은색 혼다 오토바이가 따라붙고 있었다.

난 의식하지 못했다.


호텔방으로 올라온 나는 노트북을 열고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구글을 열어 검색창에 ‘Lions of Paul’을 치고 엔터키를 누르자, 수없이 많은 사이트와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난 하나씩 사이트를 열어가며 검색해 들어갔다.

“그들이 오기 전에 알아내야 하는데.”

네 시간이 넘도록 내 눈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고, 오른손의 마우스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114만 개가 넘는 검색 결과들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정리해나갔다.

1. 구약성서의 인물, ‘다니엘’.

2. 사자 우리 안의 '다니엘'.

3. 화가 루벤스.

4. 바울의 사도행전.

5, 6, 7, 8......

104. L.O.P. Foundation. : 유대인의 초 교파적 기독교 재정지원 단체.

1597년 스페인에서 사도 요한의 후손인 ‘돈호반’에 의해 처음 결성됨.

유대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범 기독교 교회 재정 지원단체로, 본부-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미국-뉴욕과 시카고,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 한국 서울...... 등, 전 세계 84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음.

더 이상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웹상에, 이렇게 거대한 조직의 자료가 이렇게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단체야!”

난 자료를 정리하고 아일린에게 메일을 썼다.


“아일린에게-

지도 위에 네 번째 동그라미를 그렸다.

파피루스엔 생각지도 못했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얽혀있어.

이제 그것들을 하나씩 풀어가야겠지.

부탁이 있어. 시간을 내서 이스탄불로 가. 그리고,

‘L.O.P. 재단이란 걸 알아봐 줘. 범기독교 재정지원 단체야.

혹, 안드레아 신부님이 아실지도 모르지.

그곳을 찾게 되면, 그 재단의 성격, 역사, 목적 등을 가능한 상세히 조사해서 알려줘.

그럼 다시 연락할게.

-세부에서, Kenneth.-


메일을 보내고, 난 곰곰히 생각했다.

“바울의 사자가 곧 올 거라고 했어. 내 앙크 십자가를 가지러.

가만히 앉아서 내줄 수는 없겠지.“


다음날 아침, 난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세부 시내의 콜론 지역으로 갔다.

이 지역은, 400년 전 세부가 도시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시발점이었던 곳으로,

수많은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상권은 화교들이 쥐고 있었고 이 땅의 주인인 필리피노들은 잡다한 생활용품 등을 거리에 내다 팔거나 시계수리, 신발이나 가방 수선 같은 허접한 일들을 해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난 귀금속이나 장신구들을 수리해 주는 가게를 찾았다.

열심히 줄칼로 반지를 다듬고 있던 주인 앞으로 다가가 앙크 십자가를 보여

주며 말했다.

“이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겠소?”

주인은 십자가를 들여다보더니 서랍 안에서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그리고 안에 담긴 각양각색의 장식용 돌 중에서 검은색 오석 하나를 핀셋으로 집어

앙크 십자가의 가운데 박혀있는 흑요석 위에 대어보았다.

내가 보기에도 적당히 들어맞는 것 같았다.

“팔백 페소에 해 드리지요. 두 시간 후에 오세요.”

“그래요. 잘 좀 부탁합니다.”

주인은 어느새 스테인리스 조각을 찾아 그위에, 내가 준 앙크 십자가를

올려놓고 본을 뜨고 있었다.


난 콜론의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때워야 했다. 거리의 노점상들을 구경하면서.

적도의 태양이 이글거리며 도로를 달구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이며 열대 스콜이 장대비를 아스팔트에 내리꽂기 시작했다.

도로는 순식간에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고, 사람들은 서둘러 건물 밑으로 비를 피했다. 그것도 잠시, 오분도 안되어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걷히며 열대의 태양이 젖은 도로를 말리기 시작했다. 난 서둘러 목걸이를 맡긴 장신구 수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 주인은 이미 수건에 광약을 묻혀 다된 십자가를 닦으며 마무리가 한창이었다.

“감쪽같군!. 고마워요. 여기, 800 페소 하고 나머지 200페소를 더 드릴 테니 십자가 뒷면에 글자를 하나 새겨 주세요.”

“그러지요, 무슨 글자를 새길까요?”

“흠...... ‘A.O.J.’라고 새겨 주세요.”

난 잠시 후 그가 건네주는 짝퉁 앙크 십자가를 목줄에 바꿔달아 목에 걸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여행사에 들려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모래, 새벽 02시 30분 세부 출발, 06시 35분 인천 도착.

난, 호텔 앞에서 택시를 내려 회전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섰다.

멀찌감치서 검은색 혼다 오토바이에 앉아, 택시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검은 남자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방으로 올라온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아일린으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오전에 안드레아 신부님을 만났어요. 당신이 말씀하신 ‘L.O.P. 재단’에 대해 물었지요. 신부님은 알고 계셨어요.

원래, 교파를 초월한 범 기독교 재정 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L.O.P. 재단’은, 1961년 쿠바 사태 이후, 바티칸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금은 로만 가톨릭보다는 제가 속한 동방 정교회나 개신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요. 전 세계의 유대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그 자본력이 바티칸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이스탄불에 세워진 한국 개신교회가 있는데, 이 교회의 건축자금 중 60%가 ‘L.O.P. 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해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유태인 비밀 조직인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와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내일 시간을 내서 이스탄불에 다녀오려고 해요. 작년에 세워진 한국 개신교회에 가보면 혹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그때, 정보가 모여지는 대로 메일 드릴게요.

-아일린-"


조금씩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똑, 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방문으로 다가가 물었다.

“누구십니까?

“호텔 관리인입니다. 라인에 문제가 있어서, 내선전화를 점검해야 합니다.”

방문을 열었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연장통을 들고 서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시면 됩니다.”

문을 열어주고 돌아서는 순간,

“퉁!”

나는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앞의 사물들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가며 모습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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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악마의 최후 - 제 34화 16.08.25 272 12 13쪽
33 작전 실행(2)- 제 33화 +1 16.08.24 269 7 15쪽
32 작전 실행(1) - 제32화 +1 16.08.23 353 7 13쪽
31 장기적출 - 제31화 +9 16.08.22 521 8 12쪽
30 장기밀매의 현장 (2) -제 30화 +8 16.08.21 309 9 12쪽
29 장기밀매의 현장 (1) -제 29화 +9 16.08.20 5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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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복수의 시작(2) 제 27화 +4 16.08.18 438 8 13쪽
26 복수의 시작(1) -제 26화 +6 16.08.17 560 9 12쪽
25 파라오 -제 25화 +5 16.08.16 500 10 11쪽
24 차도살인(借刀殺人)―제 24화 16.08.14 452 10 9쪽
23 악마의 수괴 -제 23화 +2 16.08.14 353 10 9쪽
22 쿠르드족의 여전사 -제22화 +3 16.08.13 467 11 11쪽
21 이제, 다시 이스탄불로-제21화 +4 16.08.12 546 13 10쪽
20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제20화 +9 16.08.11 523 13 9쪽
19 드러나는 속살-제19화 +8 16.08.11 758 16 7쪽
18 성화궁-제18화 +12 16.08.10 600 19 8쪽
17 다섯번째 동그라미-제17화 +4 16.08.09 651 15 10쪽
16 장기밀매-제16화 +4 16.08.08 666 17 11쪽
» 바울의 사자들(2) -제15화 +6 16.08.07 665 14 9쪽
14 바울의 사자들-제14화 +2 16.08.05 683 19 12쪽
13 여섯명의 사탄들-제 13화 +4 16.08.04 666 21 8쪽
12 세 번째 동그라미를 찾아서-제12화 +4 16.08.04 721 19 9쪽
11 첫 번째 악마의 표식-제11화 +1 16.08.03 594 24 7쪽
10 안타키야 – 제10화 16.08.01 670 27 6쪽
9 끝나지 않은 비밀-제9화 16.07.31 686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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